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 or death RAW novel - Chapter 90
Chapter 90 – 가족같은 (1)
“왜 저 새끼들은 언제나 저렇게…….”
이를 갈며 윤설화는 중얼거렸다. 까드득. 섬뜩한 소리가 그녀의 입 안에서 새어나왔다.
“…저렇게, 날 쉬도록 놔두는 법이 없는걸까.”
행복한 새해가 끔찍한 불꽃으로 물들었다. 거리를 환히 불태우는 화재는 윤설화의 마음을 차갑고 어둡게 물들였다.
“얘들아, 지금 당장 변신 준비….”
윤설화는 뒤 돌아 마법 소녀들에게 지시를 내리려 하던 와중, 한재중과 눈이 마주쳤다.
여긴 괴인 출몰 요주의도 아니라, 괴인 출몰 주의 지역이다. 사망률 최다, 신고율 최저. 괴인에게 죽는 게 너무나 익숙해 신고조차 하지 않으며 따라서 온갖 불법적인 범죄자들이 모여드는 곳.
이 지역에선 사람끼리의 살인을 괴인의 짓이라 속이는 일도 허다하다고 들었다.
마법 소녀인 화이트 다비흐는 괜찮겠지만 평범한 사람인 한재중이 괜찮을지…….
당연하게도, 괜찮지 않을 것이다.
“…재중아 빨리 이사가자. 우리 집에 빈방 많아.”
“내가 적당히 앞가림 하면서 살게.”
“화이트 다비흐 너는 아윤이랑 재중이를 보호 시켜줘! 나와 베가는 교전에 돌입할게!”
“알겠습니다!”
“하잇(넵)!”
둘은 힘차게 대답했다.
“자, 이키마쇼(갑시다)!”
한재중은 어깨동무를 걸어 오는 화이트 다비흐를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술을 마셔 영 상태가 좋진 않았다. 얼굴은 붉고 걸음은 휘청거렸다. 한재중과 함께 그녀의 팔에 붙들린 조아윤이 불안한듯 중얼거렸다.
“야 너 괜찮은 거 맞지? 나 너 믿는다?”
“으헤…? 당연하죠! 저에게 맡기세요!”
“와 씨 존나 신뢰감 없어.”
“에헤헤헤!”
끌끌 웃은 화이트 다비흐의 손에 웬 작은 막대 하나가 생겨나갔다. 백아희와 윤설화도 동일했다.
그녀들은 함께 외쳤다.
“도레스 어뿌!”
“드레스 업!”
“드레스 업.”
방 안을 환한 세 가지의 빛이 채우고, 세 사람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팔랑거리는 귀여운 드레스와 별빛처럼 빛나는 색이 진한 머리카락. 마법처럼 빠르고 화려하게 치장된 세 여인들.
마법 소녀였다.
“자 갑니다~!!”
근력이 강화된 화이트 다비흐는 두 사람의 허리를 안고 그대로 내달렸다.
“야, 야! 어디 가!”
“최대한 멀리 대피시켜 드리겠습니다! 제 산시타(허접)들이 당신을 호위할 겁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가볍고 빨랐으며, 그에 따라 한재중과 조아윤의 얼굴은 찬 공기에 의해 사정없이 짓눌렸다.
“하읍!”
크게 입을 벌린 화이트 다비흐의 입 안에 한 뿔피리가 생겨났다. 데포르메 된 데다 리본이 묶여 귀여운 인상을 주는 뿔피리. 하지만 그 효과는 도저히 귀엽지 않았다.
뿌우우우─!
피리의 소리가 높이 뻗어나가 하늘을 흔들었다. 거대한 소리에 가까이 있던 두 사람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둠을 소리로 움직인 순간, 땅 역시 함께 흔들렸다. 지진이 일어나듯 거칠게 흔들리는 대지에선 점차 하나둘 무언가가 돌출되기 시작했다. 음푹 솟아오른 자리로부터 균열이 만들어졌다.
균열 속에서 살점과 장기 하나 없이 뼈만 있는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무장한 해골 병사들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백에 가까웠다.
달려나가던 화이트 다비흐의 아래에서도 균열이 일었다.
-우오오오오!!!!
좀비같이 곳곳에 부패한 상처가 있는, 거대한 짐승같은 것이 솟아 올랐다. 다비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등에 올라탔다.
그리곤 안고 있던 두 사람을 그 위에 내려 놓았다. 화이트 다비흐는 그들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안심 시켰다.
“괜찮아요! 매지컬 소독을 받아서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한 산시타(허접)랍니다! 센빠이는 예전에 타서 알죠? 안전해요!”
“어… 알지….”
“이야 내가 이걸 탈 날이 올 줄이야….”
이 정도 병력이라면 S급 괴인이 나타나도 한동안은 방어가 가능할 터. 화이트 다비흐의 보석이 반짝이고, 그녀는 당당히 웃었다.
“블루 센빠이의 명을 지금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전투에는 무능한 일반인들을 무사히 대피 시키고 다시 복귀하겠습니다! 그 쪽 상황은 어떤가요?”
조금의 배려도 없는 말버릇이었다.
“…이해해줘. 쟤 원래 저래.”
“그래 보인다.”
원작에서도 자주 저랬으니.
“…아, 그렇군요. 미나상(여러분)! 저는 전투에 복귀 하겠습니다! 안전히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난 내 집과 멀어졌는데.”
“사요나라 아디오스 안녕히 계세요~!!”
조금의 망설임 없이 화이트 다비흐는 뒤 돌았다.
“별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피의 철퇴를! 순백을 붉게 물들일 화이트 다비흐가 갑니다~!!!!”
또 다른 짐승 좀비를 부르더니 그것에 타 달려 나갔다.
조아윤은 헛웃었다.
“미친년 진짜….”
추위가 아니라 시끄러움으로 귀가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재중을 바라 보았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어쩔래?”
“어쩌긴 뭐 어째.”
한재중은 썩 좋지 않은 짐승 좀비의 탑승감에 불쾌해 하며 손을 뻗었다. 방금 전까지 비어 있던 손바닥 안에 차디찬 쇠공이 생겨났다.
“할 거 해야지.”
“괜찮겠어?”
“몇 분은 버틸 수 있어. 게다가 내 능력이면 뭐….”
전투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지금 자신의 처지처럼.
“멀리 떨어뜨리는 거 정도야 할 수 있겠지.”
“좋아. 나도 도와줄게. 으아… 새해 처음부터 운동을 격하게 하게 생겼네.”
조아윤의 손바닥 안에도 어느새 쇠공이 생겨났다. 그 쇠공은 이내 새가 날개를 펼치듯 전개되며 벨트의 버클이 되었고.
“우리 처지가 원래 그랬지 뭐.”
한재중의 쇠공도 펼쳐지며 망원경을 닮은 버클이 되었다.
버클을 허리에 장착하자 쇠줄이 생겨나 그들의 허리에 감겼다. 두 버클의 렌즈 속에서 별빛이 반짝였다.
[ASTRONOMICAL OBSERVATION.] [Deneb! Denebola! Deneb Kaitos! Deneb Algedi! Deneb Dulfim!] [I obey my fate.] [CONSTELLATION OBSERVATION!]둘의 몸에 환한 빛이 피어오르고, 사내는 탁한 흰 벼락을 몸에 둘렀으며, 여인은 나비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천막을 둘렀다.
[Are You Ready?]“변신.”
“변신!”
[URSA MAJ■R.] [CASSIOPEIA!]**
블루 시리우스는 눈 앞의 괴인을 보았다.
범선의 일부분을 박살내 몸에 엉겨 붙인듯한 외형. 부정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괴인이었다.
이 자가 새해 시작부터 거리에 불을 지른 괴인, 셉템버였다.
“용골자리의 괴인….”
“맞아. 그게 내 힘의 근원이지. 너 통찰력이 꽤 좋나보구나. 아니면 별자리 공부를 열심히 한 거일 수도 있겠고. 뭐, 지금 이건 중요한 게 아니지.”
그가 손을 뻗었다.
“내 배에 탈 생각은 있나?”
“뭘 그런걸 묻니.”
블루 시리우스는 대답과 동시에 발을 움직였다.
“당연히 없어.”
“그럴 줄 알았지.”
그녀의 세검이 한 번 번쩍이자 궤적을 따라 거대한 빙산이 샘솟았다. 셉템버는 자연스럽게 몸을 놀리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하하하, 무서워라. 아주 성질머리가 더럽구나?”
“닥쳐!”
도시에 많은 피해를 끼칠 수는 없는 일. 블루 시리우스는 약간의 빙산으로 그의 퇴로를 차단한 뒤, 나머지 움직일 수 있는 방향 전체에 눈보라를 쏘아냈다. 그 경로에 있는 사람을 믹서기처럼 갈아낼 강한 눈보라.
가장 애용하는 기술인, 설화일로(雪華一路)였다.
촤라라락! 피할 길 없이 얼음조각이 쇄도하자 셉템버는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의 오른손이 변형되더니 거대한 대포로 변했다.
“거 사납긴.”
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눈보라가 증발 되었다.
“소개하지. 우리 배 어르신이다. 이름은 인. 성은 노. 노인이야.”
대포 속에서 끈적한 불꽃이 모이며 춤추기 시작했다. 폭발을 위한 준비운동이었다.
“여자를 패는 건 좀 그러네. 내가 제안을 하지. 넌 하나에 공격해라. 난 셋에 공격할 테니. 자, 이제 센다.”
물론 블루 시리우스는 괴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세검 끝에서 억센 얼음의 칼날들이 응축되었다.
“셋! 둘, 하나!”
펑! 대포의 폭발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의 소리가 동시에 겹쳤다. 우위는 얼음 칼날이었다. 미처 폭발로 다 막지 못한 얼음 조각 몇 개가 그의 어깨와 가슴에 박혔다.
자신에게 박힌 결정들을 바라보며 셉템버가 혀를 찼다.
“에헤이, 넌 하나에 공격하라니까.”
“비겁하긴.”
“그럼 악당이 비겁해야지.”
돌진한 셉템버가 대포를 둔기처럼 휘둘렀다.
“넌 내가 정정당당하길 원했나?”
“아니, 당연히 아니지.”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유려한 자세로 그 공격을 피해낸 블루 시리우스는 다시 세검을 움직였다. 까가가각. 셉템버가 서 있던 자리가 얼어붙었다.
발 끝에서 시작된 냉기는 이내 그의 몸 전체에 퍼지고, 그의 사지 전체를 얼음 안에 결박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널 죽여야하고.”
블루 시리우스는 그에게 세검을 겨누며 주변을 살폈다. 이상했다. 레드 베가가 피난을 시작한지도 좀 시간이 지났다. 슬슬 조력에 나서야 할 텐데.
이 불안함에 응답하듯 한 으슥한 골목길에서 괴인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을 풀어주도록 해라!”
그 역시 배의 일부를 뜯어내 몸에 기워붙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셉템버와 비슷한 외관. 저 둘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 쯤이야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우야, 아무런 대가 없이 제안하면 듣겠어? 협상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블루 시리우스의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어 왔다. 그녀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 저 두 괴인과 비슷한 외관을 지닌 세번째 괴인이 등장했다.
“거기 마법 소녀, 동료의 목숨을 잃기 싫다면 형님을 풀어주도록 해라.”
허공에는 소용돌이가 있었고, 그 안엔 블루 시리우스가 아주 잘 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베가!”
“죄송합니다! 언니! 잡혔어요!”
분한듯 이빨을 악무는 레드 베가. 블루 시리우스는 곤혹스럽게 눈썹을 휘었다.
“뭐 해!”
“제 불꽃이 이 바람한테 조종당하고 있어요! 계속 제 쪽으로 돌아온단 말이에요!”
“저 분은 아르고 갱단의 2인자, 둘 째 형님 옥토버. 능력은 보시는대로 바람을 조종하는 것이다! 돛자리의 힘에 경배해라!”
“아우야 닥쳐라.”
형님과 아우란 호칭에 상당히 친밀해 보이는 관계. 이 세 괴인은 형제 사이인 것인가. 인간적인 친밀감을 쌓지 않는 괴인 치고 상당히 특이한 관계성이었다.
“아무튼, 지금 봤지?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베가.”
“네!”
블루 시리우스는 한숨을 후 내뱉으며 말했다.
“처리해!”
“넵!”
콰아아앙! 소용돌이를 뚫고 곧게 불꽃의 선이 뻗었다.
“아닛?!”
“알아서 모여줘서 고마워요!”
그리곤 그대로 둘째를 제압했으며.
“뒤져라 괴인!!!!!”
뒷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화이트 다비흐는 셋째를 해골들로 결박하였고.
“그래, 그래야지.”
첫째는 이미 결박되어 있었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 날 때 쯤.
두 괴인이 추가로 등장했다.
“이제… 너희들 차례인가? 너희는 새해부터 무슨 볼일이야?”
“오해다.”
한재중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정리된 사태에 당혹을 금치 못했다.
이러면 나 왜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