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49
Chapter 49 – 당신의 마음에 혜성처럼 (10)
타인에게 받는 긍정.
평화의 힘.
조금의 타의도 없이 순수하게 주는 믿음.
그 믿음에 보답하듯이 레드 베가의 불씨는 힘차게 타올랐다.
그건 마치 유성과도 같았다.
불꽃을 몸에 두른 길고 긴 별빛.
“왜 일어났어요 미친 거에요?!”
“미친 건 배를 불로 지진 너고.”
“의식을 찾는 속도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이제 몇 분 되었다고.”
“사실 지금 내가 의식을 가진 게 맞을까 생각도 든다. 이게 다 꿈이고 난 지금 죽음 직전의 환상을 보는 게 아닐까. 뇌가 내 무의식을 조립해서 원하는 환상을 보여주는 거.”
흐릿한 의식이었지만, 오른손에 느껴지는 체온은 생생했다.
레드 베가는 그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발을 뒤로 빼며 슬그머니 밀어넣었다.
“한 번 더 지져드려요? 그럼 여기가 현실인 거 알거 같으신데.”
“그거 참 당돌한 제안이구나, 그런데 밉지 않으니 참 신기하네.”
“제가 예쁜 탓인가요?”
“네가 내 배를 불로 지져 화낼 힘도 사라진 탓이지.”
피식 웃은 레드 베가는 더욱 오른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맞서기 불가능해 보였던 황금빛은 어느새 자신이 뿜어낸 불로 가려져 있었다.
신비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손에 올려진 타인의 손에서, 그 불꽃보다 강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레드 베가는 지금 받은 순수한 믿음을 반의 반도 불꽃에 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 호의에 최대한 보답하는 게 도리라 생각했을 뿐이다.
“…고마워요.”
스르륵, 점차 오른손에 올려진 누군가의 손에서 힘이 빠져 떨어졌다. 이제 얹었다기 보단 걸쳤다 말하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당신에게 많이 배웠어요.”
레드 베가는 당황하지 않았다. 점차 자신에게 기대어 오는 남자의 무게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뒤에서 느껴지던 숨결은 상당히 미약해졌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멎었다.
당연했다.
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소녀를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기력을 쏟아 부은 것이다.
그녀를 응원하고, 긍정하기 위해.
영웅은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상인에겐 소비자가 필요하고, 영도자에겐 따라줄 사람이 필요하다.
영웅에겐 칭송을 위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 모든 고통과 고난을 이겨 내고 소녀의 손에 손을 얹었다.
잠시 얻은 기적이었다.
“아아….”
파괴의 소음 속 괴인의 감탄이 떨어졌다.
“아아…! 과연, 이게….”
그는 자신의 빛이 밀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분노하지 않았다.
경건함을 담아 중얼거렸다.
“혜성의 빛인가….”
별안간 계속 힘겨루기를 하던 빛이 중앙에서 깨졌다. 황금빛과 붉은빛이 뒤섞여 불똥이 흩어졌다. 그 광경은 불꽃 놀이를 떠올리게 하였다.
무언가를 축복하듯이, 아름답게 피어올라 흩어졌다.
산란하는 빛 무리 속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결연한 표정이었다.
남자의 손을 맞잡은 채, 그녀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눈 앞의 괴인을 보았다.
리브라는 끌끌 웃었다.
“꽃이 지기 전 마지막 기력으로 피어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 빛도 같다. 죽기 직전 온 몸을 불태우며 피워낸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그녀의 뒤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떨어졌다. 낙화하듯이 느릿하게.
“지금 그 빛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떨어질 빛이다. 떨어져 평범한 돌맹이가 될 빛.”
누군가를 통해 강해진단 것은, 그 누군가를 상실한 순간 사라진단 뜻이다.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이 사라질 수록 빛을 잃는 힘.
평화란 건 지킬 대상이 있을 때나 가능한 힘이다.
그렇기에 마법 소녀의 힘이란 불안정하고도 불명확하다. 상실에선 힘을 얻지 못하고, 오직 보존에서만 얻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은 만물을 상실로 이끈다. 영원이란 건 없다.
사람의 감정 역시 그렇다. 점차 깎여나가고 변질된다.
“강해진 걸 축하한다 소녀여.”
리브라에게 비꼼은 없었다. 순수한 축사였다.
“그리고, 정해진 결말을 얻은 걸 애도한다 소녀여.”
이 역시 순수한 애도였다.
언젠가 올 비극에 대한 묵념.
그가 환희해 마지 않을 희생.
“아까 말했지 않았나요. 당신의 납득은 필요 없어요. 가치 판단도.”
소녀가 잡고 있던 손을 풀어 주었다. 남자가 끝내 땅에 떨어졌다.
이제 손바닥에 남은 건 잔열이었다. 모래알 몇 개가 남은듯한 감각.
“언젠가 변할지도 모르죠. 그게 뭐 어쨌단 건가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으시네요.”
그걸 사랑스럽단듯이 손가락으로 쓸어내며 웃었다.
“모든 사람은 원래 죽습니다. 만물의 끝은 언제나 동일해요. 이미 정해져 있어요. 굳이 거창하게 언급할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언젠가 올 끝을 기억하며, 이 삶을 어떻게 채울지가 중요하죠.”
레드 베가는 달려나갔다. 그 발걸음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무시한 게 아니다.
떨쳐냈다.
“그리고 당신은, 제 끝이 아니에요.”
괴인에게 닿기까지 한달음이면 충분했다.
“내 끝은 지금이 아니야!”
소녀의 발이 괴인의 턱을 가격했다. 방금 전 보다 더 빨라졌다.
왼팔을 쓰지 못해 균형을 잡기 힘들 텐데도, 레드 베가의 발차기는 빠르고 정확했다.
“큭!”
“미래에 그가 절 긍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모두가 저에게 실망하고 떠나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어쨌단 거죠?!”
발차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른발이 그린 궤적을 그대로 왼 다리가 따라갔고, 새롭게 길을 열었다.
방금 전과 달리, 위로 괴인의 턱을 차올렸다.
“전 지금 그의 마음에 별로서 존재했어요! 그걸 저도 알아요! 보았고, 들었어요. 그러니….”
원심력과 힘을 잃은 발의 앞에 마력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불꽃으로 화했고, 소녀의 추진력이 되었다.
“기억할 수 있어요. 내가 그에게 희망이었단 사실은 여기 분명히 존재했어요.”
방금 전 그렸던 길을 거꾸로 되짚어간 발이 뒤꿈치로 괴인의 명치를 가격했다.
콰앙!
무거운 몸이 땅에 꽂혔다.
“그거면 충분해요!”
레드 베가는 다시 발에 불꽃을 휘감았다. 리브라 역시 두 손에 황금빛의 힘을 휘감았다.
빠른 건 리브라였다. 두 손을 뻗은 즉시 위를 향해 곧게 빛이 뿜어졌다.
그 열선에 레드 베가는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몸을 물렸다.
“과거에 머무르겠단 뜻인가. 미련하군.”
“몇 번이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뒤틀린 시선으로 저를 판단하지 마세요. 당신의 납득은 필요 없어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했다.
역시, 스카이 폴라리스의 전투법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
힘으로 찍어누르는 압도의 전투.
두 주먹에 실리는 건 몇 톤 짜리의 공격.
한 방 한 방이 강렬하게, 확실하게.
그에 반해 자신은 불꽃의 추진력을 이용한 속도 위주의 전투가 맞는다.
특히, 두 다리를 사용한 전투법이.
수정이 필요하겠네. 레드 베가는 진심으로 느꼈다.
“전 과거에 머무르겠단 뜻이 아니에요. 전 언제나 앞으로 나갈 겁니다. 만일 그 끝이 와도 의미가 없던 건 아니란 뜻이죠. 그리고 끝을 알고 있단 건 끝을 받아들이겠단 뜻이 아니에요. 전 언제나 제 결말을 미룰 겁니다.”
역시, 스카이 폴라리스와 자신은 동일하지 않다.
인정한 뒤에도 존경은 남았다.
그날 불타는 도로에 혜성같이 도착한 그녀의 모습.
백아희는 그걸 보며 희망을 느꼈다.
소원을 비는 것과 비슷했다.
부디, 저 빛이 나에게 구원이 되길.
동일한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누군가에게 동일한 희망을 쥐여주고 싶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듯,
누군가에게 있어 소원이고 싶다.
그렇기에 레드 베가는 혜성이다.
“내 별빛은, 혜성.”
레드 베가는 오른팔을 움직여 하늘을 가리켰다.
“누군가의 마음에 혜성처럼 도달할, 별빛.”
언젠가 돌맹이가 되더라도,
불타 소원이 되리라.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럼에도 전 추락을 위해 빛내지 않을 거에요.”
단 한 번의 비행으로 추락하면 소원을 빌지 못한 많은 이들이 슬퍼할 테니.
희망을 얻지 못할 테니.
몇 번이고 몸을 붙태우지만 그 여정에 끝은 보이지 않고.
몇 번이고 깨지고 부딪혀도 그 길에 쉼은 없고.
몇 번이고 환상처럼 나타날 것이니.
계속하여, 관측될 것이니.
“제 불꽃은, 같이 나아가기 위한 빛입니다.”
별처럼 궤도에 올라 몇 번이고 세상을 일주하는 혜성, 그런 것이 되고 싶다.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고, 인도할 수 있는.
그런 별이.
시작은 두려울지 모르지만, 이 여정은 험난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궤도 위에서 빛날 위대한 별이 될 지어라.
모두의 소원이 되리라.
소녀가 다시 움직였다. 한달음은 아니었다. 지금은 무엇보다 급해야 하지만.
이 찰나는, 급하지 않아도 된다.
쾅!
그렇기에 먼저 도달한 건 리브라였다. 그의 거대한 손이 레드 베가를 짓뭉개기 위해 험악한 주먹을 뻗었다.
레드 베가는 다시금 뒤로 물러났다.
주먹은 레드 베가를 스치지도 못하고 허공을 울렸다. 리브라는 언젠가 본 경건한 걸음에 기시감을 느꼈다.
“…!”
뒤로 물린 레드 베가의 발에서 뜨거운 별빛이 일렁거렸다.
동경을 쫓기 위한 걸음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기 위한 발 걸음.
첫 번째 발걸음엔.
‘두려움을.’
으직!
레드 베가가 선 자리에 균열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물러난 건 리브라였다. 자신보다 한참 작은 소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기백은 보통이 아니었다.
일로. 화음.
과거 그녀가 택한 하나의 길은, 누군가의 용맹한 외침같은 불꽃.
지금 택한 길은 누군가의 재현이 아니다.
오직 본인만의 길.
‘이 길이야말로 내가 택한 하나의 길.’
일로.
‘내 주위를 도는 고리이자 나를 꾸미는 헤일로.’
포기하지 않는한 결말이 나지 않는, 원형의 길.
혜성의 길.
레드 베가의 다리에 고리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녀가 한 발자국 뻗었다.
두려움을 이겨낸 발걸음엔 용기를, 희망을 잡아낼 용기를.
고리가 더욱 진해졌다. 크기에 변함은 없었다.
하지만 고리에서 나오는 빛은 너무나 거대하여, 바라보는 자로 하여금 크기가 커졌단 착각을 일으켰다.
“당신의 마음에… 혜성처럼…!”
바라보는 자의 마음엔 희망을 가져다 주고, 그 별빛이 닿을 자의 마음엔 두려움을 가져다 줄 아름다운 궤적.
레드 베가의 빛은 한계를 모르고 세상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붉은 별빛들.
그것은 부서진 잔해를 물들이고, 땅을 물들이고, 하늘을 물들이고, 자신의 등을 잡아준 이를 물들이고, 눈 앞의 적을 물들였다.
그것은 저녁놀을 닮아 있었다. 아주 잠시,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시간.
이 세상에 그녀의 영향력을 흩뿌리는 시간.
레드 베가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 눈으로 직접 확인하란 듯이 고리는 압도적인 빛으로 지금 자신에게 모여있는 힘을 증명하였다.
숨이 멎을 듯한 마력의 준동.
리브라가 다시 물러났다. 생물의 본능이 강하게 경종을 울렸다.
그런 그의 눈에 소녀의 불타오르는 눈빛이 꽂혔다.
“레드 베가, 등장.”
레드 베가는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 크게 앞으로 걸었다.
희망이 실현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의 다리에 있던 고리는 모여 점이 되었다.
더욱 압축된 빛은 보다 강한 열과 빛을 뿜어냈다.
마치 하늘의 별을 따 그녀의 다리에 얹은 것만 같았다.
“재가 될 각오는 마치셨나요?”
화륵. 그녀에게 있던 모든 빛이 불꽃으로 화했다. 하늘을 잘라 구긴 것만 같은 부피의 마력이 압축되어, 전부 불로.
단 하나의 점으로.
그 점에서 튀어오른 불꽃이 뱀처럼 리브라의 몸을 결박했다. 레드 베가는 발에 힘을 주고 그대로 뛰어올랐다.
하늘에 오른 레드 베가가 과녁으로 삼은 건 하나.
그녀가 유성처럼 부드럽고도 빠르게 아래로 흘렀다.
나아가는 길에 아스라한 노을빛의 오로라 같은 궤적이 생겼다.
리브라가 바둥거렸으나 그 때마다 사지만 타들어갈 뿐이었다. 말 그대로 빛과 같은 속도로 레드 베가의 불꽃이 다가왔다.
레드 베가는 한 쪽 다리를 곧게 세운 날아 차기를 리브라에게 꽂았다.
압축된 불꽃이 해방되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불꽃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대기를 뚫고 내려온 마찰열에 비견될 만한 온도의 화염이 솟구치고 주변의 수분을 전부 증발 시켰다. 건조한 공기는 들이쉬는 것만으로 화상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화염이 흩뿌려진 그 모습은 만개한 꽃을 닮아 있었다.
폭발음이 칭송가처럼 장엄하게 지축을 흔들었다.
일로(一路). 염화류휘(炎花流輝).
택한 하나의 길에는 불꽃이 꽃처럼 피어나 흐르며 앞 길을 밝힐 지어니.
이것이 레드 베가가 선택한 새로운 길이며, 기술이었다.
레드 베가는 땅에 착지하고 뒤를 돌아 보았다.
몸 대부분이 재가 된 리브라가 비틀거리며 땅을 기었다.
아직 살아있는 게 용했으나 이제 곧 죽을 게 분명한 몸 상태였다.
“이런… 이 정도였을 줄이아….”
그의 양 어깨에 있던 저울 중 하나가 기울었다. 녹슨 경첩을 움직이듯이 삐걱거리는 움직임이었다. 상당히 초라했다.
“그래… 대단하군… 대단해….”
그곳에 올려진 건 잿더미 위에 올려지기엔 너무나 귀해 보이는 황금이었다. 리브라가 자주 사용하는 돈을 이용한 거래. 금괴가 사라지고 저울이 다시 수평이 되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의미였다.
그의 몸에서 매연을 닮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 속에서 리브라의 몸은 점차 연해졌다. 그러던 와중에도 레드 베가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네가… 이겼다….”
벌레처럼 땅을 기었으나 리브라에게 있어 조금의 수치도 없었다.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미래를 얻어낼 수 있다면, 타인의 비웃음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영웅의 도망을 추하다 발언한 그였으나 마지막에 가서 그는 같은 처지가 되었다.
곧 그의 몸이 연기에 먹혔다. 연기가 걷히자 그의 몸도 없어졌다.
이제 정말 끝났다.
목숨을 위협하는 악은 사라졌다. 맥이 탁 풀렸다.
팽팽히 조여져 있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졌다.
그와 동시에 레드 베가의 다리 힘도 풀렸다.
“아흑… 으헉….”
풀썩 무릎 꿇으며 레드 베가는 고통 찬 신음성과 한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깨닫지 못했던 통증과 피로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가슴에 손을 얹으며 몇 번 숨을 골랐다.
“후우… 흐으….”
그리곤 즉시 몸을 일으켰다.
지금은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엔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 이상으로 무리했을, 민간인이며 그렇지 않은 남자 하나가 누워 있었다. 다행히 아직 숨은 쉬고 있었다.
레드 베가는 그를 안아들었다.
“흐으… 으앗!”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으나 그를 떨어뜨리진 않았다. 쓸 수 있는 오른 팔로 그를 한아름 안아 들며 레드 베가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얼굴을 묻었다.
“재중 씨… 저… 이겼어요… 이겼어요… 이겨냈어요…”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털어내고, 그녀는 미소 지었다.
“아니, 저희가… 이겼어요. 이제… 진짜 살아남으려면 치료를 해야겠죠.”
굽었던 무릎을 피고 그를 짊어졌다.
“제가 당신을 구해드릴게요.”
그를 안아 든 채 레드 베가는 다시 한 번 하늘을 날았다. 우리 모두 다쳤다. 치료가 필요했다. 싸운 다음에 안식이 필요하단 그의 말을 보다 더 이해하게 된 거 같다.
레드 베가는 아직 의식이 없는 한재중의 귀에 장난스레 속삭였다.
“이번엔 아마 믿음직스러울 거에요.”
자신을 막는 건 그 아무도 없으니.
레드 베가는 힘차게 비상했다. 그녀를 떨어뜨리는 건 그 무엇도 없었다. 그녀의 하강은 착륙이지 추락 따위가 아니었다.
푸른 하늘에 하나의 선이 그려졌다. 그것은 곧아 보이기도 했고 부드러운 곡선을 띄고 있는 거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시선이 그 선이 그려지는 속도를 쫓지 못했기에 그랬다.
길을 가던 어떤 아이가 그렇게 그려진 궤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별똥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