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 인류 최강의 헌터(2)
터져나오는 귀곡성(鬼哭聲).
그것은 뭉글거리며 피어난 어둠과 뒤엉켰다.
눈부신 암광(暗光).
번쩍!
그 모순된 빛이 한 번 터진다.
그와 동시에 다르게 흐르던 시간이 맞춰진다.
이윽고 바람이 불며,
시야가 열린다.
사라진 어둠의 대적(大敵).
펼쳐지는 무(無)의 세계.
그 안으로 초대형 게이트에서 쏟아지던 헤아릴 수 없던 몬스터들은 온데간데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쩌저적!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뒤덮은 초거대 게이트에 거미줄과 같은 흰색 균열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깨질 유리창처럼 톡, 건들면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부서질 것 같아 보일 뿐.
정작 부서지지는 않았다.
키에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쿠오! 쿠오오오─!
게이트는 여전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일순간 서준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와 동시에 두근!
완성된 베세르크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터져나오는 삼단전(三丹田)의 마력.
그 무한에 가까운 힘은 세상을 관통하는 거대한 뇌전이 되어 폭발했다.
마치 세상을 찢고 나온 듯한 푸른 뇌전.
그것은 뇌운과 함께 공간에 드리운다.
그 시점에서 서준은 이미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어떤 곳에 닿아있었다.
“터져라.”
꽈꽈꽈꽈꽈꽈꽝!!!
커다란 폭발이 일며 공간이 찢어졌다.
하늘 아래로 쏟아지던 몬스터들은 공간과 함께 찢겨져 사라졌다.
“세, 세상에나···.”
“저게··· 저게 인간이 맞는건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넋이 빠져버렸다.
공간 자체를 깨뜨리는 저 힘.
저것은 인간이 아니라, 무(武)의 영역마저 초월한 경지였으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서준이 닿아있는 경지가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콰아아아아─!
크게 부풀었던 공간이 다시 닫힌다.
그와 동시에 서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닫힌 공간 사이로 보이는 하늘.
‘부서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게이트가 부서지지 않았다.
게이트에 새겨진 거미줄과 같은 흰색의 균열은 곧 깨질 유리창처럼 톡, 건들면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게이트는 부서지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서준이 보인 힘은 단순한 용언(龍言)의 힘이 아니었다.
공간간섭(空間干涉)과 현상조작(現象造作).
이리나에게서 배운 두 기술을 혼합하여 발현한 힘이었다.
단순한 용언의 힘으로는 수 십만에 달하는 몬스터 무리들을 일시에 쓸어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용언이라 부를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었건만.
그럼에도 게이트는 부서지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권 전체를 뒤덮은 초거대 게이트.
전 우주에 걸친 차원이 융합되며 나타나는 저것은 인과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게이트를 깨뜨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얽힌 차원의 인과는 관조자조차 어찌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오의(奧意)를 사용한다면···.’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천월유성창의 1,2,3형(形)은 각각 1~3, 4~6, 7~9초식에 이르는 묘리를 합한 것이었다.
그리고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오의(奧意).
이것은 그 모든 초식을 합한 1~3형(形).
그 1~3형에 깃든 묘리를 모두 합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천월유성창에 깃든 모든 묘리를 하나로 더한 것.
말 그대로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오의(奧意)였다.
이에 제천대성 또한 이론으로만 만들어주었을 뿐.
제천대성조차 그것을 시전할 수 없었다.
오직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을 지닌 서준만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정신 나간 기술이었고,
그렇기에 그것이라면 확실히 저 게이트를 깨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서준은 섣불리 그것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오의를 펼친다면 경계의 공간으로 끌려갈 것이 뻔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경계의 공간으로 끌려갈 경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름 아닌 제천대성이 이르길.
서준은 이미 초월의 경지에 발을 디뎠고, 원래라면 차원 밖으로 추방되어야 함이 맞았으니까.
그럼에도 서준은 지금 차원 밖으로 추방되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준은 경계의 공간으로 끌려감과 동시에 차원 밖으로 추방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니 오의를 시전하는 것은 안된다.
하지만 게이트를 깨뜨리려면 오의를 시전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
그 순간.
퍼뜩.
서준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차원의 융합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게이트를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럼에도 위대한 목소리는 서준을 견제했다.
마치 한 가지 방법이 있다는 듯.
오직 서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듯.
그리고 그 방법은···.
번쩍!
서준은 티알피의 신속을 터트리며 땅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중앙.
갑자기 등장한 서준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은 그 경악스러운 시선을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게이트를 없애야 합니다.”
그런 서준의 말에 마성(魔星)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게이트를 없앤다니··· 설마 저 게이트를 말하는 겐가?”
“네.”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모습에 사람들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안되었으니까.
서울과 경기권 전체를 뒤덮은 초거대 게이트.
저건 없앨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서준의 무력이 초월적이라고는 하나,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방금 서준이 실패하지 않았는가.
“불가능하다. 저건 깨뜨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야.”
역시나 검성(劍星)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런 검성의 말에 서준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검성의 말처럼 게이트를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단 지금의 게이트뿐만 아니라,
던전을 형성하는 게이트는 깨뜨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마도학으로 구현한 던전이 아닌 이상,
게이트 자체를 깨뜨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게이트를 깨뜨리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이다.
그러나.
서준이 되고자 하고 또 걷고자 하는 초월자란.
그런 불가능마저 초월한 이들.
방법이 없다면.
“제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방법을 만드는 자들이다.
“뭐, 뭐라고?”
“그게 지금 무슨···!”
폭탄과도 같은 서준의 말에 사람들이 크게 놀라보였다.
지금··· 뭐라고 한 것이지?
얼빠진 표정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은 그 표정들을 마주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던전을 클리어하겠습니다.”
“······”
“······”
사람들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말도 안되는 일인 것도 일인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준의 말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크기가 너무 거대해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지금 보이는 게이트의 본질은 던전을 형성하는 일반 게이트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게이트의 역할은 던전과 지구를 연결해주는 통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던전을 클리어한다면, 게이트를 없애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게이트를 깨뜨릴 수 없다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던전을 클리어한다.
그렇게 클리어 된 게이트는 그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오던 던전의 방식이 아니었는가.
게이트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
“······”
아무도 그 방법에 대해 동조를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위험해요!”
너무도 위험했으니까.
일순간 들려오는 외침.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서윤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기절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건만.
서윤은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안에··· 저 안에 대체 뭐가 있을 줄 알고요!”
서준은 그런 서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일반적으로 게이트의 크기는 던전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던전의 수준은 그 안에 들어있는 몬스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지금 서울을 넘어 경기권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게이트.
지난 날, 종말의 대괴수라 불리던 베세르크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말은 즉.
베세르크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저 안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무리 서준이라도 위험한 건 위험한 것이었다.
어쩌면 살아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해야해요.”
해야만 했다.
“······”
단호한 서준의 말에 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시 위험한 곳을 자처해서 들어간단 말인가.
그렇기에 서윤은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되었음을 알고 있기에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키에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쿠오! 쿠오오오─!
균열의 하늘에서 다시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쥔 반대쪽 손을 앞으로 길게 뻗어보였다.
쿠르르르릉···!
뻗은 손의 주변으로 힘이 퍼져나간다.
강맹한 힘이 요동치며 풍경이 괴이하게 일렁인다.
마치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듯한 감각(感覺).
서준이 뻗은 손을 꽈득, 움켜쥐었다.
그 순간.
꽈드드드드드득!!
쏟아져내리는 몬스터 주변으로 시공간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이리나의 감각(感覺)과 더불어 인과붕괴(因果崩壞)의 묘리가 깃든 시공간 붕괴.
그 현상에 휘말린 몬스터 무리들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삽시간에 주위가 고요해진다.
뭐라 할 말이 없는 초월적인 무위.
“······”
“······”
이제는 놀랄 기력조차 없었다.
서준은 뻗은 손을 빠르게 회수했다.
몬스터 무리들을 쓸어버리기는 했지만,
이것도 잠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곧 있으면 게이트가 다시 몬스터 무리들을 쏟아낼 터.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게이트를 없애야 했다.
“제가 게이트를 클리어 할 때까지 버텨주세요.”
번쩍!
터져나오는 빛무리와 동시에 서준의 신형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서준은.
우우우우우웅···!
거대한 게이트 속으로 몸을 밀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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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게이트 속으로 몸을 밀어넣자마자 일순간 시야가 반전했다.
그리고 반전하는 시야와 함께 서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쏟아지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베세르크를 뛰어넘는 어떤 거대한 몬스터 또한 아니었다.
혼돈으로 얽혀있는 무저갱의 차원.
서준의 몸은 그 어떤 심연의 공간 속에 부웅, 떠올라 있었다.
서준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보였다.
그러나.
“크흑···!”
몸을 움직이자마자 끔찍한 압박감이 서준의 전신을 짓눌렀다.
압축기에 몸을 밀어넣는다면 꼭 이러할까.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어져만 갔다.
서준은 곧장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을 끌어내었다.
완전해진 베세르크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며 초월의 마력이 서준의 전신으로 폭사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솟구치는 초월의 힘.
하지만.
“······!”
서준의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이 크게 떠졌다.
완전해진 삼단전의 마력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무엇.
서준은 억지로 몸을 비틀어 주변을 둘러보았고,
곧 이 압박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혼돈으로 얽혀있는 무저갱의 차원인 이곳은 우주에 기거하는 모든 차원의 인과가 융합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전 차원에 존재하는 무한의 인과가 서준에게로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압박은 그 인과로 인한 것이었다.
그 인과의 압박에 서준은 정말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을 넘어 전신이 끊어질 것만 같은 통증이 인다.
마치 존재 자체가 붕괴될 것만 같은 격통이 이어진다.
아찔해지는 정신.
바로 그때.
【결국··· 이렇게 되었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의지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