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4
Chapter 14 – 괴인등장, 사망자 0명
블루 시리우스에겐 지병이 있다.
일을 하며 생긴 정신병도 지병이라면 지병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된 병이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심장병이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던 그녀는 이렇게 격한 전투를 하고 난 다음에는 언제나 병원을 가는 습관을 들였다.
마법 소녀 활동을 하며 별빛 때문인지 한결 병세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그 불안과 언제나 함께 하던 사람이 있었다.
언제나 불안과 함께 하던 그 사람은 역설적으로 언제나 불안을 물리쳐 주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그녀를 격려하고 손을 잡아 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날이 오고 가길 반복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녀는 자신의 병과 불안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 모두를 사랑하다 보니 자신을 갉아먹는 고통 조차도 사랑으로 품게 되었다.
변치 않는 것이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영원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언제나에 끝이 있을 거라곤 알지 못했다. 바라지 않았기에, 몰랐다.
그 사랑의 시간이 끝난 지 이제 몇 년 째.
“이야 개쳐발렸네… 시발. 선배, 어제 괴인이 선배 엄청 싫어하던데 뭐 했어요?”
“내가 하긴 뭘 하니. 그 쪽이 멋대로 거부하는 거지. 어차피 친해질 상대도 아니니 별 상관 없어.”
“무슨 길에서 전여친 만난 듯한 모습이었죠? 솔직히 말 걸지 말라 한 건 웃겼어요.”
“…데네브. 그런 쪽의 농담은 조금 자제해 주면 안 되겠니?”
이제 그 사람은 없고 대신 후배가 자리 잡아 주었다. 이젠 그녀도 성인이다.
혼자 가도 괜찮지만, 핑크 데네브는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다.
“이런 길가에서 데네브라 해도 괜찮아? 선배.”
“후우… 아윤아. 그런 농담 하지 마.”
조아윤.
자신의 본명이 불리자 핑크 데네브는 웃음기를 지우고 걱정스런 태도로 블루 시리우스의 손을 꼭 붙잡았다.
“왜, 아직도 못 잊겠어? 그러지 말고 다른 사람을 좀 만나야….”
“아윤아 내가 계속 말하고 다니잖아.”
블루 시리우스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답했다.
“그 때 그게 내 첫 연애고, 마지막 연애야. 못 잊을 거고, 평생 안 잊을 거야.”
“…선배. 그건 선배네 잘못이 아니었다니까? 누구도 잘 못한 게 없는데.”
“아윤아. 그 말 재중이 앞에서 할 수 있겠어?”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 잠시 침묵이 일었다. 데네브에게도 그 이름에겐 지워내지 못할 추억이 있었기에, 억지로 만든 유쾌함이 씻겨 사라졌다.
“나랑 사귄 거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한 걔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 ”
끔찍한 걸 떠올렸단 듯이 블루 시리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헤어진 지도 이제 몇 년째이지만 블루 시리우스는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매일을 고통받고 있었다.
“아니, 우리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병원에 들어가기 직전, 블루 시리우스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잡아준 손을 세게 쥐으며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끝내자 한 건 다름 아닌 본인이었지만 도저히 혀 위에서 떨쳐낼 수 없었다.
“…지금쯤 잘 지내고 있을까.”
“선배, 선배가 보낸 돈 정도면 어디 작은 가게 같은 거라도 차려서 별 탈 없이 조용히 살 수 있을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래, 네 말이 맞네. 맞아. 그렇겠지. 그래야 되는데….”
불안에 떠는 블루 시리우스를 진료실에 떠밀어 넣은 다음 핑크 데네브는 대기인 좌석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그 시간에서 옆에 있던 사람이 너무 용태가 안 좋아 보이길래 무심코 말을 걸고 말았다.
얼굴은 잘생긴 거 같은 데 꼴이 좀 나빴다. 머리는 보기 안 좋게 길어 있었고 면도를 한동안 안 했는지 수염이 가득했다. 어딘가 익숙한 인상은 이 꾀죄죄함에 흐려졌다.
도저히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행복을 바랐기에 더욱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핑크 데네브는 그를 부를 때 아재라는 호칭을 택했다. 원래 그 인물을 부르던 호칭과 글자수적인 면에선 차이가 없었다.
검사 결과 블루 시리우스에겐 별 다른 이상이 없었고, 핑크 데네브는 안심하며 그녀를 마중하러 나갔다.
그렇게 둘이 만난 지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재중 님.
눈이 번쩍 뜨이는 이름이었다.
단순한 동명이인이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그 부름에 나아가는, 초췌한 인상의 남성의 인상엔 분명 과거의 흔적이 아직도 선명히 묻어 있었다.
**
“재중… 아…?”
눈을 질끈 감으며 부모님의 보험료를 낭비한 때, 가장 만나기 싫은 누군가를 만났고 가장 듣기 싫은 음성을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후자가 전자를 피할 명분이 되어주었기에, 이번 만큼은 조금 기껍게 들렸다.
‘어차피 도망치란 퀘스트겠지.’
거절 할 이유가 하나 없으며,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몸 조금 회복되었다고 다시 굴리려는 태도가 괘씸하긴 했다만 타이밍을 생각해서 봐주기로 하였다.
계산을 마친 난 못들은 체 하며 뒤돌았다.
“재, 재중아. 잠깐만.”
그 때 턱하니 블루 시리우스가 내 손목을 잡았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당혹스러움 보단 그리움이 먼저 덮쳤다. 이 그리움이 잡힌 손보다도 더 당혹스러웠다.
[위치 정보를 뇌 속으로 전달했습니다.]난 그 손을 휘저어 털어버렸다. 내 것이 아닌 그리움을 내쫓기 위한 허우적 거림이었다. 그렇게 뿌리 치고 나니 손이 닿았던 츄리닝 아래의 손목이 뜨거웠다.
그러던 와중 퀘스트의 내용을 귀로 흘러 들어왔다.
[변신하여 해당 장소에서 버티십시오.]“설… 화….”
내가 입 밖에 내놓고도 깜짝 놀랐다.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의 본명을 입에 담아 버렸다.
“역시… 재중아, 재중이 맞지?”
“아. 윤설화 씨 맞죠? TV에서 많이 봤아요. 병원에는 무슨 일이신가요? 아, 데네브. 아니, 저 모자 쓰신 분과 함께 오셨나요? 이야 여기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세상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네요.”
정말 그 말대로다. 별 일이 다 있다. 염병할.
주위를 살피며 이 곳에 시선이 몰리나 확인했다.
다행히 그냥 우연히 지인을 만난 사람으로 취급하는듯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본명을 부른 게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마법소녀의 본명을 외우고 다니는 괴짜는 보통 SNS 같은 곳에서 주접 떠는 인물들 밖에 없을 테니까.
“재중… 아? 왜 그래. 왜 모른 척 해. 나야. 윤설화. 아까 네가 말했잖아. 무섭게 왜 그래….”
“네? 절 아세요?”
모른 척 했다. 제발 너도 모른 척 해주길 바랬다.
“재중아… 왜 그래….”
“죄송합니다…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요?”
블루 시리우스가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어 안쓰러웠다.
“내가 다 미안해. 하지만 모른 척은 하지 말아줘. 제발… 재중아….”
하지만 어쩌겠나, 난 한재중이 아니다.
그녀가 그리워할 대상이 아니다. 나 역시 그녀를 그리워할 자격이 없고.
떠오르는 건 다시 한재중의 기억이었다. 어른조차 감당하기 힘든 욕과 추악한 시선을 받으며 바들바들 떨던 그녀가 보였다.
그런 걸 보기 싫은 건 내 진심이며, 한재중의 마음이기도 하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요. 역시 착각 같아요.”
“아….”
난 조심스레 그 손을 떼었다. 순간 그녀의 숨이 멈춘 듯 했다. 전부 얼어붙어 굳었다. 마법같은 시간이었다.
그녀의 실망과 공포가 절절히 전해져 올 만큼 길었고, 숨 한 번이 오갈 만큼 짧았다.
“…올바른 사람을 찾길 바래요.”
내가 건낼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뒤에서 바라보던 데네브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만, 그 결과로 블루 시리우스의 상처가 한층 더 깊어질까봐 감히 그러지 못했다.
콰광─!
그 때, 병원의 벽이 부숴졌다.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뭉실 피어오른 연기 구름 사이로 청동의 몸을 지닌 괴인이 나타났다. 구리빛의 태엽은 그의 가슴과 어깨 등에서 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며, 등에 만들어진 기둥에선 뜨거운 수증기가 뿜어 나왔다.
별빛의 응집력이 장난아니다. 수증기 너머 빛나는 별빛의 밝기가 높다.
리브라가 만든 A급 괴인.
난 그걸 핑계 삼아 도망치는 척 하며 자리에서 빠져 나갔다.
“…! 선배!”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줘. 재중아 위험하니까 함부로 이동 하지… 읏!”
괴인이 좌석을 뽑아 마구잡이 던져 대었다. 그 광분은 우리가 있던 자리 역시 강타하였고, 그 탓에 블루 시리우스도 날 따라오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전달합니다.]“어 그래.”
리브라가 활동을 개시한다. 모순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거기가 어디라고?”
격퇴가 아니라 장소로 이동해서 버틴 다라, 대충 무슨 일을 해야 될 지 예상이 갔다.
**
[현재 카톨릭 병원만이 아닙니다! 고등학교도 습격 당했어요! ] [근처 은행에서 A급 괴인 감지! 병원과 고등학교에 나온 것과 동일 개체입니다!] [유, 유치원이야! 미, 미친 새끼들 유치원을 습격했어…!] [근처 초등 학교에 괴인 발생! 어, 어어어어떡하지…?] [근처 요양원에 괴인 발생! 응원 요청!]“몇 마리나 있는 건가요오!!!”
레드 베가가 아연 실색 하며 중얼거렸다.
마법 소녀 끼리는 중앙에 있는 유니콘이란 마스코트의 통제 하에 서로의 마스코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연계는 마법 소녀의 빠른 출동에 큰 도움을 주었다.
레드 베가에게도 마스코트를 통해 지원 요청을 듣는 건 딱히 색다른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또 특이했다.
이렇게 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괴인이 감지되는 사태는 지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그 감지 대상이 보통과 달리 A급 괴인.
대부분이 별 반 개 정도에서 한 개까지의 힘을 내는 그 괴인들은, 마법 소녀 혼자서 감당이 가능하긴 했지만 안전을 위해 연대적인 전투가 바람직한 괴인들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사태에서 여유 있게 여러 명 동시 공격 같은 건 불가능했다.
너무나 넓고 고른 분포에 한 명 한 명씩 점차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결국 마법 소녀 전원이 출동하게 되는 사태가 발발했다.
“노려도 이런 곳들만….”
악질적인 장소 선정에 레드 베가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출동한 장소는 그녀가 다니던 고등학교였다.
서류상으론 지금도 재학중이지만 사실상 반 쯤 자퇴나 다름 없는 현실이다.
너무 바빠 수업에 출석 따위 할 수가 없으니까. 괴인이 나타나기만 하면 무단 결석하기 일수.
이미 그녀의 마음 속 한 구석엔 자퇴 후 검정 고시란 가능성이 만들어져 있었다.
“당신의 마음에 붉은 혜성처럼!”
괴인이 학생들에게 던진 가로수를 받아내며 외쳤다.
“레드 베가 등장! 괜찮아요 얘들아?”
한 때 같이 학교를 다닌 동급생들의 안부를 살피며 가로수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입에 익은 존댓말은 한 때의 친구들에게도 예의라는 거리를 만들어냈다.
“아, 아희야….”
“피난소로 도망쳐 있어!
“고마워!”
구해진 본인은 대단히 고마워하며 멀리 도망쳐 나갔다. 레드 베가는 그 모습을 보며 안심했다.
다행히 아직 눈에 띄는 인명 피해는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왜 하필 쟤야….
-아 저 분이구나 우리 학교 다닌다는 마법 소녀가… 최근에 막 졌던 사람 아니야?
-야, 듣겠다. 일단 튀기나 해.
고마워하는 목소리나 안도의 한숨들 사이 노골적인 실망스러움이 들려왔다.
‘괜찮아.’
레드 베가는 스스로를 고무했다.
‘저런 평가는 당해도 싸! 그러니 상처 받지 마!’
그렇게 열정과 별빛은 돋우며 손에 불꽃을 휘감았다.
“자! 덤비세요!”
[현재 인근의 대학교에 괴인 습격!]다시 긴급한 출동 요청이 들려왔다.
[A급 괴인이 아니라 S급. 천칭자리 괴인 리브라입니다!]“…뭐?”
[현재 출동할 수 있는 인원 있습니까?] [블루 시리우스 교전 중입니다.] [핑크 데네브 교전 중이다!] [화이트 다비흐 혀, 혀, 현재 싸우고 있는 중인데…?!]그 뒤로도 계속하여 교전 중이란 마스코트들의 응답이 들려 왔다.
‘그럼… 아무도 못가?’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레드 베가만이 아닌 다른 마법 소녀에게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
자신이 나약해 이 괴인을 하나 금방 쓰러뜨릴 수 없어 누군가가 죽게 방치했다.
그 따위의 죄악감이 추이 되어 무겁게 그녀들을 눌렀다.
‘내가… 나약해서…?’
다른 누구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자신의 죄로 끌어 안았다.
문득, 첫 패배를 안겨준 한 괴인의 말이 떠올랐다.
-가엽군.
나약해 불쌍하단듯이 내려다 보던 그 괴인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뿌득. 레드 베가가 이를 갈며 주먹에 두른 불꽃을 키워냈다.
땅을 벅차고, 앞을 향해.
“아냐! 시급히 저 괴인을 쓰러뜨리고 그곳으로 출동하겠습니다!”
그런 각오를 다지던 그녀의 귓가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대학교에 괴인이 추가로 출몰!] [북두칠성의 괴인입니다!]더욱 절망스런 소식이었지만, 레드 베가는 왠지 모르게 안도하였다.
그 이유는 그 괴인이 지금껏 보여온 행적에 기반했다.
[북두칠성의 괴인이 피난소 앞에서 리브라를 막아내는 중입니다!]“뭔데.”
[신고와 CCTV를 통해 파악한 현재 피해 현황.]“뭔데 진짜아아!!!”
뻐억. 불꽃을 두른 주먹이 괴인의 청동몸을 우그러뜨림과 동시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상자 12명 사망자 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