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7
Chapter 17 – 별이 예쁘니 노숙을
마법 소녀 협회.
도시 중앙에 있는 거대한 빌딩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마음대로 부감할 수 있을 만큼 높게 솟은 건물.
마법 소녀가 출동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현대적인 내부 모습과 달리 외부의 모습은 고성과 같이 중후하였다. 파스텔톤 컬러로 칠해진 벽면은 그 중후함을 동화적인 몽환으로 바꿔놓았다.
매일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현대 마법 소녀의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또한, 마법 소녀가 휴식할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민간인 출입 금지의 고층.
전원 마법 소녀이거나 한 때 마법 소녀였던 자들이며, 있어봤자 개인에게 종속되지 않은 마스코트들 뿐.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레드 베가는 그 고층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소파에 누워 커다란 TV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 최고였어요! 같은 학교를 다니는 후배로서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정말….
-저와 같은 나이인 데도 완전 달라요! 똑부러지고… 용기있고….
-올해 수능 안 본다 길래 인생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바뀌었어요! 수능 따위 레드 베가 앞에선 넘어갈 벽도 아니었던 거죠!
-A급 괴인의 동시 습격이란 이례적인 사태에도 마법 소녀의 빠른 대처로 인해 사망자는 단 하나도 없어….
짐짓 안 그런 척 하며 마법 소녀를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뉴스 화면 속에선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전광판을 만들어 레드 베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장난스럽게 절을 하기도 했다.
“푸흐….”
그 모습이 퍽 웃겼다.
역시, 내가 한 일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북두칠성의 괴인이 아니었다면 대학교의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안 봐도 뻔하다.
A급 괴인쯤 되면 대괴인용 방벽도 몇 분이면 뚫을 수 있다.
아무리 빨리 그곳에 가더라도 이미 몇 명은 생을 마감했으리라. 레드 베가는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우연히 그곳에서 괴인 간의 분쟁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정말 단순한 분쟁이었을까.
동족 간의 싸움이 아니라, 북두칠성의 괴인이 정말 그 시민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 것이었다면?
레드 베가는 스마트폰을 켜 인터넷을 뒤져 봤다.
-트루 히어로 빅 디퍼님을 찬양하라!
└빅 디퍼는 좀 그러니까 우리 셉텐트리온이라 하지 않을래?
└빅 딕! 빅 딕! 빅 딕! 빅 딕! 빅 딕!
└미친 놈들아
이미 오늘 습격 받은 대학교의 커뮤니티에선 장난스레 그를 찬양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이 캡쳐되어 여러 군데로 퍼져나간 것도.
아무리 그래도 괴인을 찬양하는 건 지양되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 장난에 동참하여 찬양이나 웃음 등의 반응을 보냈다.
이들도 진심은 아니다.
괴인 간의 분쟁에서 우연히 발생한 안전이었기에 이렇게 장난스레 놀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된다면.
점차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북두칠성의 괴인은 습격하는 쪽이 아니라 수호하는 쪽이 되어 간다면.
솔직히 그 괴인이 우리의 편이란 건 조금도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있던 그의 말엔 분명 진심이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보낸 감정에 적의는 없었다.
당황, 연민, 염려. 그런 것들 뿐.
왜일까. 왜 괴인이 마법 소녀인 자신을 걱정하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인간과 괴인 간의 기나긴 비극의 역사가 떠올랐다.
‘그래도….’
헛된 꿈임을 알고 있으면서 레드 베가는 그렇게 빌었다.
선배에게 이런 말을 하면 호되게 혼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도통 그의 선의란 것이 진실이기를 비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물론 두 번이나 패배를 얻었긴 했지만….
그건 언젠가 설욕하면 될 일.
문제는 그 괴인이 같은 편이란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괴인이 시민의 편이라 인식된 순간 대두 될 게 뻔한 의견이었다.
마법 소녀 무용론.
돈도 먹으면서 괴인에 비해 아무것도 못하는 머저리 같은 년들. 그런 말들이 오고 갈 게 눈에 훤했다.
레드 베가는 그런 현실이 오길 바라지 않았다.
마법 소녀란 그녀의 꿈이며, 또한 가장 사랑하는 존재였다.
지금도 방에 가면 온갖 마법 소녀 굿즈가 도배 되어 있다.
자신이 욕을 먹는 건 괜찮다. 하지만 마법 소녀란 가치 그 자체가 부정되는 건 싫었다.
“역시 답은 하나!”
[수호자…?]다시는 그 괴인에게 가엽다며 무시되지 않기 위해, 이번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미래에 올 어떤 일들을 막기 위해.
레드 베가는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마스코트, 붉은색의 고양이를 닮은 솜뭉치에게 힘차게 선언했다.
“강해지는 거 뿐! 리본! 여기서 더 별의 밝기를 올리는 법은 없어?”
“없다 병신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핑크 데네브가 대꾸했다.
“이제 일 년도 안 된 년이 무슨 밝기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어? 네가 그럴 때마다 비슷한 색인 내가 비교 당한다고. 쉬엄쉬엄 해.”
“그럴 수 없어요! 딜레마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이제 우린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어요!”
“강해진다고 마음 먹어서 강해지면 내가 이미 짱 먹었겠지. 이 년아.”
핑크 데네브는 하찮단 듯이 그녀의 말을 일축했다.
“아희야. 조급해 지지 마. 어차피 이 세상 사람들을 우리가 다 구하지 못해. 지구 반대편에선 지금도 몇 만 명 씩 죽어가고 있단 말이다~ 응? 줄 건 줘. 대신 챙길 건 다 챙겨. 절대 놓지 말고.”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 핑크 데네브는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내 마셨다. 자연스레 소파에 앉더니 레드 베가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목숨 건 판에서 조급한 쪽이 단명하는 거 몰라?”
“윽… 저주하지 마세요!”
“저주라니 이 새끼가, 선배의 뼈가 있는 조언인데.”
몇 번 맥주를 홀짝거리던 핑크 데네브는 이내 무언갈 떠올렸는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맞다. 오늘 그 대학교 CCTV 있잖아. 그거 이따가 중요 자료로 다 같이 볼 건데 올 거냐?”
“진짜요?!”
“그럼 안 보겠냐. S급 괴인이 셋이나 모였는데 대비 해야지. 싫으면 말고.”
“아뇨, 갑니다! 무조건 갑니다!”
“그러냐.”
클클 웃으며 데네브는 맥주를 홀짝였다.
오늘 따라 술이 썼다.
후배의 명랑한 목소리를 뒤로 두 사람을 생각했다.
지금쯤 집에서 술에 찌들어 울며 잠들었을 블루 시리우스.
그 원인인 한 남자.
‘한재중….’
한 때 따랐던 인물의 초라한 모습은 오랜만에 봐도 도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기억 상실이라니…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그렇게 보기 싫은 사람들이었을까, 우리가.
씁쓸해 지는 입맛에 죄 없는 맥주캔을 우그러뜨렸다.
**
“시발.”
평생 입에도 댄 적이 없던 담배가 당기는 밤이었다.
자아의 붕괴와 정체성의 고민이란, 청소년기에 이미 다 떼고 졸업했어야 할 고민을 이 나이 처먹으며 하는 꼴이란 참으로 자조할 것이었다.
심지어 그 고민이 추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대충 뭉개고 넘어갈 순 없었다.
내가 단순한 빙의자가 아니라 기억을 잃은 한재중? 그렇다고 지금 이 몸이 괴인화는 아니잖아.
복잡하다.
복잡한 데다 단서도 없어 함부로 결론은 불가능한 답이었다.
별이 밝았다.
그래도 도시의 밤이긴 해서, 옅은 별빛은 가로등 불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별처럼 희미하고도 자그만 기억들이 속속 떠올랐다.
기억은 연쇄적이라 했나.
별자리를 이을 때처럼 한 별을 찾으면 그 다음 별을 찾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선을 그리듯이 기억을 찾아 헤매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단편적인 기억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건 가을 하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가수스였다.
날 처음 습격했던 건 페가수스.
말의 머리를 가슴의 장식으로 달고 등에 새하얀 날개를 달고 있던, 괴물.
그 두 새하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몸은 뱀같이 두꺼운 근섬유로 뒤덮여 있어 징그러웠다.
-당신도 절 보며 말대가리라고 생각했나요? 제 흉측한 모습이 두렵나요?!!!
그렇게 급발진을 시작한 페가수스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괴인들의 얼굴이 떠올렸다.
그들은 내 공포를 즐겨, 절대 일격에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특히 비르고가 그런 경향이 강했다.
-재중아, 안 되지. 조금 더 안 뛰면 죽는다? 응? 우리 귀여운 재중이. 제대로 몸 좀 놀려봐.
어딘가 처음 본 사이가 아닌 듯한 말투다.
한재중을, 날 습격하기로 결심한 건 비르고의 의견이었나? 도대체 무슨 관계였길래?
한재중과 연관이 있던 건 마법 소녀 중에서도 블루 시리우스만이 아니었나? 아니지. 그녀와 연애하며 여러 마법 소녀와 안면을 텄을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녀가 날 쫓을 이유가 무엇이지?
아무튼, 난 괴인들에게서 죽도록 도망쳤다.
점차 몸에 상처가 많아지고, 체력은 바닥났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두려움만 샘솟는다. 이러다 미디어만이 아니라 괴인까지 공포증이 생기겠다.
[그건 향후의 수호 행위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정신을 비우고, 편안한 상태를 만들길 권장 드립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요가 방법을 찾아 뇌 속에 전달을….]‘조용히 해라.’
일단 생각할 건 생각해야지.
그리고 끝내 비르고의 빔에 누워서 죽음의 두려움을 곱씹으며 괴인들이 고의로 쏘는 별빛에 잠식된다.
‘그 놈들의 목적은 두려움 속에서 괴인을 탄생 시키는 거였나? 다른 괴인화된 인간도 대부분 비슷한 감정을 느낄 텐데? 차별화 된 부분이 있었나? 왜 굳이 나를?’
이상한 게 한 두 부분이 아니다.
애당초 그렇게 죽음을 크게 두려워한 한재중이 왜 자살을 택했단 말인가.
이 몸에는 무슨 비밀이 얽혀 있을까.
아직 내가 떠올리지 못한 여러 기억 너머에선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야 벨트….”
[무슨 용무신가요.]“기억 떠올리는 방법 알고 있냐?”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뭘 기대한 건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옆의 쇠공에게 물었다.
[첫 번째 방법은 오늘과 같이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를 쥔 당사자와 만나 연쇄적 기억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퀘스트의 지속적 수행.]“…뭐?”
벨트는 망설임 없이 술술 발언했다.
[별의 조각을 모으며 변신체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별이 완벽히 활성화 될 시 기억을 되찾을 확률이 있습니다. 추천 되는 건 후자입니다.]그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퀘스트의 보상이 내 강화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이었다고? 상상치도 못한 데에서 동아줄을 얻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동안 질문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맞는 말인데 좀 꼽네. 이런 건 당연히 보상 얘기할 때 미리 말해줬어야지.
“그, 그러면 내가 재현할 대상. 그건 뭔데?”
[수호자가 직접 찾아야 할 사항입니다.]“아니 시발 줏대가 없네.”
묻지 않아서 안 말해줬다면서 이제 또 물으니까 왜 회피를 해.
그러고 보니 이 벨트도 수상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변신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이며, 사용자에게만 보인단 점은 마법 소녀의 마스코트와 동일하다.
그러나 퀘스트 등의 행동으로 사용자를 강제하고, 사용자에게 전면적인 협조를 보이진 않는다.
어디 단체에 끌려가서 개조라도 당한 건가. 생각하면 할 수록 의문점만 많아진다.
하지만 할 일은 확실히 알았다.
이 벨트,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진실을 숨길 순 있지만 그 진실을 아예 다른 것으로 둔갑하진 못한다.
그렇기에,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아마 진실일 것이다.
“그래… 아무튼, 할 일은 똑같단 거지?”
결국, 해야 할 일은 변함 없었다.
수행.
수호.
전진.
[퀘스트 발생.]“이 밤에…? 그래, 별도 예쁜데 오늘은 노숙 좀 해야겠네.”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며, 벨트가 전송한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이젠 강해지기, 살아나가기 위해만이 아니다.
내 기억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
“그러면 튼다?”
“네! 어… 시리우스 언니는요?”
스크린에 흘러가기 시작한 CCTV 화면을 보며 레드 베가가 물었다. 시청각실엔 레드 베가와 핑크 데네브만이 아니라 여러 마법 소녀가 즐비해 있었다.
그러나 블루 시리우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대책 강구 같은 자리에는 항상 나왔는데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네요! 우리 왕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야 저기 흰둥이 쪽바리한테 이상한 말 가르친 놈 누구… 에휴, 됐다. 선배는 오늘 좀 아파서 쉴 거야.”
“아, 아파요?! 많이 아픈 가요? 지금 당장 병문안을.”
“누가 누굴 걱정해. 됐고, 저기 보기나 해.”
화면 속에선 또 다시 새로운 무기를 꺼내 괴인들을 해치우는 북두칠성의 괴인이 있었다.
“총도 쏘네요….”
“저런 괴인은 전에도 몇 번 있었잖아.”
“저렇게 다양한 능력을 쓰는 괴인은요?”
“저 새끼들은 상도덕이 없네 진짜.”
“없었나 보네요….”
A급 괴인을 파리 쫓듯 내치는 그 위력은 꽤나 쓸만해 보였다.
저런 게 일반적인 무기로 있었다면 지금쯤 군인도 괴인을 섬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괴인을 뒤 이어 하늘에서 내려온 비르고가 보였다.
“…레드 스피카.”
“레드는 저인데요?! 레드 뒤엔 베가! 이건 공식이에요! 배신자를 레드라 부르지 마세요!”
“비르고입니다… 명칭에 주의해 주세요.”
“맞아요! 저 새끼는 괴인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 따라가지 못한 물로켓이 발악해 괴인으로 수명을 늘린 사람입니다!”
“화이트 다비흐, 그런 소리 하지 마!”
“너 진짜 인터넷 좀 그만 해라!”
그녀의 등장에 좌중이 시끌해졌다. 누가 무얼 말하는지 모르게 여러 말이 뒤섞이며 혼란이 일었다.
검붉은 음영이 그들의 얼굴에 덧씌워졌다.
스크린 너머에서 번쩍이는 별빛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광량이었다.
한 순간에 A급 괴인들 대부분이 정리되는 강력함에 시끄럽게 떠들던 소녀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 북두칠성과 처녀가 부딪혔다.
검붉은 별빛과 초록의 별빛이 힘차게 격돌했다.
총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비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버텼다.
전투의 여파만으로 타일은 과자처럼 깨지고, CCTV는 지진을 만난 것 마냥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짧은 전투는 침묵을 이끌어나가기에 충분했다.
“저런 거랑 싸워야 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절망 어린 말이었으나, 반박하는 자는 없었다. 반박해야 되는 걸 알지만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었다. 근거 없는 희망은 오히려 짜증만을 불러 일으키니.
승자는 비르고였다.
쌍성 특유의 이중마법으로 허를 찌른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의 몸에서 별빛이 흩어져 갔다.
“…어?”
그의 몸은 점차 괴인의 모습에서 점차 사람의 복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변신 해제를 한다고?
아니지, 괴인이니까 오히려 둔갑인가.
특이했다. 굳이 전투의 한복판에서 저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을 텐데.
레드 베가는 저 행동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내심 기뻐하기도 했다. 둔갑한 모습을 알아내면 평소 생활을 하다가 괴인을 검거하는 일도 있을 테니.
괴인의 둔갑은 대부분의 인간에겐 인상이 흐리게 기억되지만, 별빛을 가진 자에겐 그 모습이 또렷히 보인다.
자신은 마법 소녀. 일상생활 속에서도 괴인을 구분할 수 있다.
그렇게 집중해서 살핀 결과, 아쉽게도 얼굴을 알 진 못했다.
별빛이 전부 그의 몸에서 흩어져 사라지기 전에 바로 다시 괴인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마 무언가 방심을 노린 전략이었겠지.
“에이 뭐야….”
싱겁단 생각에 스크린에 가까이 숙인 몸을 다시 의자에 뉘였다.
“적어도 둔갑한 모습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안 그래요… 응? 언니?”
별 수확이 없어 실망한 레드 베가는 옆을 돌아 보며 공감을 구했다.
그러나 핑크 데네브의 상태가 이상했다.
“설마….”
무언가 대단히 위험한 걸 눈치챘단 듯이 심각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