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a Center : Golden Hour RAW novel - Chapter (707)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707화(707/1120)
707화 강혁은 (1)
“너 누구라고?”
“그……. 하마드…… 입니다.”
“아,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근데 아침 안 먹었냐? 왜 이렇게 애가 힘이 없어. 더 높이 안 들어?”
“그……. 으…….”
리처드의 예상대로 ISI 요원 하마드는 병원에 오자마자 봉변을 당하고야 말았다.
일단 차에 아무도 싣지 않고, 그러니까 부상당한 환자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욕부터 먹었다.
‘미쳤나? 요원이라는 놈이 거기 지천에 깔린 게 환자였을 텐데 그것도 안 데리고 왔어? 네가 환자니? 안 아픈 거 같은데? 아프게 해 줘? 그걸 원해?’
원래도 성깔 더러운 강혁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몰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날카로워진 상황인지라 더더욱 성격은 더러워져 있었다.
‘인사는 새꺄, 뒤지고 싶지 않으면 옷 갈아입고 와서 이거나 좀 도와. 요원이면 힘은 좋겠네. 빨리 와서 들어!’
해서 요원은 원래 목적이었던 인사는 하지도 못한 채 환자 다리를 들고 있었다.
수술실에 가면 다리 고정할 기구가 있겠지만, 수술실에 갈 여유가 없었다.
골반이 뭉개졌던 환자도 결국 응급실에서 처치하고 말지 않았던가.
아마 제인이 없었으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게 뻔했다.
그래도 강혁이 다른 환자 수술하는 동안 지혈을 제대로 해 주었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유키나 제인은 보조를 하고 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각기 한 명의 환자를 혼자서 보고 있었다.
“피! 피 더 가져와요!”
“네!”
둘 다 썩 실력이 괜찮은 산부인과 의사이니만큼 외과적 처치 또한 나쁘진 않았다.
강혁이나 한유림에 비하면야 당연히 부족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건 강혁과 한유림이 괴물이라서 그런 것이지, 결코 둘의 실력이 떨어져서는 아니었다.
“야, 멍하니 있지 말고 계속 들어! 흔들리잖아!”
“어……. 네. 네.”
“네는 자식이 대답만 잘하네. 아휴.”
강혁은 그런 미유키와 제인을 잠시 돌아보다가 다시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았다.
비록 하마드 요원이 다리를 들어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야가 아주 좋지는 않았다.
환자의 부상 부위는 아랫배부터 좌측 사타구니로 이어져 있었는데, 사실 배 부위는 그저 타박상이었다.
문제는 그보다 좀 더 아래쪽에 있었다.
‘으…….’
강혁이 보기에도 끔찍한 상처였으니, 의학에 관해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하마드는 더더욱 끔찍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게……. 아오…….’
음낭에 제대로 돌이 날아든 모양이었다.
일단 주머니가 터져 있었다.
뭔가 하나가 뭉개져 있었고.
아마 하마드에게도 있는 게 뭉개진 거 같은데, 자세한 상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비위가 부족했다.
“베타딘 좀 부어 봐. 환자분, 이거 좀 아프셔. 그래도 참아야 해. 안 참으면 클난다, 진짜.”
“으……. 으…….”
환자는 이미 극한의 고통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자마자 간호사들이 달려들어 진통제를 주긴 했지만.
지금 어디 몸만 아프겠는가.
마음도 아플 터였다.
그리고 그런 통증은 진통제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었다.
콸콸콸.
환자는 환자의 신음을 대강 긍정의 신호로 해석하고는 베타딘 액을 들이부었다.
“으아…….”
베타딘이 알코올처럼 자극이 강한 소독약은 아니라지만.
워낙에 예민한 부위 아니던가.
아마 지금 상태라면 물만 부어도 아플 게 뻔했다.
천하의 강혁마저 미안해할 정도로 처참했다.
아니, 아예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실로 드물게 그저 다친 부위가 끔찍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미안, 미안. 아이고……. 이거…….”
아무래도 맨날 보는 녀석이 터져 있다 보니 공감 능력이 배가 된 탓이었다.
“마취 주사 좀 줘 봐.”
“으…….”
“어,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 좀 나는데 움직이면 안 돼요. 더 터져. 지금 다른 하나는 멀쩡할 수도 있거든? 그거 봐야 해.”
“으…….”
무슨 말을 해도 환자는 그저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평소의 강혁이라면 제대로 된 말을 하라고 짜증이라도 냈겠지만.
지금은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한 채, 오직 환자에게 공감만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 아프지. 아픈데 움직이면 안 돼.”
다행한 일은 강혁은 마취 솜씨마저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처음 한 방이야 상당히 따끔했겠지만, 그다음부터는 거의 느낌도 없었다.
심지어 첫 한 방도 이미 다른 부위가 너무 많이 망가져 있어서 그렇게 대단한 통증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음……. 그래……. 음.”
그렇게 마취가 된 후, 강혁은 아까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구멍이 상당히 크게 난 주머니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로 뭉개진 구조물이 보였다.
구조물에서는 피와 반투명한 액이 뒤섞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고환이었다.
당연히 강혁이 보기에도 그랬다.
“하나는 터졌고. 음.”
강혁은 고환이 두 개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참 사람을 설계한 분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세심한 존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상에 고환이 하나였다면 이 환자는 이제 고자가 되지 않겠는가.
얼굴을 보아하니 이제 고작해야 스물도 안 된 거 같은데 고자라니.
인터넷 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웃음이 터져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결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일단 클램프.”
“네.”
강혁은 심각한 얼굴로 터진 고환을 이리저리 살폈다.
살릴 수 있는 구조물이면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이건 아니었다.
절대라는 말을 써도 좋을 만큼이나 확실하게 뭉개져 있었다.
해서 강혁은 고환으로 들어가는 혈관 다발 및 인대를 한 번에 클램프로 집어 버렸다.
“나머지 하나가 어디 갔어, 이거.”
일단 주머니에 난 구멍을 살짝 들춘 것만으로는 확인이 안 되었다.
해서 이제는 핀셋으로 주머니를 잡아당기고 더욱 안쪽을 바라보았다.
헤드라이트를 끼고 있었기에 따로 불을 비출 필요는 없었다.
그저 시선이 닿는 부위라면 빛도 가 닿았다.
“어…….”
그럼에도 나머지 하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강혁뿐만이 아니라, 다리를 든 채 옆으로 비켜서 있던 하마드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뭐야. 이 사람 그럼 이제 불알이 없나?’
아이고.
불알이 없어지다니.
그것도 돌에 맞아서.
이놈이 혹시 저걸 함부로 놀리고 다녀서 알라께서 노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반면 이슬람이라고 하는 종교에 매몰되지 않은 강혁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성은 두 개지. 원래 하나였거나, 다른 하나가 숨었거나.’
원래 하나였을 가능성은 적었다.
물론 그렇게 되는 질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병률이 무시해도 좋을 지경이었다.
그 병에 이환된 사람이 하필 돌에 맞아서 유일한 고환이 터져?
만화에도 황당해서 못 쓸 이야기였다.
“그…… 좀 불편할 수 있는데, 참읍시다.”
해서 강혁은 핀셋 든 손 말고 다른 손 손가락을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환자야 마취가 된 데다가, 절대 아랫도리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절대 알 수 없었지만.
뒤에 있던 하마드는 달랐다.
‘알라시여……. 왜 저로 하여금 이런 걸 보게 하나이까…….’
세상에 저기에 사람 손가락이 들어갈 줄이야.
하마드는 강혁이 갑만 아니었다면 뒤통수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의사니까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긴 할 터였다.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 자식 이거 봉사 활동한답시고 와서 딴짓만 하고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겠지만.
지금 이 현장에 오고 나서는 도저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꼴 보기 싫은 건 꼴 보기 싫은 거였다.
“옳지. 말려 올라가 있었네. 돌 날라오기 전에 숨었나?”
그사이 강혁은 숨어 있던 다른 하나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부상은 없다는 것까지 알아내었다.
그렇다면 더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뭉개진 건 제거하고, 터진 주머니는 닫아 주면 되었다.
나머지 하나가 있으니 기능은 어지간히 유지가 될 터였다.
걸을 때 좀 흔들거리긴 하겠지만.
‘익숙해져야지 그런 건. 다른 환자에 비하면 뭐…….’
강혁은 타이로 고환 위를 묶고, 가위로 잘라 주면서 나머지 환자들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거야 당장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뿐이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침부터 몰아치듯 보아 온 환자 전부였다.
어찌나 그 수가 많은지 예비로 접어놓고 지내던 간이 침대를 싹 펴 놔야 했을 정도였다.
부우웅.
그나마 이제 트럭째로 날라 오던 건 멈춰서 다행이다 하고 있는데, 멀리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밝은 강혁은 대번에 이게 우리 한구 병원에서 간 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또 환자 오나? 아까처럼 리처드가 대강 처치한 환자겠지?’
평소의 강혁이라면 환자 오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한구는 이제 포화였다.
강혁도 지칠 정도였으니, 다른 의료진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오죽하면 다리 드는 일을 간호사가 아니라 요원에게 시켰을까.
뒤를 돌아보니 땀에 범벅이 된 한유림이 눈에 들어왔다.
저 상태에서 조금만 더 무리시키면 언젠가 한번 그랬던 것처럼 미친 실력을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다시 말하면 아파 보인단 뜻이었다.
“일단 끝냈고……. 뭐 중증은 아니니까, 일반 병실로 갑시다. 여기 건드리지 않게만 해 주고. 감염 생기면 진짜 큰일 나니까 항생제 잘 쓰라고 해 줘요.”
“네. 요다 선생님께 가겠습니다.”
“응. 근데……. 요다 지금 그럼 환자 몇 명 받은 거지, 오늘?”
“신환만 스무 명이 넘습니다.”
“와우…….”
그냥 만성 질환자 스무 명도 힘들 텐데.
외상 환자를, 그것도 신환을 스무 명이라.
‘이번 사태 끝나고 좀 진정되면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요다가 환장하는 돼지고기라도 어디서 구해 올까 싶었다.
“환자……. 환자 좀 봐주세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한가로운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리처드가 대강이라도 정리해 줬겠거니 했던 환자가 제법 심각한 모양이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큰 소리 안 치는 카심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뭐야, 대체. 이 새끼 그냥 대강대강 해서 보낸 건 아니겠지, 설마.’
만약 그랬으면 언제가 됐든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달렸다.
마침 거의 동시에 환자 처치를 끝낸 한유림이 뒤로 따라붙었다.
“도움 요청했다며, 왜 계속 환자가 와?”
“모르지. 그래도 트럭은 안 오잖아요.”
“와……. 나 그거 한 대 더 오면 집에 갈 거야.”
“철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 따라와요.”
“철? 환갑 넘은 사람한테 철이라고 했냐?”
“그럼 뭐라고 해. 나이는 똥구멍으로 먹었냐고 해요?”
“와…….”
강혁의 말에 혀를 내두르던 한유림은 차에 도달하고 나서 다시 한번 더 혀를 내둘렀다.
“와…….”
아까는 약간 연기가 들어간 ‘와’였다면 이번엔 진짜였다.
얼굴에 돌멩이가 박힌 채, 의식은 또렷한 환자를 봤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일어나지 마세요.”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거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