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25
그러나 문제는 주상의 신변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위치상의 우위를 잃어버렸다는 것.
“젠장, 수양의 무리로부터 주상 전하를 지켜야 한다! 저 놈들을 뚫고 간다!”
“주상 전하 천천세!”
“악덕 부르주아의 군대! 반드시 막아내자!”
“와아아아아아! 마르크스! 마르크스!”
그렇게 적백내전도 아닌데, 국왕과 마르크스의 이름이 동시에 외쳐지며 싸움에 돌입했다.
물론 한명회는 마르크스 역시 신의 이름인가 보다, 하고 넘겨짚었지만.
그렇게 이상하고도 처절한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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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우리 재량으로 조직적 기반을 날려버리게 만들어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난리가 난 이상, 연락선이고 뭐고 끊길 수밖에 없었어요. 현지 조력자들과 우리측 요원들만이라도 이렇게 무사하게 나가는 것은 다 당신들의 거래 덕분입니다.”
수양대군이 장악한 순군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르네 앙티에르, 매원, 그리고 한양에 미리 잠입해 있던 원산 측 인사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도성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앙티에르와 매원 입장에서는 동지들을 팔아 넘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 한 몸 살리고자 노동자, 농민들을 봉건 권력자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들의 목숨이 헛되이 죽으리라 생각하면 너무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르네.”
앙티에르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인 조직가가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뒤돌아보지도 마십시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먼데, 어떻게 매 순간 뒤돌아보며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들의 싸움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목숨을 구했고, 또한 처음으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손과 발로 싸움에 나섰어요. 노래 하나에 목숨을 거는 행위는 미친 짓이지만, 저들은 그 미친 짓을 마음이 시켜서 했습니다. 저들 스스로 말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모르지 않습니까? 저들의 투쟁이 소련에, 그리고 이 땅의 피착취계급에게 어떤 중대한 의미로 남게 될지···”
“···알겠습니다. 위로 감사합니다.”
앙티에르가 붉어진 눈시울을 두 손으로 감싸 쥐자 매원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곧 성저십리를 벗어나 평온한 곳에 다다르자, 병사들은 그들과 헤어져 도성으로 돌아간다. 아마 싸움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떠나는 이들에게도, 떠나는 이들 나름의 싸움이 있다.
저들은 다시 수백 리 길을 걸어 원산으로 돌아가리라. 한양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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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뚫렸다!”
“진격하라! 시어소로 가장 먼저 도착해야 한다!”
“저들을 쫓아야 하오! 다들, 다들 괜찮은 것이오?”
“지···지금 반은 넘게 죽었수다. 더 이상은 역부족이오···.”
“이런 젠장··· 그러면 저들이 주상 전하를 데려가는 걸 그냥 봐야만 하는 것이오?”
“아마도 그렇겠지··· 그런데, 당신 정녕 그 패는 없는 것이오?”
“무슨 패 말이오?”
“그 공산주의자들이면 들고 다니는 금속 패 말이오.”
한명회는 그가 말하는 것이 앙티에르가 들고 있던 메달임을 뒤늦게 눈치챘다.
“내, 내가 그를 잊어버려 난리통에 찾을 수가 없었소!”
“그러면, 당신이 소련에서 왔다는 사실을 어찌 장담할 수 있겠소? 그리고 저들과 왜 싸우는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잖소?”
“···”
“맞네··· 너무 많이들 죽지 않았나? 그런데 싸움의 이유도 이야기해 주지 아니하고, 패도 없는 자의 지휘를 받아 이리들 다쳤으니 어찌하겠나. 우리로서도 더 많은 사람을 이리 죽음으로 몰아갈 수는 없소. 이쯤하고 우리는 이제 떠나야 하겠소.”
“자, 다들 돌아가세.”
한명회는 슬슬 이들을 더 부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깨끗이 보냄이 상책.
“그럼··· 지금까지 고마웠소.”
그렇게 한명회가 모아낸 병력은 다시 흩어져버리고, 남은 것은 자신이 이전부터 데리고 다니던 잡배들뿐.
뭐, 더 이상의 희생을 저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명회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지언정 미련은 가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머릿수로는 안평을 쫓아갈 수 없다는 것.
‘몸부림 쳐봤자··· 시간 끌기 이상은 되지 못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대로 갈 수만은 없는 일. 남은 병력이 십수 명일지라도 시어소로 향해야 한다.
한명회는 서둘러 안평의 뒤를 쫓았다. 제발, 그가 주상을 확보하지 못 했길 바라며···.
그리고 레닌이라는 신이 그에게 광명을 비춰 주기라도 했는지 몰라도,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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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달려온 안평대군의 눈에 드디어 시어소의 담장이 아른아른거렸다.
비록 넓기는 하나 결국 궁도 아니고 서울에 많고 많은 기와집 중 하나일 뿐이건만.
안평에게는 지금 저곳이 승리의 성소처럼 보인다. 언듯 언듯 보이는 처마도, 그 아래의 서까래와 기둥도 사랑스럽기가 그지없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병력들에게 주위를 경계하도록 명하고.
차근차근, 안평은 떨리는 마음으로 시어소 부근을 향해 걸어갔다.
당연히 무장한 무리가 가까워오자 경계심을 품던 호위병력들은 곧, 안평대군의 얼굴을 알아보고 긴장된 태세를 누그러뜨린다.
아아, 저 문턱을 넘으면··· 보좌가 있노라.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그토록 오랫동안 웅크리며 그려왔던.
이 날을 위해 너무도 많은 이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종서, 황보인, 민신··· 그러나 그 수모도 이제는 끝난다.
만인지상의 지존이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겠느냔 말인가?
시어소의 안에 들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당직을 서고 있던 승지(承旨) 최항이었다.
한창 대신파들의 연줄이 끊기고 출세길이 막혀갈 때 그가 비호했던 인사 중 하나인 최항.
대신들의 자리가 비고, 의정부에 자리가 생기자 안평은 재빨리 그를 동부승지로 꽂아 넣었다.
이런 사소한 안배 하나하나가 오늘날, 승리로 가는 계단을 굳건히 만들어주었으니···
애초에 형님과 같은 소인배는 왕이 될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 어찌 된 일입니까?”
“역모야. 수양대군이 난을 일으켜 군사를 일으키고 주상 전하의 신변을 노리고 있네.
지금 당장 전하를 뵈어야 하겠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씀이냐니? 난중(亂中)에서 옥체를 지키자는 것이 그리 해괴한 요구인가?”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갑자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최항은 전각들 사이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그가 데리고 나온 것은··· 엉뚱하게도 영양위 정종, 주상의 친누나인 경혜공주와 결혼한 이 집의 주인.
“주상을 뵙겠다 하지 않았나? 왜 계속 이상한 짓거리만 반복하는가?”
“대, 대, 대감···.”
떨리는 목소리로 정종이 말하자 안평은 무언가 일이 심각하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정종 또한, 자신의 입에서 나올 말이 얼마나 흉측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점점 표정이 비틀어지는 안평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방금··· 사람을 보내어 주상을 피신시킨 것이 대감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뭐?”
“방금 전 신숙주와 일파들이 대군의 명이라며 주상 전하를 급히 데려갔습니다···. 난이 일어나 군사들이 들이닥치기 직전이라기에··· 나중에 대군께서 직접 오시어 나머지 관원들을 지키신다기에 저는 그런 줄로만 알고···.”
안평이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을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초.
그 2초간의 침묵 동안, 온 천지가 멈추는 듯하였다.
그리고 안평대군은,
“하···하하···”
“대, 대감?”
“망할··· 망할 놈들··· 버러지 같은 놈들을, 내 손으로 키우고, 먹이고, 글과 그림을 배우게 하고···
당장 잡아와야 한다! 역적들이 주상을 납치하지 않았느냐!”
피가 튄 옷과 몸뚱이, 반쯤 미친 얼굴.
누구도 그를 사교계의 중심에 서 있던 그 안평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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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미친 새끼, 미친 새끼. 이게 뭐라고 진짜로 저질러 버리나?”
“그럼 우리만 살자고 가만히 있어야 했나? 대군들이 전하를 잡았으면, 당장 돌아가시든, 후에 폐위당해 돌아가시든 결국 살해당하셨을 것이야!”
“이히히히히, 내··· 내 등뒤에 주상 전하가··· 전하가···”
“매죽헌, 저 놈은 왜 저러나?”
“아까 말 타기 전에 저 인간 술 들이킨 것 못 봤나? 긴장해서 몇 번을 토하길래. 그냥 마시고 정신이라도 보전하라고 줬네.”
“아니, 자네는 취객의 등 뒤에 주상을 태웠단 말이야!!”
“이미 끝난 일 아닌가?”
하위지의 고함에 신숙주는 천연덕스럽게 답한 뒤, 다시 박차를 가해 달렸다. 곧 눈앞에 흥인지문이 보인다. 당연하게도, 아직 안평이든 수양이든 상황 파악이 되지는 않았을 터.
수문장들이 보이자 신숙주는 갓을 살짝 들어 얼굴을 내보이며 외쳤다.
“대군 대감의 명령일세! 어서, 어서 성문을 열게!”
당연히 어떤 ‘대군 대감’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도성에 들어올 때부터 누구든 칼 든 이들을 마주치면 이렇게만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다급하게만 말하면 통과가 되었으나···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상태.
“대군 대감의 명령이라 하셨습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저 변명이 통할지 어떨지는 모른다.
일단 소장파들이 타고 온 세 필의 말이 멈춰 섰다. 주위의 병졸들은 전부 몰려들어 무기를 꼬나쥔 채 긴장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온, 이 근방의 책임자로 보이는 인사는 그들이 알던 수문장이 아니다.
“대감께서는 사대문을 막고 함부로 오가는 이가 없도록 엄금하셨습니다. 도성 안에서 난을 일으키려는 작당들이 있으므로, 도성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가 흉참한 무리들의 준동을 막으라 명령하셨을 뿐입니다.
동부승지 영감을 통과시키라는 말씀은 미처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른 나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가 대군의 명령을 급히 받았다 하지 않았나? 만일 대사를 그르친다면···”
“동부승지 영감, 저는 승정원에서 대군 대감의 명령을 따르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신숙주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시간을 끌다간 모두 죽는다. 만일 저들이 박팽년의 등 뒤에 타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챈다면···
“홍달손.”
신숙주는 겨우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불렀다. 갑자기 이름을 부르며 하대하자, 홍달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자네에, 수양대군 대감의 명령이 같잖은 것인가아!”
거기에 박팽년이 거들어 호통을 친다. 술기운에 약간 꼬부라진 목소리긴 하지만, 크게 호통을 치니 그 부분은 가려졌다. 순간 선비들은 빠르게 서로의 눈길을 주고받는다.
제발, 제발 저 새끼가 수양대군의 사람이 맞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대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양편으로 갈라진다.
그렇게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성을 달려나갔다.
긴 새벽이 끝나가고,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동쪽으로 달렸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피비린내나는 한양은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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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Say, run. (2)
경기도 풍양현.
겨우 챙겨온 패물 일부를 농부에게 넘기고, 방 하나를 빌려 여섯 사람이 모여 앉았다.
겨울이라 해는 느리게 뜨고, 이제야 사위가 밝아오는 아침이다.
“···그래서, 어찌할 건가?”
하위지가 조심스레 묻자 박팽년이 급하게 비운 밥상을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어찌하기는? 한양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은가? 계속 멀어져야지.”
지금 잠시 멈춘 것도, 결국 목적지를 정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곧 추적이 시작될 터이고, 대군들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면 경기에서 벗어나야 함은 당연지사.
그러나, 어디서 떠나야 할지는 정해져 있더라도,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
“···대신들에게 가야 하나?”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함길도? 평안도? 경상도? 대신들도 사방에 흩어져 있으니 세력이 하나로 모이지 못할 상태이거늘···.”
성삼문이 운을 띄우니, 하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하위지의 말은 선비들에게 막막함을 더할 뿐, 방향을 정해주지는 못했다.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박팽년의 말.
“나는··· 대신들이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취금헌(박팽년의 호)?”
“전하를 그들에게 모시고 가 봤자, 대군들이 전하는 돌아가셨고 대신들이 내세운 전하는 가짜라 주장하면 어찌 되겠나? 그리고 4도의 군사가 어떻게 모인들 중앙군을 당해내기는 어렵지 않겠나?
심지어 지방의 병력을 대신들이 모두 통제하기도 어려울 것이야.
한양의 명을 따르게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수령들 저마다가 줄을 댄 곳이 다를 터인데 어찌 그 혼란을 수습하고 한양으로 쉽사리 올라올 수 있겠나? 그 사이 각 도와 각 군현의 병사들이 각개격파당한다면, 대신들에게 승산이 있을지가 불투명하네.
물론 주상 전하라는 명분이 있다면 대신들에게도 승산이 있겠기는 하나, 역시 목숨을 걸어보기에는 너무 불안한 수이네.”
“허나, 우리는 대신들의 세력을 믿고 한양을 나선 것이 아닌가! 그것도 주상 전하를 탈출시켜서!”
“아닐세, 매죽헌(성삼문의 호). 우리는··· 적어도 나는 대신들을 믿고 한양을 나선 것이 아니야.”
그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던 신숙주가 입을 열었다. 떨어질락말락 하는 입술을 우물거리던 신숙주는, 한동안 좁은 방구석에서 자고 있던 주상의 용상(龍像)을 내려다보다 겨우 말을 꺼냈다.
“나는··· 나는···
나는 원산으로 갈 것이야.”
폭탄 발언.
“자네 미쳤나?”
신숙주는 갑자기 주위의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의 시선이 경악에서, 분노로 물들어간다.
“자네는 고작 옥체를 외적에게 팔아넘기려 목숨을 걸었나? 고작 사직을 오랑캐에게 주고서, 일신의 영화를 누리려고!”
“진정하게, 취금헌.”
“어찌 진정하겠나! 이 따위 계획을 품고 있는지 알았더라면 찬동하지 않았을 걸세!”
“그럼 전하께서는 대군들의 칼에 맞아 승하하셨겠지! 내가! 내 계책이 전하를 구한 것이야! 자네가 아무것도 못하고 질질 짜고 있을 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일신의 안녕과 심정을 생각하는 데 그쳐 멀리 내다보지 못할 때!
대신들의 준동을 알아낸 것도 나일세! 주상을 뫼셔오자 한 것도 나이고! 감히 나를 더러 사직을 넘기느니, 역적이 되었느니 운운하지 말라는 말일세!”
그렇게 박팽년과 신숙주, 두 사람이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대자 나머지가 겨우 말려서 다시 제자리에 앉혔다.
“취금헌, 자네가 너무 흥분하여서 더 자세한 말을 듣기 전에 몰아붙였네. 제발 진정하게나!”
그렇게 하위지가 겨우 박팽년의 곁에 붙어 그를 진정시키자, 이번에는 가만히 있던 이개가 신숙주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취금헌이 너무 흥분하였다는 말은 옳으나, 나 역시 원산으로 전하를 데려가고자 하는 안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네.
보한재(신숙주의 호), 자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입에 올렸는가?”
“···평화 조약문을 본 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