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4
11화 – 첫 제자…?(2)
“다들 뭐하시는 겁니까?”
서준은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멘토와 아렌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 아래.
칼스는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하루 칼스는 한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한꺼번에 경험한 상황이었다.
제국의 태사, 아렌을 만나고.
아렌의 거처에 난생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서준의 진정한 무력과 동시에,
초월자 학원이라는 실체를 잠시나마 접했다.
한 마디로 칼스가 감당 가능한 경악과 공포.
그 양의 허용치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였다.
쿡쿡.
어쩌면 정말 석화 능력이 칼스의 정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중에 메두사 강사님 강의 들으면 초월 수료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사실 서준은 칼스가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현재 서준은 어마어마한 인과가 필요했고,
칼스를 가르친다면 그 인과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으니까!
‘지구로 돌아갈 인과는 충분할 것 같은데.’
아직 아렌이 정확한 인과를 계산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 당 500조라면 가능하고도 남을 터였다.
이로써 인과 걱정은 하나 덜은 셈.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서준은 바닥에 쏟아놓은 수많은 골드 더미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아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탁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러자 아렌은 금방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별 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서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서준은 그런 아렌을 따라 같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거처에 위치한 또 다른 방.
연구소 혹은 서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금 전, 깨끗했던 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간단히 말하면 개판이라는 뜻이었다.
서준은 지난 번의 기억을 되살려 방의 중심이 되는, 각종 마법진들이 낙서처럼 새겨진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서준이 자리에 서자 이윽고 아렌이 허공으로 손을 뻗어 보였다.
촤라라라락.
그러자 서준이 모아온 골드가 하나 둘,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대가로 소멸하는 듯한 모습.
그리고 그 모습과 동시에.
화아아아아아악!!
일순간 서준의 전신에서 청명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텅 비어있는 공간에 자그마한 무언가가 채워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 되었습니다···.”
그 사이로 아렌의 맥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역시 아렌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기엔 간단해 보였고, 시간 또한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서준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역시나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
그리고 예상대로 기존의 힘과 비교하여 10% 정도의 힘이 돌아와 있었다.
이로써 기존에 있던 5%와 더하여 약 15%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렌은 의자를 끌어 와 자리했다.
그런 아렌의 표정은 진이란 진은 다 빠진 듯 해보였는데···.
그것만 봐도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준은 그런 아렌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계의 공간을 무너뜨리는 대가로서 잃어버린 힘.
그로써 다시는 되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힘.
그 힘을 되찾게 해준 것만으로도 아렌은 서준에게 은인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아렌의 모습을 보아, 이 일이 아렌에게도 얼마나 고된 일인 지를 대번 알 수 있었다.
“아닙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김서준님께 바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도움을 주는 거니 그렇게 감사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걸··· 김서준님 차원의 말로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던가요?”
저런 말은 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서준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의미로.”
아렌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서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서준에게 가장 우선 순위는 당연 인과를 모으는 일이었다.
제국에 드리운 위협을 처리하고, 황제의 행방을 찾는 일.
그로써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 지구로 돌아가는 일.
그 과정에 베텔의 수작질이 있었지만 현재 서준에게 가장 우선 순위는 당연 이러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렌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시간이 지체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아렌의 부탁을 들어줄 가치는 충분했다.
고민도 없이 답을 하는 서준의 모습에 아렌은 고마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서준님이 인과를 모으시는 동안, 저는 저희 차원인 아스텔지아에 발생한 이상 현상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아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 한 쪽 구석, 아무렇게나 있는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서준에게 권했다.
아무래도 긴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서준이 의자에 앉자 이윽고 아렌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한 번도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어서 저도 당황했습니다만··· 김서준님이 말씀하신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 잡히는 것이 있더군요.”
“제가 한 이야기라면···?”
“경계의 공간을 무너뜨리신 이야기 말입니다.”
아.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이야기는 각설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존의 법칙에서는 존재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저희 차원에서 다시 살아난 것 같습니다.”
“존재할 수 없었던 무언가요?”
“네. 정확히는 관조자에 의해 지배되던 세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었던 무언가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김서준님이 관조자를 추방시키고 난 지금, 그것은 다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
서준은 아렌의 말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존재했으나 존재할 수 없었던.
그러나 다시금 존재가 가능해진 무언가.
‘무슨 말이야 이게.’
스무 고개도 아니고.
서준은 솔직히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맥락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아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
“아무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겨난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래서 저희 쪽 차원에 무언가가 어긋난 것 같습니다.”
아렌은 정확히 짚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죠?”
“그걸 모르겠습니다. 짐작이 가는 것이 수십 가지 있습니다만··· 말 그대로 수십 가지라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렌은 아직 거기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그런 아렌의 모습에 서준은 앞선 내용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존재했으나 존재할 수 없었던.
그러나 다시금 존재가 가능해진 무언가.
여전히 스무 고개같이 이해할 수 없는···.
“아!?”
그 순간 서준의 머릿속으로 퍼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다름 아닌 베세르크의 존재.
황제가 토벌하러 갔다 실종되었다던 베세르크는 사실 지구에서 서준에 의해 소멸한 존재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서준은 이곳에서 베세르크의 이름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존재했으나 존재할 수 없었던.
그러나 다시금 존재가 가능해진 무언가.
혹시 이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제 추측입니다만···.”
서준은 베세르크와 관련된 사항을 아렌에게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긴 설명이 끝이 나고.
“음···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요.”
아렌 또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눈썹을 살짝 치켜떠보였다.
“사실 아스텔지아에서 베세르크는 마왕과 같은 호칭의 개념입니다만··· 지구에 베세르크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존재가 있었다니···.”
아렌은 생각을 이어나가듯.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그보다 엘리안이 실종된 상황이었군요. 어쩐지 김서준님께서 엘리안이 아닌 황태자와 같이 계신다 했습니다.”
“엘리안이요?”
“아, 제 제자의 이름이 엘리안입니다. 제국의 황제죠.”
“아.”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아렌은 황제가 실종된 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차원의 상황을 조사한다고 신경을 쓰지 못한 듯 싶었다.
그리고 제자가 실종 상태임에도 아렌은 크게 걱정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엘리안이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엘리안의 실력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제자는 제자라는 것일까.
“베세르크와 더불어 엘리안을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이러면···.”
아렌은 살짝 걱정하는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정말 죄송스럽지만 저를 조금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서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렌의 표정을 보아하니 꽤 어려운 일인 듯 해보였지만···.
그래도 아렌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가치가 충분했다.
그리고 보아하니.
아렌은 황제의 행방에 대해 찾아나설 생각인 듯 싶었다.
어차피 서준 또한 황제의 행방에 대해 조사해야했던 상황.
따지고 보면 서준이 아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렌이 서준을 도와주는 격이었다.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렌은 고마움과 미안함.
둘의 감정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앞선 말씀대로 저는 차원의 현상을 조사하던 중, 유독 이상 현상이 심하게 발생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생각해 거처로 돌아와 준비를 갖추려 했던 찰나, 김서준님이 찾아온 것이지요.”
아렌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조금의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는 이곳을 제가 조사하려고 했었습니다만··· 김서준님께서 이곳을 조사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그동안 베세르크와 더불어 엘리안의 행방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아렌의 말은 역시나 서준의 예상대로였다.
당연히 서준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황제를 찾아야하는 상황에서 아렌이 알아서 찾아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베세르크에 관한 진실까지 알아봐주겠다고 하니.
서준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뭐, 어둠의 숲을 소탕하는 것이야 조금 미루어지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서준은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렌은 그런 서준의 모습에 깊은 감사를 건넸다.
그 모습이 왠지 양심에 찔렸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것이지 않은가!
“그곳이 어디죠?”
서준은 곧장 아렌에게 물었다.
“이곳 아스텔지아는 굉장히 넓은 차원입니다만, 사실 버려진 땅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아렌의 설명.
아스텔지아의 크기는 지구 전체 면적의 약 2배 정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면적만을 따졌을 경우였고, 그나마 쓸모 있는 땅.
그러니까,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땅만 계산하면 실제 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줄어들었다.
물론 그 마저도 지구를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지만.
“그리고 버려진 땅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곳이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우글거리는 몬스터들과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으로 악명높은 곳인데···.”
“응?”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아렌이 설명하고 있는 곳.
어디선가··· 들어봤던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마··· 어둠의 숲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라?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러자 아렌이 살짝 놀라며 반문했다.
서준은 설마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혹시 제게 조사를 부탁하고자 하는 곳이···?”
“네. 바로 어둠의 숲입니다.”
그 순간.
가만히 듣고 있던 멘토가 손바닥을 짝, 마주쳐보이며 소리쳤다.
이거 어째···.
일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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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칼스는 아찔했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옴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딱딱하게 굳어졌던 정신이 풀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쿡쿡.
무언가 옆구리를 찌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굳어졌던 정신 또한 빠르게 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정신이 풀어질 때 쯤.
칼스는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준과 함께 제국의 태사, 아렌을 만났던 일.
아렌의 거처로 향했던 일.
그리고 서준에게서 10경이라는 정신 나간 단위.
그것을 듣고 정신이 굳어버린 것까지.
‘응?’
칼스는 저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 떠진 두 눈.
그렇게 떠진 두 눈 사이로, 작디 작은 모습의 누군가가 칼스의 가슴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소인국의 나라에 있는 듯한 모습.
다름 아닌 멘토였다.
쿡쿡.
멘토는 칼스의 가슴 위에 앉아 칼스의 옆구리를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눈을 뜬 칼스의 기척을 느낀 것일까.
멘토는 아! 하는 표정과 함께 폴짝.
칼스의 가슴 위에서 내려왔다.
칼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로 그때.
“······ 응?”
칼스는 어딘가 사뭇 다른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칼스가 정신이 굳어졌던 당시.
그러니까 칼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아렌의 거처였다.
전반적으로 넓직하고 깨끗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의 방.
마치 속세를 벗어나 혼자 살고 있는 대현자의 집 같은, 그런 느낌의 방이었다.
하지만 지금.
주위로 비치는 풍경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스으으으···.
어딘가 으스스하면서도 묘한 살기가 느껴지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떤··· 숲이었다.
숲?
갑자기 숲이라니?
칼스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칼스는 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여, 여긴···?”
그 순간 칼스의 머릿속으로 이 장소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하지만 칼스는 애써 그 정보를 외면했다.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
아니, 그래서는 안되었으니까!
칼스는 현실을 부정하듯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칼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며 입이 쩌억, 벌어졌다.
“여, 여, 여, 여, 여기는···!”
칼스는 기겁을 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칼스는 정신이 다시 한 번 석화가 될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칼스가 있는 곳.
정확히는 기절했다 깨어난 이곳.
“어, 어, 어, 어둠의 숲이 아닙니까!!”
이곳은 다름 아닌 어둠의 숲이었으니까.
어둠의 숲이 당최 어떤 곳이란 말인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공간이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는 이 어둠은 이곳에 기거하는 몬스터들에게 기이한 힘을 선사했다.
그로써 어둠의 숲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수준이 달랐으며, 그들과 구별하고자 ‘마수(魔獸)’라는 개념이 새로 탄생할 정도였다.
이처럼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기에 제국은 이곳을 토벌하고자 했지만 수 없이 많은 토벌대를 파견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번번히 실패.
그렇게 어둠의 숲은 어느 누구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땅이자,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베텔이 제국의 위협을 어둠의 숲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었다.
어둠의 숲으로 서준을 보내 서준을 죽이고자 하는 목적.
그 정도로 어둠의 숲은 위험한 공간이었다.
억만금을 준다해도 누구도 가지 않는 공간.
그런데 그런 어둠의 숲에 내가 있다니!
갑자기 어둠의 숲이라니!
그리고 바로 그때.
끼에에에에에에─!
크워어어어─!
일순간 끔찍한 괴성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드리운 어둠으로 시뻘건 눈동자들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공간을 잠식하는 살기.
“어, 어억···!”
칼스는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석화가 될 지경이었다.
칼스가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하지만,
제국의 몇 안되는 실력자라고는 하지만,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들에게는 부족했다.
괜히 미지의 땅이자 버려진 땅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죽는다.
칼스는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목도할 수 있었다.
“도, 도망쳐야합니다!”
칼스는 이를 까득, 깨물며 소리쳤다.
도망치기엔 늦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칼스는 두리번두리번, 멘토를 찾았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일까.
멘토는 그런 칼스가 의뭉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아니, 왜 도망치냐니?
저기 어둠으로 보이는 시뻘건 눈동자들을 보면 답이 안 나오나?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칼스는 고함을 지르듯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멘토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끼에에에에에에─!
크워어어어─!
그 순간 터져나오는 끔찍한 괴성.
이윽고 시뻘건 눈동자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칼스는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검을 움켜쥐였다.
아무리 그래도.
멘토를 버리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제국민 위에 군림하는 황태자.
그리고 권위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듯 마땅한 의무 또한 있는 법이다.
비록 멘토가 이방인이라 하더라도,
무고한 이를 혼자 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칼스는 꽈득, 검을 움켜쥐었다.
덜덜덜···.
그러나 검을 움켜쥔 손이 떨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주변으로 끔찍한 힘이 폭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칼스가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던 초월(超越)의 힘이었다.
제국의 황제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말 그대로 이 세상 그 어떠한 것으로도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힘.
터져나온 초월의 힘은 드리운 공간 전체를 잠식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
소리가 사라졌다.
이윽고 색이 흐려지며 만물의 형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세계의 윤곽이 붕괴한다.
모든 것들이 혼돈으로 화한다.
그와 동시에 내리 꽂히는 한줄기 섬광.
공간이.
시간이.
그리하여 만상(萬狀)이
붕괴(崩壞)한다.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제 1형(第 一形).
만상붕괴(萬狀崩壞).
.
.
.
정적이 흘렀다.
정적?
이것을 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땅이 갈라지며 갈가리 찢겨진 지면이 위로 솟구쳤다.
그러나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마치 공간에 소리를 베어낸 것처럼.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그 어떠한 소리가 들려오질 않는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공간의 색이 바뀌었다.
빛 한 점 드리우지 않은 칠흑의 공간.
그곳엔 찬란한 태양과도 같은 빛이 작렬하고 있었다.
세상의 윤곽이 무너진다.
풍경 전체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인다.
공간과 시간.
세계를 구성하는 시공간이 붕괴된다.
그곳엔 알 수 없는 혼돈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린다.
만상(萬狀)이
붕괴(崩壞)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만상이 붕괴하는 시공간 속.
끼에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마수들이 일시에 소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야에 비치는 모든 공간이 아작이 나버렸다.
아작?
아니, 아작이 난 수준이 아니었다.
뻥 뚫려버린 어둠의 숲.
이건 공간 자체가 개변(開變)한 수준이었다!
“어, 어, 어, 어, 어···!”
말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압도적인 무위.
칼스는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후우···!”
그리고 그 사이로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동이 조금 있는 지 살짝 지쳐있는 모습.
칼스는 그런 서준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내뱉은 한 마디.
“······ 과외비가 500억 골드라고 하셨습니까?”
제국에 남아있는 예산이 얼마나 되더라.
칼스는 아렌이 대체 왜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끌어모으라 했는지.
이제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