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18
Chapter 18 – 과거에 먹힌 사람들
미약한 의혹이었다.
그저 저 괴인의 둔갑 모습과 병원에서 본 한재중의 옷이 동일하단 것.
그 실루엣이 오늘 본 한재중의 체격과 너무나 닮아 있단 것.
확신하기엔 미약하지만 의심하기엔 충분한 증거들이었다.
여기에, 병원에서의 말까지 조합하면 꽤 말이 된다.
기억 상실.
핑크 데네브를 봤을 때 마법 소녀 명부터 말하며 당황스러워 했다.
마치 정말 처음 만난 사람인 것처럼, 만나면 안 될 사람인 것처럼.
블루 시리우스를 봤을 땐 이름을 먼저 부르긴 했지만 이내 시치미를 뚝 떼며 모르는 사람이라 답했다.
너무 티가 나는 거짓말처럼 들렸지만, 이게 정말로 진실이었다면.
한재중은 괴인화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게 변한 모습이 북두칠성의 괴인.
“에, 에이 설마… 지랄도 그런 지랄이 없지….”
데네브는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사람이다. 지금 괴인 따위가 되어 있으면 안 된다.
끔찍한 상상이고, 피해망상이다.
오늘 본 그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여 떠올린 과대한 의심이다.
하지만….
“염병할.”
“언니…? 언니, 어디 가요?”
데네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상당히 신경질적인 발걸음으로 바닥을 울리며, 손으론 마스코트를 붙잡았다. 앵무새를 닮은 솜뭉치였다.
[잠깐 이 년아… 켁… 켁… 말은 하고 잡아…!]“아닐 거야….”
[이 년아! 제발 정신 좀 차려!]찰싹!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온 마스코트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기분이 나빴다.
“…시발.”
[욕만 하지 말고 시발!]“너도 하잖아.”
[크, 크흠. 그건 일단 제쳐 두고. 수호자, 침착해. 이럴 때일 수록 침착해야 해. 아무리 한재중이 네가 믿고 따르던 오빠였고 첫사랑이라 해도….]“다, 닥쳐!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이 새끼야?!”
음해다.
핑크 데네브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강하게 일축했다. 확실히 호감은 있지만 그것이 이성적인 그것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 침착해야지.”
[지금 바로 변신할 거야?]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그 괴인을 찾아가 심문을 행할 생각으로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앞 뒤도 가릴 것 없이, 이 기분 나쁜 미혹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마스코트의 말대로 지금은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제대로 사고가 돌아가지 읺으며, 자그만 단서만으로 쉽게 확정 짓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
심지어 술 기운까지 돌아 머리가 어질했다.
의심을 할 때 일수록 냉정해야 된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괴인과 엮인 일이다.
즉, 괴인이 된 순간 합법적인 사형 선고가 때려진 것과 다름 없다. 그런 의혹을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선 고작 미혹 가지곤 안 된다.
만인이 납득할 증거가 필요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 정도의 증거가 있지 않다면 한재중은 괴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하며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 시키고, 머리에 산소를 돌려 식혔다.
“지금은 아니고. 일단 선배부터 봐야겠네.”
원래 가려던 데부터 가기로 했다.
아마 지금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심란할 사람을 만나, 마음을 정리해 봐야겠다.
**
“우왁 술냄새!”
핑크 데네브도 아까 맥주를 마시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렬한 알코올향에 비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 방 전체가 진한 알코올내로 가득했다. 데네브는 후각만으로도 술에 취할 거 같은 아찔한 감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어…? 왔니…?”
“선배 또 위스키 병나발로 쳐 마셨어?”
“헤헤… 맛있자나….”
“어이고, 혀도 풀리고 아주 난리났네.”
침대에 반쯤 기댄 채 바닥에 주저 앉은 블루 시리우스의 손 옆엔 위스키 병이 굴려지고 있었다. 꽤 비싼 걸로 들었는데 아깝게도 바닥을 소독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중이었다.
데네브는 익숙하게 냉장고로 향해 냉수를 꺼내왔다.
“냉수… 내가 더 차게 식힐 수 있는 데 헤헤헤….”
“선배 제발 입 다물고 물이나 쳐 마셔.”
“예전에 재중이 운동하고 나면 이렇게 마법으로 물 식혀서 줬는데….”
예전부터 자주 들었던 연애할 때의 이야기다. 아직도 이 시절을 곱씹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고, 몇 년 째 이 시절을 곱씹는 걸 들어야 해서 지겹기도 하였다.
특히 음주가 허용된 성인이 된 이후론 더욱 이러는 경향이 심해졌다.
“지랄 말고 물이나 마시쇼.”
“으응….”
술로 상처를 달래면서 역설적으로 술로 상처를 부유시키는 중이다. 알코올이 소독한 자리에 다시 쓰라림이 피어 오르고 그걸 다시 알코올로 소독하는, 일종의 쳇바퀴였다.
20대 초반, 데네브는 시리우스가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 걱정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마법 소녀의 정신력은 보통이 아니었으니, 일이 있는 날에는 철저히 금주를 지켰다.
마법 소녀는 일이 매일 같이 있으니 거의 매일 금주를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푸하… 아윤아. 재중이가 왜 우릴 모른 척 한 걸까….”
그러나 가끔 이런 날. 너무 힘들어 술을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때가 오면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남들의 눈에 띄면 안 되니 집에서 조용히.
알코올의 독소가 자신의 기억을 지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절하게.
“내가 그렇게 싫었나…? 역시 난 재중이한테 있어선 안 될 사람이었던 걸까…? 진짜 다 잊어버린 걸까? 그런데 어떡해… 난… 난… 아직도 못 잊겠는 데에… 이렇게 힘들어 죽을 거 같은 데에…..”
블루 시리우스의 팔을 들어 핑크 데네브는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신장 차이가 꽤 나 아슬아슬해 보이는 모양새였지만, 데네브는 능숙하게 그녀를 부축하는 데 성공했다.
“아윤아… 나 너무 무서워… 진짜 재중이가 날 잊은 거면 어쩌지? 나와 관련된 모든 걸 잊었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남긴 상처와 그 후유증은 그대로인데 나만 잊은 거면… 걔가 인생에서 원망할 대상 까지 잊어버리면… 아무 것도 모르는 데 그렇게 망쳐진 삶만이 남았다면… 불쌍해서 어떡해… 내 재중이 너무 불쌍해서 어떡해….”
데네브는 이를 악문 다음, 그 속을 티내지 않으며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뻔한 거짓말이더만. 재중 오빠 알잖아. 그렇게 티나게 거짓말하는 것도 재주다.”
“그렇겠지…? 그럼… 재중이가 나와 엮이기 싫어서 거짓말 한 거야…? 그것도 싫은데에…. 아니,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싫은 데에….”
살짝 푸른 빛이 도는 은색의 머리가 데네브에게 커튼처럼 드리워졌다. 그녀는 블루 시리우스를 침대에 앉혔다. 술에 취해 힘이 없었는지 제대로 앉지 못하고 거의 엎어질 뻔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아 고정하며 타일렀다.
“괜찮아 선배. 재중 오빠도 진심이 아니었을 거야.”
“그럴까…?”
“씁, 평소에는 냉철하다가 이럴 때만 염병이네. 괜찮다니까. 다 너무 당황해서 헛소리 한 거지.”
“그럼 다행이다….”
블루 시리우스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이 의심은 핑크 데네브 혼자서 처리해야만 한다. 설령 이 의심 끝에 기다리는 게 끔찍한 진실이더라도, 반드시 비밀을 고수해야 한다.
“맞다… 아윤아, 그 괴인 씨씨티비에 찍힌 거 다같이 본 다고 했자나… 그거 어떻게 됐어…?”
“아 그거….”
데네브는 싱긋 웃었다.
“별 거 없었어. 다 똑같지 뭐. 우리와 그 새끼들의 차이만 새삼 실감한 걸로 끝났어. 하… 답 없네. 저런 놈들을 어케 이기냐.”
“…그래도 이겨야지.”
블루 시리우스는 이를 뿌득 갈았다.
“다신 그 어디도 습격하지 못하게. 전부 죽여야지.”
그 선언을 들으며 핑크 데네브는 다짐했다.
그 화면도, 이 의혹도 절대 그녀에겐 밝히지 않으리라.
**
[괴인 격파.]“후우….”
폭발을 뒤로 하며 피로가 잔뜩 쌓인 몸을 풀었다.
확실히 피곤했다.
이대로라면 전처럼 다시 응급실행을 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나오고 계속 하는 일이 싸움이라니, 조폭도 이러진 않겠네.
“다 싸웠냐? 왜 괴인만 죽이고 다니냐?”
“냐냐 거리지 마라. 고양이 흉내내는 건가?”
“야옹 미야옹 개새끼야.”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가로등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핑크 데네브가 그곳에 있었다. 그녀의 주위엔 아름다운 분홍색의 까마귀들이 까악 대며 날아다녔다.
바로 머리 위를 보니 까마귀들이 원을 그리며 나는 중이었다.
홍익오를 이용해 추적했구나. 그 결론에 다다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 동기엔 다다를 수 없었다. 오늘 A급 괴인과 싸우며 꽤 피곤할 터였다. 이 뿐만이 아니라 난 그녀에게 있어 전 날에 패배를 안겨준 상대다. 다시 찾는 건 보통 그만한 대책을 얻었을 때 일 텐데.
“무슨 볼일이지. 전에 말했듯 그쪽에서 시비만 안 걸면 공격은 안 한다.”
“누가 들으면 내가 나쁜 쪽인 줄 알겠다?”
“자세와 말투만 보면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하긴.”
핑크 데네브는 클클 웃으며 뒷골목 양아치처럼 쭈그렸던 몸을 피고 이 쪽으로 내려 왔다.
“야.”
쎄 보이는 화장이나 말투에 비해 몸짓이 비상히 우아하였다. 몸에 두른 날개옷 같은 천이 가로등 불빛에 연하게 투과 되며 하늘거리며 빛났다. 작은 몸과 긴 속눈썹에 가려진 연분홍빛의 눈동자는 신비로웠다. 목까지 내려오는 단발의 안 쪽에선 현실에서 투톤 염색을 한 영향 탓인지 더욱 별빛이 이글거렸다.
“나 뭣 좀 묻자.”
그렇게 다가오는 핑크 데네브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괴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거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적의라 치기엔 묘하게 애환이 강했다.
“내가 화술만 좋으면 여기서 널 영혼까지 빨아 먹겠지만, 그런 기술은 나에게 없어서 말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녀의 별빛이 커다란 바람을 만난 거처럼 위태롭게 일렁거렸다.
“너 인간 시절의 이름, 한재중이냐?”
그 흩날리는 별빛의 부스러기 일부가 나에게 닿았다.
떠오르는 건 기억.
분홍빛보단 핏빛에 가까운 기억.
핑크 데네브가 아직 많이 어렸을 무렵. 그녀가 울고 있었고, 그걸 내가 달래주던 기억. 내 손은 많이 까져 있었고, 데네브의 얼굴도 멍이 잔뜩 있었다. 상처 투성이인 둘.
한재중은 블루 시리우스만이 아니라 그녀와도 연관이 있던 건가? 아니, 내가 그녀와 연이 있었다고? 내가 한재중이란 가설에 한발자국 닿으면서도, 아직 실감이 안 나 속이 울렁거렸다.
‘염병하겠네….’
누군가의 기억을 엿본다고 하기엔 너무나 그리운 감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가 아파졌다. 오늘 하루만 몇 번이나 이 과거에 시달리는 건지. 이것이 내 기억이 맞는 건가. 그렇지 않다고 하기엔 너무나 익숙하다. 두통을 참지 못하고 이마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뿜었다.
“후우….”
“…! 뭐, 뭔데. 빨리 말해.”
알카이드를 쓰고 도망친다면 여기서 그녀의 의심은 증폭되기만 하겠지. 그렇다고 나 역시 별 다른 화술은 없다. 이미 의심하고 있는 자에게 무엇을 알려줘도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알고 있다. 핑크 데네브는 선한 사람이다.
원작에서도… 아니, 그 뭔지 모를 웹툰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의리와 정의를 지킨 사람 중 하나.
물론 대부분의 마법 소녀가 그렇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후에 힘을 잃게 됨에도 그런 마음가짐을 접지 않았다.
대단한 사람이고, 영웅이다.
그렇기에 밝힐 수 없다.
사람 간의 예의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것에 그녀를 말려들게 해 마음 고생을 시키는 건 크나큰 무례다.
그녀가 정을 느끼는 건 한재중이지 내가 아니다.
아직 이방인이며, 미아인 내가 그 방향이 잘못된 인정에 기대어 그녀를 슬프게 하는 건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한재중의 몸이되, 올바른 한재중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진 않다. 이 어긋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슬프게 할 것인가. 겉보기론 괴인이 된 과거의 인연을 그녀는 감당할 수 있을까.
여기서 얼굴을 밝히면 그녀가 날 괴인화 한 한재중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어떤 변명을 해도, 그녀는 그렇게 확정 지을 게 뻔하다.
괴인을 대하는 마법 소녀인가, 과거의 연에 흔들리는 인간인가. 그녀에겐 두 기로가 만들어지고, 평생 한 적 없는 고뇌를 하게 될 것이다.
“뭘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한재중이란 이름이 뭔진 안 물어 보네? 이 새끼….”
“아는 이름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 왜, 물어야 했었나?”
“아니. 그럴 필욘 없지.”
데네브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당당한 자세로 다시 물었다.
“그래서, 맞냐고.”
땅딸막한 키라 꽤 귀여운 모습이었다. 허리에 올린 손은 안 그런 체 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중이었다. 그 아담함에 웃으며 대답했다.
“무엇을 말해도 안 믿겠지만… 이거 하나만 알고 있어라.”
지금은 밝힐 수 없다.
밝혀서 얻는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다. 그녀가 아군이 될 수 있을 지도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동정하는 만큼, 그간 쌓인 정이 있는 만큼, 혼자 감당하고자 하여 날 홀로 죽이려 들 수도 있겠지.
언젠가 기억을 전부 얻었을 때, 그 때 사람과 사람으로서 보면 될 일이다.
지금은 마법 소녀와 괴인의 관계가 좀 더 이상적이다.
하찮은 희망에 기대 동상이몽을 꿈꾸는 건 서로 고생일 뿐.
과거에 집어 삼켜져 나에게서 한재중을 엿보며 고생할 그녀와, 과거를 찾을 수 없어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고생할 나나.
서로 죽을 듯이 고생하게 될 것이란 점에선 동일했다.
이미 생긴 의심은 벗길 수 없다. 이후로도 그녀는 평생 날 의심하겠지.
나 역시 그 의심을 완전히 부정해 줄 순 없다.
하지만, 그 의심이 확신이 되지 않도록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 줄 순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한재중은 지금 여기 없다.”
아직은.
그녀의 목을 잡고 그대로 하늘에 올렸다.
[SET. 역성.]“어, 어어? 이, 시발! 야 이 새끼야!”
“그리고 날 쫓지 마라. 방해된다.”
이대로 계속 추격하는 건 귀찮으니. 그대로 그녀를 눕혔다.
콰앙!
[역성 발현 성공. 재현율 30%.]일부러 재현율을 낮춘 공격은 기절만 시키고 떠나기에 참으로 알맞았다.
**
밤을 선명히 빛내던 별의 세기도 한 풀 꺾이고, 새벽녘의 아스라한 보라빛 구름이 고개를 내밀 때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핑크 데네브는 길가에 누워 잠을 청한 한재중을 보았다. 행복을 바랬던 사람이 이 무슨 모습인가. 가슴이 찢어질 듯 했다.
기절에서 깬 다음엔 바로 홍익오를 보내 다시 괴인을 찾았다. 쫓지 말란 말은 조금도 조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집은 어디 두고 여기서 쳐 자는 거야… 오빠도 선배처럼 술 마셨어? 술 냄새는 안 나는데… 진짜 집 없는 건 아니지? 그러지 마라… 그거 알면 선배 진짜 죽어….”
그러나 북두칠성의 괴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여기 노숙자 하나만 찾을 수 있었다. 괴인이 변신이 풀린 모습과 같은 복장의 노숙자. 신문지를 깔고 자는, 아직 젊어 보이는 남성.
“아까 괴인은 거짓말 꽤 잘하는 거 같던데… 그럼 오빠는 아닌가? 하 시발 잘 모르겠다. 사실 그게 거짓말인지도 잘.”
데네브는 그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담요를 덮어주었다.
“다만 한 가지… 오빠가 날 피하는 건 알겠네. 병원에서 한 말 진짜야? 진짜 나 까먹었어? 선배도?”
괴인화의 특징 기억 상실.
하지만 병원에서 블루 시리우스를 본 그 태도, 분명 그리움이 눈망울에 맺혀 있었다. 억지로 모른 척을 하는 티가 났다. 괴인이라 꺼려하는 태도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아까의 그 괴인의 말도 그렇고. 모르겠는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북두칠성의 괴인과 한재중 사이에는 모종의 관계가 형성 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여기 친절 같지도 않은 친절만 두고 갑니다. 고마워 하지 마. 고마워 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할 거 같으니까.”
애당초 괴인이라면 이렇게 완벽히 사람의 몸을 취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있는 괴인이라면…..
“진짜 오빠가 괴인이라면… 전 오빠를 죽일 수 있을까요?”
아마 그 괴인은 자신을 죽이지 않겠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압에서 끝낸 걸 보면 확실하다.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전 이만 물러납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봅시다… 반드시.”
그 말을 끝으로 핑크 데네브는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