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75
Chapter 75 – 잘린 흔적 (8)
어제 아니면 오늘, 밤과 새벽의 사이라 할 수 있는 늦은 시간에 윤설화는 한 연락을 받았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한재중.
전 애인이자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이며 내일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잊지 못할 사람.
그런 그에게 연락이 왔다. 윤설화는 짝사랑의 그이에게 편지를 받은 소녀처럼 깜짝 놀라며 긴장했다.
어쩔 수 없었다. 저번 병원에서 만난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보긴 커녕 목소리도, 글씨로도 접하지 못했던 그였다.
윤설화가 방패자리의 괴인에게 당해 누워있는 동안 도망치듯 가버린 그.
아직 상처도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을 텐데 도망친 그를 보며 윤설화는 확신했다.
‘날 불편해 하고 있구나.’
너무나 뻔했다. 불편의 사유는 알고 있다. 이 역시 뻔했으니.
‘나 때문에 욕을 먹고… 질릴만도 하지. 내가 나쁜 거니까, 내가….’
윤설화의 남친이었단 이유만으로 그는 감히 맘에 담지도 못할 모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갔던 모든 모욕을 자신의 것으로 돌린 다음 은둔했다.
절대 찾지 말란 말과 함께.
돌아올 것이란 약속은 비눗방울처럼 장난스레 사라져 지켜지지 않았고,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탐지 작업은 실패했다.
우연찮은 만남 속에서도 그는 일관되게 불편하단 반응을 유지했다.
한재중은 윤설화를 만나기 싫어한다. 그리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밤의 연락은 이런 와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설화야, 내일 만날 수 있겠어?”
“응! 응! 그럼 그렇고 말고! 지금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어! 어디로 갈까?!”
한재중은 윤설화를 만나고 싶어한다!
“아니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
“내일 말이지?! 아, 알았어! 갈게! 반드시 갈게!”
“어, 어어….”
“괴인이 오든 내 집에 불이 나든 반드시 갈게!”
“그러면 안 와도 되긴 하는데. 흐, 아니다.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한재중은 평소와 같이 작게 웃었다. 옛날의 그것 그대로였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를 꺼리는 기운은 없었다.
아니었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심장은 고막을 뒤흔들 정도로 진동했다.
전화가 끊긴 다음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윤설화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내일을 기대했다.
‘나를 싫어하지 않아…!’
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길 한참.
어느새 세상엔 태양이 떠올랐다.
“…어?”
윤설화 약속 당일에 밤을 새다!
**
모자를 푹 눌러쓴 윤설화의 눈가는 퀭했다. 피폐한 눈빛도 그녀같은 미녀가 가진 순간 퇴폐의 미학으로 변모한다. 다만 한재중은 썩 반길 수 없는 눈빛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이 외면한 사람의 낯에 죄책감을 느꼈다.
‘재중이 얼굴 보니까 개안하는 거 같다… 행복해.’
설마 약속이 너무 기대되어 잠을 못 잤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소풍 가기 전의 어린이 같은 이유로 윤설화는 밤을 새버렸다. 한재중을 만날 때 졸려 제대로 말을 못 들으면 어쩌나 생각했으나 다행히 그럴 걱정은 없을 거 같았다.
‘눈빛이나 콧날 봐봐… 날카롭고 곱다. 너무 고와. 나보다 예쁜 거 아닐까? 아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거 아닐까?’
오랜만에 본 한재중의 멀쩡한 얼굴은 윤설화의 잠을 순식간에 달아나게 해주었다. 물론 그것은 오직 정신적인 면에 지나지 않았고 육체는 여전히 잠을 탐했으나….
‘이게 복지고 이게 행복이지! 재중아 너무 잘생겼어어어! 최고야!!! 사랑해!!!!’
내적 포효를 내지르는 윤설화에겐 어떤 장애물도 되지 않았다.
“그… 설화야.”
“네? 아, 아니. 으, 응! 왜애?”
표정 관리를 하느라 무심코 차갑고도 우울한 분위기를 띄게 된 윤설화였다.
‘역시 날 만나기 싫었던 걸까?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찾아왔냐는 그런 의미? 아니면 또 이상한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으면서 바보 같이 착해선….’
한재중은 그걸 보고서 윤설화의 고통이 얼굴에 드러났다고 짐작했다.
“그간… 많이 힘들었지?”
“아 응… 힘들긴 했지만… 이젠 괜찮아. 진짜로!”
진심이었다.
‘그래 내가 뭐가 중요해 재중이가 행복하고 예쁘면 다 좋은 거지.’
재회의 기쁨과 밤을 샌 이후의 묘하게 높은 텐션이 합쳐져 기묘할 정도로 긍정적인 회로를 돌리는 시너지를 발생 시켰다.
“그래 설화야 다름 아니라 내가 오늘 널 찾은 건… 사과하기 위해서야.”
“사과?”
뭘 사과하는 거지. 너무 잘난 죄? 내 마음을 훔쳐 간 죄? 그래 너무 잘난 나머지 질투를 일으키는 것도 죄라고 칭할 순 있겠지.
심각하게 꽁깍지가 낀 윤설화에게 있어 그라는 존재는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였다. 아무리 아픈 과거가 수없이 쌓여 있어도 지금은 생각하지 못했다.
당장의 행복을 맛보는데 급했다.
그는 빛이었다. 눈을 멀게 만드는 강력한 빛. 하얗게 뒤덮고 주위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숭고한 광명.
일종의 숭배였고, 도피였다.
해결하지 못한 일은 산더미처럼 있지만 그 앞에선 사르르 녹아 보이지 않게 된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순간 다시 얼어붙어 모습을 드러낼 게 뻔했지만, 지금 당장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할 기운도 없었다.
“내가 그동안 널 피한….”
“그, 재중아.”
윤설화가 한재중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살짝 서늘한 체온에 한재중은 누군가가 자신과 접촉했음을 조금의 지체 없이 깨달았다.
서늘했지만, 피하고 싶진 않았다. 기분 좋은 정도의 차가움이었다. 이 겨울에 어울리는 달콤한 냉온.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너무 힘들면… 네가 남긴 편지에 있던 것처럼, 도망가고 싶을 수도 있어.”
윤설화는 그의 의도를 짐작하곤 일축했다.
“난 괜찮아. 정말이야.”
바로 어제까진 안 괜찮았지만.
‘지금은… 괜찮으니까… 응.’
거짓은 아니었다.
“이렇게 네가 돌아왔잖아. 그러니까, 난 다 상관 없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변명하지 않아도 돼. 이 사실만으로 난 충분해.”
재중의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 앞에서 모았다. 윤설화는 그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 방금 전의 퇴폐나 우울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여명이었다.
“사실 조금 힘들기도 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 나와 만나주려고 했잖아. 머리랑 수염도 자르고, 꾸미기도 하고. 자신을 가꿀 수 있단 뜻은 곧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쓸 여유를 지녔단 뜻이야.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을 보다 드높일 의지를 지니고 있단 뜻이지. 재중아 넌 이제 숨지 않기로 했구나. 당당히 행복해지기로 했구나. 난 네가 행복하면 돼. 그거면 충분해.”
윤설화는 어제까지의 우울이 거짓말이었단 것처럼 헤헤 웃었다.
그 정도였다.
한재중이 자신을 잊지 않고, 피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았단 뜻은 그녀에게 있어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드름 같은 설움을 깨부수는 강렬한 기쁨. 윤설화는 더 이상 표정을 관리할 수도 없었다.
비가 지나간 뒤 구름 사이에서 내려오는 빛줄기 처럼 아름다운 눈빛과 호선을 그 낯에 지녔다.
살짝 붉은 볼은 오랜만에 잡은 손이 뜨거웠기 때문이며 아직 손을 잡는 것만으로 수줍어 할 수 있는 순수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재중아… 사과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나야말로 고마워.”
한재중은 당황스러웠다. 기껏 준비한 여러 변명과 사과 인사가 사용되기도 전에 끝이 났다.
‘할복한 다음에 바로 치료받을 수 있게 병원을 골랐는데….’
아무래도 최종 방안을 꺼낼 필요는 없게 되었다.
“맞다. 근데 재중아. 왜 병원에서 만나자고 한거야? 어디 다쳤어…? 다친거야?! 아니면 어디 탈 난 건가…? 괘, 괜찮아?”
어느새 마음 속에서 한재중의 부상 혹은 질병을 결정 지은 윤설화가 대단히 걱정하며 물었다.
“그런 거 아니야.”
뒤통수에 난 혹은 치료되었다. 이 장소를 택한 건 과거의 부상이 아닌 앞으로의 부상을 걱정하여 택했을 뿐이다.
“그런 게 아니라… 그, 있잖아. 우, 우리 어릴 때… 너 심장 아픈 거 같이 검사? 같은 거 많이 해서… 그 추억이 생각나서… 추억은 언제나 새록새록… 추억 좋잖아. 추억 좋지… 응.”
여전히 중요한 데서 하는 거짓말은 허접했다.
한재중에게 어릴 적의 추억 따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원작에서 읽은 지식을 활용하여 그렇게 대답했다.
“재중아….”
감동받았단 듯이 윤설화가 울먹였다. 이 따위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 놀라웠으며, 동시에 이 따위 말에도 속아 넘어가준 윤설화의 순수함에 한재중의 죄책감이 강해졌다.
“역시… 날 잊지 않았구나….”
전에 병원에서 모른척 했던 사실은 새하얗게 표백되고, 윤설화는 그의 팔짱을 꼈다. 당장 허그를 하고 싶었지만 그건 부담스러울 거 같아 차선책으로 선택한 스킨쉽이었다.
사실 팔짱보단 팔을 안는단 행위에 가까웠다. 순식간에 두 젖가슴 사이에 그의 팔이 감싸지고, 팔을 타고 내려간 손은 아래서 깍지끼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서늘한 체온은 없었다. 오히려 더울 지경이었다. 목선을 타고 땀방울이 흐르는 걸 보았다.
고작 한 방울으로 만들어내는 색정적인 매력이 꽤 뛰어났다.
“어서와 재중아.”
브래지어 때문일까 살짝 가슴의 감촉이 딱딱하다. 그럼에도 그 특유의 부드러움은 느껴졌다. 살짝 팔을 밀어내는 탄력감은 쿠션 그 이상이었다.
한재중은 팔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느낌을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다, 다녀 왔어.”
상상 이상이었다. 감촉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설화의 의존성에 대한 생각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한재중에게 향한 정서적 의존이 강하다.
지금까지 술과 동료들 중에서도 친밀함이 강한 조아윤에게 의지한 건 한재중의 대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건으로 그 둘을 전부 잃은 지금, 그녀의 정서적 안정은 어떻게 도모해야 할까.
지금 윤설화는 위험하다. 그런 그녀를 자신의 죄책감 따위로 회피하는 건 너무나 이기적이었다.
애초에 전부터 다시 얼굴을 마주할 생각을 하기도 했고, 기회다 싶어 만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마법 소녀들 중에서도 유난히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리도 강대한 사랑 앞에서 무엇이 적수겠나.
‘헤어진지 몇 년이 지났는데. 그것도 잠수 이별로….’
일방적인 이별 피해자였다면 분노라도 하지. 지금까지 순정을 지키고 사랑을 키워냈다니.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과거의 인물이었다면 분명 열녀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어쩌지. 나 거의 말도 못 했는데.’
숨은 이야기를 꺼내기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일들을 그녀가 안다면 어떻게 될까.
은둔 중에 겪은 고난과 지금의 처지. 기억을 잃어버린 일까지.
이를 알게 될 경우의 파장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특히 칼찌와 자살 시도는 절대로 숨겨야 겠네….’
블루 시리우스는 사이버 불링 이후로 한재중 처럼 인터넷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찍은 광고도 한 번 확인을 안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내가 폭로 이후 어느 정도 수위로 괴롭힘을 당한 지도… 모르고 있겠지.’
어느새 어깨까지 기댄채 행복하게 웃고 있는 윤설화를 보며 한재중은 쓰게 웃었다.
사랑은 대단히 이면적이다. 평화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하지만 동시에 분란을 제조한다.
그 감정의 꼬리에는 언제나 질투와 증오, 분노가 함께하고 있으니. 이를 잘라낼 순 없다.
사랑이란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불온한 감정이다.
원작에서 사랑으로 괴인으로 변해 버린 사례도 알고 있다. 정확히는 사랑을 잃은 증오로 인해.
만일 윤설화의 이 사랑에 어떤 뒤틀림이 가해진다면.
‘내가 죽거나 해서….’
원작에서 그녀의 죽음을 떠올려 보았다. 죽기 직전, 비르고의 조롱으로 인해 다수의 별을 각성할 징조를 드러낸 모습.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녀를 위해서 무엇을 결단해야 한단 말인가.
‘천천히 거리를 벌리는 게. 아니, 그건 내가 싫은데.’
물론 윤설화는 더욱 싫어하겠지.
무엇이 존중을 향한 길인가. 복잡했다.
단순히 윤설화만이 아니라 해도 조아윤도 그랬다.
‘본인이 바라는 것과 사회적 관념적으로 옳은 길. 무엇이 올바른 건가.’
복잡한 문제였다.
다시 시선을 돌려 윤설화를 보았다. 행복하게 눈을 감곤 몸을 밀착시키는 그녀, 머리를 어깨에 기댄채 도리도리 저으며 자신의 향을 묻히는 그녀.
특유의 달콤한 향수 냄새가 인상적이었다.
“재중아 우리 밥은 뭐 먹을래?”
이미 다음 계획까지 떠올리며 방실방실 웃는 윤설화를 보자 그간 생각한 고민들이 씻기듯이 사라졌다.
“너 좋아하는 거.”
“그럼 술인데?”
“그것도 좋고.”
“아, 잠깐. 수, 술 안 돼! 술 말고… 떡볶이? 옛날에 재중이가 자주 해줘서 맛있었는데….”
“미안하지만 그 레시피 다 까먹었다. 시판에 파는 걸로 만족해.”
“에이~”
“뭐가 에이야 에이는.”
“비~ 씨~”
“씨~ 벌. 애가 이상한 걸 배웠어. 아재 개그 할 나이가 되었나?”
“우 씨, 나이 이야기 꺼내기 있어? 내가 나이든 거면 재중이 너도 똑같은데?”
“하하, 그럼 난 이득인데? 너랑 똑같은 거면 나한텐 좋은 이야기지. 밖에 나가 봐라 내가 훨 나이 많아 보일 텐데.”
“…? 아닌데? 재중이가 나이…? 재중아 그런 욕 먹었어? 나중에 그 사람 이름 좀 알려줄래?”
“하하.”
“재중아? 나 진지한데?”
시원찮은 이야기에 한재중은 피식 웃었다.
‘그래 중요한 건 얘가 행복한 거지.’
마법 소녀들의 행복을 지키는 것, 그것이 수호자의 수호자가 할 일이니.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한재중은 몇 분 더 윤설화와 잡담을 나누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
진료도 안 받고 애정행각만 나누다 간 것에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덤이다.
**
결국 점심을 먹기 위해 택한 곳은 분위기 좋은 파스타 집이었다.
뻔하다면 뻔한 장소였지만 무난하단 뜻은 그만한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단 의미였다.
“헤헤, 이런 거 오랜만이다. 재중아 넌 뭘로….”
“오? 이거 참. 우연이기도 해라.”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피는 그들에게 한 신사가 다가왔다.
정갈하게 양복을 입은 신사. 흰 색과 검은 색이 반반으로 갈린 양복은 그의 이미지를 지적보단 아티스트적 기질을 가진 자라고 해석하게 해주었다.
“데이트인가요? 하하, 제가 방해가 되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반가운 얼굴에 미처 지나갈 수 없어서 말이에요.”
정중하게 모자를 벗은 그가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윤설화의 눈빛이 살벌하게 벼려지고, 한재중은 식은땀을 흘렸다.
“오랜만입니다.”
그 말대로, 오랜만이긴 했다.
“그간 안녕하셨나요? 전 그럭저럭 즐거웠습니다.”
사람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자리 잡은 선인장 화분.
모순이었다.
은둔을 택한 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