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95
95화 – 맑고 깊은 물엔 고기가 모인다(1)
[1위: 드림 아카데미 – 58분 45초.] [2위: 헌터밀 아카데미 – 58분 52초.] [3위: 가온 아카데미 – 59분 43초.] [4위: 에일 아카데미- 59분 57초.]최종 순위가 발표된 직후.
사람들은 그 어떠한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합산 기록만 본다면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아슬아슬한 차이로 드림 아카데미가 우승했구나.
이 정도로만 생각될 일이었다.
“이, 이, 이게 무슨···”
“이거··· 꿈··· 아니지···?”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합산 기록으로만 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
던전의 붕괴.
드림 아카데미가 들어갔던 던전이 붕괴되었다.
물론 안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던전을 구현한 마력핵이 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부정 행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드림 아카데미가 던전 안에서 이루어낸 결과였다.
사람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느낀 것은 분명 그러했다.
“세, 세상에···”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그 광경을 쉽사리 믿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이, 이, 이, 이, 이건··· 말도 안돼···”
그 중 소진현이 받은 충격은 단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소진현은 드림 아카데미의 1던전과 2던전 클리어 시간이 공지될 때.
아, 김서준이 결국 우승을 포기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내심 김서준이 압도적인 차이로 기록을 내주길 바랐지만···
아무래도 김서준은 이번 2차전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다.
아쉽긴 했지만 뭐, 그래도 상관 없었다.
어쨌거나 우승을 통해 3대 아카데미의 저력을 증명할 수는 있는 셈이었으니까.
김서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8초.
세상 어느 누가 48초 안에 9성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건 자신은 커녕 현역 S급 헌터들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대격변의 영웅들도 힘들었다.
눈앞에 직접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랜덤으로 소환된 바실리스크를 찾아야 했으니까.
그 시간만 따져도 48초가 걸릴 터였다.
소진현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삐빅!
[보스 공략시간: 41초.]재차 들려오는 알림음에 소진현은 눈을 부릅 뜰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무슨···?”
말이··· 말이 안되었다.
아니, 말이 되어서도 안되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41초만에 9성 몬스터 바실리스크를 처리한단 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건 대격변의 영웅들도 힘들었다.
그러니 필시 클리어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에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꽈르르릉!!
던전의 마력핵이 터져나가며 붕괴되는 던전의 모습에 소진현은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소진현은 이번 2차전을 계획하면서, 김서준이 던전을 붕괴시킬 거라는 단 일말의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붕괴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애초에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
그건 말 그대로 ‘불가능(不可能)’이었으니까.
소진현, 이진성, 차혜인.
이 3대 아카데미 대표들의 힘을 합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격변의 영웅들 수준에 근접해야 어찌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그것을 고작 둘이서 해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소진현만큼은 알고 있었다.
던전을 붕괴시킨 건 김서준.
혼자서 한 일이다.
“이, 이, 이건··· 마, 마, 말도… 안돼···”
소진현은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
번쩍.
서준의 감겼던 눈 떠지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동시에 눈으로 강제로 주입되는 풍경은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넓직한 방이었다.
코 끝을 스치는 알싸한 알코올 향은 병원에서 맡는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병원이라고 하자니, 보이는 풍경은 상당히 어설픈 면모가 돋보였다.
“…?”
사고가 한 박자 늦게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보다 한 박자 더 늦게 파노라마처럼 지난 기억이 밀려오며, 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준씨? 깨어나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서윤이 안도와 걱정, 그 중간 쯤에 위치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이곳이 교류전 내 의무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은··· 괜찮으신 거예요?”
이어지는 서윤의 물음.
하지만 서준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 대신 새로운 물음을 던졌다.
“어, 어떻게 되었나요?”
그러면서 서준은 떨리는 눈동자로 서윤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그 모습이 간식을 재촉하는 어린 아이처럼 보여 서윤은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희가 우승했어요.”
“휴우···”
서준은 그때서야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보다 몸은 어떠세요. 정말 괜찮으신거 맞으신거죠?”
“아, 넵! 물론이죠. 제가 몸이랑 정신은 정말 튼튼하거든요. 특히, 정신은 강철처럼 단단해서 기절 몇 번 한 거로는 끄덕 없습니다!”
서준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웃어보였다.
서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괜찮은 건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서윤은 그저 서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어··· 왜, 왜 그러시죠?”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이 당황한 듯 얼굴을 매만져 보였다.
하지만 서윤은 말없이 서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실 서윤은 서준에게 할 말이 많았다.
묻고 싶은 말도 많았다.
대체 왜 마력 결정을 먼저 꽂지 않았는지.
그때 했던 말은 무슨 의미였는지.
심지어 서준이 갑자기 꺼냈던 스마트폰과 그 이상한 약병.
뒤이어 터져나온 그 끔찍했던 힘은 대체 어떻게 낼 수 있었던 건지.
무엇보다 어떻게 던전을 붕괴시킬 수 있었던 건지.
“서준씨.”
하지만 서윤은 그 의문과 말들을 삼켰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을 함축하는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고마워요. 정말로요.”
순간 서준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러다 서준은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서준도 서윤에게 할 말이 많았다.
묻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동안 서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어렴풋하게 느낄 수는 있었기에 서준은 말하고 또 묻고 싶었다.
하지만 서준은 그 의문과 말들을 삼켰다.
다만, 그 모든 것을 함축하는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뭘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둘은 그렇게 서로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비켜! 비키라고! 이번엔 기필코 김서준을 만나야겠어!”
갑자기 문 밖에서 큰 소란이 일며 고함이 터져나왔다.
웅성웅성거리는 것이 어째, 한 두사람이 일으키는 소란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김서준님은 휴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관계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척 보아하니 아무래도 몰려드는 기자들과 그 앞을 가로막는 관계자들 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듯 싶었다.
“그러니까 정말 그런지 살짝 확인만 하고 온다고! 확인만!”
“그리고 우리는 김서준만 취재하러 온 게 아니라니까?”
“아니, 글쎄! 정 그러시면 나중에 드림 아카데미로 취재하러 가시면 되잖습니까!”
그 순간.
“뭐? 드림 아카데미로 취재하러 가라고?”
마치 폭동이라도 일어난 듯 여기저기서 함성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우리가 미쳤어? 드림 아카데미로 갔다가 검성(劍星)께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그래! 드림 아카데미 갔다가 검성한테 맞아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욕 몇 마디 쳐먹는게 낫지!”
“아 몰라! 이번엔 우리도 양보 못해! 이럴거면 우릴 왜 부른거야!”
“우리도 우리의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그리고 웅성거렸던 소란은 더욱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희도 힘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너무 과하다 싶었는지 관계자들이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제 아무렴 상관없다는 건지. 아니면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건지.
기자들은 성난 코뿔소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결국 관계자들은 그런 기자들을 감당할 수 없었고.
벌컥.
기어코 서준이 있던 의무실의 문이 열리며 기자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는 깨어있는 서준을 발견.
“뭐야! 기절했다더니 깨어나 있었잖아!”
“드림 아카데미 원장도 같이 있었네!”
촤촤촤촤촤촤촤촥!!!
섬광탄을 터트리는 듯한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자칫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서준이 환자라는 인식은 있는 것일까.
관계자들의 통제가 없음에도 기자들은 일정 선 이상을 넘어오지는 않았다.
“거기 뒤에! 자꾸 밀지마!”
“우린 인터뷰하러 온 거지 사생팬질 하러 온 게 아니라고!”
되려 선을 넘으려는 기자들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허락없이 들어온 것부터가 선을 넘은 행위긴 했다.
하지만 드림 아카데미로 취재를 갈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기자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기에 서준은 그냥 웃음을 흘려버렸다.
“어떻게 던전을 붕괴시킬 수 있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힘으로 붕괴시킨 것입니까? 아니면 던전을 붕괴시키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겁니까?”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피곤한 건 피곤한 것이었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3대 아카데미에서는 현 승부에 대해 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서준 단 한 명에게 졌을 뿐, 드림 아카데미에게는 패배하지 않았다.’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기자의 질문이 서준의 귓가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다른 기자들도 궁금했는지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서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서윤을 바라봤다.
애써 아닌 척하고 있지만 서윤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서준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질문을 건넨 기자를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저 또한 드림 아카데미 수강생입니다.”
그 순간 기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다들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얼굴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준은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이고는 툭,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전 한 거 없습니다. 저는 그냥 여기 우리 원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네, 네? 서준씨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서준의 말에 서윤이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이때다 싶다! 하며 카메라를 서윤 쪽으로 돌렸다.
촤촤촤촤촤촤촤촥!!!
그리고 터져나오는 섬광탄 플래시.
“김서준님에게 특별히 가르치는 수련 방법이 있습니까?”
“한국 최고의 아카데미가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김서준처럼 되고자 하는 여러 예비 수강생들에게 아카데미 원장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프로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것만은 꼭 해야만 한다라는 본인만의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으신 가요!”
마치 속사포 랩처럼 쏟아져 나오는 질문들에 서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그것이···”
그렇게 서윤은 처음 느껴보는 기자들의 관심에 한동안 당황스러운 기색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
그렇게 2차전의 결과가 기자들로 인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리고 한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혀 버렸다.
프로 헌터와 관련된 TV, 뉴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심지어 프로 헌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요리, 여행, 낚시 사이트 등에서도 김서준의 이야기로 들끓고 있었다.
한국 전체가 김서준의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커뮤니티는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수십 개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당연하다시피 ‘김서준’의 키워드로 도배되었다.
『[오드리될뻔]: 그간 돌았던 드림 아카데미 논란. 이걸로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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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류전 2차전에서 김서준이 던전 붕괴시켰다는 기사가 있음.
이건 ㄹㅇ 미친 수준을 넘어 신의 경지라 불러도 할 말 없음.
이 정도면 영웅급 수강생이 아니라 영웅이라 불러도 할 말 없는 수준임.
그런데 김서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건 아니잖아.
자, 논란 정리 들어감.
안에 드림 아카데미 원장이 같이 있었음.
즉, 김서준만으로는 안되었고 아카데미 원장까지 합세해서 어찌 가능했다고 볼 수 있음.
검성의 손녀는 검성의 손녀였음.
개빡대가리 아닌 이상 ㅇㄱㄹㅇ ㅂㅂ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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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어굴이는어굴해]: 그런데 왜 3대 아카데미는 김서준이 뛰어난 것 뿐, 드림 아카데미는 한 거 없다고 ㅈㄹ이냐?
ㄴ[클레오빡돌아]: 응 아니야. 1던전, 2던전 클리어 기록봐봐. 드림 아카데미 원장도 뭔가 있는거야.
ㄴ[어굴이는어굴해]: 나도 ㅇㅈ. 솔직히 김서준이 저 정도까지 시간 끌렸다? 이건 교류전에서 무슨 개수작을 부렸다는 게 더 설득력있음.
ㄴ[톱과젤리]: ㅋㅋㅋㅋㅋ ㅆㅇㅈ. 그러면서 ‘우리는 김서준 단 한 명에게 졌을 뿐, 드림 아카데미에게는 패배하지 않았다.’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미션임파선염]: 반면에 그런 3대 아카데미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에 우리들의 김서준 대답은 ㄹㅇ 미쳤음.
ㄴ[오사카사카말까]: 김서준이 뭐라 했는데?
ㄴ[미션임파선염]: 나도 드림 아카데미의 수강생이다.
ㄴ[오사카사카말까]: ······시발. 나 남잔데 반해버린 거 같다.
ㄴ[흔들린우동]: 주모오오오!!! 오늘 샤따내려!!!!
ㄴ[못보던항구다]: 엄마!!! 나 드림 아카데미 다닐래!! 검성한테 맞아 죽어도 상관없어!!!
ㄴ[은하철도구구팔십일]: 저 마침 전등 고장났는데 그냥 기사에 있는 김서준 사진 오려서 붙였습니다. 그저 빛서준. 이제야 방 안이 좀 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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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국이 발칵 뒤집혀 있을 때 쯤.
정작 서준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곧 받을 우승 상금에 싱글벙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크으··· 60억이라니! 60억이라니!”
원래라면 서윤과 반으로 나눠 30억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착하디 착한 서윤은 자신의 몫을 서준에게 몰아주었고, 그 때문에 서준은 60억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삼단전(三丹田) 개방으로 인과가 미친듯이 필요한 서준에겐 더없는 호재였다.
“아, 참. 이럴 시간이 없지. 빨리 가서 수련해야겠다.”
서준은 기쁜 마음을 삼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용한 공청석유(空淸石乳) 영약의 힘을 온전히 흡수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영약의 힘을 천천히 흡수하면서 서준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급하게 사용해버린 탓에 그 힘이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래도 서준안에 내재되어있는 것일 뿐,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흩어져있는 힘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꽤나 부지런히 수련해야했다.
“이제 그만 가볼까.”
서윤은 볼 일이 있다며 먼저 떠나간 상황.
그렇게 서준 혼자서 드림 아카데미로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
갑자기 한 여자가 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자를 푹, 눌러쓴 탓에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준은 그녀가 이하윤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붓기는 빠진 것인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 곳곳에 시퍼런 멍들이 자리잡혀 있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해.”
차가운 말투는 여전했지만 어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서준은 그런 이하윤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휙.
“미안. 내가 지금 바빠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