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a Center : Golden Hour RAW novel - Chapter (557)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557화(557/1120)
557화 구출 작전 (3)
타다다.
사방에서 총소리가 빗발치고 있었다.
바깥 경계병들이야 모조리 무력화시킨 후였지만, 실내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그러했다.
톨레도는 잠시 다른 팀을, 특히 원래 같으면 이 현장에 오지 않았어도 될 키퍼 중령이 이끄는 알파 팀을 떠올리다가 이내 자신이 맡은 입구로 향했다.
입구는 아직 닫혀 있었다.
하지만 발로 차면 대번에 부서질 만큼 허술했다.
톨레도는 그 입구를 대번에 부수고 들어가는 대신, 돌입할 순번을 확인했다.
타다다.
따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았다.
모든 의사소통은 수신호로 대체되었다.
굳이 이곳에 누가 있다는 걸 알려 줄 필요도 없을뿐더러, 어차피 총소리 때문에 제대로 전달도 안 될 테니까.
‘좋아.’
톨레도는 순번을 확인한 후 손가락 세 개를 폈다.
그 순간 뒤따르던 브라보 팀원들의 긴장이 훅 하고 올라갔다.
톨레도는 그 긴장이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한 후, 계속해서 손가락을 줄여 나갔다.
2개, 1개.
그리고 주먹이 꽉 쥐어지자, 첫 번째 순번을 맡게 된 밀로 하사가 안으로 돌입했다.
타타탕.
그리곤 처음 마주친 사내를 향해 주저 없이 총알을 발사했다.
이곳은 도시 탈 인근에 형성된 마을이고, 또 주거지가 밀집된 곳이지만.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인원들은 전원 무장한 적이라는 것이 정보부의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타다다.
곧이어 2번째, 3번째 팀원들이 안으로 돌입했다.
본인이 확인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 적이 있으면 사살했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첫 번째 팀원은 우측, 두 번째는 좌측, 세 번째는 가운데.
타다다.
여전히 총소리가 멈추지 않았기에, 4번째 팀원은 또다시 우측을 확인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우측에서 두 번째에 있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타다다.
규칙적인 3점사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중간중간 총을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소리도 들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3점사 소리가 잡아먹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톨레도는 작전이 아주 잘 수행 중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갈까.’
곧 마지막 순번, 그러니까 톨레도가 들어갈 순번이 되었다.
이미 방 안의 총소리는 잦아든 지 오래였다.
모조리 제압되었다는 뜻이었다.
‘총 7명인가.’
탈레반은 그게 아프가니스탄이든 파키스탄이든 상당한 인력을 자랑하는 조직이었다.
오랜 전쟁과 국지전 또 분쟁 탓에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발달하지 못한 지역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석유가 나는 것도 아니고.
선택할 만한 직업이 무척 제한되었는데, 놀랍게도 그중에서 탈레반은 썩 괜찮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부상자는?”
방 안의 전기는 아직 나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탈레반의 전술 훈련 수준이야 미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런데도 경험이 쌓이니 어느 정도는 대응 방법을 강구했기 때문이었다.
미군은 늘 야간 투시경을 이용한 압도적 전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조명부터 탈취하는 전략을 취해 왔는데.
탈레반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등 말고도 꽤 여러 개의 조명을 두는 방식을 택했다.
별것 아닌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1초가 급한 작전 상황에서는 상당한 방해물로 작용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이상 무.”
제일 먼저 돌입했던 밀로 하사가 즉시 답했다.
그는 적을 제압하자마자 아군 상황부터 파악했다.
“좋아.”
톨레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전히 밝은 방을 둘러보았다.
바닥은 온통 탈레반 측 시신들로 가득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기껏해야 15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병들도 많았다.
‘제길.’
장난감 대신 AK-47을 가지고 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악한 동네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테지만.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전 하이스쿨에 진학했다는 조카 생각까지 날 때쯤, 톨레도는 고개를 털었다.
“아까와 같이.”
“네.”
아직도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작전 돌입 후 소요된 시간은 이제 대략 8분.
어지간한 총소리야 신고 거리도 안 되는 곳이긴 하지만.
이만하면 누군가는 경찰에 전화를 했을 터였다.
뭐, 그래 봐야 경찰이 오진 않을 터였다.
30분 이내에 빠져나가면 된다고 했으니,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막아 주겠지.
타다다.
톨레도가 시간을 가늠하는 사이, 어느새 밀로 하사가 다음 방으로 돌입했다.
2번째, 3번째 그리고 4, 5, 6번째까지.
아까와 똑같은 방식의 돌입이었다.
‘이번에도 7명인가.’
탈레반이 인해 전술을 즐겨 쓴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른 팀은 괜찮나.’
실력이야 다들 같은 부대 소속이니 비슷할 터였다.
믿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뜻인데.
그런데도 불안함을 떨치긴 어려웠다.
코란과 헤로인으로 무장한 탈레반 중에는 정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들도 많았으니까.
“이상 무.”
“오케이. 이번엔 순번 반대로. 내가 먼저 간다.”
“…….”
“괜찮아.”
톨레도는 밀로의 머리를 툭 하고 치고는 방문을 걷어찼다.
키퍼 말에 따르면, 중동 지역 무기상 브로커이자 CIA 위장 요원 코드명 폭스는 아마도 이 방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 말은 이 방의 저항이 가장 거셀 거란 뜻이기도 했다.
타다다.
예상대로 제압 사격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좁디좁은 방 안에서 이만한 사격이라니.
적어도 열 명은 넘는 게 분명했다.
타다다.
그러나 데브그루 측의 사격은 도리어 신중해진 상황이었다.
이 방엔 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인 사격으로 요원을 쏴 버리면, 작전 실패였다.
타다다.
다행히 데브그루의 실력과 탈레반 사이의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한창때의 탈레반이었다면야 무장이나 훈련 수준이 이것보다 훨씬 나았을 테지만.
그들은 전쟁 이후 예기가 훅 꺾여 있었다.
CIA에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으로 흘러들어 가던 해외 각국의 지원금 관련된 계좌들을 모조리 동결하고, 관련자들을 제압한 영향도 컸다.
“좋아.”
의자에 묶여 있는 백인 사내를 제외한 모두가 쓰러졌다.
톨레도는 그러나 긴장을 유지한 채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경동맥을 짚었다.
‘약하군, 좋지 않은데.’
체력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을 게 뻔했다.
구출한다면 살릴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톨레도가 해야 할 일은 사내를 구출해 안전지대로 옮기는 것.
그것뿐이었다.
“응?”
그것뿐이라고 되뇌고 있을 때, 우측 바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젊다는 표현보다는 어리단 말이 훨씬 잘 어울리는, 소년의 독기 어린 눈이 보였다.
“자, 잠…….”
톨레도는 무수히 많은 훈련을 받은 사람답게, 고개를 돌리는 즉시 자동으로 총구를 돌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그 총으로 상대를 겨눌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소년의 앳된 얼굴과 그의 총구가 톨레도가 아닌 요원을 향하고 있다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타다다다당.
단 한 발이라도 이 쇠약해진 요원에게 닿는다면 작전은 실패였다.
해서 톨레도는 몸을 날렸다.
요원 쪽이 아니라, 아예 소년 쪽을 향해서였다.
그게 그가 발사하는 총탄을 다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억.”
“이런 개새끼가.”
상황을 파악한 밀로 하사가 소년병을 향해 총탄을 난사해 벌집을 만든 후, 톨레도에게 달려들었다.
“괜찮습니까?”
“크…….”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방탄복이라 해도 모든 총탄을 다 막아 주지는 못하는 법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난사되는 총탄에 노출되었을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제기랄.”
밀로 하사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톨레도 상사를 부축한 손에 끈적이고 따듯한 무언가가 잔뜩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부상자 발생, 부상자 발생!
해서 무전기를 잡아 들고 외쳤다.
다른 한 손으로는 병사의 도움을 받아 톨레도 상사를 일으키면서였다.
-요인 확보는?
이 와중에 요인이라고?
욕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밀로 하사는 군인이었다.
나라에서 이 사람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억지로 꾸역꾸역 납득하면서 소리쳤다.
-확보!
-전선 이탈하라. 찰리, 델타 팀이 퇴로 확보 중.
-카피.
찰리와 델타라.
그 두 팀이 퇴로를 확보하고 있다면 아마 확보가 될 터였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병원이 어디지?
‘아프리콤? 괌?’
이 작전 때문에 급히 파병된 밀로 하사로서는 한구 병원의 존재를 알 턱이 없었다.
그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는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먼 곳에 있는 병원들만 떠올랐다.
적어도 이 근처에는 미국 영향권 아래 있는 병원이 없을 테니까.
“요인 확보! 의식은 없습니다.”
톨레도 상사의 육중한 몸을 이끌고 가고 있으려니, 뒤에서 다른 팀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아서 잘 데리고 오겠지.
밀로는 그들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실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자정이 넘은 탈 근방을 소란스럽게 하던 총소리가 모두 멎어 있었으니까.
“음.”
작전 지역에서 3km 근방에 떨어져 있던 강혁이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리처드는 그가 긴장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교수님, 괜찮아요. 여긴.”
해서 리처드는 축축하게 젖은 손으로 강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강혁은 그런 리처드를 돌아보았다.
아주 같잖다는 얼굴을 하고서였다.
“뭐래.”
“아니, 괜찮다는데 그런 눈빛은 뭐예요.”
“이봐, 통신 들어온 거 없어? 들어올 거 같은데.”
강혁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리처드를 무시한 채 운전석 뒤편을 두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던 병사는 즉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뇨. 없습니다.”
“이상한데.”
“이상하긴요. 이제 12시 15분인데. 작전 들어간 지…….”
리처드가 강혁의 채근을 나무라려는 찰나, 통신이 들어왔다.
-요인 확보, 의식 불명. 부상자 1명 발생. 현재 델타, 찰리 팀이 안전 확보 중. A 포인트로 이동 바람.
아주 짤막한 통신이었지만,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가 있었다.
-카피.
병사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즉각 답했다.
그리곤 뒤를 돌아보았다.
“이동해야 합니다. 안전 확보는 되어 있을 테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강혁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권총을 받지 않았는가.
강혁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특히 이런 어둠 속에서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 1.5km 더 다가가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에 반해 리처드는 말더듬이가 되고야 말았다.
그를 탓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 있는 거니까.
“네, 소령님.”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액셀러레이터를 꾹 하고 밟았다.
수 시간 쉬고 있는 동안 정비를 마친 차량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부아아앙.
역시나 길이 엉망이라 몹시 덜컹거렸다.
그렇다 해도 리처드의 마음만큼 덜컹거리진 않았지만.
“긴장되냐?”
강혁은 그런 리처드를 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리처드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그럼 울면서 해?”
“아니, 긴장을 좀…….”
“으아아아! 긴장되냐!”
“미친놈처럼 굴지는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