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43
43화 – 수련
“하하···”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지민의 모습에 서준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서준은 그저 멀린에게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의 생각을 덧붙인 것뿐이었는데, 저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다.
사실 지민이 저렇게 생각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초월자 학원의 강의는 말 그대로 초월자들을 위한 강의.
강의에 나오는 모든 내용들은 초월자가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라 볼 수 있었고, 그건 당연하게도 지민의 생각이나 지식을 초월했으니까.
“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거지?”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지민은 서준을 다시 없을 천재를 보듯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준은 하나의 의문이 스치듯 떠올랐다.
‘지식도 하나의 상품으로 치면··· 내가 사람들을 가르쳐서 받는 수강료는 경우가 어떻게 되는거지?’
어떻게 보면 키비시스를 연구용으로 빌려주면서 받는 돈과 같은 맥락으로 보이지만, 조금 살펴보면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키비시스는 물건 자체를 빌려주는 것이었지만, 이건 서준의 지식을 나누는··· 그러니까, 파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엄격히 따지면 서준의 지식이 아닌 멀린의 지식인 건 맞았다.
하지만 습득하고 배우는 순간 그건 서준의 지식이라 할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방금 내뱉은 던전의 뒤틀림에 대한 가설은 멀린이 아닌 서준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초월자 상점의 장비들과는 달리 서준이 노력해서 깨달은 지식은 분명 다른 의미로 적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멀린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서준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고작 수강생인 내게 배우려고 하냐는 점인데···’
서준이 슬쩍 시선을 내려보자 지민의 눈은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민은 곧 서준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마나가 어떻고, 법칙이 어떻고, 하는 각종 정의론부터 시작해서.
이건 어떻게 생각하냐. 저건 또 어떻게 생각하냐하는 가설들까지.
당연했지만 대부분 마도학과 관련한 것들이었고, 서준은 본인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대답했다.
잘만 하면 지민이 배움을 요구할 수도 있을지 몰랐으니까.
“하하···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역시나,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멀린에 비해 초라하다고는 하지만 지민은 다음 세대의 마성(魔星)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서준은 마도학의 마자도 모르는 평범한 프로 헌터 지망생.
멀린 강의 진행률이 17.9%에 불과한 이론으로는 지민의 지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아··· 마도학의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구나.”
지민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정말 예상치도 못한 발상이었어. 흐음··· 이거는 한 번 제대로 연구해봐야겠네.”
이어 지민은 주저없이 몸을 돌렸다.
볼 일이 끝났으니 더 이상에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 매몰차게 등을 돌리더니.
“그럼 난 간다. 나중에 연구소로 초대할게.”
그대로 떠나가버렸다.
정말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나가는 지민의 모습.
서준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툭, 말을 내뱉었다.
“……매체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특이한 분이시네요.”
“언니가 그런 소리를 많이 듣곤 하죠. 그래서 저도 가끔 정말 마성이 맞나 싶기도 해요.”
서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검성, 칼리아 그리고 마성의 제자까지.
평생 한 번 만나보기도 힘든 사람들을 벌써 3명이나 만난 서준.
‘이러다 나중에 위대한 목소리도 찾아오는 거 아닌가 몰라.’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민이 떠나간 드림 아카데미는 오래간만에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하나!”
물론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서준과 서윤에게는 더 없이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둘!”
한 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서준이 더 이상 쇠붙이가 아닌 키비시스를 매달고 과제를 수행하는 점이었다.
무게를 늘릴수록 효율이 급증하는 케이론의 과제.
그렇기에 서준은 쇠붙이들을 몸에 붙여가며 과제를 수행해왔지만,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키비시스는 그런 제약이 없으니 이제 서준은 빠른 속도로 모든 과제를 끝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무거워진 무게에 역발산의 힘을 사용하며 과제를 수행해야했지만.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은 강의별 과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쿵.
서준이 키비시스를 내려놓자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짐작케하는 진동이 울려왔다.
서준은 키비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스마트폰을 들어 초월자 학원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케이론, 석가모니, 항우, 멀린 순으로 강의를 수강했다.
[이쯤되면 어느 정도 직감에 대해 이해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직감을 이해했다고 자만하지 말도록. 지금 배운 직감은 말 그대로 초월자 ‘입문’의 과정이니까. 해서 이번에는 그 직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감각도 숙련도를 올릴 수가 있어?”
[존재의 본질과 정의. 과연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끊임없이 해보길 바란다. 초월자 시험에서 항상 출제되는 문제이고 또한 초월자라 함은 각기 저 마다의 답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나는 누구냐에 대한 답이라…”
[창을 다루는 법은 다양하다. 무작정 휘두른다고 전부가 아니야. 단기접전을 할때와 다수를 상대할 때가 다르고, 평지에 있을 때와 말을 타며 휘두르는 창술은 또 다르지. 오늘은 각 상황에 따른 창술을 알려주겠다. 먼저 단기접전때다.]“……방금 어떻게 한거야?”
[마나를 이해한다 함은 곧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과 다름 없소. 아마 마법사가 아닌 초인들도 본인의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훗날 마나 연공법을 배울 때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니 집중해서 수강하시길 바라오.]“정신이 나갈 것 같아…”
.
.
그렇게 모두 끝난 강의.
“음···”
서준은 진행된 강의 진행률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진행률이 너무 더딘데···”
서준은 남은 프리패스 기간을 확인했다.
25일밖에 남지 않은 프리패스 기간.
그리고 아직 하나도 수료하지 못한 강의들.
“강의 하나 정도는 프리패스가 끝나기 전에 수료하고 싶은데.”
서준은 다시 한 번 강의 진행률을 확인했다.
진행률만 보면 일단 석가모니와 멀린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었다.
하지만 60%대인 케이론이나 항우 정도는 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진행률은 장장 65일 간에 걸친 성과였다.
단순 계산만 따져도 1일 평균 1%가량 올린 셈.
물론 남은 프리패스 기간이 25일이었고 시간은 촉박하긴 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항우와 케이론. 두 강의에 집중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두 강의 혹은 한 강의에만 집중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흐음···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서준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실 강의를 수료하지 못하더라도 큰 상관은 없었으니까.
아닌게 아니라 프리패스를 재구매하면 강의를 이어서 들을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하면서 벼락치기를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다름 아닌 프리패스 가격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것.
“확실히 억 단위는 넘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서준의 계좌에는 약 2,500만원이 있었다.
25일 안에 억 단위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즉, 프리패스 만료 시기에 맞춰 서준이 프리패스를 바로 재구매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기에 프리패스가 끝나기 전, 케이론이나 항우의 강의를 수료해두면 다음 프리패스를 위한 인과를 모으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두 강의에 집중하는게 맞기는 한데···”
문제는 집중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료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서준은 고개를 휙휙, 돌려 서윤을 찾았다.
그러자 저 멀리, 서윤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서준은 성큼성큼, 서윤에게 걸어갔다.
“서윤씨. 뭐 좀 여쭤볼게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답이 없는 서윤.
“으음··· 어떡하지?”
정확히는 답이 없는게 아니라 서준이 말을 건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뒤를 이어 서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새로운 수강생들이 들어오면 나 혼자 가르칠 수가 없으니 강사를 고용해야하는데…”
“서윤씨?”
“그런데 아무나 막 초빙할수도 없고··· 월급은 또 얼마를 줘야하고··· 하아, 내가 다시 레이드를 뛰어야하나…”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 서윤.
서준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서윤씨!”
“핫! 네, 네? 부, 부르셨어요?”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치켜드는 서윤.
서준은 괜시리 새어나오는 미소와 함께 서윤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불러도 답이 없으세요.”
“그게… 사실 수강생 모집 계획을 짜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그걸 좀 고민하느라···”
“아··· 그러셨군요.”
어쩐지 요즘 서윤이 바빠보이더니 저것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서윤은 멋쩍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아, 그게 다름 아니라 근 시일내에 잡혀있는 아카데미 대회가 있나 해서요.”
“아카데미 대회요?”
“네. 저번 아카데미 경합이나 최근 던전 소탕 콘테스트같은 거요.”
현재 서준의 목표는 다름 아닌 남은 프리패스 기간 안에 최소한 강의 하나를 수료하는 것.
그리고 그 강의 진행률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실전이었으며, 실제로 서준이 강의 진행률을 대폭 올렸던 경우가 모두 그러했다.
계속해서 던전 레이드를 반복하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던전 소탕 콘테스트에서 겪어본 바, 1~2성 던전은 많은 경험치를 주지 않았다.
최소한 4성 던전을 가야 하는데 그런 돈이 되는 던전들은 경쟁이 심했고, 하루에 많아야 1~2개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회에는 우승 상금이 있었다.
강의 진행률과 돈,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
따라서 현재로서 서준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아카데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근 시일 내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서준은 프리패스 기간을 생각하고는 답했다.
“한 20일 내로요.”
“20일··· 20일 내로 있는 일정이···”
서윤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없네요.”
서윤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 없습니까?”
“네. 전부 다음 달에 몰려 있네요. 아무래도 지금이 새학기를 준비하는 시즌이라 대회 일정이 없는 것 같아요.”
서준은 어딘가 맥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결국 강의와 던전 레이드만 반복해서 강의 진행률을 올려야 했다.
“다음 달에 헌터밀에서 개최하는 모의고사가 있기는 한데…”
“모의고사요···”
모의고사.
말 그대로 진짜 시험이 아닌 ‘모의’ 시험을 뜻했다.
그리고 그 존재의 이유는 여타 다른 모의고사와 동일했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프로 헌터 시험.
한 번 떨어지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하니 그 시험이 주는 압박감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다시 말해 긴장 때문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수강생들이 정말 많았다.
이에 각 헌터 아카데미들은 수강생들을 미리 연습시키고자 자체 모의고사를 만들어 치르게 했다.
따라서 각 아카데미마다 치르는 모의고사도 다 달랐다.
하지만 한국의 3대 아카데미라 불리는 헌터밀, 에일, 가온.
이 세 곳에서 개최하는 모의고사는 모든 수강생들이 응시가 가능했으며, 그렇기에 거의 대회를 방불케할 정도로 스케일이 컸다.
오죽하면 이 모의고사 점수가 곧 프로 헌터 시험에서의 점수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렇기에 이 모의고사에서는 이준환을 능가하는 수강생들도 대거 참가할 것이 분명했다.
상금 또한 장학금 형식으로 상당히 액수가 컸으며, 무엇보다 강의 진행률을 능히 올릴 수 있을 터.
‘하필 다음 달이라니···’
하지만 모의고사가 개최되는 다음 달은 프리패스 기간이 끝나는 기간이었다.
참가는 하겠지만 지금의 서준에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서준은 아쉬운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 해보는데까지 해봐야지.’
서준은 곧바로 스마트 폰을 들어 초월자 학원에 다시 접속했다.
바로 케이론과 항우의 강의를 연강하기 위함.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로가 쌓이긴 했지만 해보는데까지 해보기로 했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했다.
서준은 먼저 케이론의 강의를 연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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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직감에 대한 이해다. 음··· 혹시 수강생들 중에 이 강의의 제목에 의문을 던진 존재가 있는가? 바로 ‘전투 초월자 입문의 필수 강의.’ 라는 제목을 말이다.] [직감에 대한 이해는 바로 이 의문에서 출발한다. 자, 전투 초월자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지? 그렇다. 전투 직종의 초월자. 허면 전투 직종의 초월자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초인 그리고 마법사.] [초인이 직감을 배워야하는 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법사는? 그들도 직감이 필요할까? 내 답은 강의 제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투 초월자 입문의 필수 강의.’] [마법은 하나의 술식이다. 복잡한 이론 같은 건 알지 못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고 있지. 술식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술식은 수많은 법칙 중 하나이다. 생각해보라, 술식을 뒤엎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법칙 앞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마나가 뒤틀린 상태라면? 영창이나 마나를 제약당한 상태라면? 법칙마저 뒤흔드는 마력의 폭발이 발생한 직후라면?] [술식은 완벽하지 않다. 언제고 뒤틀리고 틀릴 수 있지. 변화무쌍한 상황에 따라 술식 또한 변화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직감(直感). 명심해라, 직감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법칙으로 존립할 수 있음을.]“……한 번도 생각 못해봤던 의문인데. 초월자는 진짜 대단하구나.”
서준은 케이론의 강의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끝난 케이론의 강의.
서준은 이어서 항우의 강의를 시청했다.
그런데.
[아, 참. 이제 곧 초월자 시험 모의고사가 다가오는 걸로 아는데.]케이론의 마지막 한 마디가 서준을 멈칫하게 했다.
계속 이어지는 케이론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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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의는 끝났고.
“……초월자 시험에도 모의고사가 있었어?”
서준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