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5
5화 – 초월자 학원(2)
서준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초월자 학원. 갑자기 사라진 300만원. 스마트폰에서 튀어나온 작은 남자.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서준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물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멘토멘토시라고요?”
“이름이 멘토멘토이신 거예요?”
그러자 멘토멘토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답을 해왔다.
멘토멘토가… 아니, 멘토가 유쾌하게 웃었다. 서준은 그런 멘토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제가 알고 있는 그 멘토는 아니시죠?”
“그··· 오디세우스의 스승님이 멘토라고 알고는 있는데…”
그러자 멘토가 손뼉을 짝! 치며 반가워했다.
미친.
그런 멘토의 모습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았다.
서준이 알기로 멘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오디세우스를 키웠다시피한 존재였다.
오늘날까지도 멘토라는 말이 훌륭한 조언자를 지칭하는 말로 남아있을 정도로 오디세우스에게 있어 멘토는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였다.
그런데 눈앞의 작은 남자가 그런 멘토라고?
평소라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무시했겠지만, 지금 상황이 마냥 개소리만은 아님을 서준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멘토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었나?
서준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제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가거든요. 그러니까···”
서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멘토가 바로 말을 이었다.
“초월자요? 헌터가 아니라요?”
이번에는 멘토가 되물었고, 서준은 헌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멘토는 금방 그 개념을 이해하더니 서준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S급 헌터들은···”
“….”
서준은 할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초월자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거죠?”
서준은 무언가를 더 물으려 했지만 멘토의 말이 한 박자 더 빨랐다.
이어 멘토가 서준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눌러 조작했다.
그러자 깜빡거리며 변하는 화면.
『신규 수강생 개인별 맞춤 코스를 위한 사전 설문조사!』
[Q1. 초월하려는 직종을 선택해주세요.]①전투 ②생산 ③의료 ④정신 ⑤예술 ⑥기타
“이게··· 뭐죠?”
멘토의 말에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어디까지 하나 해보기로 했다.
서준은 잠깐의 고민 끝에 전투 항목을 골랐다.
그러자 화면이 잠시 깜빡거리더니 새로운 화면을 비쳐보였다.
[Q2. 현재 본인의 경지를 선택해주세요.]①초월자에 거의 다다랐으나 2% 부족한 경지.
②천하제일인이지만 고금제일인까지는 아닌 경지.
③대평원을 진각으로 밭갈이 할 수 있는 경지.
④일격에 태산 정도는 가볍게 가를 수 있는 경지.
⑤태산까지는 아니나 역발산은 가능한 경지.
“음···”
“아, 그게··· 두 번째 질문에서 뭘 선택해야할지 몰라서요.”
서준의 말에 멘토가 가까이 다가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뇨.”
“전혀요. 오르는 건 어찌 가능은 합니다만.”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멘토.
“할 수 있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S급 헌터 정도면 흉내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서준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광고가 오던데요.”
고개를 갸웃 거리는 멘토의 모습에 서준은 방금 왔던 메세지를 보여주었다.
멘토는 화면에 비친 메세지를 확인고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멘토는 금방 표정을 바꾸며 소리쳤다.
멘토가 스마트폰을 다시 조작하자 화면이 바뀌며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Q3. 선호하는 전투 방식을 선택해주세요.]①검 ②도 ③창 ④마법 ⑤활 ⑥권법 . . .
이번 건 페이지를 넘어가 거의 200종류에 육박했다.
과장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투 방법을 적어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서준은 고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헌터 아카데미를 들어가려는 순간부터 서준은 창을 쓰려고 했었으니까.
이후 설문 조사는 계속 이어졌고 서준은 그것에 충실히 답변했다. 중간중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사기든 아니든 끝까지 해보기로 생각했다.
[Q108. 회원님의 개인 인과율 정보 제공에 동의하십니까?]①동의 ②미동의
그렇게 마지막 동의버튼을 누르자 멘토가 손바닥을 짝! 마주치며 말했다.
“아··· 네. 뭐.”
그러더니 멘토가 허공에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서준의 스마트폰으로 팝업창이 떠올랐다.
『[피지컬은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 종이 쪼가리다. (강사: 석가모니)]』
『[전투 초월자 입문의 필수 강의. (강사: 케이론)]』
서준은 뜨끔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멘토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석가모니요?”
멘토가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준은 미친 생각임을 알았지만 밀려오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석가모니라면··· 설마 부처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
서준은 어처구니가 없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그 강의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서준은 주저없이 석가모니의 강의를 눌렀다.
[피지컬은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 종이 쪼가리다. (강사: 석가모니)]“부동심?”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멘토가 바로 답을 해왔다.
“정신이 나간다고요?”
뿅!
그러면서 순식간에 사라진 멘토.
그런 멘토의 모습에 서준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지만 금방 털어내었다.
“이게 참···”
일단 믿기로 한 거 끝까지 믿어보자.
서준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복잡한 생각을 밀어내며 강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꾹.
.
.
.
[세상이 어디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화면 속 등장한 사람은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명한 절에 가면 진한 향 냄새와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그 황금빛 동상의 모습.
그 동상이 사람의 피부톤을 가진 채, 살아 움직인다면 딱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었다.
“진짜 부처인건가···?”
서준은 강의를 계속 들었다.
[그대가 느끼는 세상이 진짜 세상인가. 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은 모두 의식을 가진 존재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란 무엇인가. 잘생겼다. 나이가 많다. 키가 크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그대를, 나를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잘 생겼다는 비교의 대상이다. 누구보다 키가 크다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의 빈 공간에 홀로 존재한다면 내가 잘생긴 것인지 내가 키가 큰 것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도, 알 방법도 없다.] [나이 또한 그러하다. 홀로 존재하는 시공간 속.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애초에 1년이란 단위는 만들어진 개념에 불과하다.] [나이가 몇 살이다. 키가 크다. 잘 생겼다, 못 생겼다. 이러한 말들은 결국 나를 정의할 수 없다.]순간 화면 속, 석가모니 옆으로 작은 아이가 비쳐보였다. 동승처럼 보이는 한 아이.
석가모니는 그런 동승에게 물었다.
[불심아, 당과와 연과가 있는데 너는 어느 것이 더 좋으냐.]세상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듯한 동승은 해맑은 얼굴로 답을 했다.
[불심이는 당과가 더 좋아요!]동승의 대답에 석가모니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과를 건넸다.
동승은 배시시 웃으며 석가모니에게 고개를 꾸벅, 화면에서 사라졌다.
석가모니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불심이는 자신을 나라고 표현하지 않음을 눈치챘는가. 정확히는 자신을 나라고 규정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는 ‘나’라는 말을 알지도 인지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사람들이 자신을 불심이라 부르니, 불심이라는 존재만 떠올릴 뿐이다. 나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 상대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특정짓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다.] [나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할 상대가 없다면 그 어떠한 것으로도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존재가 어찌 존재한다 말할 수 있는가.] [결국 우리는 존재의 필연성에 기대어 존재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건 비단 우리들 뿐만 아니라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이 그러하다.] [누군가 비교해주지 않으면, 누군가 관찰해주지 않으면 이 우주의 어느 것도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이 우주라는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우주는 그대들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주도 누군가의 관측이 없으면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상도 못할 만큼 광활하다 생각되던 우주는 기나긴 칼파라는 시간을 지나 그대가 나타나며,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세상이 바로 그대가 존재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는, 이 우주는 결국 그대들이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생성되며, 그대들이 눈을 감는 동시에 소멸된다.] [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가 세상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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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상한 학원이네···”
더하여 서준은 멘토가 남기고 간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