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68
68화 – 압도적인 힘(2)
“어, 어떻게···!”
서준은 근육이 빳빳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눈앞의 현실을 아무리 부정해봤지만, 두 눈으로 각인되는 이 광경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분명 궁니르는 놈의 핵에 명중했다.
애초에 궁니르가 빗나갔을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
“설마 핵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것조차 말이 안되었다.
“대체 어떻게···!”
그렇기에 지금 서준의 머릿속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어어어어!!
어느덧 몸을 일으킨 놈이 거친 포효를 내질렀다.
살의와 악의. 절망과 분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덩어리 지어져 끓어 오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여오는 그 치명적인 괴음과 함께 서준은 그때서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놈의 거대한 몸은 궁니르에 의해 갈가리 찢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찢겨진 곳에는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붉은색의 거대한 구슬 같은 것이 터져있었다.
궁니르는 놈의 핵을 파괴한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터져나간 붉은 구슬 옆으로 그와 비슷한 작은 구슬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물론 기존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 그 또한 커다란 바위 정도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상에 확신을 더해주듯 마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 핵이 두 개였다니!!”
천천히 뒤돌아 바라본 마성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어어어어어!
파사사사삭!
놈이 분노로 가득찬 포효를 내지르며 줄기와 가시들을 쏘아냈다.
핵이 하나 파괴되었기 때문인지 쏟아져나오는 줄기와 가지들의 수는 줄어있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건 변함이 없었다.
서준은 곧장 땅을 박차며 만철과 마성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롱기누스의 창을 역수로 쥐려는 그 순간.
쩌───엉!
주위로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더니 쏘아져오는 줄기와 가지들을 막아냈다.
뒤를 돌아보자 마성이 손을 뻗어 주위로 배리어를 형성하고 있었다.
“쿨럭!”
하지만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서준은 빠르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놈을 쓰러뜨리려면 남은 핵을 파괴해야한다.
궁니르가 있었다면 한 번에 해결될 일이었지만, 문제는 지금 그 궁니르를 회수할 수 없었다.
서준이 한 방에 끝장낼 생각으로 모든 힘을 쏟아붓기도 했지만 자신을 찢어버린 궁니르를 의식하는 것인지.
그어어어어···
놈이 줄기와 가지들로 주변을 뒤덮어 궁니르를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궁니르를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서준에겐 아직 롱기누스의 창이 남아있었다.
직접적인 타격만 줄 수 있다면 핵을 파괴하는 건 가능한 일.
결국 서준이 직접 놈을 상대하며 남은 핵에 롱기누스의 창을 꽂아 넣어야했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서준은 마성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약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든··· 해보겠소! 쿨럭!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마성은 말을 맺지 않았지만 서준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쩌───엉! 쩌───엉!
지금 이 순간에도 놈의 줄기와 가지들이 계속해서 배리어를 두들기고 있었다.
“제가 놈의 시선을 끌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대가···! 쿨럭!”
“하나하나 따질 시간이 없어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해야합니다.”
서준은 마성의 답을 듣지도 않고 타닥, 배리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파바바바바박.
서준이 배리어 밖으로 나오자 무수한 줄기와 가지들이 서준에게로 쏟아져내렸다.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상을 줄 법한 공격들.
이런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던 건가. 그것도 그런 처참한 몸 상태에서.
서준은 마성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성이라도 무한정 막아낼 수는 없을 터였다.
지금도 피를 토하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미 한계에 부딪힌 상태일지도.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역수로 쥔 뒤, 크게 휘두르며 몸을 날렸다.
파바바바박!
서준은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 속에서 이를 까득, 깨물며 생각했다.
그 순간, 비릿한 피의 맛이 입술 사이로 느껴졌다.
이를 문다는 것이 입술을 깨문 것일까.
혀 끝으로 느껴지는 비릿한 피의 향이 서준의 정신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부서져라 움켜쥐며 놈을 향해 쏘아지듯 나아갔다.
그어어어어···
서준의 존재를 알아챈 놈이 거칠게 시선을 돌렸다.
더하여 그 존재가 자신의 핵을 파괴한 장본인임을 놈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성과 만철에게 쏘아대던 줄기와 가지들이 서준에게로 집중되었다.
파바바바바바박!
“크윽!”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공격에 서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까처럼 놈을 단순히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놈에게 다가가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촤학! 촤학!
폭풍우의 중심으로 한 발 다가설 때마다 서준은 많은 것들을 내주어야 했다.
콰콰콰콰쾅!
“끄으윽!”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서준은 더 이상 놈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창을 역수로 쥐어 회전하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피하고나면 어느새 놈으로부터 멀어져있었다.
장삼봉의 보법 강의라도 조금 진행했더라면 이렇진 않았을 텐데.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왔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서준은 감각에 몸을 맡기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억겁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이 흐른 그때.
촤라라라락!
돌연 땅 속에서 거대한 흑색 사슬이 튀어나와 놈을 우악스럽게 속박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마성의 약화 마법이었다.
하지만 아까 전과는 달리 흑색 사슬은 그 수도 적었으며, 굵기 또한 가늘었다.
아무래도 힘도 소진했거니와 급하게 시전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그어어어어어어!
파직.
아니나 다를까 사슬에 속박된 놈이 거칠게 몸부림 치기 시작하자, 사슬이 곧 끊어질 것 같은 불길한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로써 놈은 아주 자그마한 틈을 내보였고 그건 서준에게 있어 더없이 큰 기회였다.
서준은 그 찰나의 기회를 노려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어어어어어!
그런 서준을 인지한 놈이 황급하게 줄기와 가지들을 쏘아보냈다.
파삭!
하지만 주요 핵이 파괴된 상태에서 마성의 약화 마법에 걸린 놈은 방금 전과 같은 기세를 뿜어내지 못했다.
카─앙!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크게 휘둘러 놈의 공격들을 쳐낼 수 있었다.
타다다닥.
서준은 빠르게 놈과 가까워졌고 놈에게 금방 다가갈 수 있었다.
서준은 놈의 몸을 박차며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놈의 거대한 몸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 구슬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스파아아앗.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에 오러 블레이드의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파장창!
그 순간 놈을 속박하고 있던 흑색의 사슬 하나가 끊어졌다.
동시에 놈이 속박에서 풀려나며 끔찍한 살기가 서준에게로 덮쳐온다.
섬뜩한 감각이 서준의 전신을 훑으며 머릿속으로 경종이 쉼없이 울려온다.
쉬이이이이익!
공기를 찢어발기듯 쇄도해오는 놈의 거대한 팔.
콰직.
날카로운 발톱으로 고깃덩이를 찢는 듯한 소리가 서준의 몸에서 터져나왔다.
“커허헉!”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과 함께 서준의 몸이 공중을 부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의 몸이 거칠게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며 이번엔 모든 근육들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그 격통 속에서 서준은 생각했다.
이길 수 없다.
롱기누스의 창은 놈의 핵을 찢어발기기엔 충분하다.
그렇기에 다가가기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부터가 큰 오산이었다.
마성이 말하길, 놈은 돌연변이의 일종으로서 어떻게 보면 드라이어드의 진화형이었다.
드라이어드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극대로 부각시킨 진화형 몬스터.
보통 드라이어드들은 근접전에 취약했지만, 놈에겐 드라이어드와 같은 약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파사사사사삭.
쏟아져오는 죽음의 소나기를 바라보며 서준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쩌─엉!
돌연 서준 앞으로 생성된 반투명한 막이 서준의 죽음을 잠시 체불했다.
힘겹게 고개를 들자 언제 다가온 것인지 마성이 서준의 앞에 서있었다.
“도망··· 치시게···!”
그리고 마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마성은 서준을 바라보며 거의 전율하다시피했다.
도저히 수강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위.
고작 30도 채 되지 않는 나이에 이토록 뛰어난 무위에 도달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은 이보다 더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5년? 아니, 1년만 지나도 한국에서 서준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나면 그때는 어찌될 지 마성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마성이 바라본 서준은 잠재력조차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처럼 맞닥뜨린 벽에 절망하고 좌절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서준은 한국의 영웅을 넘어 인류의 영웅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부족하다.’
그러니 살려야 한다.
자신이 대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설령 만철마저 죽더라도 이 청년만큼은 살려야한다.
“지금 당장···! 도망치시게!”
마성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깎으며 서준을 지켰다.
“싫…습니다.”
하지만 들려온 서준의 대답은 그러지 않았다.
마성 뒤돌아 바라보자 서준은 비적비적,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방금 일격에 크게 다친 것인지 계속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은 창대를 지지대 삼아 어떻게든 일어나려하고 있었다.
쩌─엉! 쩌─엉!
지금 이 순간에도 놈은 계속해서 줄기와 가지들을 쏘아냈다.
마성은 소리쳤다.
“객기 부리지 말게!”
저건 객기였다.
젊은이들이 흔히 갖는 객기.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명백히 다르다.
평소에는 이상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현실을 바라봐야했다.
쩌─엉! 쩌─엉!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전부 죽는다.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어차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나 때문에 자네가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
마성은 일갈하듯 소리쳤지만 서준은 말을 듣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건가!! 어리석게 굴지말고! 현실을 직시하시게!!”
그 순간, 서준이 물었다.
“그러는··· 마성님은 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쩌─엉! 쩌─엉!
그것은 뇌명이 울리는 듯한 괴성을 뚫고 또렷히 마성의 귓가로 박혀왔다.
“왜 우리를 버리고 도망치지 않으셨습니까? 왜 만철 아저씨를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하고자 하셨다면 진즉에··· 그러실 수 있으셨잖습니까.”
서준은 계속 말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희생하시려 하는 겁니까.”
마성의 말대로 도망치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
마성에게 뒤를 맡긴 채 만철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판단이었다.
반대로 최악의 판단은 이대로 놈과 싸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너희들은 힘(力)이 무엇이라 생각하지?]서준은 문득, 헤라클레스가 첫 강의에서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일일 과제를 겨우 마치고 들었던 헤라클레스의 첫 강의.
그곳에서 헤라클레스는 이런 말을 했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내가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지. 하지만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힘은 사실 그런 것이 아니야.] [힘은 한낱 물리력에 지나지 않아.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럼 누군가 이렇게 묻겠지. 그럼 강사님이 생각하시는 힘은 무엇인가요.]헤라클레스는 질문을 던져놓고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강의가 멈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 시간이 흘렀다.
그 끝에 헤라클레스는 본인 답지 않은 진중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속죄였다.]서준은 순간 헤라클레스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힘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뜬금없이 속죄라고 답을 하니 당연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 서준은 정신이 멍해졌다.
헤라클레스는 ‘영웅’ 이라는 단어만 놓고 본다면, 지구에 군림하는 모든 신화와 전설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헤라클레스가 꺼낸 이야기는 다름 아닌 12시련을 받을 때의 일이었다.
네메아의 사자부터 머리 아홉 달린 히드라, 황금사과와 하늘을 떠받치는 일까지.
이 시련은 헤라클레스를 진정한 영웅으로 재탄생 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업적이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 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이유는 광기에 못 이겨 그가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죽였기 때문이라 헤라클레스는 고백했다.
이후 광기에서 깨어난 헤라클레스는 극심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고 자결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친우 테세우스의 설득으로 스스로가 12시련의 길을 걷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영웅의 첫걸음은 거창한 포부와 기개가 아니라, 죄책감에서 비롯된 속죄였다.
[나는 속죄를 위해 12시련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시련을 완수할수록 내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만 갔지.] [그러자 사람들이 나를 비웃기 시작하더군.]자식과 아내를 손수 죽인 놈이 무슨 영광을 찾겠다고.
혼자 영웅이라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은가? 뻔뻔하기는.
저런 놈이 무슨 영웅이야. 그냥 쓰레기지.
[너 까짓게 무슨 영웅이라며, 너는 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영웅이라 불리기에는 너무도 큰 죄를 저질렀으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내가 영웅이 될 수 없는 수 천, 수 만가지의 이유를 들먹이며 힐난했다.] [나는 그 힐난에 다시 한 번 자결을 결심했지만… 계속 나아갔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살다보면, 미련하다 생각될 만큼 희생하다보면, 그리고 그것조차 당연시 여길만큼의 아득히 먼 미래까지 그런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 날의 나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끈 힘은 속죄였다.]그리하여 헤라클레스는 12시련의 과업을 완수하고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더하여 신들의 황혼이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끝이라 불리는 기간토마키아에서 올림푸스의 신들을 구해내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광기에 미쳐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죽인 헤라클레스는 그 속죄의 길 끝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말했다.
[너희들이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무언가 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안된다 고개 저을 것이다.] [네가 될 수 없는 이유. 네가 할 수 없는 이유. 수 천, 수 만가지를 찾아 너희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내가 시련을 수행하면서 들었던 것처럼.] [하지만 난 말하고 싶다.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콰앙!
[될 수 없는 수 천, 수 만가지의 이유가 아니다! 할 수 없는 수 천, 수 만가지의 이유도 아니다! 그것들을 극복하라는 것 또한 더더욱 아니다!] [한 가지다. 되어야만 하는 자신만의 단 한 가지 이유가!]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다.].
.
서준은 끝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롱기누스의 창을 부여잡으며 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한 발. 두 발.
그리고 세 발을 떼었을 때 마성이 소리쳤다.
“미친 짓이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수준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몬스터임을 그대가 잘 알고 있지 않소!”
서준은 마성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부정할 수 없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준이 이 창을 놓지 않는 것은…
끈적한 두려움이 서준을 붙잡고 늘어진다.
어떤 망설임이 서준에게 속삭인다.
하지만 서준은 터벅, 걸음을 옮겼다.
“그만 두시오!! 헛된 노력일 뿐이오!!”
뒤 쪽으로 들려오는 마성의 외침.
그와 동시에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파고든다.
[명심해라. 너는 안될 것이라 온 세상 사람이 속삭일 때.] [이젠 한계다. 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 [절대로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차오를 때!]터벅.
[내딛어라.]터벅.
[계속 나아가라.]터벅.
[여전히 우직하게.]헤라클레스는 그것을 이렇게 말하고 또 정의했다.
[그것이 진짜 힘(力)이자, 영혼의 근육으로부터 솟아나는 참된 힘.] [신력(神力)].
.
.
[모든 것을 깨부수는 ‘압도적인 힘’이다.]꽈드드드드득!!
덜덜 떨리던 몸이 차분해진다. 심장은 폭발하듯 뛰었지만 머리는 차갑게 내려앉았다.
격동하는 마력의 폭풍 속에서 서준은 내딛었다.
가슴 속에서 치솟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죽어가는 영혼에 불을 질렀다.
놈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수 천가지다.
서준이 도망쳐야만 하는 이유는 수 만가지다.
그리고 서준이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이유는…
서준이 살아온 세월은 이제 28년이다.
대격변을 겪어온 마성이 보기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기에 마성은 지금 서준의 행동을 ‘객기’라 정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성에게 고작 28년이란 세월은.
서준에게 있어서 평생인 세월이었다.
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
그 순간.
화아아아아아아악!!
죽어가는 영혼에 불을 질렀던 알 수 없는 힘이 전신에 솟구치기 시작했다.
서준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 아니,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어딘가에서 솟아나는 압도적인 힘.
그어어어어어어어어!
놈이 그런 서준을 향해 거친 포효를 내질렀다.
방금 전까지, 분노를 담은 놈의 포효였건만, 지금은 어쩐지 놈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만 같았다.
파사사사사사삭!
쏟아지는 줄기와 가지들을 바라보며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파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힘이 쏟아져내리는 줄기와 가지들을 파괴했다.
서준은 곧바로 땅을 박차며 놈에게로 달려갔다.
그어어어어어!
놈은 더 이상 줄기와 가지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곧장 서준을 향해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쉬이이이익!
공기를 찢듯이 쇄도해오는 놈의 거대한 팔.
“으아아아아아아아!!”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내질렀다.
그리고.
팟!
단조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공간에 소리를 도려낸 듯한 착각마저 이는 그런 소리였다.
다시 찰나.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뒤집히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쿠우우우우웅!
거목이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