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70
Chapter 70 – 잘린 흔적 (3)
“흐음, 이해 관계의 일치란 건가. 합리적이군.”
“하하하하! 그거 재밌군요! 뭐죠? 묻고 싶은 거라는 게?”
말투는 우스웠으나 몸짓에서 보여지는 위엄은 우습지 않았다.
힘이 있다면 허세는 더 이상 허세가 아니게 된다.
이들은 본인의 입에서 내뱉은 허풍을 진실로 만들 수 있을 힘이 있다.
“너희는 나를 괴인화 하려 했지. 그 말은 즉슨 괴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단 뜻이겠지.”
언제 어떤 변덕을 일으켜 미친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다. 긴장이 목구멍을 건조하게 태웠다.
하지만 딱히 두렵진 않았다.
나 역시 이들과 비슷할 정도로 규격에서 벗어난 자이니.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말이다. 사람을 괴인으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지?”
지금의 난 괴인도 인간도 아닌 애매한 존재.
이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괴인화 도중에 별과 계약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별의 계약 그 자체의 영향인가.
또한 기억의 상실은 왜 일어난 것인가.
지금까진 나 하나만 생각하면 되었지만 이젠 아니다.
나와 똑같은 꼴이 된 조아윤이 있다.
그간 수많은 희생에 강요당한 그녀가 다시 희생의 불구덩이 속으로 등을 떠밀려지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선 먼저 계약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그녀를 순수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하다.
어떤 굴욕을 참아서다라도 오늘 만큼은 이 괴인화와 벨트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다행히 괴인들에겐 순진한 면이 있다. 아니, 자신의 목적 빼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맹목이라 해야 하나.
이들에게 비밀은 거의 없다.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비밀을 만들 때는 오직 자신의 목적을 지키기 위함.
수치심도 면목도, 사회적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불필요한 그들에게 있어 비밀이란 여름에 만드는 눈사람과 같다.
만들 수는 있지만 굳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거야 당연히 부정과 별빛 아닌가요?”
그래, 지금처럼.
먼저 입을 연 것은 페가수스였다.
“빚이 더 큰 빚을 부르고, 사막이 더 큰 사막을 만들고, 무너지는 땅이 더 큰 구덩이를 만드는 것처럼! 부정은 언제나 더 큰 부정을 부르죠. 그렇게 비대화 되는 부정과 특별하게 빚어낸 별빛이 만나는 순간, 괴인이 되는 것이죠! 호호호!! 어때요? 흥미롭지 않나요?”
이건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건, 알고 있단 눈치군요.”
페가수스가 몸을 구부려 나에게 가까이 했다. 가슴팍에 달린 말 대가리가 부담스러웠다. 얼굴은 눈이나 코가 하나도 없는 순백의 타원형 얼굴이었다.
“그러면 이 특별한 별빛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달걀귀신 같은 면상으로 들이대는 게 불편하긴 했으나 그래도 못 참을 수준은 아니었다. 난 어디를 보아야 눈을 맞춘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여러 괴인들이 동시에 발산하는 별빛들. 그것이 괴인화를 일으키는 특별한 별빛입니다. 단 하나의 별빛이 아니라, 여러개의 별빛. 그 빛무리들과 부정이 만나야 괴인으로 변화하는 첫 걸음이 이뤄집니다.”
“과연.”
이건 새로운 사실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보였다.
“괴인화는 괴인 혼자만의 힘으론 이뤄질 수 없고, 괴인들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변화였군. 그러니 즉… 하.”
무심코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난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 시키며 말을 이었다.
“고의가 아니면 괴인화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너희들은 나를 괴인으로 만들려 한 목적이 있었다.”
차례로 페가수스, 제미니, 제이슨을 보았다.
“무엇이었지? 너희들은 무엇을 목적으로 날 괴인으로 만들려 한 거지?”
제이슨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전에 말하지 않았소? 나의 동지를 찾기 위함이라고! 나처럼 괴인이면서도 제 목적을 모르는 이를 찾기 위해!”
제미니가 다음을 이었다.
“동일한 두 존재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참 궁금하지 않아? 인간일 때의 자신과 괴인일 때의 자신은 과연 다른 존재인가? 아니면 같은가. 어때. 너는 내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줄까? 후후후후후….”
마지막으로 페가수스가 입을 열었다. 입이 어디 있는진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본디 추악하게 태어난 존재는 과연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 인상깊은 명제 아닌가요? 당신은 지금 괴인의 모습이고 그 전에도 모두에게 혐오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은 과연 사랑 받을 수 있을까요?”
이유는 중구난방이었지만, 종합하자면 이렇게 된다.
“나를 통해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군.”
인간에서 괴인이 된 존재를 통해 본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아마 비르고도 같은 이유였겠지. 그녀의 경우엔 과거의 연도 없잖아 있는 거 같지만, 결국 핵심적인 목적은 같았을 게 분명했다.
본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도 대단한 연도 없는 이들이 모여 일반인을 습격했다.
참 대단한 우정이다.
“하하… 그렇군. 그래.”
결국 난 이들의 이기적인 목적에 휘말려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나 참았다.
아직은 자리를 파할 때가 아니었다. 내 힘은 순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님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그러면… 네 놈들이 보기에 그 병신같던 짓을 한 보람이 있던가?”
“그럼 물론이고 말고! 이렇게 좋은 동지를 얻었….”
“아니, 질문을 달리 하지.”
“음?”
“너희는 그날.”
조용히 그들을 살피며 물었다.
“날 괴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나?”
별의 계약은 괴인화 이후에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그 전에 발생한 것인가.
괴인이 된 이후에 다시 인간이 된 건가. 아니면…
인간에서 별의 계약으로 괴인이 된 것인가.
중요한 사항이다.
이 차이로 인해 지금 아윤이의 상태가 확정된다.
“당연한 걸 묻지 마. 성공했잖아.”
“허세 부리시긴, 처음엔 실패한 줄 알았으면서.”
“닥쳐.”
무슨 소리지. 이런 의문을 품기도 전에 대답이 돌아 왔다.
“아이 그게 참 신기했더라지. 괴인으로 변해가던 동지에게서 빛이 번쩍하더니! 갑자기 인간으로 돌아온 거 아닌겠소?! 당연히 실패한 줄 알았소!”
“…!”
이걸로 확정되었다. 난 괴인화가 끝난 뒤 별과의 계약을 진행했다.
이렇다면 아윤이와 나의 차이도 이해가 된다.
별의 계약으로 아윤이도 괴인으로 변하는 거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그 의무는 나보다 훨씬 약하다.
퀘스트도 변신의 의무도 없다.
죽어가던 도중에 계약한 것과 인간으로서 죽은 이후에 계약한 것과의 차이.
괴인 특유의 목적성도 없을 테니, 당연히 나보다 훨씬 적은 부작용을 얻을 것이다.
난 진심으로 안도했다. 아윤이는 안전하다.
“아하, 이제 알았다.”
보티스가 싱긋 웃으며 잔을 흔들었다. 망설임 없이 그 잔 안에 든 젖을 입에 담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왜 이런 자리를 만들었나 했는데… 동료 아이가 걱정 되었구나? 내가 가지고 있던 벨트의 주인.”
맞다.
딱히 숨기고자 한 사실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은 게 들킨 건 상당히 아니꼬왔다.
“너무 걱정하지마. 벨트는 그저 가능성을 관측하는 도구. 사용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힘은 없어. 만일 그런 기능이 추가되었다면… 그건, 자신의 선택이겠지. 아, 혹시 찔리는 점이 있니?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 네가 한 선택이잖니. 분명 옳을 거야.”
위협을 가하는 기능이 없다고?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없지. 난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반박했다.
“개소리 하지 마라. 그렇다면 기억 상실은 어떻게 설명되는 거지? 망각이 위협이 아니라는 궤변은 하지 않길 바라지.”
“아하 그거? 말했잖아. 본인의 선택이라고. 선택했다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
보티스는 말한다. 이 모든 건 너의 선택이었다고.
“별과 함께 하며 무언가를 이루기로 다짐했다면, 그 순수함 역시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 기억을 잃는 건 그 계약의 내용 중 하나야. 무지의 상태에서도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것. 의식하지 않더라도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거니? 별은 자신을 택한 이에게 그런 시험을 가져오는 거 뿐이야.”
얼핏 정당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죽음 직전 내밀어진 기회. 그걸 잡지 않을 사람이 있기나 한가.
선택 당시 있던 상황은 결코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상황은 외압이다. 선택을 강요하는 압력.
강요된 선택은 결코 선택이라 불릴 수 없다.
그것은 폭력이다. 부당한 결과를 전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한 폭력.
“만일 그 아이가 기억을 잃었다면, 그건 그 아이가 선택한 결과겠지. 자신이 본 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선택.”
“강요된 선택이 어찌 선택이지?”
“아니, 강요된 적 없어.”
보티스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랬듯이, 벨트는 기회를 원하는 자에게 나타나. 별똥별이 나타나서 소원을 비는 게 아니야. 소원을 빌기를 원하자 별이 다가온 거야.”
평소의 온후하고 목가적인 목소리보단 더 날카로웠다.
“넌 자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니? 그 아이도 똑같아. 자기 자신조차도 모르는 게 있는 법이야. 몰랐을 뿐, 분명 기회를 원했겠지. 그러니 벨트가 나타난 거야. 몇 번이고 말했지만 벨트는 가능성을 관측하는 기계. 가능성을 원하는 자 앞에 나타나 보게 해주지. 별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란다.”
그녀의 시선이 나의 허리춤에 향했다.
“사람과 별을…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야… 웅녀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만든….”
처량하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표정을 갈무리 하고 싱긋 웃었다.
물론 후드에 가려져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어낸 분위기가 한 없이 미소에 가까워, 그녀가 웃고 있으리라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너희들은 잃은 기억을 되찾을 기회도 있잖니. 나에겐 없는데 말이야.”
그 온화한 분위기를 유지한채 보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과의 계약을 해제하는 법은 의무를 다하는 거 뿐이야. 내가 말해줄 건 이거밖에 없네.”
천천히 어둠 속에 들어갔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실례할게. 네 동료 있잖니. 다음에 데려오렴. 내가 맛있는 거라도 차려서 기다릴게.”
“목이나 씻고 기다려라.”
“후후, 그래 몸 단장 예쁘고 깨끗하게 하고 기다릴게. 꼭 소개시켜 줘야 돼. 알았지?”
스윽. 순식간에 보티스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골디락스 존을 전개해 그대로 혼자 들어간 것이겠지.
다시 시선을 돌려 날 괴인으로 만들었던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제미니가 불쾌한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네가 말했지. 만족스러웠냐고. 하! 그럴 리가 있겠어? 참혹한 친지 살해의 비극과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기대했건만… 이게 뭐야! 마음 속의 어둠을 키우긴 커녕 인간일 적의 윤리관과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니!”
제이슨을 손가락질 하며 소리질렀다.
“저 머저리는 기뻐할지 몰라도 난 달라! 불쾌해! 아주 불쾌해! 피의 축제를 당장이라도 시작하고 싶어!”
페가수스 역시 호응했다.
“동의하죠. 추악한 존재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기대했는데… 지금 당신과 인간과 다를 바가 뭔가요? 지금 그 가증스런 갑옷만 벗어던지면 태연히 인간과 어울릴 수 있지 않나요? 역겹군요. 만족? 그런 걸 하겠습니까?”
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뿌듯했다.
“너희들이 좇같다니 나도 참 기쁘군.”
그리곤 나 역시 보티스를 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윤이는 나와 같은 계약이 아니다.
아윤이는 별과 계약한 자신도 모르는 이유가 있다.
기억 상실의 이유, 별의 계약을 끝내는 방법도 들었다.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 들었다.
이제 들을 건 다 들은 거 같으니, 두 번째 목적을 이행할 시간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에게도 역시 목적이 있다. 너희들처럼 맹목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꽤나 영광스런 꿈이. 여기 맨 처음 와서 말했듯, 내가 이 곳에 온 건 묻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이 내가 발을 옮긴 이유는 아니다.”
천천히 손 안에 별빛을 모았다. 반딧불이와 비슷한 녹색의 별빛이 아른거리며 손 안에 날아 들었다.
“그것 역시 너희들과 같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자그만 녹색의 점들이 모이며 선을 이루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입체가 되었다.
또한 그 입체적 물질은 점차 녹색에서 백색이 되어 갔다.
“너희들이 실패한 실험작인 날 처분하러 모인 것처럼, 나도 그렇다.”
제이슨이 식겁한 표정으로 둘을 돌아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오…? 그런 이유였소? 그런 이유로 동지를 만난….”
“목적을 이뤄주긴 커녕 방해할 상대를 굳이 살릴 이유는 없겠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별빛을 모으지 않는 다른 한 손으론 벨트에 향했다. 렌즈부분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빼버렸다.
렌즈와 그 렌즈의 초점을 돌리는 바퀴 부분이 벨트에게서 분리 되었다.
“다시 말하지. 내가 이 곳을 찾아온 이유 역시, 너희들과 같다.”
그리곤 미리 만들어 두었던 입체 물질. 새로운 렌즈 부품을 빈 자리에 장착했다.
그저 검은색의 원 하나였던 기존의 렌즈와 달리, 곰의 사나운 입이 렌즈를 베어 물고 있는 형태의 렌즈.
이 렌즈의 초점을 돌리는 바퀴 역시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롭다.
“난 너희들의 습성을 안다. 목적을 위해 윤리 따윈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모습. 너희들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습격하겠지. 또한, 그를 막으려는 마법 소녀도 망설임 없이 죽이려 하겠지.”
이들은 이후에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간으로 실험하겠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마법 소녀에게 고통을 줄 것이란 사실은 변함 없다.
화이트 다비흐를 포함한 여러 마법 소녀를 죽이는 데 많은 조력을 준 제미니.
그저 기분이 상했단 이유로 도시에서 학살을 일으킨 페가수스.
둘 다 갱생할 수 없는 악한이다.
아직 이들 괴인 전부와 싸워 이기기엔 난 나약하다.
“그러니,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진 마라.”
이성을 지키며 싸우기엔, 나약하다.
아직 별자리 전부를 완성시킬 수 있을 만한 별빛은 모으지 못했다.
지금 이건 일종의 꼼수. 편법.
별자리를 완성 시킨 순간 별의 힘을 올리지 못하는 괴인과 달리, 나는 별빛을 계속하여 키워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모은 별빛들을 그간 활성화 하지 못한 여러 별에 분배하여, 희미하게 밝힌다.
귀한 술을 따를 때와 같다.
잔 전부를 꽉 채울 순 없어도, 있는 잔 전부에 조금씩 분배할 순 있다.
밝진 않지만, 별을 이어 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 몸에서 폭발처럼 별빛이 쏟아져 나왔다.
제미니와 페가수스가 일어났다.
“당신이야말로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시죠!”
몸 속에 흐르던 별빛들 전부가 역류하고,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몸 안에 편안히 흐르던 별빛과는 다르다. 혈관 속에 돌조각을 집어 넣어 흐르게 하는듯한 고통.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러나 고고하다.
호흡이 바뀐다. 천천히 격해진다. 그러나 안정적이다. 거치나 불규칙적이진 않다. 매트로놈처럼 일정한 박자대로 거친 숨이 뛰어 날뛴다.
몸에 있던 별빛 전부가 빠져 나가고, 새로운 백색의 빛무리가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테이블의 촛대가 흔들리고 촛불은 어딘가에 빨려나가듯이 휘청이고 이내 자취를 감췄다.
이 곳에 있던 모든 공기가 나 하나에게 모이듯 준동하고, 진동했다.
“절 무시한 대가를 받으세요!!!”
페가수스의 혐오스런 손이 가까이 다가왔다.
벨트의 바퀴를 돌렸다.
[UR■A M■JO■.]그 순간, 벼락이 불었다.
치는 게 아니라, 불었다.
흰색의 벼락이 바람처럼 세상을 가로질렀다.
가로지른 궤적 안에는 방금 전 주먹을 내지른 자의 목도 있었다.
불 꺼진 테이블 위로 오늘의 만찬이 전시되었다.
그것은 달이었다. 희고 고운 달. 그것은 밤을 끝내고 바다에 들어가는 달처럼 지평선에 걸려 떨어졌다. 황혼의 바다였다. 흰색의 바다를 붉은 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며 물들었다.
몽환적인 꽃잎의 등선 위, 괴인 하나가 저세상으로 등선한 흔적이 차갑게 식어갔다.
지나간 뒤에, 소리가 일었다.
콰앙!
천둥이 밤을 뒤흔들고.
“…쯧.”
“이야… 하하하하! 대단하구려!”
페가수스의 목 잘린 시체가 땅으로 힘 없이 엎어질 때.
다시 한 번 벼락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