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22
많은 독자분들께서 사건의 진행 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이에 이후 전개에 있어 이런저런 수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평균 연재 화 수를 살펴보았더니 주 7.6회라는 저조한 수치가 나오더군요. 이럴 땐 볼셰비키 좌파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테일러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연참을 이어 가면 되지 않을까요?
평균 연재 화 수를 적절한 수치로 올릴 때까지 연참은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루스에선 말이 사람을 죽인다! (2)
그래서 루스는 어떻게 되었나?
왠지는 모르겠으나 온 루스의 귀족들을 굴비처럼 줄줄이 엮어서 레닌그라드까지 데려온 에센은, 이제 그들을 카라코룸까지 데려가겠다고 선언했다.
무슨 미친 짓인지 모르겠으나 대제국의 중시조인 만큼 뭔가 생각이 있지 않겠나?
“짐이 이들을 쓸 데가 있어 잠시 빌려 갔다가 돌려주겠네. 그동안 루스를 좀 치워 놓고 자네가 원하는 대로 개조해 보게. 짐이 그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네.”
“…폐하?”
“자네의 급진적인 루스 대개조에 들어갈 자원에 대해 이제 누구도 불평할 이가 없을 것 아닌가? 이들이 돌아오기까지 못해도 2년은 걸릴 터이니 그동안에 잘 처리해 보게나.”
포로가 아니라 거의 물건 취급이다. 그것도 거치적거리는 걸 치워 주겠으니 마음대로 해 보라는 식이다.
순간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머리가 멍해져 있던 에드워즈는 카간의 말소리가 돌아오자 겨우 정신을 차린다.
“나는 이만 자원들을 남기고 돌아가려네. 다만 한 가지 요청이 들어왔네.”
“요청이라 하셨습니까?”
“원산에서 보내온 이들에게 ‘목초지 계획’을 설명해 주니 제발 폴란드를 살려 달라며 애걸하였네.
그러니 ‘그대들은 몽골에 사막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가? 그대들이 우연히 실종되었다 하더라도 짐은 원산에 면피할 수 있네.’라고 대꾸하니 조용해지더군.”
“…과연 카간께서는 협상의 방식 또한 배포가 남다르십니다.”
“어찌 되었건, 그들이 하도 사정을 하니 받아 준 사항이 있기는 하네.”
에센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잇는다.
“루스에 새로운 신민들을 정착시킬 땅을 마련해 주게. 병사들의 고삐만 조금 잡아당겨 주면 그들이 어떻게든 살아 있는 인간은 데려올 거라 하니,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게나.
그대에게 부탁이 늘어 미안할 따름이네.”
“아닙니다, 폐하. 어차피 루스 재건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던 차이니 잘되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수고해 주게. 그대의 불편을 줄여 줘야 하니 곧 주치인 울루스 또한 ‘정리’하겠네.”
“…성은이 망극합니다.”
상식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정리’라는 말은 곧 수레바퀴보다 작은 사람만 살려 두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대화를 나눌 때마다 백만 단위의 목숨 줄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인가?
에센과의 대화를 마친 뒤 늘 그랬듯, 에드워즈는 한동안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
1,000년도 더 지난 그 옛날.
신실한 이들이 로마 제국의 핍박 아래 살아가던 그 시절.
교회의 반석이 되리라 하였던 베드로 역시 이곳 로마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하였으나, 마침내 복음은 승리하여 그 자리에 보편 교회의 중심지가 건설되었다.
사도궁(Palazzo Apostolico).
이곳에 바로 교황의 옥좌가 머무르고 있었다.
“…큰일이로군.”
물론 거룩한 옥좌라 하여, 그 위에 앉은 이가 거룩한 인간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교황 바오로 2세의 말로 짧게 요약되었으나, 교황청의 상황은 ‘큰일’이라는 한마디로 그리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 사치스러운 차림새와 허영심으로 인하여 ‘잘생긴’ 교황이라고 조롱당하는 바오로 2세.
본래 의심이 많아 가족들조차 밤중에 밀실에서만 만나는 그가, 추기경들을 불러 모아 놓고서 이리 회의를 여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유럽은 망했다! 카간의 군세가 쳐들어온다!”
―“맙소사, 주님께 기도를 올려야만 합니다! 다시금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징벌하러 오신 것이 분명합니다. 이교도 타타르는 우리의 죄과에 대한 채찍임이 분명하옵니다!”
―“흐히힉… 곧 여기도 망할 건데 자산만 챙겨다가 어디 안전한 잉글랜드로 적당히 몸을 피하면… 자네들은 뭐, 뭔가? 횡령죄라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거 놔! 놓으란 말이다!”
지금의 교회는 개판이었다. 하늘에서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에 앉아 계실 주 예수께서 보신다면 채찍질의 손맛이 심히 그리워지실 정도의 그런 난장판.
게다가 바오로 2세는 재임 초기부터 추기경들과의 약속이란 약속은 모조리 깨 버렸던 장본인이다.
추기경들이 전임 교황 비오 2세의 강력한 권위에 반발하며 선출한 것이 그였기에, 그 약속들을 깨지 않았더라면 바오로 2세는 허수아비로 남았으리라.
물론 덕분에 온갖 암살 시도를 피하려 대외 접촉을 피해야 했으니 교황청의 상황은 그닥 단결되어 있다 말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런 대낮에 추기경들을 소집하였다.
“이대로 가면 모두에게 멸망뿐이오!”
그렇다. 이 난장판에도 구심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이렇게 이교도의 군세가 그리스도인들의 영토를 침범해 오니 어쩌면 좋다는 말이오?”
“폴란드의 국왕이 아무 쓸모도 없이 타타르 황제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았소? 모두 그의 탓이 아니오?”
추기경 중 한 사람이 격분하여 외침에도, 모두들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는 카지미에시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루스를 침공하도록 강요한 것이 바로 그들이었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루스 수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넉넉하게 들어오는 약탈품의 물결을 바라고 있었던 그들로서는 역으로 되돌아오는 침공이라니 재앙에 가까운 결과였다.
이 모든 게 타타르가 맛보여 준 아름다운 재보들 때문이다! 지금 교황이 사용하는 접시 또한 타타르인들이 가져온 조선산 백자가 아니던가!
아아, 탐욕을 자극하여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다니 타타르의 침공 방식은 참으로 철두철미하도다!
그런 마음으로 모두들 안타까움에 고개를 내저으니… 이건 꽤나 굉장한 낯짝 두꺼움이다.
어느 가문이 꽂아 넣은 색마 누구 추기경, 어느 공화국의 후원을 받는 멍청한 누구 추기경….
하필 이렇게 한심한 교회를, 이 위기 상황에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교황은 잠시 머리가 아파 왔으나 그래도 최소한 전대미문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들 있으니 그것 하나만큼은 다행이었다.
“지금 이 순간, 카지미에시 4세에 대한 모든 모욕은 곧 보편 교회에 대한 모욕과 같소.
그는 우리의 대전사, 아니 그리스도의 대전사로서 위대한 싸움에 나섰고, 다만 패배하였을 뿐 선전하였소.”
“맞습니다! 방금의 발언에 대해 시정하시오!”
“…주님의 이름 앞에서 모두에게 사죄드리는 바요.”
교황의 선언에 빠르게 의견들이 정리되는 지금의 모습만 보아도 그러하다.
물론 카지미에시에게 받아먹은 사치품과 떡고물들이 달콤해서도 있겠으나, 그 또한 지금 교황청에 저항할 상황은 아니니 괜찮지 않겠는가?
“우리는 카지미에시의 전쟁을 전적으로 지원해야만 하오. 그는 기독교 세계의 방파제이며, 주님의 전사요.
또한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공변된 교회의 공인을 받은 로마 제국의 신성한 황제가 그와 대립하는 일은 없어야만 할 것이오.”
그렇기에 이러한 바오로 2세의 폭탄 선언에도 추기경들이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반박도 하지 않는 것이리라.
곧 이 소식은 저 멀리 합스부르크의 궁정에도 전해진다.
* * *
“…교황 성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 하였는가?”
“예, 폐하.”
가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프리드리히 3세는 손짓으로 그를 물려 보낼 뿐이었다.
…‘카지미에시의 전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로마 황제가 그와 대립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에게 작금의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거래를… 제안하는가?”
카지미에시를 지원하라는 무언의 압박.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와의 모든 외교적 갈등을 청산하라는 요구.
이런 요구 사항들을 내놓았다면, 분명히 그에 따르는 보상 역시 존재하리라.
교황은 그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공변된 교회의 공인을 받은 로마 제국의 신성한 황제’.
황제권의 보장을 암시하는 것일 터다.
사실, 프랑스 왕에게 교황이 납치를 당하니, 교황이 둘이니 셋이니 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닥으로 치달아 가던 교황권이 다시금 부상할 기회다.
기독교 세계 전역에 대한 위협은 곧 기독교 세계의 구심점에게 권력과 명분을 가져다준다. 자명한 이치다.
―“카간의 군세가 리보니아 연맹을 거의 완전히 밀어내고 있다!”
―“적들이 ‘악마의 총’과 타타르의 기병대를 앞세우니 한자 동맹의 도시들 역시 함락되기 직전이다!”
마찬가지로 제국 전역에 대한 위협은 그 구심점에게 권력을 주리라.
바로 자신에게.
헝가리와의 외교적 갈등이 멈추었다. 저들에게 생존의 위협이 완연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역시 그러하다.
황제 자신부터가 그를 지원했고, 카지미에시는 그에게 숱한 선물을 보냈다.
이전의 이해관계들은 너무도 하찮았다. 이전의 ‘재앙’도, ‘번영’도, ‘변화’도 모두 이 새로운 재앙과 새로운 부, 새롭게 들이닥치는 사건의 전조들 속에서는 그저 장난이었다.
오랜 원수들이 겁에 질려 뭉치고 있다. 아마 그 구심점은 교황과 자신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교황과 황제가 결탁하고 둘의 권위가 강해지니 둘 사이의 저울질에서 자치를 누리던 이탈리아의 소왕국들은 경악하리라.
그리고 그 연합 세력의 대전사는… 오랫동안 교황청과 제국의 눈엣가시였던 카지미에시라니?
즐거운 모순이다.
합스부르크가에 거대한 이득을 안겨 줄, 위대한 계기가 되리라.
* * *
“젠장! 그래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전하, 하오나 교황청에서 이야기하기를 합스부르크와 야기에우워(Jagiełłonowie,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왕조)의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멸망 직전에 놓인 상황이니….”
이교도 카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카라코룸으로 돌아갔으리라.
그러나 그의 군대는 남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아니, 동부 유럽을 박살내기 위해서.
루스에서의 마주한 타타르인들은 신사적이었다. 몇몇 포로를 신문해 보니 대부분 총관부로부터 직접 봉급을 받으니 굳이 약탈을 더하여 봉급을 깎일 일을 만들지 않는다 하였다.
그리고 루스와 루스인의 보호가 어느새 그들의 활동 목적으로 자리 잡혔는지 루스인들에 대한 태도나 대우 또한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에센이 데리고 온 것들은 사탄의 종자가 틀림없다.
전투, 승리, 약탈, 방화, 전투, 승리, 약탈, 방화… 그 네 가지 단계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저건 더 이상 군대가 아니다. 들불이나 메뚜기 떼다.
거기에 뭔가 기괴한 정황들까지 포착된다.
붉은 망토를 걸쳤으나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외양의 수사(修士)들이 폐허가 된 가운데 죽지 않은 농민이나 귀족, 수도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납치한다고 들었다. 아니, 자발적으로 따라간다고 했던가?
특히 신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을 마주하면 무언가를 길게 이야기 나누고, 곧 그러면 약간 미치광이 같은 얼굴을 한 채 신음하는 학자들이 그들에게 설복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행렬로 따라나선다고 한다.
…그들이 든 십자가 모양도 어쩐지 기묘하다. 낫과 망치 모양에 별이 있다고 헀던가? 아무튼 인근 교회에서는 그를 악마의 상징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도 있는 모양이었다.
집과 밭은 불타고, 땅은 피로 젖고, 사람들은 미쳐 간다.
마치 모세의 저주가 내리자 물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와 이와 파리 떼가 들끓었던 애굽 땅의 이야기가 그대로 펼쳐지는 듯했다.
“그래도 성채와 요새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버텨 보면….”
“전하, 저들은 그 성채와 요새를 1년 넘게 포위하여 고사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반 셰먀킨의 지적은 너무도 뼈아팠다. 그러나 그 사실을 말하는 이반 본인은 크게 타격이 없어 보였다.
왜겠나? 자기 영지였던 모스크바와 리투아니아의 땅뙈기들은 이미 타타르인들의 축제가 펼쳐진 지가 한참이다.
제거 대상 1순위의 반역자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한 그가 돌아갈 곳은 이제 없었다. 사실상 그는 이제 작위 없는 귀족이다.
지난 며칠 동안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 채 맨발로 뛰어다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사람이 완전히 체념했는지 멀쩡해졌다.
눈빛이… 좀 생기가 없는 것만 빼면.
완전히 망한 사람은 아직 망해 가는 중인 사람보다 차분하다는 진리를 카지미에시는 다시금 깨닫는다.
“전하.”
이반 셰먀킨은 그리고, 누구보다도 차분한 말투로 말한다. 이미 카지미에시가 겪는 번민과 고통에서는 모두 해탈한 듯한 저 무감각한 표정, 죽은 눈.
“슈체르비에츠(Szczerbiec, 폴란드 국왕의 대관식에 쓰이던 전설적인 검)의 주인이 다스려야 할 마땅한 영지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결단이 내려져야 합니다.”
“…정말 그 수밖에 없겠는가?”
“그렇습니다. 전쟁에 유럽을 완전히 끌어들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잉글랜드나 프랑스만 보더라도 이미 이 전쟁을 남 일 보듯 하고 있사옵니다.
기독교 세계의 방파제로서 역할을 공고히 하려면 어쩔 수 없는 희생입니다.”
“그렇다면 알겠다.”
카지미에시는 몸을 일으켜 이반 셰먀킨을 바라본다. 영지 없는 영주와 나라가 반 토막 난 왕이다.
이 파산 직전의 인간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단 하나.
“…황제 프리드리히 3세에게 봉신으로서의 지위를 요청해 보겠다.”
아직 안 망한 인간에게 붙어먹기.
제국 귀족 카지미에시, 제국령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기독교 세계의 대영웅 카지미에시, 그리스도의 방파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역사가 뒤틀린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공명의 갈림길 (1)
호조즈성의 포위가 풀리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이뤄진 전투는 호조즈성 근처에서의 시가전.
적들은 좁다랗게 달라붙은 집과 집 사이로, 골목과 골목 사이로 숨어들어 목책과 갖은 기물을 쌓아 만든 방벽 너머에서 버텼다.
“젠장, 화살을 쏴라! 쏘라고!”
“사거리가 닿지를 않는데 화살을 쏴서 뭘 하겠습니까?”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최대한 멀리서 제압하라! 백병전에서는 화력의 우위라는 이점을 잃는다!”
“저 말 들었지? 당장 돌격이다! 가까이 접근하면 저들도….”
―탕.
“…접근하려고 하면 죽는다! 다들 꽁꽁 숨어서 활과 화살에 의존하라! 제대로 버티기만 하면….”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항복! 항복하라!”
물론 버텨 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기관총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으니 목책은 걸레짝이 되었고 얼기설기 쌓인 바리케이드 역시 그 너머에 지킬 사람이 모두 처리되면 진입을 다소 귀찮게 할 뿐이었다.
조선과 원산에서 보낸 의용군의 규모는 약 2천 정도뿐이었으나, 모두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쯤의 화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또한 병력의 질 역시 막 조선에 도착했을 때의 허약한 의용병들이 아니었다. 실탄을 이용한 훈련을 거치며, ‘총’이라는 무기를 다루는 데 익숙해진 군대의 첫 세대였다.
패배란 생각하기 어려웠다.
“가독! 제발… 부디 살려만 주시구려! 우리는 결국 혈족이 아니오? 사소한 분란이 있었다 하여 한 가문끼리 서로를 몰살한다면 우리 진보씨가 얼마나 버티고 설 수 있겠소?”
“만일 그대가 반역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내게 똑같이 했겠지. 내가 똑같은 말로 구걸했을 수도 있겠고.
그러면 그대가 내 말을 들어줬겠나? 집행하라.”
“가독! 부디, 부디…!”
―서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