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61
61화 – 실종(1)
“아. 서준 오빠.”
서준의 말에 수연이 화색을 띠며 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반갑다는 표정과 함께 천천히 다가왔다.
서준은 수연이 어느정도 가까워졌을 때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학교는 어쩌고?”
“방학한 지가 언젠데. 그리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한테 학교는 무슨.”
“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서준은 문득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에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준이 초월자 학원을 접한 것이 10월 말 쯤이었다.
지금은 그때로부터 프리패스 기간인 90일이 끝나고도 다시 한달 가량이 흐른 시점.
어느덧 한 해가 훌쩍 넘어가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초월자 학원을 접하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시간의 관념이 잠시 사라져있었다.
이어 수연이 새침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고등학생 취급은 그만해주시지?”
“그래도 아직 졸업은 안했잖아. 졸업 안하면 고등학생이지 뭘.”
“나이는 20살이거든!”
버럭 소리치는 수연의 외침에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네가 여긴 웬일이야?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저번에 오빠. 아빠랑 같이 일했었잖아. 그때 아빠한테 물어봤었어.”
서준은 수연이 말한 것이 다름 아닌 던전 소탕 콘테스트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당시 서준과 만철은 약 일주일간 하루 왠종일 붙어다녔으니까.
만철의 딸인 수연이 그 사실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연이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혹시… 오빠 최근에 아빠랑 연락한 적 있어?”
“만철 아저씨랑? 어··· 헌터밀 모의고사에 출전할 때 연락 했었지?”
“그때가 정확히 언젠데?”
“한 5일인가? 4일 정도 되었을 걸? 갑자기 그건 왜?”
서준이 의아하게 되묻자 수연은 머뭇거리듯 입만 벙긋였다
그러다 작은 결심이라도 한 듯 수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아빠가 갑자기 연락이 안되어서. 혹시 오빠라면 알고 있나 싶었지.”
서준은 깜짝 놀라 수연에게 물었다.
“뭐? 만철 아저씨랑 연락이 안된다고? 언제부터?”
“어제. 정확히는 어제 아빠가 출근하고부터 연락이 안돼.”
“아···”
하지만 이어진 수연의 말에 서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다보면 하루 정도는 연락이 안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종종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이 몬스터 사체 운반 업체에서 만철을 만나 이어온 인연이 이제 9년을 넘어 어언 10년이었다.
그리고 그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만철은 가끔가다 하루, 이틀 연락이 두절되곤 했었다.
주로 작업 반장에게 까이거나, 월급날 때 그러했는데.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다 떼가고 텅 빈 통장을 바라보던 만철의 표정이 서준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만철은 그런 날이면 ‘인생 씨펄···’거리면서 술을 마시러 가곤 했었다.
그리고 하루나 길면 삼일 정도 안 보이다가 푸석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술 드시고 현장 근처에서 주무시는 거겠지. 종종 그러셨잖아.”
“그런··· 거겠지?”
하지만 어째 수연의 반응은 찝찝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수연의 반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연이라고 그걸 모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서준보다 수연이 더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서준을 찾아올 정도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일 터.
서준은 수연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무슨 일이 있는거야?”
“사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흐리는 수연.
수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어제 아빠랑 좀··· 싸웠거든.”
“싸웠다고? 왜?”
“이런저런 내 진로 문제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빠는 대학을 가라고 하는데…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거든.”
서준은 그런 수연의 말에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만철은 겉보기엔 투박해보여도 자신의 딸인 수연이에게만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만철은 홀로 수연을 키우면서 엄마 없이 자란 것에 항상 미안함을 가지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부족한 것 없이 채워주기 위해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만철은 수연이만큼은 하고 싶은 것 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이어진 수연의 말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프로 헌터가 되고 싶다고 했거든.”
“프로 헌터···? 수연이 너 각성자 아니잖아. 인공 각성하려고?”
“아니. 나 각성했어.”
서준이 놀라자 수연이 말을 덧붙였다.
“얼마 되지 않았어. 한 한달 전쯤?”
한달 전이면 대강 서준이 만철과 함께 던전 소탕 콘테스트를 하던 때였다.
그리고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뒤틀림 몬스터 6성 네르큐라가 나타난 시기와도 겹쳤다.
“그래서 대학 말고 헌터 아카데미 다니고 싶다 하니까. 아빠가 극구 반대를 하더라고. 말다툼을 조금 하다가 나도 그냥 답답해서 오빠 얘기를 좀 했어. 오빠 요즘 잘 나간다며? 인터넷 보니까 아주 난리가 아니던데?”
“잘 나가긴 무슨.”
서준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헌터밀 모의고사 이후.
헌터 관련 커뮤니티는 거의 대부분 서준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했으니까.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으며, 이 열기가 언제 식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오빠도 모른다니 알겠어. 또 어디선가 술 먹고 자고 있겠지…”
수연은 그 말을 끝으로 떠나려는 듯 몸을 돌렸다.
서준은 그런 수연을 데려다주려다 괜찮다는 말에 드림 아카데미 정문까지만 배웅해주었다.
“조심히 가. 혹여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주고.”
“응. 오빠도 열심히 해. 지금도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서준은 그렇게 수연을 배웅하고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뚜르르.
그리고 서준은 곧장 만철에게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긴 통화음만 이어질 뿐, 만철은 받지 않았다.
“안 받네···”
서준은 몇 번 더 연락 했지만 만철은 끝끝내 받지 않았다.
“흠… 큰 문제는 없겠지.”
서준은 하루 정도 더 두고 보자는 생각과 함께 곧장 초월자 학원에 접속했다.
#
초월자 학원에 접속하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검은 화면이었다.
서준은 순간 뭔가 싶었지만 금방 수연이 오면서 강의를 정지 시켰던 사실이 떠올랐다.
재생시키자마자 정지 버튼을 누른 탓에 화면이 미처 전환되지 못한 모양.
아니나 다를까 검은 화면을 터치하자 ▷표시가 떠올랐다.
서준은 바로 헤라클레스의 강의를 재생시켰다.
꾹.
.
.
[후욱! 후욱! 잠시만 기다리게! 이 한 세트만 끝마치고···!]화면에 비친 사람은 거친 마초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근육질의 사내였다.
그 사내는 거대한 신전의 기둥으로 쓸 법한 무언가를 아령처럼 쓰며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준은 그가 헤라클레스임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쿠우웅!
헤라클레스가 들고 있던 기둥··· 아니, 아령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이어 헤라클레스가 화면의 정면을 바라보더니 소리쳤다.
[나는 헤라클레스라고 한다!]그리고는 그게 끝이라는 듯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
서준은 잠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름만으로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인가?
물론 헤라클레스라면 충분히 그럴 짬이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자, 사실상 그리스 로마 신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수강생들이었다.
그들에게 지금 이건 소개라고 할 수 없었다.
“뭐··· 나는 상관없지만.”
서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강의를 계속 수강했다.
[아마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케이론 스승님의 강의를 수료하고 온 직후일 것이라 생각한다. 설마 케이론 스승님의 강의를 수료하지 않은 수강생은 없겠지? 없다면 그것부터 수강하고 오길 바란다!] [자! 그럼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내 강의에서 뭘 배울지 알아야겠지. 전투 직종의 초월자에게 신체란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다. 그리고 신체란 힘, 순발력, 민첩성 등 다양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지.] [내가 가르칠 건 그 중에서도 힘이다! 정확히는 폭발적인 근력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다!]이어 헤라클레스가 손가락으로 화면 정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수강생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니··· 힘만 무식하게 세면 뭐합니까. 몸만 둔해질 뿐인데.’] [크기가 크면 둔할거다! 힘이 세면 둔할거다!]헤라클레스가 거칠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그건 명백한 착각이자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힘! 민첩! 순발력! 그 모든 것들은 근력으로부터 나온다!]그 순간.
갑자기 헤라클레스의 몸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해진 것이 아니라 근육이 2배 가량 부풀어 오른 것 같았다.
마치 벌크 업을 하는 것만 같은 형세처럼 보였는데.
치이이이익···
어째서인지 헤라클레스 전신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서준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돌덩이같은 허벅지를 두들기며 소리쳤다.
[자! 봐라! 빛처럼 빠른 스피드는! 이 터질 듯한 하체 근력에서!]팟.
그와 동시에 헤라클레스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사라진 헤라클레스.
조금의 시간이 지나 헤라클레스는 사라진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화면에 잡혔다.
[하늘을 떠받치는 무시무시한 괴력은! 이 우락부락한 상체 근력에서!]그리고는 돌연 헤라클레스가 있는 힘껏 땅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짙은 먼지 안개가 자욱히 피어났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먼지 안개가 가라앉았고.
“……”
그곳은 천지가 뒤집혀져 있었다.
말 그대로 천지가 뒤집혀져 있었다.
서준은 할 말을 잃어버린 채 멍하니 헤라클레스의 쌩쇼를 바라봤다.
[생각과 합일된 직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반사 신경!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것은 이 전신을 뒤덮는 황홀한 근육에서!]꾸드드드드드득!!
화면에서 들려오는 것은 무언가 분쇄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근육에서 저런 소리가 들려올 수 있는 걸까.
화면 속 헤라클레스는 그런 서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할 말을 이어갔다
[잘 보았겠지? 모든 것은 근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민첩성과 순발력을 키우고 싶다고? 그럼 근력 운동을 해라! 힘이야 말로 초월의 근본!]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해볼까!].
.
“……”
헬창도 이런 헬창이 없었다.
헬창이 초월자가 된다면 저러할까.
아니, 그래도 저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띠링.
[일일 개인 과제가 도착했습니다.] [인과율을 계산하여 현재 수강생의 수준에 적합한 과제가 부여됩니다.]그 순간 들려오는 일일 과제 알림음에 서준은 과제를 확인했다.
-20km 구보. [0km/20km].
-스쿼트 500회. [0/500].
-팔굽혀펴기 200회. [0/200].
-윗몸 일으키기 300회. [0/300].
-턱걸이 150회. [0/150].
그리고 헤라클레스가 보인 것과는 달리 일일 과제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었다.
특별한 것이 없다기 보단 케이론의 일일 과제와 똑같았다.
신화에 따르면 헤라클레스는 케이론의 제자.
누가 케이론에게 배운 제자 아니랄까봐 과제도 똑같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런데.
“……미친 게 아닐까?”
서준은 끝내 정신을 놓고야 말았다.
[이 운동만 하면 누구나 3대 500t] 이란 강의 제목이 농담이 아니었단 말인가?“……장삼봉의 보법 강의도 이런 식은 아니겠지?”
서준은 혹시나 싶은 심정에 헤라클레스의 일일 과제를 잠시 뒤로 미루고 장삼봉의 강의를 재생했다.
꾹.
.
.
[반갑소. 본인은 장삼봉이라고 하오.]화면에 비친 것은 길고 하얀 수염과 백발의 모습이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신선과도 같은 모습이었는데, 우화등선했다는 전설을 미루어보면 신선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무당파의 개파조사이자 태극검과 태극권의 창시자라 알려진 도인.
그런 장삼봉을 보고 있자니, 서준은 새삼 초월자 학원이 얼마나 대단한 학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보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검술과 같은 기술을 펼칠 때, 발의 움직임을 뜻하오. 속된 말로 발재간이라고도 하지. 하지만 단순히 발이 아닌 몸 전체의 움직임을 모두 아우른다고 하여 신법(身法)이라고도 부르오] [그렇기에 신묘한 보법은 그 자체로도 공수일체의 무예가 될 수 있소. 그도 그럴 것이 보법이 없는 무공은 제자리에 서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오.] [따라서 다양한 무공과 함께 다양한 보법들이 발전했는데, 축지법. 궁신탄영. 초상비. 등평도수 등의 보법들이 바로 그러하오.] [그 중에서도 이 강의에서 가르칠 것은 바로 ‘천상제(天上梯) – 능공허도(凌空虛道)’요. 쉽게 말하면 공중에서도 움직이는 방법인데··· 잠시 시범을 보여주도록 하겠소.]그 순간 장삼봉의 모습이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이어 다시 화면에 잡힌 장삼봉은 허공에 몸을 띄운 상태였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 당연한 이치로 장삼봉의 신형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파앙!
돌연 장삼봉의 몸에서 무언가 터져나오더니 그의 신형이 다시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마치 하늘을 쏘다니듯 자유자재로 공중을 부유하는 장삼봉.
그렇게 그는 몇 번 공중을 돌아다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했다.
[이처럼 공중에서 제약을 없애는 방법이오. 하지만 공중 부양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지. 공중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공을 기반으로 용천혈을 통해 공중에서도 디딜 수 있는 것뿐이니까.] [음··· 개념이야 차차 강의를 통해 배울 터이니 지금은 그냥 흘러들으시오.] [자, 그럼 잡설은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
[일일 개인 과제가 도착했습니다.] [인과율을 계산하여 현재 수강생의 수준에 적합한 과제가 부여됩니다.]-시속 300km의 속력을 30초간 유지. [0/30]
-20m 공중 낙하 20번. [0/20]
“이게 그나마 정상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참…”
누가 초월자 학원 아니랄까봐 어디 하나 제정신인 것이 없었다.
이쯤 되면 강의를 추천한 멘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봐야 했다.
“…… 뭐 어쩌랴. 빡세게 하는 수밖에.”
서준은 한숨을 푸욱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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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위치한 어느 호텔 방.
“아무래도··· 마성(魔星)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칼리아는 캘커스의 보고에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발생한 10성 던전 브레이크가 진리회의 수작임을 마성이 눈치챘다.
그건 절대로 밝혀져서는 안되는 진실이었기에 칼리아는 캘커스에게 따지듯 물었다.
“대체 왜 마성이 직접 나선거죠? 그의 제자는요?”
사실 진리회는 마성이 아니라 그의 제자, 정지민이 나설 것이라 보았다.
그리고 마성이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유야무야 넘어갔을 일이었다.
아무리 급작스럽게 진행한 일이라고는 하나 진리회는 그렇게 허술한 단체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마성이 나서면서 일이 모두 틀어졌다.
대체 왜 본인을 뛰어넘었다 인정한 제자를 두고 마성이 직접 나선 것이란 말인가.
특히나 마성은 현재 늙고 병이 들어 거동이 힘든 상태였다.
“협회에서 마성에게 수사를 의뢰한 것 같습니다. 뒤틀림을 직접 경험해본 것은 제자가 아니라 마성이니 그런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은.”
젠장.
칼리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유효했고, 그렇기에 칼리아 입장에서는 더없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마성의 수명은 얼마정도 남아있죠?”
“정확하진 않으나 올해를 넘기지는 못합니다.”
칼리아는 조금 생각을 이어가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0성 던전 브레이크에 관한 진실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밝혀져서는 안됩니다. 마성 이외에 누가 또 알고 있죠?”
“암성(暗星) 또한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칼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암성은 장로분들이 알아서 하신다고하니 저희는 일단 마성과 현 계획에 집중합니다.”
대격변의 영웅들은 기본적으로 진리회를 불신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칼리아 또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장로들은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따라서 칼리아는 암성에 관련한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다른 영웅들에 비해 암성만은 보이지 않았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만 느낄 뿐이었다.
“김서준의 상황은 어떤가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칼리아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변수가 존재함을 알고 있지만, 그 변수를 통제할 수가 없다.
물론 진리회가 하는 일에 일개 수강생 따위가 변수로 작용한다는 건 말이 안되었다.
간단한 예로 암성조차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도망만 다니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칼리아는 어째서인지 엄습하는 불안한 느낌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그래서 이어진 캘커스의 물음에 칼리아는 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민은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고.
“실행하세요.”
그 끝에 칼리아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