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a Center : Golden Hour RAW novel - Chapter (874)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874화(874/1120)
874화 여론 뒤집히나? (1)
누와라엘리야 현지 리프 직원들은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는 즉시 본사로 전송했다.
워낙에 용량이 컸지만, 파견 직원들이 생활하는 호텔 단지 내 숙소는 와이파이가 워낙 잘되어 있어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잘 찍었지?”
“어, 다시 봐도 뭐……. 그림 어떻게 만들어 줄지는 모르겠는데…….”
“본사 애들 능력 좋잖아. 전에 봤지? 여기 차밭이 무슨 지상 낙원처럼 나왔잖아.”
“그렇긴 해. 말도 안 되지.”
“풍경은 좋아. 맨날 봐서 지겨워져서 그렇지.”
“하긴 나도 처음 왔을 땐…….”
누와라엘리야는 명실공히 휴양지다운 면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실제 현지에 나와 있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그래서 높았다.
하지만 뭐가 어찌 되었건 주류 사회에서 한참 빗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모두들 좋다, 좋다 해 대고 있긴 하지만 어딘가 열패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해서 기강이 무척 해이한 편이었다.
지금도 직원들은 맥주를 나눠 마시면서, 심지어 정체 모를 약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휴양지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겹다, 지겨워……. 주말엔 콜롬보나 갔다 와야지.”
“거기도 시골인데. 그리고 나는 아우……. 여기 길 한번 왔다 갔다 하면 어지러워서. 트럭 운전하는 애들은 어떻게 매일같이 다니나 몰라.”
“그러니까 사고가 나지. 솔직히 그게 차냐? 어디서 구했나 몰라.”
근무 시간도 거의 끝나 갈 무렵인 데다 다니엘이나 다른 높은 이들이 없어 분위기는 무척 자유로웠다.
남들 앞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말들이 마구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홍보 자료에 나오는 차는 대체 어딨는 거냐?”
“모르지. 뭐……. 그거 바꿀 돈 이익으로 바꾸는 게 낫지. 보너스 팡팡 나오잖아.”
“그렇지. 오지 와서 고생하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지.”
“오늘은 진짜 힘들었다.”
“어, 징그럽지.”
“그것보다도 냄새가……. 아우, 중간에 타는 냄새 나는데 토할 뻔했어.”
스스로 생각하기에 오늘만큼은 진정 고생했다고 여겨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누구는 맨날 그 냄새 맡아 가면서 수술하는데.”
자기들끼리만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면 별 상관없을 터였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지금 그들의 대화는 고스란히 강혁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이것 또한 데니스 덕이었다.
“미행한 거 안 들켰겠지?”
“네? 어유……. 저 이거 쓰고 오토바이 저거 탔어요. 중간에 엔진 터지면 어쩌나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절대 모르죠.”
강혁의 노파심에 데니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타고 왔던 오토바이를 가리키면서였다.
엔진 터질까 봐 걱정했다는 게 과장이 아니게 들릴 만큼 후줄근한 오토바이였다.
강혁이 강탈한 농장에 있던 오토바이를 주워다가 사포질까지 해 댄 탓이었다.
“하긴 알면 저렇게 떠들지 않겠지. 근데 감도 되게 좋다? 새로 나왔냐?”
“네? 아뇨, 이 기종은 더 안 만들어요. 창문에 진동만 주면 무용지물이라…….”
“근데 왜 이렇게 잘 들리지?”
“아까 쏠 때 보니까 창이 얇은 거 같더라고요. 쟤네 숙소가 좋은 편이라고 해도 일반 사원들은 옛날에 지었던 거 재활용하는 느낌이잖아요.”
“아, 하긴 그렇지.”
사원들이라고 좋은 놈들은 결코 아니긴 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방관자들을 비겁하다 비난하는 게 지나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여긴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한 곳이었다.
한데 묶어 개새끼들이라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는 얘기.
하지만 다니엘 러셀을 비롯한 농장주들, 그러니까 이곳을 이렇게 만들고 또 유지시키고 있는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놈들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그들은 이 열악한 곳에 새로 지은 으리으리한 건물에 살았다.
그러면서 파티는 예전 총독이 살던 곳에서 열었으니, 그들이 속으로 이곳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 만했다.
“백강혁? 그 사람도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솔직히 죽으나 마나……. 그게 자기랑 뭔 상관이라고 그렇게까지 하냐.”
“혹시 모르지. 뒷구녕으로 뭐 하고 있을지.”
“아……. 그렇겠지?”
“그래, 말이 되냐? 머릿속에 꽃밭만 가득 찼어? 순수하게 봉사하는 놈이 얼마나 있다고. 얼굴 보니까 반반한 게……. 딱 봐도 사기꾼이야.”
그사이 직원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어째 백강혁 뒷담화 비슷한 방향으로 틀어졌기에 같이 듣고 있던 데니스는 저도 모르게 눈치를 보았다.
한달음에 저기로 달려가 꺵판을 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 웃지 마요. 지금 진짜 개무섭…….”
“껄껄.”
“우, 웃지 말라고요. 총 있어요? 그래서 이러는 거야?”
“무슨 소리야. 웃겨서 웃는 건데.”
“그,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의외로 강혁은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도 무서울 수 있는 양반이다 보니 오히려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만.
하여간 달려 나가는 대신 나지막한 미소만 흘려 대고 있었다.
“진짜야. 저 새끼들이 더 날뛰면 좋겠다니까? 영상도 진짜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
“아, 맞아.”
“뭐가 맞아.”
한창 강혁의 반응을 걱정하던 데니스는
“제가 찍은 거랑 지금 감청하는 거……. 이건 대체 어떻게 써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냥 유출? 아주 파장을 일으키긴 어려울 거 같은데.”
“이 아까운 걸 왜 그냥 뿌려.”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너 직업이 공작하는 요원 아니냐? 감 안 와?”
“누구 덕에 화이트 요원 된 지 오래라……. 음모 같은 거 잘 안 꾸미는데요.”
“좋은 사람 됐구나. 잘됐네. 고맙습니다 해 봐.”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