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61
Chapter 161 – 이름 없는 사이 (3)
“우와 울렸다.”
“나쁜 남자구려.”
궁수가 그녀의 눈물을 보며 감탄하고 제이슨은 한재중을 나무랬다.
“너넨 닥치고 있어… 아윤아, 다 오해야.”
한재중은 자신의 앞을 막는 그들의 어깨를 밀며 조아윤에게 다가갔다.
“오… 해?”
조아윤이 어깨를 떨며 되물었다.
“오해라니 거짓말 하지 마… 그럴 수록 나만 비참해 진다고…!”
“돌겠네.”
머리가 아팠다.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한재중은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저 놈들과 자신이 같이 있는 걸 봤다고 해서 없는 오해가 확 생길 리는 없다.
어딘가에서 비롯된 오해가 이번 일로 인해 터졌다고 봐야겠지.
“전에 아르고 패밀리 습격 때도… 저번 수재난 때도… 전부 저 놈이 연관되어 있었잖아! 솔직히 말해! 친한 사이 맞잖아! 나보다 훨씬 도움 되는 아군! 그래서… 그래서… 날 버리려고….”
그런 한재중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시켜주듯 조아윤이 울먹거리며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아니 내가 널 왜 버려 미쳤다고.”
제이슨이 도움?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없다. 지금까지 도움이 되긴 커녕 방해가 된 게 더 많다. 한재중은 질색했다.
“나랑 저 놈들이 친해…? 무슨 소리야. 저 놈들은 다 불청객이라고. 동료고 뭐고 아니야.”
애초에 저번 물난리의 원흉 중 하나가 제이슨이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수 만 명이 죽었던 대참사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한 셈이다.
“난 괴인과 한 팀이 되거나 하지 않아.”
한재중에겐 여전히 괴인 혐오가 짙게 남아 있다. 본인이 괴인의 모습이 되었다 한들 그 거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부모를 죽이고 사랑하는 이를 괴롭힌다. 인간과 가치 판단이 다른 족속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속 모를 괴인에게 마음을 터놓고 지낼 생각은 정말 추호도.
게다가 저 두 괴인 모두 속만이 아니라 목적도 모른다. 목적만 알 수 있다면 그나마 행동 양식을 추측하기라도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당장 궁수자리는 한순간의 유희를 위해 도시에 폭격을 때린 놈 아닌가. 이 미친 녀석은 언제 눈이 돌아 이 카페를 폭파시킬지도 모른다.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
“그럼 무슨 사이인데?”
“아무 사이도 아니야! 딱히 이름을 붙일 것도 없어!”
악우(惡友)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뭐하다.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동지라고 부르긴 하다만 한재중은 그 호칭을 결사코 거부한다.
“그, 그럼….”
“다 오해야. 오해. 별 다른 사이 아니라고. 아윤아, 내가 모든 걸 밝히고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너 하나 뿐이야.”
그러니 지금 비밀을 털어놓기 위해 부른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고민조차도 하지 않았겠지. 적대시당할 걱정이 조금도 없으며, 비밀을 지켜줄 신뢰도 있다. 가장 자유롭게 대할 수 있는 상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 그녀의 마음을 존중한다는 핑계 삼아 숨겨왔지만. 이제 수명에 대한 마음도 다잡았고 여러 소란도 지나갔다. 거기에 해결법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대강이지만 생겼다. 이제 말할 적기였다.
‘아니, 애당초 지금까지 숨겨왔던 게 이상한 거였어.’
이 괴인 놈들이 쳐들어 오고 아윤이의 동료 같은 오해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자신의 동료는 그녀 하나 뿐이다.
조아윤은 괴인이 되었을 때부터,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해주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믿었어야 했다. 걱정은 하겠지. 자신이라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변신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하며 수호의 삶을 이어나가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 하지 마.”
한재중은 강하게 단언했다.
“뭐야 동지 아니었어?”
“내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거라고 전에 말하지 않았소?”
궁수가 실망했다는듯 혀를 찼다. 제이슨은 왜 계속 궁수가 지랄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조아윤이 아직 의심을 풀지 못한지 불안한듯한 태도로 물었다.
“그래 정말이라니까.”
“그럼 저 놈들은 왜 온 건데…?”
“글쎄…?”
그건 한재중도 알 길이 없었다. 평소에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도 아니었다. 저들이 무슨 목적으로 카페에 침입한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오빠. 내 손 잡아.”
조아윤의 눈빛이 바뀌더니 그의 손목을 붙잡고 다른 한 손을 쭉 뻗었다.
“앵무!”
[알고 있어!]주변을 떠돌고 있던 보이지 않는 쇠공 하나가 날아와 그녀의 손 안에 부착되었다. 한재중이 균형을 잃고 그녀의 작은 몸에 안겼고, 다른 손을 움직여 쇠공을 허리춤에 가져갔다.
촤락. 쇠공은 W형태의, 새와도 같은 모습으로 펼쳐졌다. 그 각각의 꼭짓점에는 동그란 렌즈가 존재했다.
“…저건.”
궁수가 그 쇠공의 변형을 보며 중얼거렸다. 변형과 동시에 벨트의 다섯 렌즈들이 빛나고 음성이 흘러나왔다.
[Deneb!] [Denebola!] [Deneb Kaitos!] [Deneb Algedi!] [Deneb Dulfim!]울려퍼지는 다섯 개의 별들. 각기 다른 별자리에 존재하는 별들이 한 데 모여 하나의 새로운 별자리를 형성했다.
[CONSTELLATION OBSERVATION!] [Are You Ready?]“변신!”
[CASSIOPEIA!]별자리의 이름은 카시오페아. 카시오페아의 별자리 모양대로 선이 그어지고, 그 선들이 조아윤의 몸을 감쌌다.
흰색을 기조로한 갑주에 분홍색 장식으로 치장된 모습. 망토에는 새의 깃털이 달려 있다. 순식간에 모습이 변했다.
작은 몸집은 성인 남성의 평균을 훌쩍 넘는 거구로 변했다.
“날아라.”
그리곤 순식간에 한재중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궁수는 이런 이동을 몇 번이고 봐왔다.
여기서 사라지기 직전 그녀의 손 안에는 나비를 닮은 표창이 있었다. 이동을 위한 열쇠와도 같은 무기.
“음…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오는 게.”
“넌 이렇게 무시받고도 아무 생각 없어?”
“무시 말이오?”
제이슨이 황당한 눈빛으로 궁수를 쳐다 보았다.
“아니 우리가 불청객은 맞지 않소. 야습을 했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소.”
심지어는 한재중을 죽이려고도 한 전적이 있다. 이 사실을 모르기에 제이슨의 말투는 조금 누그러웠다. 만일 알았다면 30분 동안 궁수의 정신 상태에 대해 매도를 퍼부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 그래도 할 말은 들었어야지.”
궁수는 제이슨이 옆에서 어떤 말을 하건 상관 없이 빠르게 눈을 굴렸다. 투시 및 주파수 파악, 빛의 경로와 적외선까지 볼 수 있는 그의 눈이 이번에도 활약해주었다.
순식간에 반경 1km 안의 풍경을 파악했다. 그 끄트머리 쯤에서 한재중의 신발을 목격했다.
“그러니까 그건 자네의 입장만 생… 컥!”
궁수는 제이슨의 목을 잡고 카페를 뛰쳐 나왔다.
그리고는 추적의 단서를 찾은 곳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궁금한 건 못 참지 시발!”
**
“오빠 바보야?”
“갑자기 왜.”
한재중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고개를 아래로 내려 밤거리를 살폈다. 꼴을 보면 괴인에게 납치 되는 민간인이다. 누가 신고나 하지 않길 빌었다.
“밤에 괴인이 쳐들어 온 거면 당연히 죽이러 온 거지 뭐가 있겠어?”
“흠… 그런가?”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보아 습격 반 제안 반이긴 했는데.
“암살을 하러 온 거야… 그 씹호로잡놈의 새끼들, 감히 오빠의 하나 뿐인 동료가 없는 틈을 타서…!”
“적응 빠르네.”
회복 탄력성이 좋구나. 바로 그 호칭을 적응할 줄이야. 특유의 흥분한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편안하게 들렸다. 감정 기복이 크다는 게 때론 도움이 된다.
“근데 암살 같은 건 아닐 걸? 그 놈들이 병신이긴 해도 당당한 병신들이라… 몰래 죽이는 게 성미에 맞을까?”
조아윤의 말이 사실이었다면 목숨이 위험했던 상황인데도 한재중은 침착했다.
“씁, 아닌가? 하긴 그 궁수 놈이 졸렬하긴 한데….”
제이슨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아니지만 궁수는 그럴 수도 있다. 전에 집에서 무방비 상태일 때 폭격을 때린 악랄한 괴인 아닌가.
“아니, 그럼 멀리서 저격을 하면 되지 왜 가까이서… 아니, 그 자칭 전사 궁수놈이라면 할만도 한데….”
한재중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궁수 때문에 뭘 생각 해도 말이 되는 듯 했다.
조금 더 고민하다 한재중은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들의 목적을 알아봤자 딱히 도움이 될 건 없었다.
“오빠 안 친한 거 맞지?!”
“어 안 친하다니까.”
조아윤이 다시 불안한듯 물었으나 한재중은 즉시 부정했다.
“아니 그 말투가 안 친한 거라고…? 아… 오빠라면 말이 될 수도 있네.”
“아니 내가 뭐.”
“누구와도 허물 없이 지내잖아~! 이 뱀 같은 새꺄!”
“어허, 내가 얼마나 선을 잘 긋고 지내는데.”
남들이 그 선을 무시하며 들어와서 그렇지. 백아희와 하루, 아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재중은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난 뱀보단 곰… 으어어.”
휭!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살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봐봐! 죽이러 온 거 맞네!”
조아윤은 즉시 나비를 이리저리 흩뿌렸다. 공중에서 흩날린 표창들은 누구도 경로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자유롭게 비행을 시작했다.
화살이 날아올 때 마다 순간 이동을 반복하며 보다 멀리 멀리 이동했다.
“일단 대충 따돌린 다음 우리 집에 가… 이런!”
점차 화살이 날아오는 빈도가 많아졌다. 조아윤도 점차 이동이 아니라 회피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피융! 화살 하나가 날아와 다음 이동을 위한 나비에 맞았다.
“점점 정확도가 올라가고 있네.”
한재중은 이 저격을 보며 확신했다.
“아윤아, 아윤아.”
“왜 오빠야. 나 지금 뒤지게 힘든데!”
“뒤지게 힘들다 진짜 뒤지게 생겼으니까 잠시만 들어 봐.”
한재중은 손가락으로 바로 아래 건물의 옥상을 가리켰다.
“지금 이거 우리 이동을 지체시키기 위한 활질이야. 아마 저 놈의 목적은 쏘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멈추게 하는 거다 이거지?”
“그래.”
조아윤은 한숨을 푹 내쉬며 그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아니면 오빠는 나한테 죽어.”
“그 전에 화살에 맞아 죽겠지 뭐.”
그가 예측한 대로, 어느 한 곳에 멈춰서자 화살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게 되었다.
대신 몇 초 후. 빌딩 사이를 가르는 그림자가 보였다. 당연하게도 궁수자리의 괴인이었다.
조아윤은 팔짱을 낀 채, 한재중은 그녀의 어깨 위에 팔을 올리며, 불량한 자세로 그들의 도착을 기다렸다.
“휴, 도착.”
궁수는 공중 위에서 줄을 놓더니 슈퍼 히어로 랜딩이라 불리는 특유의 착지 자세로 옥상 위에 떨어졌다.
“크억… 컥….”
그의 팔 안에는 제이슨이 있었다. 목을 잡고 있는듯 했다. 입에 거품을 문 제이슨이 연신 그의 팔을 두드렸다.
“아, 맞다.”
팔을 풀자 제이슨의 몸이 힘 없이 풀썩 쓰러졌다.
“야 바로 도망은 너무하지 않냐? 존나 섭섭하네.”
“우리가 섭섭하고 말고 할 사이였나?”
“너한텐 안 그러겠지만 나 한테는 그래.”
궁수가 손가락으로 한재중을 가리켰다.
“야 너. 예전에 목적을 알지 못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이것만 알려줘. 그럼 귀찮게 굴지 않을게. 진짜. 찍고.”
조아윤과 한재중은 동시에 푹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저딴 거 때문에 화살을 존나게 쏘아댄 거야?”
“어휴, 다음에 평화적으로 다시 오지. 뭐 그리 미련하게.”
“시끄러! 난 지금 궁금한 건 지금 끝내야 한다고!”
궁수가 버럭 화를 냈다. 저 시끄러운 목소리를 계속 듣다간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딱히 반드시 비밀로 부쳐야할 이야기도 아니고, 한재중은 입을 열었다.
“계기.”
“뭐?”
“기억을 되찾을 계기가 필요하다고. 적어도 난 그랬어.”
“나도.”
조아윤이 동의했다.
“자신이 별과 계약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계기가 필요해.”
이게 전부였다. 이외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한재중 본인도 모르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아냐고! 우리한테는 그 계약했을 때의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그 씨발 계기를 안단 말이야?”
“그걸 왜 나한테 따져?”
궁수는 신경질적으로 툭툭 바닥을 두드렸다.
“야 그러면 안 돼지. 적어도 네가 그러면….”
“내가 왜 안 돼.”
“난 네가 시한부란 거 알려줬잖아! 근데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궁수는 말을 하다 멈췄다. 협박을 할 생각이었다. 그의 지인인 조아윤, 저 오데트에게 진실을 알려줄 생각으로….
“이런.”
이미 말했구나. 궁수는 혀를 차며 자신의 실언을 후회했다.
“…뭐?”
조아윤이 되물었다.
“시한부…?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