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51
Chapter 151 – 약간의 돈과 내일 살 곳만 있으면 충분하다 (13)
오데트는 희망을 찾았다.
블루 시리우스는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사태를 대처하기에 가장 알맞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건 얼음 마법. 허공에 얼음을 만들어내는 건 물론이요 사물을 얼어붙게도 만들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파도들을 붙잡아 놓기엔 안성 맞춤이다.
레드 베가도 강자라면 강자였지만 안타깝게도 능력이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그녀가 다스리는 고열의 불길은 물과 닿은 순간 팽창을 일으킨다. 뿜어지는 수증기와 연기는 가히 폭발에 비견될 바다.
연기는 시야를 가리고 뜨거운 물방울은 다른 이들의 행동을 방해한다. 안타깝지만 레드 베가는 지금 썩 유효한 전력이 아니다.
하지만 블루 시리우스는 다르다. 적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공격까지 가능하다.
“오, 오셨군요!”
“선배님!”
“아 진짜 어딨던 거냐구요~! 오이오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요 젠장!!”
다른 마법 소녀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유독 격렬하게 그녀의 복귀를 환영해 주었다.
“미안 늦어서.”
블루 시리우스는 마법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질주를 멈추고 고개 숙여 그들에게 인사했다. 이틀 동안의 부재와 지각에 대한 사죄였다.
“그니까요, 너무 늦었잖아요!”
“야, 얌마! 말 조심.”
“진짜 없으신 동안 죽는 줄 알았아요….”
고작 이틀의 부재는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혼자 도맡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이 이틀간 마법 소녀 전원 출동량이 확 올라갔다. 낮에 일한 사람이 밤에도 일해야 했다. 그녀의 일을 전체에게 나눴음에도 이 정도.
블루 시리우스 혼자서 얼마나 많은 양의 괴인 퇴치를 담당해 왔는지 추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대체재가 없었다. S급 괴인 중에서도 답이 없을 만큼 강대한 괴인. 이미 출동한 인원 중 반이 넘게 리타이어했다.
출동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는 건 레드 베가와 원거리서 공격하는 오렌지 알타이르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늦게 도착하여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람, 혹은 변신 해제 당한 마법 소녀를 후방으로 옮기느라 싸울 시간이 없던 사람 뿐이었다.
거센 물길은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었으며 파도 하나하나는 마법 소녀의 방어를 통째로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파도가 높아 비행도 별 쓸모가 없었으며, 도시 대부분이 잠겨 있는 상태라 비행은 상시 유지해야만 했다. 마력의 소비가 격한 비행을 상시 유지하며 전투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블루 시리우스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모두가 환호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블루 시리우스는 쓰게 웃으며 그들의 환영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 환호 하나하나는 다시 짐처럼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불특정 다수의 희망이 된다는 사실은 정말 부담스러웠다. 그 중에 자신의 동료들이 있단 사실은 더욱더.
대등해야 할 동료 사이에 형성된 명확한 상하 관계. 이게 유독 불편했다. 그녀의 선배나 동기는 전원 은퇴했다.
블루 시리우스는 고개를 들었다. 헬기가 자신의 머리 위를 위성마냥 맴돌고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눈이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그녀의 눈은 단 두 개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모든 시선에 답하지 않고, 대신 단 두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섬멸과 복귀.
돈을 벌기 위한 일과 그 돈을 가지고 돌아갈 곳.
이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블루 시리우스는 살짝 고개를 돌려 방금 전 얼린 파도를 바라보았다. 그 끝에는 오렌지 알타이르, 그리고 그보다 더 뒤엔 괴인이 있었다.
오데트는 블루 시리우스와 눈이 맞은 순간 바로 뒤로 물러났다.
곧바로 팔뚝만한 얼음 조각이 날아왔다. 오해도 아니었다. 그 흉기는 정확히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오데트는 즉시 고개를 옆으로 틀어 얼음 조각을 피했다.
“…!”
“꺅! 까, 깜짝 놀랐어요….”
덩달아 가까이 있던 오렌지 알타이르도 놀랐다. 허나 당사자인 오데트만큼은 아니었다.
“….”
함부로 입을 놀릴 수도 없었다. 오데트는 방금 전 그 시선이 정말 자신에게 보낸 건가 의심했다.
“…언니.”
벌레를 보는 듯했던 차가운 시선. 정말 혐오스럽단 것처럼 이쪽을 보는 그 눈빛은 평소 조아윤을 보던 눈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적대감을 넘어 혐오감과 모멸감까지 느껴지는 눈빛.
저것에 노출될 때마다 항상 조아윤의 마음에 금이 가는 듯했다.
“…계속 있다간 의심 받겠네. 좀 있다 합류하자.”
“미, 미안하네요 괜히… 그럼 조금 있다 보죠 아윤… 아, 아니, 오데트!”
“그거 언제까지 헷갈릴래?”
약간의 불평과 함께 조아윤은 모습을 감췄다. 나비의 이동 능력은 순식간에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오데트의 모습이 사라지자 블루 시리우스는 다시 정면을 향했다. 지금은 저런 거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이 물바다를 만든 저 괴인을 쓰러뜨리는 게 급선무.
지금도 파도는 그칠 기세가 없었다. 물길은 태풍 속의 바다처럼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반드시… 돌아갈게.”
블루 시리우스는 다시 그렇게 다짐한 이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발을 디딘 곳은 살얼음판이었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길. 그 아래는 성인 여성 하나쯤이야 가라앉게 만들기 충분한 물이 있었다.
앞은 광활한 물길. 몸은 가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격렬한 물살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여기가 원래 도시라곤 깨닫기 힘들겠지.
이곳에 문명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장치는 부서진 건물의 파편과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고층 빌딩들.
그리고 사람의 흔적들. 물에 떠내려가는 주인 모를 옷가지와 천자락들, 사진이나 책. 다 찢어진 동화책 조각이나 교과서 조각도 그 파편에 섞여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삶이 떠밀려 퇴적되었다.
비록 삶은 각양각색일지라도 결말은 일관되었다.
“반드시…..”
아마 그녀의 삶도 언젠가는 이들처럼 휩쓸려 역사의 뒤안길에 쌓이겠지.
“돌아갈게.”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어야 한다.
그녀 자신이 아닌, 기다려주는 그를 위해서.
콰앙! 블루 시리우스가 질주를 시작했다. 다른 마법 소녀처럼 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가는 곳이 곧 길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커다란 빙판이 생겼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얇은 판이었으나 지금 당장 건너기엔 충분했다. 콰직. 발자국과 함께 빙판에 금이 생겼다. 콰창! 그녀의 몸이 포탄처럼 빠르게 물길을 가로질렀다. 동시에 그녀가 디뎠던 빙판이 깨졌다.
“지금부터 마법 소녀 전원에게 전달한다!”
다음에도 과정은 같았다. 발이 닿는 곳에 빙판을 만들고, 이를 디딤대 삼아 빠르게 물길을 가로지른다. 빙판을 깨졌지만 이미 그녀의 발은 다음 빙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구조에 일조하도록!”
적까지 도달하는 데 단 다섯 걸음이면 충분했다.
“경고한다! 남을 사람만 남고 떠나!”
마스코트를 통해 평소보다 고압적인 말투로 마법 소녀들에게 공지했다. 이렇게 고압적인 이유는 지금부터 쓸 마법은 마법 소녀일지라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한 블루 시리우스를 보고 괴인은 파도를 일으켰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양 옆으로는 물로 된 칼날을 쏘아냈고, 그녀의 뒤에서도 파도가 일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블루 시리우스는 당황하지 않고 세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검은 정면에서 다가오는 쓰나미에서 물을 몇 방울 훔쳐내 흩뿌렸다.
매우 국소적인 회오리가 몰아치듯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빙판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와도 같은 고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비단결처럼 허공을 한 바퀴 휘젓고 제자리에 멈춰서자, 물길은 더이상 그녀를 향해 밀려오지 않았다.
“…저게 말이 되나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오렌지 알타이르가 어이 없단듯 중얼거렸다. 그녀가 보는 건 더 이상 파도와 물줄기의 혼돈이 아니었다.
저 멀리 극지방에서나 보일 법한 빙산들만이 그곳에 있었다.
물방울이 닿았던 쓰나미와 물줄기가 모두 얼어붙었다.
극한의 저온을 휘감은 세검은 물방울에 자신의 한기를 담아 사방으로 휘둘렀다. 극한까지 압축된 한기는 고작 닿는 것만으로 하나의 산봉우리 수준의 얼음을 만들 수 있었다.
블루 시리우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발을 굴렀다. 콰강! 그 발 아래로부터 거대한 공성추 같은 얼음덩어리가 뻗어나와 바로 앞에 굳어진 해일을 산산조각 냈다.
쿠구구궁! 웅장한 흔들림과 함께 빙산이 무너졌다. 묵직한 얼음 덩이가 우수수 떨어지는 틈새 사이로 블루 시리우스가 달려 나왔다.
꼬나쥔 세검이 다다르는 끝은 별빛에 휘감긴 괴인, 이 재난을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그녀는 받아들였다.
자신과 동료들은 동등하지 않다.
자신은 앞으로도 영웅으로 있어야만 한다.
연차도 연차지만 별빛의 양 차이에서 그렇다. 마법의 출력부터 지속시간까지,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최근 레드 베가의 성장 속도가 비범하다고 해도 아직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저번 폭격 사건만 해도 그렇다. 블루 시리우스는 빙벽을 형성하여 도시 전체를 폭격으로부터 지켰었다. 단순 출력만 비교해도 블루 시리우스에게 우위가 있었다.
물론 이는 그녀의 능력이 레드 베가보단 방어에 유용하고 받았던 폭격의 화력에 차이가 있단 점에서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공격으로 생각해도 블루 시리우스는 결코 레드 베가의 화력에 뒤쳐지지 않는다.
아직은 은퇴할 수 없다. 자신을 넘어서는 그 누군가가 나올 때까지, 그녀의 은퇴는 계속 미뤄져야만 했다.
이 힘은 아직 계속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이유는 복수 그 이상이다.
그녀가 사라진 순간, 공포에 떠는 건 힘 없는 시민들일 테니까.
그리고 그 시민 중 한 명에는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
세검이 괴인의 목에 닿고 별빛과 함께 그의 전신이 얼어붙었다.
“지금!”
오데트가 그의 몸이 얼어붙기 무섭게 근처에 도달했다. 동시에 흠칫 놀랐다. 혈액마저 얼듯한 추위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정도 고통에 엄살을 떨 때가 아니다.
오데트의 등장을 보자마자 오렌지 알타이르가 하늘을 향해 나비를 묶은 화살을 쏘아냈다. 그녀의 전력을 담은 한 발.
화살은 순식간에 하늘의 구름을 뚫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올라갔다. 곧, 화살은 대기권에 닿은 듯 옆에 뜨거운 열기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오데트가 나비를 얼어붙은 괴인을 향해 던졌다. 전에 했듯이, 이 괴인을 우주에 던져버릴 생각이었다.
그 주변에 모든 물이 얼어붙었다. 나비의 비행을 막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됐….”
조아윤이 환호성을 터뜨리기 직전.
쿠구구구궁! 아래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용천수 마냥 물줄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곧 이어 얼어붙었던 모든 물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비는 그 물에 덮쳐져 비행이 실패했다.
조아윤은 전율했다. 단순히 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 전 녹아내린 물방울이 그녀의 몸에 닿았을 때 그 물방울은 차갑지 않고.
매우, 뜨거웠기 때문이다.
“…설마 이 놈.”
콰가가강! 솟아난 물줄기는 그칠 새 없이 하늘로 치솟아 땅에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매우 뜨거운 고열의 비였다.
치이익! 물방울이 팔에 닿자 쇠가 살짝 녹아내리는 소리마저 들렸다.
“다스리는 물의 온도를 조절…!”
콰와아아아! 곧 다시 한번 쓰나미가 일어났다. 한 곳이 아닌, 동시 다발적이었다. 당장 블루 시리우스의 앞에 일어난 쓰나미도 있었고, 뒤에서 싸움을 관찰하고 있던 레드 베가, 그 외의 다른 마법 소녀, 건물 위에서 성층권 저격에 성공해 기진맥진 해진 오렌지 알타이르까지.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을 각각 격파할 개인적 쓰나미였다.
“이게 말이나…!”
오데트의 불평은 쓰나미에 휩쓸려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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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개인의 별만이 아닌 수명까지 소비하며 활성화된 유사 신성….”
한번 쓰고난 이후엔 죽겠지만 그의 알바는 아니었다.
“꽤 훌륭하군.”
만족스런 결과였다.
“그럼 다른 한 쪽은 어떨까….”
일반인의 몸에 활성화된 유사 신성은 어느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리브라는 채널을 돌리고 한 호텔 방의 풍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