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15
“죽음과 지옥을!”
공모자들은 반쯤 흥겹게, 반쯤 결연하게 외치며 고개들을 끄덕거린다.
어차피 우리에게 모자란 판이라면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끼워 주고 판돈을 키우자.
나만 망하는 것보다야 모두가 휘말리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테니.
그렇게 교황령의 음험한 거미들은 사방팔방으로 그들의 거미줄을 흩뿌린다.
이탈리아 전역을 전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 * *
로렌초 일 마니피코가 죽은 날, 피렌체 전역은 슬픔에 휩싸였다.
곳곳에 조기가 내걸리고, 시민들은 없는 돈으로 꽃을 사서 로렌초와 줄리아노가 묻힐 산 로렌초 대성당을 향하여 그 잎을 뿌렸다.
울음소리와 분노한 고함이 들려오지 않는 거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의 베네치아는….
“뭐지? 왜 이렇게 상쾌하지?”
채권자가 죽었으니까.
로렌초가 죽으면서 복잡한 법적 절차에 따라 수많은 이들의 채무는 공중분해가 되었다. 일부는 여전히 채권이 승계되었으나,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수의 사람들에게서 빚이 사라졌다.
“어… 메디치가는 한 번 더 안 죽나?”
“딱 한 번만 더 쿠데타가 일어나줬으면 좋겠네! 비바(Viva)!!”
곳곳에 국기가 휘날리고, 시민들은 없는 돈으로 꽃을 사서 온 사방에 흩뿌렸다.
웃음소리와 기쁨의 함성이 들려오지 않는 거리가 없었다.
10인 위원회의 회의 시간 역시 ‘상쾌한 아침’을 즐기기 위하여 오후로 미루어졌고, 다른 이들의 근무 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10인 위원회의 여러분.”
바로 얼마 전에 전임 도제였던 안드라에 벤드라민이 서거하면서, 갑작스럽게 선출된 조반니 모체니고가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에게 말한다.
“밀라노가 무너졌습니다.”
“좋았어!”
“이렇게 기쁠 수가! 빚 갚으라고 독촉하던 놈은 죽어 없어지고, 경쟁자들은 줄줄이 망해 간다니!”
베네치아로서는 이렇게 행복만이 다가온다.
“그런데 사보나롤리스타들이 집권한 모양이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있겠소? 또, 우리에게 신경 쓸 이유는 어디 있겠소?”
“물론 저들에게 세력이 쏠리기야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당장 전쟁에 돌입할 이들이 뭘 할 수 있겠소? 이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잖소?”
걱정이라고는 뇌에서 사라지다시피 하던 의원들이 차례차례 입을 열었다.
아, 베네치아여! 얼마 전까지 무너져 가던 네가 이렇게 되살아나니 너는 축복받은 공화국임에 틀림없구나!
“하지만 지금 당장 교황청과 피렌체가 각각 군세를 모으고 있소. 이를 어찌할 것이오?”
“그야 당연히 이런 중대한 상황에는 마땅히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소?”
이 음험하고 음습한 상인 공화국에게 있어 ‘중대한 조치’란 무엇일까?
그 ‘중대한 조치’에 대한 제안서를 실은 곤돌라가 석호(潟湖)와 운하를 지나, 도시 외곽에서 갤리선으로 옮겨 실어지는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베네치아 정부의 신성한 인장이 찍힌 그 제안서는 아드리아해를 지나고, 메시나 해협을 건너 이탈리아반도의 서쪽 끝으로 향한다.
바로 베네치아의 오랜 적수 중 하나이던 제노바.
기밀하게 제노바 의회를 향해 전달된 그 제안서의 내용은….
“베네치아로부터 들려온 소식 들었나?”
“그래, 한탕 뛰어 보자고 연락이 왔다지?”
뻔하다. 돈놀이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제안서를 받아 든 제노바의 위정자들은 웅성거린다.
한창 좆 되어 가던 참이라 가슴 한편을 흡족하게 만들던 베네치아가 어느새 해적 사업으로 입에 풀칠해 가며 재기를 노린다.
그를 보고 뭇 제노바인은, “해적이라니 참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하니 지옥에 가리라”라고 단평했다.
이교도와 거래하여 지중해 연안 기독교 국가들의 경제를 망하게 만든 건… 그건 주님이 보시기에 앙증맞은 애교라 괜찮다.
그러나 이 ‘부도덕한 해적질’에 대한 제노바 시민들의 비난 역시 어느새 뚝 그쳤는데,
이는 그 ‘다소 모험적일 뿐 도덕적으로 떳떳한 무역 사업’이 제노바의 호주머니에도 꽤나 많은 공헌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제노바인들로선 내심 저 원수들과 함께 부대끼며 돈을 버는 게 고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해묵은 원한 따위 무슨 상관이랴 싶던 참이었는데.
거기에 베네치아가 또 하나의 폭탄을 던진 것이다.
“지금 들었소? 저들이 말한 바에 대해서 말이오.”
“하기사… 지금의 구도대로 간다면 피렌체와 밀라노는 저 이베리아의 적대와 교황령의 협잡 속에서 고사하기야 하겠소만.”
“밀라노 근방의 다른 소국들도 그렇지만, 우르비노 공국의 움직임도 심상찮소. 지금의 해적 조합을 깨 버리고서라도 피렌체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 같더군.”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 버리면 아니되오! 피렌체와 로마가 용병을 산다면 그 중개 수수료는 누가 버는데!”
“그러니 저들이 사절과 서신을 보내온 것 아니겠소?”
“한번 표결을 부쳐 봅시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만장일치.
제노바와 베네치아는 그렇게 오랜 원한을 떨치고 더 숭고하고 위대한 대의를 위하여 손을 잡았다.
전 지중해를, 기독교 세계를 위협하는 한 가지 거악(巨惡)에 물리치기 위하여 분연히 궐기한 것이다.
그 거악은 바로, 수익률 감소.
해결책은 단 하나, 전쟁 특수.
이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투쟁은 영원토록 역사에 남으리라.
* * *
무장한 예언자 (6)
아라곤, 발렌시아, 마요르카, 사르데냐의 왕이자 바르셀로나의 백작.
이 얼마나 바라마지 않던 칭호던가.
아버지가 바로 얼마 전에 돌아가셨으니, 이제야 그는 진정한 왕이 되었다.
물론 그동안 카스티야의 ‘명예 왕’이기는 했다. 위대하신 부인을 위한 한갓 트로피이자 동맹을 위해 넘겨진 상징물 수준이니 퍽도 영광스럽고 탐이 나는 자리다.
본래대로라면 카스티야의 왕위를 둘러싼 내전에서, 수십 살 차이나는 포르투갈의 아폰수 5세와 결혼한 후아나가 포르투갈군을 기용했을 때 이사벨은 아라곤의 군사적 도움이 없었다면 왕위에 오르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후아나는 저 멀리 아메리카로 가 버렸고, 이사벨은 아라곤에 큰 신세를 지지 않고 무난히 즉위할 수 있었다.
아라곤 왕실과의 혼인 관계가 선왕인 그의 오라비 ‘선교왕’에게 압박이 되었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라곤의 기여 또한 딱 거기까지다. 이사벨은 정식 계승자로서 수월하게 왕위를 이어받았으니.
즉, 페르난도 2세는 원래 누려야 할 것보다 훨씬 보잘것없는 영향권만을 가지고서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했다.
한두 번씩 부인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는 귀족들과 연대하거나, 어떻게든 이사벨 본인을 말로 구슬려 보려 노력했으나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제 오라비를 직접 죽이고 힘겹게 얻은 자리라 이건가. 단 한 줌의 권력도 나누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솔직히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 의지의 결과 페르난도 2세는 정말 아무 일도 없는 한량이 되었지만.
그러나 이제 그 역시 왕이다.
지중해 경제와 함께 기울어 가는 아라곤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자신만의 왕관을 쓴 떳떳한 군주였다.
페르난도 2세, 아라곤과 시칠리아의 왕.
그는 긴장한 채, 고개를 빳빳이 세워 부인의 궁정으로 진입하였다.
나는 이제 신하처럼 고개 숙이지 않는다… 나도, 독립 국가의 왕이니….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도, 자기를 내려다보는 이사벨을 보고 저도 모르게 시선을 바닥으로 깔아 버렸지만.
이사벨은 그런 페르난도의 심정을 읽었는지 미소와 함께 당당하게 턱을 들어 올리고는 말한다.
“사랑하는 부군께서 오셨구려. 오시오. 이번에는 무슨 소식을 내게 전해 주러 오셨소?”
이사벨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페르난도 2세는 편지 한 벌을 건넨다.
“나의 아름다운 부인이여, 나폴리의 지배자이신 나의 삼촌 페르디난도의 서신이라오.”
이사벨은 그 말에 봉인을 뜯어진 편지를 펼치고는 빠르게 한 줄 한 줄씩 읽어 내려간다.
“피렌체의 세력 확장을 막고 진실된 신앙을 수호하려 한다. 부디 도움을….”
입속으로 굴려 가며 그 의미를 꼼꼼히 씹어 삼키던 이사벨은,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 다시 편지지를 고이 접어 팔걸이에 올린다. 달려들어 온 시종이 그 편지를 은쟁반에 받치고서는 멀리 치워 낸다.
“당신 삼촌이 나의 도움을 바라는군.”
“‘우리’의 도움이라오. 나의 위대한 부인이여. 더 정확히는 아라곤 국왕인 나를 위한 것이지.”
“그는 중요하지 않소. 부부는 한 몸과도 같으니 아라곤과 카스티야 역시 그러하지 않겠소?
그리고 나의 의견이 필요 없다면 어째서 이렇게 서신까지 내게 가져왔다는 말이오?”
그건 맞다.
바보 같지만 ‘아라곤의 국왕 페르난도 2세’는 이사벨의 허락이 없다면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니.
낭패감에 페르난도가 이사벨을 바라보자 그는 싱긋 웃음으로 화답한다.
그냥, 좋다고만 해라.
어차피 네 입장에서도 이탈리아 패권을 그냥 놓아 버리기엔 아까운 것 다 안다. 해적 조합 내에서 아라곤의 목소리를 크게 키워 버릴 기회이니 너도나도 잃을 게 없는 싸움인데….
“좋소.”
다행이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페르난도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현명한 선택이오, 부인.”
“단 조건이 있소.”
이사벨이 말하자 페르난도는 다시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표정이 굳는다.
“카스티야의 군세도 함께 보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아하, 교황령의 수호자란 이름을 나눠 갖고 싶다 이 말이지.
잠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돌려 가던 페르난도는 곧 결론을 내린다.
“좋소. 보내시오.”
부부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애정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화목한 한 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애정의 대상이, 새로이 정복될 이탈리아의 영토라는 점을 알면 섬뜩하겠지만.
이탈리아 내부의 분쟁이 본격적으로 반도 바깥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지중해의 진주 더미와도 같았으니, 그를 탐내지 않는 군주가 더 이상한 자이리라.
이제 피렌체와 로마의 문제가 이탈리아의 것으로, 이탈리아의 것이 유럽의 것으로 커져만 간다.
* * *
한편 이탈리아 내부도 바삐 돌아갔다.
그중에서도 막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밀라노는 더더욱.
“평의회의 여러분들은 보십시오! 우리 정부를 향한 기부금이 이리도 크게 쏟아집니다!”
한낱 상점주였고, 이제는 밀라노 신정부의 대평의회 의원이 된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손에는 한 장부가 들려 있다.
“우리의 새로운 공화정을 수호하고자 하는 애국적인 시민들이 이리 금품을 모아 거액을 공화국 정부에 헌납하였소!”
“그렇다면 이 헌신적인 기부자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알 수가 없구려.”
“이럴 수가, 참으로 숭고하구려! 공화정에 헌신하는 자신들을 뽐내려 하지 않으면서도 이리 위대한 일을 하다니!”
“익명의 시민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이 밀라노를 다스리는 유일하게 적법한 군주이신 주님께서 그들을 굽어살피시기를….”
“아멘. 공화정이여, 자유와 평등이여, 영원하라!”
“아멘! 익명의 시민들에게 조국에 대한 헌신으로 보답하겠소!”
밀라노의 새로운 대평의회, 새로운 공화 정부는 사실 몹시도 불안정했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도 군주정을 겪었던지라, 그 반동으로 피렌체보다도 더더욱 권력 독점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피렌체에 존재하던 곤팔로니에레 제도까지 삭제하였다.
오로지 대평의회에 의한 지배가 이뤄지는 집단 지도의 공화정.
분명 권력 독점이 사라지면서 어떤 미친 카이사르가 친위 쿠데타를 꾸린다거나, 제 권력 기반을 다지려 기상천외한 짓거리를 꾸며 자원을 낭비한다거나 하는 일은 사라졌다.
허나 그만큼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반역 음모나 대외적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처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30인 위원회에서는 애국적인 시민들의 무장을 장려하겠소.”
“각 소평의회에 담당 구역을 할당하여 스스로 치안을 담당하게 하고, 또한 밀라노 대평의회 직속의 치안군이 각 구역을 순찰하며 이중으로 보호하겠소.”
“이 칙령은 지금 이 선언 이후로 비로소 효력을 얻게 됨을 선포하는 바요, 공화정 만세. 사보나롤라 만세.”
게다가 지금 이 밀라노의 경제적 파탄과 정치적 불안정은 단지 사보나롤리스모(Savonarolismo, 사보나롤라주의) 정부 하나 세워 놓았다 해서 쉬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피렌체의 곤팔로니에레 대신 베네치아의 10인 위원회를 본따 대평의회에서의 간선을 거쳐 세워 놓은 ‘30인 위원회’는, 피렌체를 벤치마킹한 충성파 시민군을 통해 겨우겨우 치안 유지와 반역 음모 색출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나마 충성파라는 시민군조차도 통제 가능한지를 확신 못 해 부족한 인력의 정규군을 여기저기로 순찰 돌려야 했고.
이러한 조치들은 분명 효과적이었으나, 충분하지는 못했다.
혼돈 속에서 폭주하던 밀라노라는 국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많은 이들은 밀라노의 신생 공화정이 중간 계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역시 한 달 이상을 넘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그만큼도 3일을 못 간 정부가 태반인 밀라노에서는 대단한 성과지만 말이다.
허나, 공화국은 이겨 냈다.
“이 기부금의 총액을 보시오. 당원들을 모두 무장시키고도 남지 않소?”
“출처가 의심 가는 곳이 정녕 없소? 어떻게 해도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돈이라니 의심이 가지만은….”
“기부자의 이름은 가명이었고, 야심한 밤에 망토를 두른 채 자금을 놓고 사라져서 목격자도 거의 없습니다. 더 이상 캐내는 건 무의미할 듯합니다.”
“걱정들 마시오. 황금과 조국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법이니. 자, 한 번들 만져 보시오. 제대로 된 플로린 금화가 맞소이다. 이것이 우리 조국을 구할 것이오.”
기부자의 정체가 어찌 되었건 밀라노인들을 흥분시킬 만한 소식은 맞았으니, 30인 위원회와 대평의회의 의원들은 그 의문스러운 돈 자루를 들고 뭇 밀라노 시민들을 향해 연설하였다.
―“보아라! 공화정 아래 시민들은 고결한 덕성을 회복하고 압제자에 의해 강요되지 않은 순전한 애국심을 발휘하여 이렇게 정부를 위해 모금하였다!”
―“이것이 공화정의 도덕적이고 기능적인 우월성을 나타내는 징표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인간은 주님께서 주신 자유와 평등을 오롯이 누릴 때 가장 고결해지나니!”
공화국 정부는 어디선가 익명으로 쏟아지는 정치 자금들 덕분에 빠르게 한숨 돌릴 수 있었고, 밀라노 시민들 역시 오랜만에 누리는 안정에 공화정을 향한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몇몇 눈치 빠른 의원들이 께름칙함을 느끼든 말든, 대평의회 대부분의 인사들과 시민들은 이미 혁명적 열성으로 가득했다.
이제 혼란과 파괴 속에서 질서와 생명을 틔워 낸 밀라노 공화당의 찬란한 업적을 자랑할 때였다.
이내 웅장한 규모의 사절단이 피렌체를 향하여 출발하니 시민들은 그들을 위하여 꽃과 비단천을 던지며 환호하였다.
사보나롤리스모의 발원지인 피렌체로 시작하여, 다른 인접국들에까지. 공식적인 사절을 보내 이 공화국이 당당히 섰음을 알려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이름 모를 애국 시민들의 열렬한 기부와 성원 덕분이었으니.
밀라노 전체가 그 익명의 기부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했다.
문제는 그 익명의 공화주의자 애국 시민들이….
“정치 자금은 다 전달되었소?”
“한 푼도 빠짐없이. 우리 일 처리를 모르오?”
“잘 아니까 의심하는 거요. 세상에 믿으면 안 되는 족속이 둘 있는데, 사탄과 베네치아인이오.”
“역시 제노바인들은 프랑스와 교류가 잦아서 그런가 우리와 쓰는 말이 다른가 보군. 제노바인을 프랑스어로는 사탄이라 하나 보오?”
세상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족속들이라는 것이었지만.
제노바가 주었든, 프랑스가 건넸든, 악마가 하사했든, 금은 금이다. 게다가 어찌 되었건 베네치아와 제노바도 일단은 귀족 ‘공화국’이 아니겠나?
두 국가의 금이 밀라노 시민군의 무장을 튼튼히 하며 국경을 수호할 용병들의 임금을 대리라.
이것으로 공화국이 각지의 불만 세력들을 제압하고 포섭할 힘을 얻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