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26
Chapter 26 – 수호의 의미 (4)
최근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실종 사건. 그 배후가 괴인이란 사실이 확실시 되었다.
-그래서 마법 소녀 뭐함(진짜 모름)
└느그들 뒤지든 말든 알빠임? 돈이나 내놓으라 이거야ㅋㅋㅋㅋㅋ
└퓨ㅠㅜㅜㅜ 위에 진짜 너무하다 그냥 개돼지들은 돈?통 이잖아 왜 불평해ㅜㅜㅜㅜ
└아 시발 말투
어디를 가도 반응은 똑같다. 원래부터 마법 소녀에게 회의적인 곳은 여전했고. 그나마 호의적었던 곳조차 제대로 된 반응을 얻긴 힘들었다.
-아니 마법 소녀에게 뭐 맡겨 놨나 왜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세금 맡겨 놨습니다 아재
└그 마법 소녀가 괴인을 못 잡아서 이러는 건데요
└쉴드 칠 걸 쳐야지 이러니까 맨날 빠가 욕을 먹지.
-마법 소녀빠들 제발 정신 차려 니네 맨날 그렇게 감정 소비하다가 괴인한테 잡혀가서야 후회할래? 비판할 건 비판해야지
└2222 마법 소녀 팬들 유난 개쩔어 본업이나 잘해야 빨든가 말든가 하지
└지금 이게 건전한 비판으로 보임? 애들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잖아;;;
└바로 등장했네 지금 사람이 실종되었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림?
└애초에 빠들이 왜 있는지도 이해 안 감 다 큰 애들한테 로리타스러운 드레스 입혀서 소아성애 유도하는 거 같고 존나 기괴함… 우엑우엑우엑
어딜 가도 실종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 사건을 일으킨 괴인조차 찾지 못한 마법 소녀를 비난하는 글만 가득.
레드 베가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반응은 마땅히 받아들일 반응들이었다.
피해자가 있고, 그 피해자의 주변인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길가를 걷다가 갑자기 납치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한 가득이다. 이들에겐 힘이 없다. 괴인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들.
믿을 것이라곤 마법 소녀 하나인데, 그 마법 소녀가 시원치 않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 오히려 유하기 까지 했다. 괴인으로 일어난 소동을 몇 번이나 겪으니 마법 소녀도, 시민들도 적당히 익숙해져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대두 되었다.
-진짜 마법 소녀 얘네들 폐지해야 하는 거 아냐?
마법 소녀 무능론.
물론 헛소리다. 이걸 폐지하는 순간 시민들은 자신을 지켜줄 영웅을 잃게 된다. 그저 그 영웅들이 믿음직스럽지 않아 내뱉는 한탄일 뿐.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녀는 전 날 밤 보았던 여러 반응을 떠올리다 머리를 붕붕 저었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누군가의 비판 따위를 생각하며 머리를 채울 때가 아니었다.
긴장한 태도로 발을 들이 밀었다. 갑작스런 폭발로 일대가 붕괴한 폐허. 그 안으로. 해가 지기 시작해 땅거미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물들의 파편 위로 자그만 소녀의 구두가 올라갔다.
[천칭자리 리브라의 반응이 감지 된 곳이야. 다른 마법 소녀들도 금방 도착… 어?]마스코트가 다시 한 번 지금 서 있는 장소를 설명했다. 그 순간, 폐허 주위가 얇은 셀로판지 같은 막이 둘러싸여 졌다.
“어.. 어?”
당혹스럽게 발을 빼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구의 형태로 폐허를 감싼 막은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레드 베가는 당장 주먹에 불을 감았다.
몇 발자국 물러난 다음, 그 물러남 만큼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도움 닫기였다. 그 도움 닫기는 보다 강한 힘을 내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는 날개가 되어주었다.
머지 않아 발 아래에서도 불꽃이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추진제가 되어 레드 베가를 높이 띄워 보냈다. 전투기가 날아오르듯 몸을 날린 레드 베가가 주먹에 감은 불꽃과 함께 막을 때렸다.
뎅-!
종을 울린 것만 같은 맑고 청아한 소리가 들려 왔다. 불꽃은 밖을 향해 내뿜어졌지만 주먹은 나갈 수 없었다. 자석이 같은 극을 밀어내는듯한, 벽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감각.
마법 소녀만을 거부하는 방벽인가? 레드 베가는 혀를 차며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마스코트를 통해 해당 사실을 전달하고, 다시 주먹을 뻗었다. 쾅! 묵직한 소리가 해 지는 하늘을 흔들었다.
“소용 없다.”
밑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몸에 천칭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자가 보였다.
천칭자리의 괴인.
리브라였다.
“리브라!”
“건강하군. 아주 좋아. 그렇게 적대감을 태워 올리도록 해.”
그의 천칭이 기울었다. 금괴 같은 빛나는 물질들이 올라가더니 그것이 사라지자 수평이 맞춰졌다.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네.”
그리고 그 폐허 한 구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자동차의 매연이나 옛 증기기관차의 연기를 닮은 검은 구름들은 풍성하게 만개하였다. 단 몇 초도 지속되지 못할 개화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피고 진 검은색의 꽃들 속에서 씨앗 같은 누군가들의 그림자가 쏟아졌다.
납치된 사람들. 쇠사슬에 사지가 결박당한 사람들이 쏟아졌다. 레드 베가는 바로 그곳을 향해 발을 옮겼다.
“레드 베가, 자네가 내 물음의 답을 만족 시켜 줄 수 있을까?”
그 앞을 리브라가 막아 섰다.
“…비키세요.”
레드 베가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황금의 거한은 두 팔을 펼쳤다.
“보아라!”
[지원 요청. S급 괴인 스큐텀이 등장했습니다.] [어… 지원 없어? 여기 S급 괴인 페가수스가 등장했는데?!] [지원 없나요?! 현재 S급 괴인 목동 자리 보티스가 등장!]“…어?”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다른 괴인도 아니고 여러 S급 괴인들의 동시 등장. 하나하나가 걸어 다니는 재앙과도 같은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한날 한시에.
“여기 자네를 도와줄 이는 없다!”
동시에 발발한 S급 괴인 출몰.
그러나 이 장소에는 방벽이 있어 침입이 어렵다.
다른 마법 소녀는 방벽을 뚫는 노력을 하여 이 곳에 원조를 오기 보단 다른 곳에 지원을 하러 갈 게 뻔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했다.
마법 소녀라면 응당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법이다.
여기엔 이미 마법 소녀가 존재한다.
영웅은 있다.
다름 아닌 레드 베가 자신이었다.
“그러나, 지킬 이는 넘쳐나지!”
리브라의 뒤로 그동안 납치 되었다던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공포에 질린 듯한 약자들의 무리.
레드 베가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을 밀어 붙였다. 자신이 괴인을 두려워 한다면 그녀만을 믿고 있을 저들이 무슨 기분을 느낄까.
그녀는 시선을 돌려 약자들을 보았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 너머 미약한 안도가, 숭배가, 희망이.
그것이 자신이었다.
-레, 레드 베가 힘내라~!!!
-야 이 놈아 조용히 해! 쉿!
-힘내세요! 지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그들이 원하고 있었다. 여기 영웅이 있길 원하고 있었다.
영웅이 어찌 적을 두려워 하는가.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용맹하여라.
마스코트를 통해 다른 마법 소녀들이 방금 지원을 요청한 여러 S급 괴인에게 도착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것에 조금 안도했다. 이 곳에 오겠단 요청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를 향해선… 기다려 달래.]이미 각오한 바였다. 원래 영웅이란 역경에 만나는 것이다. 이런 고독한 전투 쯤이야 별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고독한 전투도 아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버티면 된다.
S급 괴인들에게서 시민들을 지키고 돌아온 마법 소녀가 원군으로 올 것이다.
그 전까지 시민들을 이 괴인에게서 지키면 될 일이다.
“자, 넌 어쩔 것이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요!”
레드 베가는 주먹을 쥐었다. 마법 소녀가 되고 나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쥔 주먹. 너무 세게 쥐어 손바닥에선 피가 흘렀고, 그 피를 따라 붉은 열정이 타올랐다.
불꽃이 흘렀다.
“당신을 쓰러뜨리고 저 사람들을 구한다! 그거 하나 뿐입니다!”
땅을 데운 불꽃은 건조한 재를 끝없이 생산해 냈다. 매캐한 연기와 불똥이 바람 따라 흩날리고, 목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레드 베가는 비장하게 외쳤다.
“당신의 마음에 붉은 혜성 처럼…!”
그간 본 S급 괴인들의 힘들, 자신이 닿기엔 너무나 먼 그 강대한 힘들을 떠올렸음에도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두려움 따윈 없다.
“레드 베가가 가겠습니다!!”
뒤에 있는 사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레드 베가가 돌진했다. 날개에 불꽃을 두른 나비처럼.
**
불가능하다.
레드 베가의 현재 실력으론 리브라를 이길 수가 없다.
물론 그녀의 잠재력은 대단하니, 급진적인 성장을 이룰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만화 같은 위기 속의 성장이 실제로 가능한 마법 소녀라도, 그 성장이 모든 해결책이 되어 주지 않는다.
리브라와 싸우는 건 시기 상조다.
한재중은 이를 악물었다. 트라우마로 덜덜 떨리는 몸을 붙잡으며 억지로 시선을 화면에 고정 시켰다.
-현재 마법 소녀 레드 베가가 천칭 자리의 리브라에게 맞서고 있으나 상당한 고전이 예상 됩니다. 저희 제작진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저 막은 마법 소녀의 침입만을 방어하는 외벽이며…….
미리 예고장을 보냈을 기자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둘의 대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한 구석에는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의아했다. 왜 납치된 인원이 저렇게 많은가. 이 단기간 안에 저 인원을 확보했다고? 달력을 확인하니 쓰러진 이후로 겨우 하루 정도가 지나 있었다.
리브라와 대치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단 뜻이다.
그런데 왜 납치된 사람이 저렇게 많은가. 의아함이 남았다.
곧 한재중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언론을 안 보니까….”
이미 시작되어 있던 것이다. 리브라의 계획은 그 날 전부터 가동되고 있었다. 데네브의 말이 떠올랐다. 납치된 사람 중 유일하게 돌아온 사람. 납치는 한참 전부터 시작되었다.
원작에선 비르고가 리브라의 저 계획을 방해해 결국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럴까.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이미 나에게 패배하며 리브라에게 된통 깨졌을 비르고가 다시 나댈 거라곤 바라기 어렵다.
그녀는 변덕이 강한 편이니.
‘어쩌지. 다른 마법 소녀들이 도와줄 가능성은… 없군. 거래로 마법 소녀를 차단하는 방벽이 세워졌어. 게다가 다른 곳에서도 괴인 신고가… 얼마를 태운 거야 미친놈.’
초조했다. 다수의 싸움으로 이끌어야 할 마법 소녀가 오히려 수적 불리에 놓여 있고, 리브라에 대치하는 건 동급도 되지 못할 레드 베가 한 명.
그녀라면 분명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테고.
‘…죽겠지.’
한재중은 이미 그 가능성을 확정 지었다. 리브라가 제 별을 희생해 유사 신성 상태를 만들었듯, 마법 소녀도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으니까.
다만, 별이 한 개밖에 없는 마법 소녀는 그저 목숨을 희생하여 별빛을 높일 뿐이다.
제 목숨 까지 걸어 극한까지 평화의 힘을 높이는 것이다.
싸움에서 이겨도 힘을 잃고, 지면 사망 확정.
“미치겠네….”
그 순간 벨트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퀘스트 등장.]오랜만에 듣는 기분이었다. 한재중은 씨익 웃으며 벨트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해당 위치로 가 천칭 자리의 괴인을 쓰러뜨리십시오.]이 다음엔 분명 불응시의 대사를 경고하는 음성이 나오겠지.
[수락하시겠습니까?]“…뭐?”
상상치도 못한 음성이 그를 맞았다.
“…수락?”
여기서 선택권을 준다고? 갑자기?
아니, 갑자기라 할 것도 아니었다.
지금의 몸 상태론 퀘스트 하나 수주하기 어려우니까. 강제로 집행해도 따를 수가 없으니 이렇게 선택권을 부여한 것일 터였다.
그런 추측이 쉬이 떠올랐지만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자유는 버겁다. 선택을 온전히 제 손으로 골라야 하니, 그 책임도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
[수락할 경우, 퀘스트의 이행을 실패한다면 사망합니다.]대가가 다르다. 따르지 않으면 죽음이 아닌, 지면 죽음.
죽음.
그 두려운 단어가 눈을 뜬 뒤로 몇 번이나 몸을 감싸는 건지.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리브라의 필살기에 당해 죽음의 문턱을 짓밟던 기억이 떠올랐다.
변신의 힘을 얻기 전, 괴인들에게 쫓겨 피를 흘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려웠다.
[수락하지 않을 경우의 대가는 없습니다.]벨트는 그 마음을 배려한 듯이, 내 몸을 배려한듯이, 이번엔 포기해도 괜찮다고 일렀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고. 그저 쉬어도 된다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