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34
Chapter 34 – 친하게 지내자 (2)
완벽히 동일한 힘이, 동일한 파괴를 만들기 위해 대적했다. 모순은 자신의 힘이 아님에도 그것을 마음대로 다루며 능숙히 사용해 냈다. 한재중은 혀를 찼다.
별빛을 압축하는 모습은 동일하지만, 저 기술은 칠성보각이 아니다.
‘자신의 방식에 맞게 기술을 개량했군.’
복사하는 건 단순히 힘만이 아닌 것일까.
‘전투 경험… 아니, 만든 기술 까진 복사할 수 있나 보군.’
원작의 설명이 워낙 불친절하였기에 팬들 끼리 괴인의 능력을 맞추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위키에는 작품 설명보다 한 캐릭터의 능력 설명으로 토론을 한 문서가 더 길게 기록되기도 하였다.
아마 자신의 기억이 아닐 수도 있는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한재중은 눈살을 찌푸렸다.
언제 생각해도 참 사기적인 능력이다. 한재중이 혀를 찼다. 칠성보각을 자신 마음대로 개량하다니, 이러면 그간 자신이 쌓은 노력은 뭐가 되는가. 허무감도 느껴졌다.
잠시 숨을 고르며, 한재중은 모순에게 한 가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 놈, 내가 이름을 만든 건 들었나?”
“아뇨.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참 호기심이 동하는 군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죠?”
“와쳐다. 주시자, 관측자란 뜻의 와쳐. 기억하도록.”
“그렇군요… 와쳐. 네, 좋은 이름인 거 같습니다.”
그 휴식도 잠시, 다시 살을 짓이기는 것만 같은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역시,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우연이군. 나 역시 네 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오, 뭔가요?”
“언젠가 네 놈이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하하하! 확실히, 그것도 기대군요.”
모순은 창을 휘두르며, 와쳐는 발을 힘차게 앞으로 전진 시키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부모에게 받은 것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대표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이름들.
얼핏 동일해 보이는 두 존재가 완벽히 동일한 두 힘을 쏟아냈다.
꽈드드드득!!!
마지막 발걸음. 그 주위로 북두칠성의 금이 만들어지고, 오로라 같은 빛이 샘솟았다. 그것이 다리에 모이며 마지막, 일곱 번째 헤일로를 형성했다.
웅웅거리며 창이 떨었다. 바람이 일었다. 방패창이 태풍의 눈이었고 그곳을 향해 녹색의 별빛들이 시계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일곱 번째 헤일로가 완성 되었다.
“전에 말했던 물음입니다만, 묻겠습니다.”
“방금 말했다만, 다시 한 번 묻지.”
아주 잠시, 그들에게 모여 있던 빛이 사라졌다. 엄청난 밀도로 빛이 압축된 것이다. 점 하나. 파괴의 광채가 그 점 하나에 뭉쳐졌다.
“당신은 무엇을 이유로 강해질 수 있습니까?”
“넌, 별을 본 적이 있나?”
둘은 동시에 창과 다리를 휘둘렀다. 일곱 번의 준비 동작으로 모인, 일곱 별의 힘. 하나하나가 대단한 광량을 자랑하는 인도하는 빛들.
칠성혼참(七星揮斬).
칠성보각(七星步脚).
두 녹색 칠성의 힘이 만나고, 모였던 빛이 해방되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 반경에 있는 모든 것을 증발시킬 듯한 흉포한 폭발이 일었다. 공기를 찢고 귀를 터뜨리는 굉음과 튼튼한 가지조차 한 순간에 재로 만드는 열기. 지축은 흔들리고 태양은 한 순간 그 빛에 가려져 힘을 잃었다.
먼지 구름이 안개처럼 피어오른 폭발의 흔적.
그 중심에서,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힘의 목적, 찾으셨군요. 축하합니다.”
모순이었다. 이 부딪힘으로 깨달았다. 그는 지금 자신의 힘을 완벽히 다루고 있음을, 심지어 그 힘을 다루는 데 망설임이 없음을.
목적있는 자 특유의 확신과 여유, 각오와 의지가 느껴지는 일격이었다.
“어흑… 커흑. 저번보다 훨 나아졌습니다.”
연신 기침을 하는 모순의 앞에 인영 하나가 스멀스멀 다가왔다. 당연하게도, 한재중이었다.
“망할 놈….”
방금 전보단 조금 더 경박해진 말투로 모순을 물어 뜯었다.
“죽을 뻔 했네… 이래서 괴인과는 어울리는 게 아닌데.”
“너무하시군요. 피차 살았으니 다행 아닙니까.”
“아니지. 내가 산 건 다행이지만 네가 산 건 불행이지.”
“확고한 태도군요. 상처입을 거 같습니다.”
“상처 받은 김에 우울로 자살하길 바란다. 그럼 내가 괴인에게 친밀감이라도 가질 줄 알았어?”
점차 그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곳곳에 상흔이 가득한, 엉망인 모습.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네 놈들만 아니었어도 마법 소녀가 그 고생을 하지는 않았겠지….”
“마법 소녀? 갑자기 무슨… 아. 과연, 알았습니다.”
모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저희들 처럼 마법 소녀가 목표였군요. 그녀들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고 있는 거였나요. 이제야 당신이 왜 자주 별이나 그녀들을 언급했는지 알겠습니다.”
“그딴 거 아니….”
바로 반박하려 했으나 냉정하게 생각하니 딱히 틀린 거 같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하하, 너무 부끄러워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타인을 이용해 자아를 실현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만물이 타자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어찌 자아 실현을 타인 없이 이루겠습니까. 만사에는 타인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자신이란 가장 가까운 타인을 완성시키는 것이라 할 지라도.”
“내가 항상 느끼는 게 있는데….”
한재중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방금 전 단시간에 너무 큰 섬광에 노출되었는지 일시적인 실명 상태가 되었고, 갈비뼈 군데군데가 박살났는지 숨이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다리는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
최근 사흘 간 너무 심하게 몸을 굴렸다. 이러다 먼저 간 바이크와 같을 꼴을 맞이할 지도 모르겠다.
모순도 같은 꼴이었으나 그 특유의 재생 능력으로 인해 점차 상처가 사라졌다. 흐릿한 시야 속 갑주가 복구되는 꼴을 보며 한재중은 혀를 찼다.
“넌 혀가 너무 길어. 철학을 배울거면 내가 대학을 갔지. 궁금하지도, 돈도 안 주는 개소리를 계속 듣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아?”
“돈을 준다면 경청해 주시겠습니까?”
“먹고 한 귀로 흘리겠지.”
모순이 크게 웃었다. 한재중도 헛웃음이라도 내뱉고 싶었지만 폐 부근이 너무 욱씬거려 불가능했다. 이내 서 있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 한재중은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몇 분 전에 나온 병원으로 그대로 돌아가게 생겼다.
“하하하하! 흥미로운 답변입니다. 그러고 보니, 절 죽이는 방법이 하나 더 떠올랐습니다.”
한참을 웃던 모순의 손에 화려한 도자기 술잔이 생겼다. 그 안의 내용물을 한재중의 머리 위에 붓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에게 있던 상처가 점점 아물기 시작한 것이다.
술잔자리를 순간 적으로 인식하여 그 힘을 빌려온 것이었다.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제가 적으로 인식하지 못할, 그런 친분을 쌓으면 됩니다.”
“벗이 되란 소리야?”
“꽤 그럴듯한 가설 아닌가요?”
“지랄도 그런 지랄이 없지. 괴인과 인간 사이의 친분은 파국으로 정해져 있다. 단순히 사회적 시선 때문이 아니야,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재중에게 있던 모든 상처가 아물고, 모순은 내용물이 다 떨어진 도자기를 뒤로 던져 버렸다. 쨍그랑, 거리는 파손의 소리가 들려 왔다.
“다만, 그것을 목적으로 삼은 괴인이 등장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지 궁금하긴 하군요. 당신만이 아니라 마법 소녀들의 대답 역시.”
“넌 호기심이 너무 많아. 그러다 뒤졌으면 좋겠다.”
“무엇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으니, 참 즐거운 삶이죠.”
“그러다 기습 당해서 죽지.”
모순은 허리를 굽히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모습을 숨길까 합니다.”
“…뭐?”
“모든 생명이 그렇듯, 저에겐 약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에겐 반드시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지요.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모습을 드러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제 명 또한 짧아지겠죠.”
그는 마법소녀의 최강과 제 3세력의 최강, 둘 다 확인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둘 다 성장의 여지가 충분한 인물임을 알았다. 흡족스런 쉼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죽는 건 싫습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모순은 굽혔던 허리를 피고 다시 일어섰다.
“제가 없어도 당신과 마법 소녀에겐 계속하여 성장할 시련이 내려질 것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영웅에게도 그 대적자에게도.
영웅이 사회에 자리잡을 동안, 그들은 어둠 속에서 제 물음을 확고히 만들었다.
충분히 기다림을 마친 이들이 그 기다림의 보상을 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딜레마의 구심점은 리브라였습니다. 그가 자본을 쥐고 있으니까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고뇌를 할 시간과 본인들의 별자리를 완벽하게 완성 시키기 위한 노력의 시간을 괴인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없습니다. 당신에게 패퇴하며, 자신의 계획을 새롭게 수정해야 되었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자본과 별빛이 낭비되었죠. 리브라는 딜레마의 구심점에서 내려왔습니다. 자신에게 매몰된 자가 어찌 타인을 통솔하겠습니까.”
모순이 두 팔을 쫙 펼쳤다.
“그러니, 그간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딜레마의 일원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음지가 부흥하겠죠. 괴인은 사회에서 살아갈 자본을 얻기 위해 부호에게 접근할 것이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에 혼란을 조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그림자 안으로 발걸음을 들이밀겠죠. 끔찍한 순환이 일어날 겁니다.”
그의 몸에 매캐한 연기가 내뿜어졌다. 알카이드, 긴급 도주를 위한 힘이다.
“그러니 강해지십시오. 마법 소녀들과 함께.”
연기 속에서 끊임 없이 깜빡거린 모순의 몸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저를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모순이 사라지고, 한재중은 이제 없는 그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진짜 뒤졌으면 좋겠다.”
망할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