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60
60화 – 가려진 그림자(2)
“얼마를 원하느냐.”
구체적인 액수를 요구하는 암성의 말에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일단 30억을 내질렀다.
“이런 미친놈이···”
그러자 암성이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아무리 그래도 30억은 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준 또한 과한 금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양육비지 사실 하는 것이라고는 말 그대로 중간다리 역할이 끝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서준이 30억을 내지른 이유는 초월자 학원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말 뿐이라고는 하나 ‘양육’이라는 인과가 있었기에 초월자 학원에도 적용이 될 터.
이처럼 인과에 적용되는 목돈을 얻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내뱉는 이야기는 이 사실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솔직히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암성님 말씀대로라면 진리회가 주시하는 대상이어야하고 또 진리회가 볼 수 없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그러자 암성이 뭐라 반박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였다.
하지만 서준은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게다가! 민율이랑 친분도 있어야 하겠죠. 생각해보세요.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네 스승님이 준거야. 하고 비급을 틱, 주면 민율이가 얼씨구나 하면서 받을까요? 아니면 의심을 할까요?”
“그거야···”
“물론 한 번은 그냥 받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두 번. 세 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설마 이번 한 번만 도와주고 끝내시겠다는 말씀은 아니겠죠? 제잔데? 그것도 암성님 목숨 구해준 제잔데?”
“그건…”
암성의 말이 점점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민율이를 설득할 명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민율이 보면 아시잖아요. 어딘가에 얽매이는 거 싫어하는 성격. 이대로 떠나보내면 또 산 속에 틀어박혀서 수련만 할텐데 그땐 어쩌실 겁니까?”
“그…”
그러다 점점 말이 짧아지더니.
“그리고 무엇보다 저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저를 통하면 암성님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건 반대로 제 행동의 결과로 본다는 뜻 아닙니까. 그럼 결과적으로 진리회는 저를 더욱 의심스럽게 보지 않겠습니까?”
“……”
결국에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리고는 암성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만 봤다.
서준은 그런 암성을 마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고로! 저는 30억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준의 말이 끝나자 암성의 표정은 마치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암성은 한참 동안이나 서준을 바라보더니.
“……알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서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거니와, 반박할 명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반박할 것들이야 몇 가지 있었다.
그런데 반박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버벅이거나, 더듬지도 않고 술술 말을 내뱉는 서준의 모습.
무엇보다 암성을 더 질리게 한 건 암성이 조금 전에 설명한 개념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저 논리를 펼쳤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지금 암성이 생각하고 있는 반박도 어쩌면 계산을 끝마쳤을 수도 있었다.
돈에 무슨 웬수라도 진 것인지.
아니면 돈에 영혼이라도 판 것일까.
가뜩이나 진리회 때문에 골치 아픈데 괜히 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서준이 없으면 안되는 일인 건 틀림없었니까.
“30억이면 되겠느냐.”
그리고 사실 암성에게 30억은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다.
물론 서준에게 있어, 그리고 일반적인 통념에 있어 30억은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당장 S급 헌터만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수입이 수 백억은 가뿐히 넘는다.
그런데 암성은 그런 S급 헌터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중 한 명.
암성에게 돈이란 그저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종이 뭉치에 불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눈 딱감고 한 100억 질러볼걸 그랬나.’
그래서 서준은 잠시나마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생각을 털어내었다.
아무리 암성이라도 100억은 무리였거니와 솔직히 30억도 암성이 많이 봐준 것이었다.
정확히는 암성이 민율이를 그만큼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네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지급하도록 하마. 설마… 매달 30억을 달라는 뜻은 아니었겠지?”
“아, 아뇨. 설마요. 제가 그렇게까지 양심이 없지 않습니다.”
암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 참. 각종 세금이나 법 관련된 일들은 처리해주시고 주시는 거죠?”
“……네 양심이야 말로 진정한 무아(無我)의 경지가 아닌가 싶군.”
곧바로 이어진 서준의 말에 암성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협회 이름으로 입금될 거다. 자잘한 건 협회 쪽에서 처리해줄테니 네가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거다.”
이어 암성은 떠나려는 듯 등을 돌렸다.
서준은 그런 암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물었다.
“민율이한테 암성님에 대해 말해도 되나요?”
“그건 상관없다. 말했다시피 진리회는 너를 보지 못하니까. 다만 그 녀석에게는 내 정체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만 말라고 일러두거라.”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스르륵.
암성은 마치 배경 속에 녹아들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암성이 떠나가고 홀로 남은 서준.
서준은 가만히 암성이 한 말을 되뇌였다.
“진리회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암성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진리회가 서준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에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더하여 암성은 진리회가 알려진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대괴수 베세르크는 쓰러지지 않았고.
순결의 사도가 공석인 이유에는 감춰진 무언가가 있으며.
무엇보다 이번 10성 던전 브레이크는 진리회의 수작이었다.
서준이 알고 있는 진리회의 이미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리회의 이미지에 비춰보면 전부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었다.
“음···”
그렇기에 서준은 암성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성이 거짓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만일 정말 거짓말이라면 이 모든 것을 서준 하나를 속이기 위해 꾸며낸 일이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서준은 프로 헌터도 아닌 고작 수강생에 불과했다.
암성이 대체 뭐가 아쉬워서 수강생 하나를 붙잡고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인단 말인가.
더하여 서준이 칼리아를 만났을 때, 느꼈던 수상함을 고려하면 암성의 말은 사실이라고 봐야했다.
“진리회···”
그렇기에 서준은 진리회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진리회가 왜 서준을 주시하는지.
무엇보다 서준을 볼 수 없다는 건 또 무슨 말인지.
그리고 그것이 초월자 학원에서 서준의 회원 정보가 없다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
서준은 긴 생각 끝에 고개를 털어버렸다.
지금 당장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30억을 받았다는 것이지.”
서준은 곧 들어올 30억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비직비직,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음 강의를 이렇게 빨리 들을 수 있을 줄이야···”
프리패스를 구매하고 서준에게 남은 돈은 15억이었다.
물론 10억은 아직 입금되지 않았지만 곧 입금될 돈이었다.
그리고 멘토가 추천해주고 간 강의는 각각 20억, 25억이었다.
남은 15억으로는 한 개의 강의도 듣지 못했기에, 서준은 원래 초월자 상점에서 보조 무기를 하나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랐다.
암성에게 30억을 받으면 딱 45억.
강의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강의를 동시에 들을 수가 있었다.
물론 이걸 생각하고 30억을 맞춰 내지른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음··· 그래도 보조 무기를 하나 사고 싶기는 한데.”
서준은 스마트폰을 꺼내 초월자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확인한 장비의 가격은 다름 아닌 5억.
“에라이. 이 놈의 학원은 어떻게 되먹은 게 이런 돈이 있는데도 원하는 걸 다 할 수가 없냐.”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려던 찰나.
벌컥.
“나 왔어!”
갑자기 드림 아카데미 문이 열리더니 민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민율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서준을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너밖에 없는거야? 그 예쁜 누님은?”
“예쁜 누님?”
서준은 그것이 곧 서윤을 지칭하는 말임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딱히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것 같았다.
서준은 예측하기 쉬운 민율의 성격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서윤씨는 지금 본가에 있어. 네 비급을 봐달라고 검성님께 말씀드리러 갔거든. ”
“그렇구나. 그럼 지금 바로 가면 되는거야?”
“아니.”
단호한 서준의 말에 민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바로 검성님네 가는 거 아니었어?”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여전히 서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민율의 모습에 서준은 방금, 암성을 만났던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물론 진리회에 관련한 일들.
또 암성이 왜 민율이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주었다.
당연히 양육비를 받는 것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서준의 이야기가 끝나고.
“내 스승님이··· 암성님이셨다니···”
민율은 꽤나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준은 순간 저렇게 놀랄 일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놀라 까무러쳐도 이상할 것 없었다.
한국의 3대 아카데미라 불리는 헌터밀, 에일, 가온.
이 세 아카데미 강사들은 전직 A급 혹은 S급 헌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암성은 S급 위의 S급이라 불리는 5인의 영웅.
아카데미 스타 강사들이 받는 수 백억의 연봉을 생각하면, 암성의 가르침은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단순 비급이라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나야 뭐. 돈이 더 좋다만.’
물론 초월자들의 강의를 듣는 서준에게는 아무짝에 쓸모 없는 것이었지만.
그렇기에 비급을 팔 생각도 했지만 괜히 쓸데없는 관심을 받는 건 썩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서준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율에게 말했다.
“암성님은 급한 사정이 있어서 바로 떠나셨어. 대신 이거 전해달라고 하시더라.”
서준은 암성에게 받은 비급들을 민율에게 건네주었다.
민율은 얼떨결에 그 비급들을 받아들었다.
“이건···”
그리고 민율은 다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어째 이번에는 그 대상이 달라보였다.
“왜··· 이걸 내게 주는거야?”
아니나 다를까 민율이 떨리는 목소리로 서준에게 물었다.
서준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답했다.
“암성님이 네게 전해달라고 했다니까?”
“단순히 그런 이유로···?”
“무슨 말을 하는거야?”
서준은 민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네가 숨길 수도 있었잖아.”
하지만 이어진 민율의 말에 그제서야 서준은 민율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암성의 비급을 왜 훔쳐가지 않고 자신에게 주냐는 물음이었다.
뭐, 암성의 비급은 그정도로 엄청난 값어치였으니까.
하지만 서준에게 있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그냥 지루한 책일 뿐이었다.
애초에 쓸모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훔치지도 않았을 테지만.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건···”
하지만 서준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막상 뭐라 말해야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한테 쓸모없다고 말하기엔 암성을 무시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초월자 학원에 대해 밝힐 수도 없었다.
“옳지 못한 일이잖아.”
해서 서준은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그런데 어째 그 말이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았다.
“……나 결심했어.”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율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너랑 같이 여기 아카데미에 다닐래.”
“응?”
서준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오늘부터 드림 아카데미에 다니려고. 허락해주는거지?”
하지만 그런 서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율은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서준이 한 행동이 쉬운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의 반응을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전에 있던 아카데미에서 이런 종류의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나?
서준은 민율에게 말했다.
“넌 어딘가에 구속되는 게 싫다며. 그리고 허락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닌…”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서준은 황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민율은 재능만 따지면 헌터밀이나 가온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럼에도 그곳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자유분방한 민율의 스타일 때문.
민율은 가르칠 강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드림 아카데미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딱히 무언갈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암성이 종종 건네주는 비급으로 저 혼자만의 방식으로 알아서 성장할 터.
어떻게 보면 서준과 마찬가지로 소속만 하는 것에 불과했다.
사실 다른 걸 다 떠나서.
서준이 민율을 데리고 다니면 암성한테 계속 돈을 뜯어낼 건덕지가 많아지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서준은.
‘나쁘지 않은데?’
순간적으로나마 민율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다.
#
결국 서준은 민율이 드림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에 찬성했다.
물론 드림 아카데미의 원장인 서윤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했지만, 서준은 서윤이 거절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저는 상관없어요. 솔직히 저야 환영할 일이죠.”
서윤 또한 민율의 입학을 거부하지 않았다.
물론 서준은 서윤에게도 암성과의 만남을 말해주었다.
더하여 암성이 민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사실에 서윤이 놀란 것도 잠시.
서윤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인지 금방 수긍했다.
“음… 이러면 팀으로 출전하는 대회들도 참가할 수 있겠네요.”
“팀이요?”
이어지는 서윤의 말에 서준이 되물었다.
그러자 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같은 아카데미 수강생들끼리 참가하는 대회가 있거든요. 다수가 참가하다보니 대회 상금도 훨씬 더 크고요. 서준씨랑 민율씨가 힘을 합치면… 우승은 다 휩쓸어 버리겠는데요?”
…역시 민율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다시 3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민율은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듣자하니 서울 근방에 괜찮은 집을 구하고 들어오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준은 이벤트 매치 우승 상금 10억과 암성으로부터 양육비 30억을 받을 수 있었다.
최소 일주일은 걸릴 줄 알았건만 상당히 빠른 일처리였고 서준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도합 45억이란 돈이 모인 서준은 고민 끝에 결국 두 개의 강의를 동시에 듣기로 했다.
어차피 쓸 돈이면 큰 액수 쪽으로 쓰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었다.
서준은 곧장 초월자 학원에 접속했다.
『[이 운동만 하면 누구나 3대 500t. (강사: 헤라클레스)]』
『[초월을 향한 첫 걸음은 보법으로부터. (강사: 장삼봉)]』
이어 서준은 두 강의 모두 수강 버튼을 눌렀고.
꾹.
꾹.
그렇게 두 번의 손가락질로 45억이라는 돈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이게 돈인지 뭔지.”
서준은 우주 한 공간에 동 떨어진 듯한 허탈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45억씩이나 펑펑 써대면서 정작 서준은 단칸방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투, 투자라고 생각하자···”
서준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았다.
이로써 현재 서준이 듣는 강의는 석가모니, 멀린, 헤라클레스, 장삼봉.
“매치업이 어마어마하네.”
서준은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헤라클레스 강의를 눌렀다.
“저기···”
아니, 누르려고 했다.
‘응?’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서준은 의아한 심정으로 강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목소리는 분명 여성의 것이었는데 서윤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아카데미에 서준 오빠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에 서준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단아한 분위기의 여자가 서있었는데 어째서일까.
서준은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서준은 기억을 곱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수연이?”
그녀는 다름 아닌 만철의 딸, 석수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