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0
Chapter 10 – 별이 가려진 하늘
블루 시리우스와 한재중은 연인이었다.
과거형인 만큼 지금은 아니다.
그 둘만이 아니라, 몇 년 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연애 소식이었다.
그 둘의 연애는 마법 소녀의 연애사에 대중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계기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파장을 가져온 관계였기 때문이다.
둘의 연애가 문제시 된 원인으론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하나는 한재중의 과거.
중학생 때 꽤 큰 폭력 사건을 일으킨 문제아였단 점.
실제로는 누군가를 괴롭힌 게 아닌 누군가를 괴롭히던 사람에게 사적 제재를 가한 것이었지만, 그런 진실 따윈 대중이 관심 없었다.
하지만 이를 문제시 삼은 건 미리 걱정하기 십상인 몇몇의 마법 소녀 열혈팬들 뿐.
이 과거는 마법 소녀 팬들만 아는, 알 사람만 아는 사건으로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과거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다시 발굴되어 그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데 톡톡히 작용했다.
그 사건이 둘의 연애에 문제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이며.
마법 소녀의 연애가 금기시된 이유였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둘이 다니던 학교에 괴인이 습격했을 때, 블루 시리우스가 다른 시민들 보다 한재중의 구조를 최우선으로 취급하는 태도가 카메라에 우연히 잡혔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영웅이 다른 피해자를 내버려 두고 멀리 있던 연인의 구조를 최우선시 했다……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영웅도 사람인데 애정이 가는 사람을 먼저 챙길 수도 있지.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라고 공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뼈대부터 유교 국가인 나라에서 그 따위 걸로 논란이 일어난 게 어이가 없었지만 당시에는 꽤 큰 논란이었다.
평등성의 위배.
그 화두는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블루 시리우스의 구조 편애 논란이 이니 자연스레 그 연인인 한재중에게도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렇게 한재중의 폭력 사건이 만인에게 알려졌다.
인터넷 수사대들은 그의 과거를 캐 중학생 때 얼마나 흉악했는지를 최대한 선전하고, 그걸 빌미로 이런 사람과 연인이 된 블루 시리우스 또한 인성이 좋지 않다며 선동을 가했다.
그저 재미로 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마법 소녀의 팬이 그녀를 깎아내리기 위해 음습한 의도로 한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과열된 여론을 곧 대중이 인지하고, 잘 모르는 사람은 그 과열된 양상을 따라 같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희대의 양아치 새끼 한재중과 그런 양아치 새끼와 끼리끼리 노는 블루 시리우스. 완성.
어딘가를 나갈 때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사진을 찍혀 조리 돌림이 되기 일수였고 모르는 사람이 학교 까지 찾아와 욕설을 던지기도 하였으며 가끔은 계란을 쳐 맞기도 하였다.
너 같은 새끼가 마법 소녀를 망친다며.
현실이 그정도였으니 인터넷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이 전국민적인 왕따를 견디지 못한 한재중은 블루 시리우스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것에 겸해 블루 시리우스가 마법 소녀 활동에 정상적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자신이 협박을 했다는 거짓 성명을 한다.
내가 그 때 자살을 안 한 게 용하다.
물론 자살 했다면 블루 시리우스가 진정으로 정신이 부숴졌을 테니 하려 해도 죄책감 때문에 못 했겠지만.
이러한 연유가 있는 만큼 난 블루 시리우스, 저 분이 매우 불편하다
그녀의 얼굴을 직시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져 온다.
몸 깊숙히 내재된 죄책감이며 후천적으로 습득된 거부감.
굳이 퀘스트가 없더라도 난 한 시라도 빨리 그녀의 앞에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자네와 굳이 어울려 주고픈 마음은 없군.”
[MEGREZ.]알카이드가 막혀도 나에겐 메그레즈가 있다. 초록색의 갑주에서 90년대 만화의 폭주족처럼 검은 장갑에 어깨에 가시를 주렁주렁 달아 놓은 모습이 되었다.
검록색의 별빛은 모여서 바이크가 되었고. 난 그것에 망설임 없이 올라 탔다.
“밤을 샌 몸이라서 말이야. 상당히 졸리거든.”
시동을 걸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하자.
촤락.
바이크의 바퀴와 시동 부분에 얼음이 피어 올라 가동을 방해했다. 자칫하면 손까지 함께 얼어 붙을 뻔해서 재빨리 손을 떼었다.
“이런.”
“미안하지만, 난 굳이 너와 어울려야겠는데? 나도 밤 샜어. 널 찾아 다니느라 말이야.”
쩌저저적─!
등 뒤에는 거대한 얼음 벽이 생겨났다. 웬만한 강철보다도 단단해 보이는 얼음 벽은 내 행동 반경을 잠시 제한하기에 충분했다.
마음만 먹으면 힘으로 박살 낼 수도 있지만……
“도망은 곤란해.”
저 친구가 방해하니 그것도 쉽지 않다.
스릉. 서슬퍼런 쇠의 소리와 함께 내가 있던 자리에 서리가 무성한 참격이 일었다. 그 참격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새하얀 안개가 일었고, 그 안개는 공기 중의 수증기조차 쉽게 얼어 붙였다.
입김 같이 새하얀 연기는 곧 어떤 형체를 띄기 시작했다. 점차 사람의 팔과 다리, 몸을 완성 시키고 끝내는 얼굴까지 생겼다. 낯선 얼굴은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 뛰어 오는 저 사람과 완전히 같았으니까.
빛나는 청백색의 실로 만들어진 것만 같은 모습의 블루 시리우스가 생겼다.
그녀는 본체와 동일하게 은색의 레이피어를 손에 들고 날 향해 뻗었다. 그 칼 끝에선 궤도에 있는 모든 걸 얼려 버릴 빔이 날아왔다.
시리우스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쌍성계.
쌍성의 특징 중 하나는, 이중 마법.
동시에 두 곳에서 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을 이용한 블루 시리우스만의 기술.
환영상검(幻影霜劍).
환영과 얼음 마법을 사용한 일사불란한 검격. 특유의 흰 서리 안개까지 포함해서 적에 비해 압도적인 시야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콰가가각! 참격에서 발생한 소리보다는 무언가가 갈려나가는 소리에 가까웠다. 실제로 별 다를 바 없었다. 그 궤도에 있는 모든 게 서리 바람에 의해 얼어 붙고 갈갈이 찢겨 나가는 중이었으니.
이 몸이라도 저런 거에 닿으면 안 좋을 게 뻔하다. 난 재빨리 좌측으로 회피 기동했다. 바이크를 안 타더라도 메그레즈 폼은 내 최강의 가속력을 자랑하는 폼. 저 정도의 공격 따위 쉽게.
그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
‘…빙판?’
공사장의 메마른 바닥이 아닌, 아이스 링크장 같은 것이 내가 내딘 곳에 있었다. 아니, 여기만이 아니다. 이미 바닥 대부분이 빙판으로 처리 되었다.
블루 시리우스는 자신이 만들어낸 빙판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구두에 스케이트 같은 얼음의 날을 만들어 붙였다.
고등학생 때 자주 아이스링크장에 가서 단련하던데, 성공했구만.
한재중의 기억을 읽으며 웃었다.
“대단하군.”
“칭찬 고마워.”
콰직! 그 빙판 위를 여유롭게 미끄러져 온 블루 시리우스의 레이피어를 팔로 받아 냈다.
아무래도 격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녀의 주위에 흩날리는 눈 결정 모양의 별빛들이 참으로 아름다워 눈이 멀 것만 같았다.
현존하는 마법 소녀 중 가장 강한 별빛을 낼 수 있다는 사람답다. 쌍성이라도 엄연히 별 하나 취급일 텐데. 저 별빛의 크기. 절대 하나라고 볼 것이 아니다. 지금 부딪힌 힘만 봐도…..
[별빛의 크기로 보아 최소 삼성(三星)급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추측됩니다. 전력의 경우에는 이를 초월할 가능성 마저 감지됩니다.]알아 새끼야.
팔의 감각이 천천히 죽어가는 게 느껴진다. 레이피어가 닿은 부분이 점차 푸른빛의 얼음으로 물들어져 갔다.
“이봐 한 가지 묻지.”
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넌 별을 본 적이 있나?”
블루 시리우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이 하늘을 어둡게 가리는 데 내가 그걸 어떻게 보니.”
얼어 붙는 범위는 점차 팔을 넘어 어깨까지 향했다.
“너희들이 별을 지우고, 빛을 가리는 데. 우리 마법 소녀를 죽이는 게 너희들인데.”
차가운 분노가 팔을 타고 올랐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푸른 별빛이 수 없이 수 놓아졌다. 눈동자에 있기에, 막상 본인은 보지 못하는 별빛이었다.
블루 시리우스는 지금 나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로서 대표된 괴인들. 그 괴인들이 들끓는 사회를.
누군가의 별빛 따위 금방 어둠에 잡아 먹혀 사라질지 모르는 이 두려운 현실을.
“…그래, 그렇겠지. 좋은 분노다.”
이렇게 대치를 계속하다간 그대로 온 몸이 얼어 붙을 거 같았기에 난 그녀의 배를 발로 밀어 버렸다. 대치를 깬 고통에 블루 시리우스가 뒤로 물러났다.
“으윽!”
“하지만 분노를 향할 대상이 잘못 되었군. 난 딱히 자네들의 빛을 가릴 생각이 없어.”
말을 섞는 것도 썩 기껍진 않았다.
난 벨트에 손을 올려 버클을 돌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너에게 할 말도 없고.”
[ALIOTH.]알리오스.
북두칠성의 다섯 번째 별.
광인과 사기꾼과 패악질의 싸움꾼을 상징하는 염정(廉貞)의 궤를 다루는 별.
염정(廉貞)이며, 염정(炎丁).
나에게 허락된 별의 마법은 불꽃의 못.
몸이 뜨겁게 달궈지고 갑주가 붉게 물들었다.
이 고열은 팔에 있던 얼음을 녹이며 증기를 일으켰다.
오른 손에 생긴 건 갑주의 색과 똑같은 붉은 손잡이에 검정의 날을 지닌, 못과 닮은 레이피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미 한참 옛날에 끝냈다. 비켜라. 너에게 용무는 없어.”
“네가 없어도 나는 있어서 말이야…!”
블루 시리우스는 빙판을 가로지르며, 나는 그녀가 만들어냈던 빙판을 녹이며 서로에게 달려 나갔다.
[SET. 성염낙로(星炎落路).]서로의 칼날에는 각각의 별빛으로 된 고리가 생겼고, 그것이 회전하며 별의 입자들을 흩뿌리고 아침의 햇빛에도 죽지 않은 별빛을 피워냈다.
주먹보다도 작은 얇은 칼 끝. 그것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정확히 서로의 칼 끝을 찔렀다.
설화일로(雪華一路).
눈이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의 길.
성염낙로(星炎落路).
별이 불타 떨어지는 길.
그녀의 길과 나의 길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극저온과 극고열의 만남. 밀도 높은 마력이 부딪히며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 냈고 얼음이 열에 녹으며 드라이 아이스의 연기와 같은 뿌연 안개를 생성했다.
그 연기는 부딪힌 마력의 크기 만큼 거대했다.
[성염낙로 발현 성공. 재현율 40%.]패자도 승자도 없었다.
일부러 져 주기도 싫었고, 굳이 그 몸에 상처를 내는 것도 싫었다.
나와 그녀는 동시에 하얀 암막에 물들었다. 드디어 동등한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가 둘 다 잃은 것이었지만.
평등한 시선이긴 했다.
딱 좋은 결말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블루 시리우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그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디….”
“여기다.”
난 석공처럼 벽을 못으로 두드리며 균열을 일으켰다. 빙벽을 녹이는 염정이었다. 그렇게 길이 뚫리자. 바이크에 타며 손을 흔들었다.
“잘 있어라. 다신 만나지 말자.”
블루 시리우스가 잡으러 달려오지만 무시하며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하늘을 접고 달리는 축천법의 바이크를 어떻게 따라잡나. 같은 축천법을 가졌다면 몰라.
시동을 건 바이크는 위프 하듯이 하늘을 날았다.
**
같은 축천법을 언급한 게 복선이었을까. 아니, 퀘스트의 성공 알림이 안 떴으니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 지도 몰랐다.
“안녕.”
돌겠군.
바이크 옆을 유유자적히 날아다니는 분홍빛의 단신 마법 소녀. 핑크 데네브.
그녀의 등에는 백조의 그것과 닮은 날개가 그녀의 키 이상으로 거대하게 나 있었다.
백조의 날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날개는 깃털이 아닌 하나하나 작은 까마귀들로 이뤄졌단 점이었으며. 또, 그 까마귀들이 배는 검지만 깃털은 분홍색이었단 점이었다.
“백조보단 플라밍고 같은 꼴이군.”
“그거 고맙네. 훨씬 힙하고 좋아!”
하늘을 접어 달리는 바이크의 옆에서 여유롭게 담화가 가능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가속력이다. 맘 편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한 방해꾼을 만났다.
흐르지도 않는 식은땀을 닦아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과연, 네가 블루 시리우스를 내 앞에 등장 시켰군.”
“맞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이 넓은 도시에서 별빛 감지 능력만을 가지고 특정 괴인을 찾으라니.”
그녀의 날개를 구성하는 홍익오(紅翼烏)들은 성력을 감지할 수 있다.
새벽 괴인들에게 여러 기술을 시연하던 나에게 이끌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겠지.
하필 왜 괴인들에게 실험을 하고 있던 오늘에 탐지에 나섰을까.
하긴, 최근 발견 된 S급 괴인을 탐지하는 건 당연한 일인가.
“덕분에 밤 꼬박 샜다고. 그런데 넌 여유롭게 공중 드라이브? 시발 장난하나.”
“전혀 여유롭지 않다만.”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 데 어쩌냐.”
데네브.
직녀성 베가와 견우성 알타이르를 잇는 오작교를 상징하는 별.
물론 견우성은 알타이르가 아니라 다비흐이지만, 데네브의 굳어진 상징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핑크 데네브 그녀의 능력은.
“공중은 우리 마법 소녀의 구역이다 망할 괴인 새끼야!”
마법 소녀들과 마법 소녀를 잇는 다리.
바이크의 앞길을 수많은 새 떼가 막아서고 홍익오로 만든 다리는 그 주위에 펼쳐졌다.
그 다리의 너머에서 태양의 바로 아래에서도 죽지 않은 별빛들이 샘솟았다.
붉고 푸른 별빛.
“당신의 마음에 붉은 혜성처럼!!”
“놓칠 줄 알았어?”
이런 젠장할.
“레드 베가 등장!”
“난 아직 너에게 할 말이 많거든.”
분홍의 깃털을 제 길의 궤적 삼으며 두 마법 소녀가 추가로 등장했다.
둘 다 최근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 썩 반갑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