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21
Chapter 21 – 도망치는 건 아름답다
[ALKAID.]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그렇게는 안 되네.”
그 순간 리브라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내 별 하나를 바치지. 저 자의 별 하나를 막아라.”
쾅!
리브라의 어깨에 있던 천칭 한 쪽에 빛나는 에너지 뭉치가 올라가더니, 크게 기울었다. 그와 동시에 리브라에게 감돌고 있던 무거운 기운이 한결 사라졌다.
그 천칭의 반대 편에는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유리조각같은 별빛이 전부 빨아 들여져 올라갔다. 알카이드의 별빛이었다.
철컹.
그렇게 두 천칭은 수평이 되었다.
“올바른 대가엔 언제나 올바른 보상이 따르지.”
칙, 치직. 그 따위 부실한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던 벨트가 기능을 정지했다.
[ALKAID 발현 실패. ALKAID 발현 실패. 현재 별을 찾을 수 없습니다.]저딴 능력이 어딨어.
“…그런 것도 가능했나.”
“괴인과 싸울 일은 적으니까 말이지. 보여 줄 기회가 없었네. 마법 소녀에겐 불가능하지만 괴인 간의 분쟁에선 이런 것도 쓸 수 있지. 어떤가? 별이 가려진 감각은.”
리브라는 주먹을 쥐며 재밌단 듯이 웃었다.
제 별을 대가로 바쳐 상대 별의 기능을 정지 시킨다.
논리야 놀자에 나올 것만 같은 파격적인 능력 활용이다. 상호 동의 없이 그저 자신의 무언갈 희생하는 것만으로 거래가 성립 되다니. 이 무슨 차별적인 힘인가.
마법 소녀에겐 쓸 수 없다는 게 그나마 안심이었다.
나도 주먹을 쥐었다 펴봤다. 전에 비해서 힘이 확 빠진 실감이 났다 .능력만이 아니라 알카이드의 별빛도 사라진 게 확실했다. 어두운 하늘에 가려진 것처럼, 아니면 다른 거대한 빛에 먹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구적이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치명적이란 사실은 변함 없었다.
“그러나 희생과 동일한 이득이라니. 이 무슨 끔찍한 거래인가.”
이 불공정 거래도 부당하다 생각하는 걸까. 리브라는 분을 삭혔다.
“최소의 희생 끝에 얻는 최대의 이득이야 말로 올바른 거래다. 쥐와 코끼리가 양 옆에 올라가도 수평을 이루는 게 천칭이 기우는 가장 아름다운 각도. 그 거래야 말로 정의. 그러니….”
다시 한 번 리브라의 천칭에 빛이 올라갔다. 하나, 둘, 셋… 넷.
황금같이 아찔하고도 고엄한 빛을 내뿜는 구체들이 네 개나 천칭에 올라갔다.
방금 하나의 별을 바치며 다섯 개의 별이 된 리브라다.
즉, 별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행위가 된다. 스스로를 일성의 단계로 낮추는 어리석은 짓.
“지금 이 희생은 참으로 정당한 거래란 소리지.”
타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천칭이 기울었다. 네 별이 올려진 천칭의 반대편에 새롭게 별 하나가 올라갔다.
천칭의 균형이 맞춰졌다.
거래가 성사되었다.
“여기 거래는 이뤄졌다. 올바른 희생이었다.”
무슨 거래를 한 건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원작에서 본 리브라의 강화 방법.
별 하나의 밝기를 올리기 위해 나머지 별 전부를 바치는 정신나간 짓거리.
하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별 하나만의 밝기를 무한정 늘릴 수 있는 마법 소녀에겐 하나의 경지가 있다.
단순한 별 하나의 밝기를 초월한 상태.
폭발하는 듯한 번쩍임이 한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하여 빛을 유지하는 상태.
그 빛은 별의 탄생에 비할 수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별을 극한으로 갈고 닦아 끝내 자신만의 별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그 상태를 이렇게 부른다.
“어둠 속의 유일한 빛이야 말로 가장 무거운 빛이다.”
신성(新星).
NOVA.
“보아라 나의 모습을!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구나! 이것이 신성… 노바에 그 무엇보다 가까운 경지!”
리브라의 황금색 갑옷이 불꽃처럼 일렁이었다. 황금의 빛이 아득하게 피어올라 세상을 밝혔다. 태양마저도 위협할 아찔한 빛이었다. 무심코 눈을 찌푸리게 될 만큼 눈부셨다.
“보통의 괴인이라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경지다!”
유사 신성 상태.
자신의 별을 하나만 남기고 전부 희생 시켜 일시적으로 신성에 가까워지는 거래 방법.
그 앞에선 호흡도 괴로웠다. 젤리 속에서 숨을 쉬는 듯 했다. 압도적인 힘은 압박감도 궤를 달리 했다.
이것이 S급 괴인.
다시 한 번 옛날의 기억이 부상했다. 두려움은 물론이고 무력감 까지.
‘염병할….’
이거 진짜 트라우마 생겼군.
손금을 타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막상 리브라는 그 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전에는 잘만 덤볐으면서 왜 이제 와서는 두려워 하는가.
하긴, 그 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럴 수 있었지.
뭘 모르니 제 분수를 모르고 뻗댈 수 있던 거지. 무지한 사람이야 말로 최고의 용자다.
지금의 난 무지하지 않다.
그의 힘과 죽음의 두려움을 알고 있어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원래 이럴 생각까진 없었지만… 자네는 여기서 죽어주는 편이 아무래도 내 목적에 더 이로울 거 같아서 말이야. 미안하게 되었군. 정당하게 희생 당해주게나.”
긴장감과 압박감에 굳은 몸을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심호흡을 하고, 어깨를 돌리며 몸을 움직였다.
“오호라, 먼저 덤빌 텐가?”
“물론이지.”
난 벨트에 손을 올렸다. 달깍.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듯이 돌아간 버클이 한 군데에서 정지했다. 정지된 다이얼은 별 하나를 가리켜 읊었다.
[MEGREZ.]녹색의 갑주가 순식간에 검정의 갑주로 뒤바뀌어졌다. 어깨에는 옛날 폭주족이 달 것만 같은 가시가 우수수 솟아 났다. 내 별 중 가장 기동성에 특화된 힘.
“간다.”
몸을 낮추고 그대로 돌진했다. 리브라는 두 팔을 쩌억 벌리며 첫 수를 허락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팡. 뜀박질 소리는 공기마저 가르는 듯 했다. 바람이 빠르게 귓가를 스쳐 나갔다.
난 그 속도를 이용해, 리브라와는 스치지도 않은 채로 우측으로 선회했다.
“…과연.”
그리곤 바로 바이크를 불렀다. 허공에 검록색의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금세 이륜 구동의 탈 것으로 모습을 갖췄다.
“진짜 간다고.”
바이크 손잡이를 잡은 다음에 이를 지지대 삼아 점프해 몸을 올렸다. 커다란 시동음 소리와 함께 바이크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거래를 통해 비행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빨리 움직이는 건 불가능할 터.
난 그렇게 기쁨에 찬 웃음을…..
“이런. 균형이 맞지 않는군요.”
짓지 못했다.
“실현.”
내 바이크가 날아오르자 바로 앞에서 모순이 걸어왔다. 아까 내가 바이크와 만들어낼 때와 동일하게, 그의 손에 별빛이 응집되더니 방패 하나가 생성되었다.
반반으로 나뉜 특이한 디자인의 방패.
[Reveal the truth.]그 방패가 빛나자 그의 몸도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 발광했다. 푸르고 붉게 일렁이는 빛들의 안에서, 선인장 머리의 남성은 점차 새로운 모습을 취했다.
붉음과 푸름이 반반 섞인 모순적인 괴인의 모습이었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방패를 창으로 변형 시킨 그는 비행하기 시작한 바이크에 그것을 던졌다.
콰직, 창은 바이크를 두부처럼 뚫고 내 코 끝 까지 닿았다. 난 배를 버리는 선원처럼 바이크에서 몸을 떨어뜨렸다. 땅에 몸을 한 번 구르자 뒤이어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붉은 번쩍임을 뒤로 흩어지는 여러 부품들과 조각들. 애용하던 바이크가 터졌다.
망가진 건 별 문제 없다. 후에 만들면 될 일이니. 문제는 그걸 다시 만들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별빛과 시간이 필요하다. 소환과는 다르다. 지금 당장 저걸 재구성하는 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일 대 일인데 균형이 왜 안 맞는 거지?”
“전에 당신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진정한 균등함을 추구하고 싶다면 사람의 숫자가 아닌 개개인이 가진 별을 보라고.”
그렇게 까진 안 말했어 시발.
“지금 상황이 딱 그거 아닌가요? 현재 리브라의 별은 고작 하나. 그에 반해 당신에겐 6개나 되는 별이 남아 있죠. 당신의 견해에 따르면, 균형이 어긋나고 있습니다.”
슈욱. 하늘에 있던 창이 다시 그를 향해 돌아왔다. 모순은 화살처럼 쏘아진 창을 아무렇지도 않게 왼손으로 잡아냈다. 그걸 묘기 부리듯 빙글빙글 돌린 다음. 쿵, 땅에 찍었다.
“그러니 전 이번엔 이 편입니다. 억울하신가요?”
당연히 억울하다. 두렵기도 하고. 어떤 면으론 증오스럽기 까지 하다.
리브라를 보았다. 황금빛의 힘은 갑주를 감싸고, 그 갑주가 불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저 쪽이 더 세보이는 데 어떻게 되먹은 기준인가.
물론 알고 있다. 모순이 균형을 운운한 건 전투에 참여하기 위한 당위성을 얻을 절차일 뿐이다. 그의 본심은 나와 싸우고 싶단 게 분명하겠지.
이래서 병력 소환으로 린치에 나서지 않은 건가.
모순을 제 편으로 쓰기 위해.
‘빌어먹을….’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불리하다.
거래를 통해 유사 신성 상태에 돌입한 리브라, 존재만으로 위험 분자인 모순. 두 S급 괴인과 동시에 격돌하게 되었다니.
“후….”
방법이 없다. 도주기는 막혔고 도망칠 도구도 막혔다. 남은 건 충돌 뿐.
다시 한 번 벨트에 손을 올렸다.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싸움. 두려움. 몇 번이고 곱씹은 감정. 여기에 온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한 감정. 두 눈이 떨려 왔다. 다리나 손도 그와 동일했다. 죽음에게서 인간은 무력하다. 하지만 그것이, 죽음 앞에서 발버둥 치지 않을 이유는 아니었다.
[MIZAR.]두려움에 버클을 돌렸다.
[ALCOR.]두려움 속의 전진이기도 하였다.
미자르, 알코르. 이중성이 동시에 빛나기 시작했다.
죽음으로부터의 도주였다.
[해당 폼은 본래 권장되지 않습니다만, 생존을 위해 한계치를 해제했습니다.]“그래, 싸워주마.”
내 주위로 빛이 날개처럼 펼쳐졌다. 그 모양이 꼭 오로라를 닮아 있었다. 더욱 깊고 넓게. 이 부지를 전부 감쌀 만큼 강하게. 짙은 녹색의 별빛들이 하늘을 날고, 건물의 위나 적들의 옆, 내 바로 우측 등에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긴 분신이 일곱. 미자르, 알코르 폼이 생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분신들.
그것들은 네온 사인으로 외곽선을 표시한 것 같은 내 변신체들이었다.
“좋은 태도군요!”
다시 한 번 모순이 창을 던져 왔다. 낚시를 하는듯한 가벼운 태도, 작살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속도는 절대 일반적인 투척의 그것이 아니었다. 대포 같았다.
[MEGREZ.]버클을 돌려 다시 한 번 메그레즈의 모습을 취했다. 녹색의 갑주가 검게 물들고, 어깨엔 가시가 생겼다. 바이크는 없다. 하지만 그 기동 능력은 있다.
바람을 찢고 나가며 우측으로 몸을 움직였다. 창이 볼을 스치고 날아갔다. 조금만 기동력을 늦게 확보했다면 닿는 곳은 얼굴이었겠지.
[MERAK.]그 음성은 내 벨트에서 흐르지 않았다. 분신이었다. 분신이 벨트를 조작해 폼을 입력했다. 메라크. 그의 외곽선이 노란색으로 칠해지고. 손에는 장총, 개문이 생겨났다.
탕!
내 돌진에 맞춰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DUBHE.]모순의 뒤에 생겨났던 분신의 외곽선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클로가 생겨났다. 분신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것을 모순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다. 지나간 경로엔 묵직한 벼락이 함께 있었다.
내 뒤로 날아갔던 창의 경로가 재빠르게 수정되고, 그의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총알 보다 빨리 모순에게 복귀한 방패창이 두베가 휘두르는 클로를 막아냈다.
콰과과광!
폭풍 같은 소리가 땅을 뒤흔들었다. 창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멀리 튀어나갔다.
“능력이 다채로운 건 역시 귀찮군요….”
그 뒤로 개문의 총알이 모순과 리브라를 동시에 휩쓸었다. 북두칠성의 선을 그린 총알은 범위가 꽤 넓어 그정도쯤이야 간단했다. 메라크의 폼을 한 분신은 쉬지 않고 총알을 퍼부었다.
“흠!”
리브라가 총알에 당해 휘청거렸던 균형을 바로 잡았다. 드디어 유사 신성이 나서기 시작했다.
쿵! 그가 한 번 땅에 발길질을 하자 폭발물이 터진 것 같은 굉음이 일었다. 그 효과는 폭발보다 비대했다. 리브라가 튀어 올라 하늘을 날았다. 장소는 개문을 든 분신이었다.
“귀찮은 벌레 부터 제거해야겠군.”
한 번 손을 휘두른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황금색 충격파가 넓게 흩뿌려져 건물을 뒤흔들었다. 폭죽처럼 곳곳이 터진 건물이 곧 붕괴하기 시작했다.
“모순, 뭐하나. 자네도 빨리 처리에 나서도록.”
“아뇨 그게….”
내가 쓰는 이중성의 분신은 흔한 쌍성의 분신과 다르다. 마법만 쓸 수 있는 쌍성의 분신과 달리 좀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하고 세상에 물리적으로 간섭할 수 있다.
다만, 그만한 단점도 있다.
분신에게 누적된 피해는 곧 나에게도 온다.
하지만 이 것의 파훼법이 있다.
[MIZAR.] [ALCOR.]분신이 타격 당하기 전에 해제 하여 다시 생성하는 것. 타이밍이 굉장히 귀찮고 별빛도 많이 들며 전투 중 집중을 해제 하는 미친 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단 낫다.
건물이 붕괴되기 전 사라졌던 분신이 다시 한 번 허공에 생성되었다. 리브라의 바로 앞이었다.
[MERAK.]그 분신의 손에 또 개문이 잡혔다. 총구의 안에서 강한 불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분신들 역시 제 각각 할 일을 준비했다.
[DUBHE.] [SET. 백웅쌍뢰극(白熊雙雷據).] [ALIOTH.] [SET. 성염낙로(星炎落路).] [PHECDA.] [SET. 천기누설(天璣漏洩).]각각의 무기를 든 분신들에게서 형형색색의 별빛이 흩뿌려졌다. 흰색의 번개가, 붉은 화염이, 푸른 바람이. 이 지대의 피해는 조금도 신경 않고 강렬하게 반짝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리브라가 떨어질 경로에 달려간 분신에게서 녹색의 별빛이 일었다. 주먹은 유성처럼 활활 타올랐다.
[SET. 역성(逆星).]모순에게 달려가는 나의 벨트에서도 한 가지 음성이 흘러나왔다.
[SET. 칠성보각(七星步脚).]“장전 완료.”
꽈드드득!
발을 내딛은 자리의 땅이 음푹 패였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을 잊었군.”
별빛들은 땅에서 그치지 않고 하늘로 올라 구름을 물들였다. 새해 첫 불꽃놀이처럼 화려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도망치는 게 이리도 아름다운 일이었다니, 아직 오래 살 지도 않았는데 별 걸 다 깨닫게 된다.
“넌, 별을 본 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