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48
48화 – 수료(2)
예고도 없이 터져나오던 엄청난 기운은 꽤 오랫동안 그 현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점차 서준의 몸 안으로 갈무리 되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힘이 서준의 몸 곳곳에서 흘러넘쳤다.
서준은 가만히 눈을 감아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그러자 느껴지는 상당히 익숙한 힘.
“이건··· 역발산(力拔山)의 힘이잖아?”
그것은 다름 아닌 서준이 역발산의 힘을 이끌어 낼 때의 힘과 상당히 흡사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 설마···?”
서준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롱기누스의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가볍게 롱기누스의 창을 휘둘렀다.
그런데.
후우우우웅!
휘둘러지는 궤적을 따라 상당한 풍압이 터져나왔다.
누가 봐도 가볍게 휘두른 모양새는 아니었다.
마치 역발산의 힘을 담은 것과 같은 풍경.
“뭐지?”
서준은 다시 한 번 롱기누스의 창을 가볍게 휘둘러보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후우우우우웅!!
아니, 오히려 적응을 한 모양인지 방금 전보다 더욱 거세진 위력.
“……역발산의 힘이 그냥 담긴다고?”
역발산의 힘을 끌어내지 않아도 모든 창격에 역발산의 힘이 담긴다.
서준은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 본인 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준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모든 창격에 역발산의 힘을 담을 수 있었다.
마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역발산의 힘이 롱기누스의 창에 담겼다.
“와···”
서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들려오는 스마트폰 알림음.
“에필로그 강의?”
서준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이미 항우의 강의를 한 번 완강··· 아니, 멘토식 표현으로 1회독을 한 서준이었지만 처음보는 강의였다.
아무래도 강의를 수료해야지만 들을 수 있는 강의인 모양.
서준은 별 고민없이 수강버튼을 눌렀다.
꾹.
.
.
[크하하하하! 너희들도 강의를 수료하는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평생 안 올 줄 알았건만!] [내 강의 수료한 수강생들은 처음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테지! 아마 자유자재로 역발산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고작 그런거 가지고 어깨가 으쓱하는 수강생들은 없겠지? 부디 없기를 바란다.] [역발산은 초월자 과정 중 기초 중에서도 기초. 말 그대로 초월자 길을 걷기 위한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래도 정신 못차리는 수강생들이 분명 있을거다! 매번 그랬거든!]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데 너흰 그저 일반 쓰레기에서 재활용 쓰레기로 탈바꿈한 셈이야! 결국 너네들이 아직 쓰레기라는 사실은 변함없단 말이다!]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항우는 투박하면서도 선선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도 강의를 수료한 건 축하할 일임에 틀림없지! 크하하하하! 이 강의에서 너희들에게 가르칠 건 더 없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스스로에게 맞는 창법을 배우고 그것을 갈고닦아 진정한 초월의 길에 정진하도록!] [그리고 그 길은 무척 험난한 길일 것이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을 것이며,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매 순간순간 의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초월에 정답은 없다. 아니, 비단 초월 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정답은 없어.]서준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항우의 말.
서준은 이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으니까.
물 분자를 구하는 공식은 하나다.
H2O.
하지만 물을 표현하는 방식은 3가지다.
물, 얼음 그리고 수증기.
우리가 진리라 생각하는 그 과학의 공식조차 하나의 정답이 되지 못한다.
하물며 우리네 삶은, 인생은 어떠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서준의 생각에 호응하듯.
[그러니 네가 선택한 것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되면 그 방향을 확신해라!]이윽고 항우가 그 특유의 짐승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속력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
이제 검은 화면만을 비추는 에필로그 강의.
별 다른 일이 없다면 저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사로잡혀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항우가 재활용이라는 단어도 알고 있네.”
다만 웃음을 터트리며 여운을 털어낼 뿐이었다.
#
서준은 다시 드림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항우의 강의를 수료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선택 과목 1 모의고사가 끝난 지금.
다음 선택 과목 2의 모의고사는 3일 뒤에 치러질 예정이었기에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드림 아카데미로 돌아온 서준은 곧바로 두리번두리번 서윤을 찾았다.
그러다 책상에 앉아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서윤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물었다.
“서윤씨.”
“…네, 네?”
서준이 묻자 서윤이 살짝 놀라며 반문해왔다.
흑요석을 닮은 눈동자와 함께 놀라는 표정이 꽤나 우스워 서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슨 일이신데요.”
그런 서준의 모습에 괜시리 뾰루퉁한 표정으로 답하는 서윤.
서준은 미안하다는 듯 손사래를 한 번 쳐보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난 번에 헌터밀 모의고사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아마··· 이때 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헌터밀 프로 헌터 모의고사.
한국 3대 아카데미라 불리는 헌터밀, 에일, 가온 중 헌터밀에서 개최하는 모의고사로 전국의 모든 수강생들이 응시할 수 있는 모의고사였다.
서준의 기억이 맞다면 프리패스가 25일 남은 시점에서 분명 다음 달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프리패스가 남은 기간은 5일.
“아, 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오늘부터 일주일간 참가 신청을 받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참가하실 거죠?”
서준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릴게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럼 지금 바로 참가 신청 해드릴게요.”
서윤은 작게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묘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 헌터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프로 헌터 시험의 ‘모의’ 시험이었다.
당연하게도 프로 헌터 시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리고 명문 중의 명문인 헌터밀에서 개최하는 프로 헌터 모의고사.
전국의 내로라하는 프로 헌터 지망생들이 몰리고 몰린다.
무엇보다 헌터밀의 유망주들은 물론, 가온과 에일의 유망주들도 참가한다.
그렇기에 가히 프로 헌터 시험과 다를 바 없었으며, 이곳에서의 점수가 곧 프로 헌터 시험에서의 점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다.
물론.
서준의 초월자 모의고사 점수는 처참하다 못해 개박살이 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초월자’ 모의고사였기 때문이었다.
프로 헌터 시험은 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항우 강의를 수료하면서 서준이 얻은 역발산의 힘.
역발산의 힘은 헌터로 따지면 오러 소드와 엇비슷했으며 더하여 롱기누스의 창까지 지닌 지금.
‘나는 어느 정도일까.’
서준의 심장은 여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었다.
“참가신청 완료 되었고··· 시험은 별다른 일 없으면 10일 뒤에 시행될 예정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서윤의 말에 서준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려는데.
‘음··· 그러고보니 지금 서윤씨랑 대련하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네.’
문득 떠오르는 의문.
서준은 빤히 서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왜…그러…시죠?”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서준의 행동에 서윤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은 것인가 싶은 것인지 서윤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서준은 그런 서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니다. 강의 진행률 올릴 것도 없는데 굳이.’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멋쩍게 웃음을 흘려버렸다.
서윤은 그런 서준을 의아스럽게 바라봤지만, 서준은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듯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수강생 모집은 잘 되어가세요?”
“아··· 그게.”
서윤은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더니 고민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그것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새로 수강생을 모집하면 할아버지가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요. 서준씨야 어떻게 잘 넘어갔지만···”
“아···”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검성과의 첫 만남을 미루어볼 때, 새로운 수강생이 들어오면 검성이 또 때리러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음··· 차라리 그때 검성님과 제대로 대련을 해볼까?’
이런 서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은 그래도 할아버지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강사님을 누구를 초빙해야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네요.”
“강사님이요? 서윤씨가 직접 가르치시는 거 아니셨나요?”
“제가 주로 가르치기는 할건데 그래도 제가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요. 수강생들 각자의 개성이 있는데 어떻게 제 방식대로만 가르칠 수 있겠어요.”
서준은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단순히 가르치면 끝인 줄 알았던 서준의 입장에서는 생각지 못한 발상.
한때 선생님이 꿈이었다고 하던데 단순히 치기뿐인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서준은 서윤이 드림 아카데미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더하여 그러한 사정을 하나하나 헤아린 초월자 학원이 얼마나 대단한 지 또한 서준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각 분야 맞는 강사님들이 한 분씩은 있야하는데 아무 강사님들을 초빙하자니 좀 그렇고. 그렇다고 인기 강사들을 구하자니 돈이 안되고···”
서준은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에 서윤에게 물었다.
“인기 강사님들 연봉이 얼마나 되는데요?”
“강사님들마다 차이가 천차만별이지만··· 인기 강사라 하면 한 달에 억대는 기본에 탑이라 불리는 이들은 수십 억은 줘야해요.”
“예?!”
서준은 정말 깜짝 놀랐다.
인기 강사들의 수입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억대 연봉이 아니라 억대 월급.
괜히 프로 헌터를 은퇴하고 아카데미를 차리거나 강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 번 해봐?’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면 마성의 제자 지민에게 멀린의 가르침을 줄 생각도 했지 않았는가.
이것 또한 마찬가지.
무엇보다 돈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서준에게 좋은 수입원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문제는 누가 수강생한테 배우고 싶어하냐 이거지.’
하지만 서준은 금방 고개를 털어내었다.
지난 콘테스트에서 서준의 이름이 알려졌다고는 하나 서준은 아직 수강생에 지나지 않았다.
비싼 돈 내고 배우려는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프로 헌터 자격증이 있는 강사들을 원할 터.
그렇기에 서준은 그 생각을 서윤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헌터밀 모의고사에서 뭔가를 보여주면 달라지려나?’
그 희망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헌터밀 모의고사.
그곳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넘어 어떤 특별한 것을 보여준다면 마냥 헛소리만은 아닐 수 있었다.
“혹시 제 도움 필요한 일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서준은 서윤에게 넌지시 암시를 주는 듯 마는 듯 자리를 떠나갔다.
#
다시 3일이 지났고 서준은 초월자 모의고사 선택 과목 2를 치렀다.
그리고 과목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창의 숙련에 연관한 것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창법 이해에 관련한 것.
아직 제대로 된 창법을 배우지 않은 서준은 어떻게 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정말 아쉽게도 서준은 케이론의 강의 진행률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종료된 초월자 모의고사.
『[전투력] – 4.2/100 (과락).
[기초 체력] – 3.7/100 (과락). [임기응변] – 2.3/100 (과락) . [마나] – 1.2/100 (과락). [멘탈] – 9.8/100 (과락). [선택 과목 1] – 5.1/100(과락). [선택 과목 2] – 2.7/100(과락).』7과목 합산 점수였으니 700점 만점에 29점을 받은 서준.
“나 참. 누가 보면 100점 만점인 줄 알겠네.”
서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강의 진행률을 확인했다.
“그래도 항우 강의를 수료했으니까. 음… 케이론 강의가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프리패스 기간이 남아있기도 하고.”
서준은 남은 프리패스 기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케이론 강의 수료까지 남은 강의 진행률은 5.1%
던전을 빡세게 돌면 어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그때.
뿅!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을 뚫고 멘토가 튀어나왔다.
어김없이 같은 방법으로 등장하는 멘토. 하지만 평소와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오셨어요?”
이번만큼은 서준이 놀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멘토가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서준은 설마 즐기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리패스 끝나기 전에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강의 하나도 수료한 지금. 아마 이때 쯤 오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죠.”
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항우 강사님 강의를 수료했습니다. 케이론 강사님 강의도 곧 수료할 예정이고요.”
서준은 멍한 표정을 짓는 멘토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곧 프리패스도 끝나겠다. 이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어떤 강의가 좋을지 상담을 좀 하고 싶은데요.”
그러자 봇물 터진 듯 이야기를 쏟아내는 멘토.
“그 전에!”
하지만 서준은 멘토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죠?”
그러자 깜빡했다는 듯 놀라는 멘토.
이내 멘토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