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
77화 – 레이드 배틀(5)
이 레이드 배틀은 우승팀 이외에도 상금이 제공되었다.
4위인 팀까지 상금이 제공되었으며, 우승팀 상금인 30억부터 20억, 10억, 5억으로 차등 지급되었다.
즉, 레이드 배틀에 걸린 상금은 총 65억.
따라서 드림팀이 5라운드의 보스를 처치할 시, 받는 상금은 기존의 2배를 넘는 65억이었다.
반대로 보스를 처치하지 못한다면 확정된 30억을 잃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돈 때문에 출전한 서준으로서는 모든 것을 잃는 셈이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거죠?”
서준이 묻자 관계자가 살짝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무런 불이익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안’일 뿐이니까요. 기존의 룰대로 5라운드를 진행하시고 우승 상금을 받아가시면 됩니다.”
그리고는 관계자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이건 저희 주최 측에서 제안드리는게 아니거든요.”
“아···”
이어진 관계자의 답에 서준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회의 모든 상금을 걸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금을 받는 2,3,4위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1위가 확정되어있는 드림팀과는 달리 2,3,4위는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헌터밀, 에일, 가온.
이 세 아카데미 팀 중 누가 2,3,4위를 하느냐가 이번 5라운드에서 결정되었다.
그렇기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순위임에도 상금을 모두 걸겠다.
이렇게 제안했다는 것은 그들이 합심했다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까 전.
정시우가 내보였던 의미심장한 모습을 생각하면 기정 사실이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드림팀이 정말로 부정행위를 통해서 올라왔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통해 드림팀을 무너뜨리는 한편.
무너져버린 3대 아카데미의 자존심도 회복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서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민율과 수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뜻을 알아차린 민율과 수연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난 상관없어. 대장이 알아서 해.”
“나도. 사실 난 별로 한 게 없어서···”
서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관계자에게 말했다.
“주최 측의 제안이 아닌데도 이렇게 말씀주시는 걸 보면··· 주최 측 또한 어느 정도 생각이 있다는 뜻이겠죠?”
“하하하···”
그러자 관계자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긴장감이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드 배틀은 대형 길드들이 정부와 협회에게 후원을 빌미로 로비를 하면서 만들어진 대회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특출난 수강생들을 선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상업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회는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든 여러 방송국과 각종 단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다른 대회들에 비해 참관한 스카우터들이 많다고는 하나.
여전히 관중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주최 측은 어쩔 수 없이 흥행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승자가 확정된 결승전을 대체 누가 본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승 확정자가 한순간에 떨어질 수 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로 불감청 고소원이라 했던가.
어쩌면 이번 제안은 주최 측에서 바라마지 않던 제안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제가 역으로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서준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역으로 이용해 먹기로 했다.
“제안이요?”
“이번 대회 총 상금이 65억. 맞나요?”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은 곧장 말을 이었다.
“그 상금을 주최 측에서 더 얹어서 100억으로 맞춰주세요. 그럼 제안을 승낙하겠습니다.”
“네? 배, 백억이요?”
서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치는 관계자를 향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서준은 이 제안을 승낙할 이유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들의 수작에 놀아나줄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당장 서준에게 필요한 돈은 5억이었다.
물론 서준에게 있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하지만 65억이라 한들 3명이서 나누면 고작 20억에 지나지 않았다.
20억이라는 말 앞에 고작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이상했지만 어쨌든.
가만히만 있어도 우승 상금 30억, 그러니까 서준 몫인 10억이 보장된 상황이었다.
확실한 10억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20억을 선택할 메리트가 없었다.
남은 15억으로 서준이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돈을 더 얹어 준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다름 아닌 초월자 상점에서 20억으로 껑충 뛴 인과.
당연히 그 100억을 서준 혼자서 독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면 마나 강의랑 영약까지 같이 구매할 수 있으니까.’
위험을 감수할 메리트 정도로는 충분했다.
서준은 여전히 놀란 눈을 뜨고 있는 관계자에게 말했다.
“어떻게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서준의 제안에 관계자는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잠시 자리를 떠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100억을 맞추기 위해서는 35억이라는 돈이 필요했다.
아무리 스케일이 큰 대회라지만, 35억은 쉽게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었다.
설령 35억을 운용할 수 있다고 한들 그로써 얻어지는 손익도 계산해야 했기에 단번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서준은 꽤 긴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서준의 제안은 빠르게 받아들여졌다.
다름 아닌 서준의 제안을 들은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앞 다투어 후원하겠다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러면서 그들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드림팀이 우승한다면 자신들의 길드 이름으로 드림팀에게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초유의 사태에 서준은 물론이고, 주최 측에서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준이야 돈을 준다는 것이 중요했지 누가 주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최 측 또한 알아서 후원해주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다.
결국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마지막 5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서준은 망설일 것 없이 곧장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소식과 더불어 스카우터 대기실에는 한창 소란이 일고 있었다.
“드림팀에서 역으로 그런 제안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
“의도를 정확히 꿰뚫은 거지. 전투 센스만 좋은 줄 알았더니…”
“그래도 난 사실 거절할 줄 알았어. 솔직히 드림팀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잖아.”
“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역시나 대기실은 드림팀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이도현은 그런 스카우터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전광판을 주시했다.
“정말 드림팀이 할 수 있을까?”
그러자 그때 들려오는 동료의 목소리.
이도현은 전광판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답했다.
“난 가능할 거라고 봐.”
“네가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데··· 이번에 구현하는 몬스터가 레버넌트였던가?”
“맞아. 몬스터 자체는 무난하지.”
레버넌트는 언데드 형 9성 몬스터로서 완전한 해골인 스켈레톤과는 다르게 미라의 모습을 한 몬스터였다.
육신이 남아있었기에 피도 흘리지만 정작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레버넌트는 2번 죽여야 완전히 처리되는 몬스터였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크게 까다로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무난하긴 개뿔. 9성 몬스터야 정신차려.”
물론 같은 9성 몬스터들끼리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도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도 마도학으로 구현한 몬스터잖아. 완전한 9성은 아니니 해볼만 하지 않을까?”
“이번에 정지민이 돌연변이인지 뭐시기인지. 그 연구를 적용해서 난이도 급상승했잖아. 웬만한 8성 수준일텐데… 막말로 너 혼자서 8성 몬스터 잡을 수 있어?”
“음…”
이도현은 차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8성 몬스터를 혼자서 잡는 일은 A급 헌터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드림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데.”
“드림팀이 보여준 모습이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뭐, 이제 들어갔으니 지켜보면 알수 있겠지.”
그렇게 이도현과 그의 동료는 말없이 전광판을 주시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웅성웅성.
돌연 대기실 한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뭔가 싶어 슬쩍 돌아보니 관계자 무리들이 상당히 다급한 표정으로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현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금방 관심을 끊었다.
그런데 관심을 끊으려 해도 어째서인지 소란이 계속 이어졌다.
“무슨 일 났나?”
결국 참다 못한 이도현은 한 발 나서며 지나가는 관계자를 붙잡았다.
“저기요.”
“갑자기 이게 왜···! 아, 네, 넵!”
그러자 깜짝 놀라며 답하는 관계자의 모습.
이도현은 곧장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소란이십니까?”
“그, 그것이···”
관계자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더, 던전 마력핵이 갑자기 과부하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대기실에 있던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쏟아졌다.
그 탓에 관계자가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이도현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다시 질문을 건넸다.
“마력핵이 과부하를 일으켜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모,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지금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겁니까?”
그러자 언제 왔는지 이도현의 동료가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관계자는 동료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답했다.
“그··· 마력이 틀어지는 바람에 구현된 몬스터가 변이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변이…요?”
“쉽게 말해 구현된 몬스터가 다른 개체로 바뀌었습니다.”
한 마디로 예정된 레버넌트가 아닌 다른 몬스터로 바뀌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여기 레이드 배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조차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설마 정지민이 적용한 돌연변이인지 뭐시기 하는 연구가 부작용을 일으킨 건가?’
이도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체 뭐로 바뀌었기에 이렇게 다급하신 겁니까?”
관계자는 긴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 드라우그(Draugr)입니다.”
그 순간.
“뭐?! 드라우그??”
“지금 드라우그가 구현되었다고?”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그리고 이도현 또한 그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드라우그는 9성 몬스터가 아닌 10성 몬스터였다.
드라우그는 바이킹들의 무덤에서 그 부장된 보물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알려진 몬스터였다.
10성 몬스터답게 강함도 강함이거니와, 그 사념이 너무도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오죽하면 드라우그 주변에 자란 풀들을 먹으면 광기에 휩싸인다고 알려져있다
또한 언데드 형 몬스터 중에서도 유령 계열에 속해 실체가 없었다.
그 탓에 손상을 입힐 수는 있으나 특수한 무기가 아니면 죽일 수는 없는 몬스터였다.
그렇기에 10성 몬스터 중에서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몬스터가 바로 드라우그.
그간 한국에 생성되었던 드라우그의 던전은 총 8개.
그 모든 던전을 5인의 영웅 중 한 명인 영성(靈星)이 처리한 것을 생각하면 말 다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그 두 번째.
사실 이 두 번째가 모든 이들을 경악으로 물들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정신 계열 몬스터는 구현 금지 몬스터잖아! 왜 구현 항목에 있는건데!”
드라우그는 정신 계열 몬스터였다.
사실.
10성 몬스터가 구현되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호들갑 떨 이유는 없었다.
드림팀이 실패하고 나오면 오류가 있었으니 재경기를 하자고 하면 그 뿐.
어쨌거나 마도학으로 구현한 몬스터였고, 최악의 경우를 감안해도 그냥 실패로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도학으로 구현된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는다고 수강생이 죽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딱 한 가지.
마도학으로 구현된 몬스터에게 죽을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정신 계열 몬스터의 정신 공격이었다.
정신적인 데미지는 결국 ‘뇌’가 받는 데미지였다.
데미지 자체는 허상일지라도 현실과도 같은 상황에 정신적인 데미지만은 그대로 반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초창기에는 이런 몬스터의 정신 공격에 수강생들이 죽는 사고가 빈번했었다.
이후, 심각성을 인지한 협회가 정신 계열 몬스터를 구현 금지 항목으로 규정하고 나서야 사망 사고는 없어졌다.
그리고 그때 당시 구현되었던 것은 5~6성의 정신 계열 몬스터였다.
그런데 지금 구현된 드라우그는 무려 10성의 정신 계열 몬스터.
이 말은 즉.
드림팀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도현은 곧장 관계자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나오라고 해! 지금 당장!!”
“이미 사람을 보냈지만··· 과부하 때문인지 접근이 부, 불가합니다.”
“그럼 마력핵을 부수든가! 마력 공급을 끊던가 해!”
“하, 하지만···! 그러면 구현에 든 비용이…”
“그깟 돈이 문제야 지금!!”
이도현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손익을 따지며 재단하는 꼬라지가 영 꼴사나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9성 몬스터의 구현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간 드림팀은 돈으로 재단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고작 수 십억이 아까워서 드림팀을 잃는다?
이건 빈대 잡으려다 황궁을 태우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야이 미친놈들아! 그깟 수 십억이 아까워서 드림팀을 죽게 내버려둬? 제정신이야!!”
“아, 알겠습니다!”
이도현의 고함에 관계자는 부리나케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도현은 전광판으로 거칠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쯤이면 드림팀이 드라우그와 싸우고 있을 터.
정확히는 정신 공격에 사경을 헤매고 있을 테니, 마력핵을 부술 때까지 드림팀이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정지민! 대체 무슨 연구를 적용시킨··· 어?”
그런데 전광판에 비친 광경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이도현의 반응 때문일까 지켜보던 스카우터들이 동시에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응?”
“응?”
모든 이들의 표정이 벙찌기 시작했다.
#
“드라우그!”
서준은 눈앞으로 보이는 드라우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마치 한맺힌 영혼이 절규하고 있는 듯한 모습.
드라우그 또한 서준을 발견하고는 몸을 연기처럼 짙게 피어올렸다.
그어어어어어···
지독한 악취가 코끝을 찔러왔다.
그것이 드라우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악취인지.
아니면 공포와 광기에서 비롯되는 착각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드라우그가 여기에···!”
“부, 분명 레버넌트라고 하지 않았어?”
당황한 민율과 수연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서준이 갖는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꽈득.
하지만 서준은 그 모든 의문들을 떨쳐버리며 롱기누스의 창을 굳게 부여잡았다.
왜 레버넌트가 아닌 드라우그가 여기에 있는지는 모른다.
그것은 차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지금은 드라우그가 정신 공격을 하기 전에 없애야만 했다.
물론 실체가 없는 드라우그였지만, 롱기누스의 창이라면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신 공격으로 행동 불능이 되기 전에 드라우그를 처리해야했다.
서준은 타닥, 땅을 박찼다.
그러나.
────!
서준의 움직임보다 드라우그의 행동이 한 발짝 더 빨랐다.
“끄으으윽···!”
“아아악!!”
지옥의 이명처럼 길게 울리는 괴음과 함께 민율과 수연이 비명을 내질렀다.
청각을 마비시키는 공포는 삶이 걸려있는 죽음의 사선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모든 증오와 악의 그리고 광기가 공간을 잠식하듯 터져나왔다.
그어어어어…
붉게 타오르는 안광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광기에 휩싸일 것만 같았다.
근육은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날카롭게 선 정신이 몸을 옭아맨다.
10성 몬스터 드라우그의 정신 공격은 S급 헌터일지라도 버티기 힘든 수준.
한국에 생성된 드라우그 던전을 영성(靈星)이 처리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 아니야! 내가 그러지 않았어! 내가 아니라고!!”
“주, 죽지마··· 아빠 죽지마!! 안돼!!”
결국 민율과 수연이 머리를 감싸며 광기에 물들어버렸다.
순식간에 펼쳐진 아비규환의 상황.
그런데.
“……뭔데?”
서준은 어째서인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그어?”
그리고 그런 서준의 모습에 드라우그도 당황한 것인지 잠시 주춤거렸다.
물론 어떤 속삭임들이 계속해서 서준의 귓가에 맴돌고는 있었다.
-지금이야 승승장구 하고 있겠지. 그런데 언제까지?
-넌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 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아?
-프로 헌터가 되어서도 네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때마다 환청처럼 석가모니의 말이 들려오며 마음이 안정되었다.
[두려워 말라. 세상은 최고인 것들을 언제나 두려움 뒤에 숨겨놓으니.] [자신감은 언제나 불안감과 함께 할지니. 성공은 머리로 가면 안되고, 실패는 가슴으로 가면 안된다.] [명심하라.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곧 신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그리고 그 때문일까.
.
.
석가모니 강의 진행률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뭔데?”
서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