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54
54화 – 이벤트 매치(1)
의견은 빠르게 헌터밀 수뇌부 쪽으로 전달되었다.
수뇌부들은 다시 한 번 긴급 회의를 열었고, 이벤트 매치가 결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시에 서준의 의견 또한 받아들여졌다.
서준의 말처럼 이벤트 매치는 모의고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 그대로 이벤트 매치였으니까.
그렇게 측정된 상금은 10억이었다.
모의고사 우승 상금과 동일한 금액.
그리고 이러한 수뇌부들의 결정에 몇몇 사람들은 이번 이벤트 매치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헌터밀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 보네.”
“뭐, 그럴 수밖에 없겠지. 가온도, 에일도 아닌 3부 리그 아카데미랑 독학 수강생한테 발린 격이니까.”
헌터밀 모의고사에서 헌터밀 수강생이 1위를 놓쳤다.
그렇다고 2위도 아닌 3위에 머물렀으며, 그 대상이 경쟁 아카데미인 가온도, 에일도 아니다.
아무리 수강생 개개인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헌터밀이 3부 리그 아카데미와 독학 수강생에게 밀린 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하여 그 결과가 지금 전국적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는 것.
한국의 3대 아카데미 중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헌터밀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자존심과 더불어 각종 사건 사고로 점칠된 이번 모의고사를 이대로 중단하기에는 헌터밀이 입는 이미지 타격도 컸다.
그렇기에 이벤트 매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었고.
혹여 그곳에서 김강철이 서준을 이기기라도 한다면.
헌터밀의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었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헌터밀의 결정에 반발하는 수강생들은 있었다.
말만 이벤트 매치지 결국 따지고 보면 상위권의 수강생들을 위한 무대였으니까.
정확히는 김서준, 이민율, 김강철, 진동민, 이도은.
이 5명을 위한 무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와! 헌터밀, 가온, 에일이 동시에 붙는다고?”
“그 뿐이냐? 3대 아카데미를 발라버린 김서준이랑 이민율도 나온다고! 지금 인터넷 반응들 미쳐돌아가는 거 안보여?”
“미친!! 직관 오길 진짜 잘했다!”
이벤트 매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관심 사항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있어 모의고사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수강생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초인들의 싸움을 직접 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것도 한국의 3대 아카데미에서 탑 3안에 드는 실력자들이 출전한다니 열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우승할까? 아무래도 김서준이 우승하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한데. 또 모르지. 시험 평가하는 거랑 실전의 싸움은 아예 다르잖아.”
“하긴, 당장 이도은 같은 마법사는 실전에서 더 활용도가 높은 편이니까. 아무튼 기대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벤트 매치에 대해서 수근거렸고, 동시에 이벤트 매치 개최의 의도가 정확히 먹혀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벤트 매치는 빠르게 준비되었고 참가 신청자는 총 15명이었다.
김서준, 이민율, 김강철, 진동민, 이도은.
이 5명을 제외하고도 10명의 수강생이 참가 신청을 한 격.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김서준.
그 한 명을 꺾기 위함이었다.
헌터밀 모의고사는 전국적으로 생중계 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물론 앞서 서준이 보인 압도적인 격차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각 아카데미의 유망주라 불리던 이들이었다.
3부, 2부 아카데미와 같은 뱀의 머리가 아니라 1부 아카데미의 유망주들.
한 마디로 용의 머리에 있는 자들이었고, 그들은 패배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벽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누군가의 벽이 되어봤을지언정.
특히 김강철, 진동민, 이도은.
이 세 명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김서준. 너는 내가 반드시 꺾는다.’
.
.
‘마법사는 실전에서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어.’
.
.
‘참가한 걸 후회하게 해주지.’
.
.
그들은 다른 방식, 같은 생각으로 이벤트 매치에 임했다.
#
이벤트 매치가 한창 진행되는 지금.
방금 하나의 매치에서 이기고 온 서준은 대기실에 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상금을 10억이나 걸 줄이야···”
사실 서준은 우승 상금으로 대충 5억 정도 걸리지 않을까 했었다.
그래서 상금이 10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서준이 예상하건대 모의고사와 상금을 같게 함으로써 이벤트 매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것 같았다.
동시에 이벤트 매치의 우승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는 의도.
“뭐··· 나야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서준은 명성보다는 돈이 더 중요했기에 신경쓸 건덕지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기면 그만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 의미에서 10억이나 걸린 상금은 서준에게 더없는 호재였다.
어쨌거나.
이벤트 매치가 개최된 지금.
모의고사 우승은 확정이나 다름 없으니 서준이 10억을 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만일 이벤트 매치에서 서준이 우승한다면, 서준이 가져가는 상금은 도합 20억에 달했다.
“20억이면···”
지난 번에 확인한 프리패스 가격이 5억이었다.
그것을 제하고서라도 15억이나 남는 엄청난 돈이었다.
그리고 멘토가 추천해주고 간 강의가 각각 20억, 25억.
당연하게도 돈을 모으는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건만 15억이 있다면 금방 새 강의를 들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이벤트 매치에서 우승한다는 전제였지만.”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실 서준은 앞선 경기들을 하나하나 눈 여겨 보았다.
모의고사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었다고는 하나, 시험은 어디까지나 시험이었음을 서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전에는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
그래서 서준은 경쟁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어떤 스타일로 싸우는지 파악했다.
그렇기에.
서준은 솔직히 말하면 김강철, 진동민, 이도은.
이 세 명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세 명에게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명.
딱 한 명만큼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다름 아닌 이민율이었다.
파바바박!
전광판에 비친 이민율의 모습은 상대를 향해 활을 속사로 날리고 있었다.
방금 들려온 중계자의 말로 미루어보면.
조금 전만 하더라도 검을 들고 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화면에 비친 민율은 활을 쏘고 있었다.
대체로 헌터들은 무기는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을 갈고 닦는 방식으로 수련한다.
하나만 숙련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었다.
간혹 보조무기를 겸해서 쓰는 헌터들이 있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보조무기였다.
때문에 다루는 무기가 많아야 3개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하지만 민율이 다루는 것은, 지금 민율의 등에 보이는 무기만 해도 검, 창, 도, 활 등.
대충 8가지가 넘어갔다.
당연하게도 저렇게 많은 무기들은 모두 다룰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다룰 수는 있더라도 수준급으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파박! 파바바바박!
하지만 민율은 그런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듯 예사롭지 않은 활 솜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였다.
-당하고만 있을 것 같냐!
순간, 민율이 쏜 화살을 버겁게 쳐내던 상대가 돌연 민율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근접에 취약한 활의 단점을 파악하고 거리를 좁혀 맞붙으려는 판단인 듯 싶었다.
그리고 그건 더 없이 정석적인 판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휙!
상대방이 가까이 달라붙자 민율은 주저없이 활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등에서 도를 꺼내들더니.
카앙!
다가오는 상대의 일격을 가볍게 쳐내었다.
-이, 이 무슨…!
상대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민율은 그런 상대를 속절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카앙! 캉!
“이민율···”
서준은 그런 민율이 싸움을 바라보다 생각에 잠겼다.
싸움 자체는 투박했다.
김강철, 진동민, 이도은과 같이 정제된 무언가가 아닌 날 것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어떤 형식이나 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말 그대로 대결이 아니라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아카데미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 나오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설마··· 나와 같은 초월자 학원의 수강생?”
서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서준은 이러한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번, 서준이 멘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서준과 같은 초월자 수강생이 더 있느냐.
멘토의 답은 이러했다.
‘저희 초월자 학원을 이용하는 수많은 차원 중, 가장 많은 초월자 수강생들이 있는 곳은 4명입니다.’
멘토는 그것이 지구라고 단정짓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지구가 아니라고 단정짓지도 않았다.
“그 4명이 지구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
게다가 아까 전, 민율과의 대화도 그러했다.
‘내가 누구한테 배운 적이 없어서 이것저것 사용하다보니 가리는 게 없게 되었지 뭐야.’
독학 수강생이라는 틀을 부여하면 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민율의 말은 조금 달랐다.
‘사실 스승님이 있기는 해. 있기는 한데 스승님은 내가 제자인 줄 몰라.’
누구한테 배운 적은 없지만 스승님은 있다.
하지만 그 스승은 자신이 제자인 줄 모른다.
서준도 따지고 보면 스승이 있긴 했다.
다름 아닌 초월자들.
하지만 그 초월자들은 서준이 누군지 모른다.
“흐음···”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아니,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의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커헉!
그 순간 전광판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서준은 다시 시선을 들었다.
그곳엔 민율이 언제 바꿨는지, 창으로 상대의 복부를 가격하는 장면이 비쳐보였다.
순간 사회자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흥분에 가득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도은은 천재였다.
과장이 아니라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한국에는 수없이 많은 헌터 아카데미가 존재했다.
그 중 탑이라 불리는 곳은 오직 3곳.
헌터밀, 가온 그리고 에일.
이도은은 그 중 에일 아카데미의 수강생이었고, 그런 에일에서조차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무엇보다 마성(魔星)의 제자, 정지민이 에일에 특별 강사로 초빙되었을 때.
이도은을 두고 ‘상당히 뛰어나다’ 라고 평가한 시점에서 이도은은 천재라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정지민이 누구인가.
마성의 뒤를 잇는 마도학자이자, 마성 본인이 진즉에 자신을 뛰어넘었다 공언한 천재 마법사.
그녀는 한국에서 마법사를 꿈꾸는 수강생이라면 누구나 존경해마다 않는 우상이자 목표였다.
그리고 그런 정지민이 인정하는 재능일진대 무슨 할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도은의 인생에서 안되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앞서 나갔고, 언제나 주목 받았다.
이도은에게 있어 노력이란, 그저 안되는 것을 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다르게 이르는 말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도은은 눈앞의 남자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모의고사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선두를 치고 나간 김서준이라는 남자.
물론 범상치 않은 실력자임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실력이 자신과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점수 차를 벌릴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헌터밀의 모의고사가 마법사에 불리한 것 뿐이야. 에일의 모의고사나 프로 헌터 시험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어.’
그래서 이도은은 이번 이벤트 매치를 누구보다 찬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다르게 마법사는 실전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으니까.
왜 난다긴다하는 길드나 공격대에서 마법사를 필수로 생각하는지.
이도은은 그 이유를 몸소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화르르르륵!
이도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마나를 끌어내어 불 덩어리를 생성했다.
이도은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화염 마법.
도합 3개의 불덩어리가 이도은 앞으로 이글거리며 떠올랐다.
“트리플 캐스팅! 방금 저거 트리플 캐스팅이었지?”
“그게 문제가 아니야! 트리플 캐스팅 속도를 봐!”
“미친.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게 전부가 아니었잖아!”
트리플 캐스팅(Triple Casting).
말 그대로 세 가지 마법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으로 당연히 그 난이도 또한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경지로만 따지면 오러 소드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경지였다.
그렇기에 수강생들 수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경지였지만, 이도은에게는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이도은은 손짓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으로 소환한 불덩이를 차례로 서준에게 날렸다.
화르르르르륵!
그러자 세 개의 불덩이들이 엄청난 열기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서준을 향해 매섭게 쇄도했다.
서준은 빠르게 몸을 놀려 다가온 첫 번째 불덩이를 피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이글거리는 열기와 함께 스쳐지나간 불덩이가 바닥과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그건 마치 폭탄 하나가 작렬하게 터진 듯한 모습이었다.
“맞으면 위험하겠는데···”
과연 마법사는 마법사인가…
서준은 처음 상대해보는 마법사의 모습에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화르르르륵!
그것과 거의 동시에 쏘아져오는 불덩이.
서준은 다시 한 번 몸을 놀려 두 번째 불덩이를 피했다.
그런데 그때.
“이걸로 끝입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마지막 세 번째 불덩이가 쇄도해왔다.
아무래도 첫 번째, 두 번째 불덩이는 속임수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단순히 마법을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전 감각에서 비롯한 센스.
한 마디로 재능의 영역이었다.
괜히 에일에서도 천재라 불리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도은조차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까다로운걸.’
바로 케이론의 감각으로 단련되어 있는 서준에게는 딱히 위협적이진 못했다는 점이었다.
서준은 전신의 근육에 힘을 쥐어짜내며 온몸을 비틀었다.
이어 다가오는 불 덩어리를 피하려는 그 순간.
‘그런데… 마법은 어떻게 되는거지?’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서준은 찰나의 고민을 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불덩이를 피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대신 롱기누스의 창을 들어 멀린의 마나를 담은 뒤, 쇄도해오는 불덩이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쾅!
가벼운 폭발과 함께 불덩이가 양단되면서 사그라들어버렸다.
“마, 말도 안돼!”
그와 동시에 이도은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도은은 도저히 방금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법은 마나의 수식으로 이루어진 집합체로 일종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마법은 마나의 법칙으로 만든 하나의 창조물.
그것만으로도 온전한 존재의 규격으로서 형체 없는 형상이었다.
그렇기에 마법은 저딴 식으로 가를 수가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그래서 마법은 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마법을 갈랐다는 것은.
아니, 저렇게 마법을 소멸시켰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의 경우에 속했다.
압도적인 마나로 마법사가 구현해낸 법칙 자체를 찍어 눌렀거나.
해당 마법사가 구현해낸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디스펠로 파훼했거나.
하지만 마법사도 아닌 자가 마법을 이해하고 있을리가 만무했다.
설령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디스펠은 이렇게 찰나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도은은 초반부터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서준이 피할 수 없도록 유도한 것이었지만…
“어, 뭐야. 마법도 손쉽게 갈라버리네. 나 참. 이거 진짜 무슨 효과인거야.”
서준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15억으로 보조무기부터 사서 비교실험을 해야하나···”
“이, 이익!!”
이도은은 눈이 뒤집히는 심정이었다.
이도은은 다시 한 번 마나를 끌어내었다.
화르륵! 화르르륵!
그러자 이번에는 4개의 불덩어리가 이도은 앞으로 떠올랐다.
쿼드러플 캐스팅까지는 아니었지만, 속도만 본다면 사실상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도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우우우웅!
이어지는 마나의 파동과 함께 떠오른 4개의 불덩어리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불의 창, 불의 화살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더니 곧 이도은의 손짓과 함께 서준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콰앙! 쾅!
“마, 마, 말도… 안돼···”
서준은 그 마법들을 족족 파훼해 버렸다.
그것도 마치 산책을 나온 것 마냥 가볍게 휘두르는 창에 이도은의 마법이 맥을 못추고 사그라들었다.
이도은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털썩.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이길 수 없다. 절대로 이길 수가 없···!
퍼뜩.
‘내,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그리고 바로 그때.
척.
목덜미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이도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는 서준 창을 볼 수 있었다.
“제가 이긴거죠?”
더하여 아무런 상처도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말하는 서준까지.
이도은은 그런 서준의 모습에.
“괴, 괴물···”
태어나 처음으로 거대한 벽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