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91
“후퇴, 후퇴하라!”
바로 몽골 쪽의 병력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
몽골 측 병장기의 질적인 우월함, 그리고 두세 배는 될 듯한 물량의 격차.
이 두 가지가 루스 연합군의 경기병대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냈다.
초전의 우세가 점쳐지자 곧 카간의 본대, 바로 전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을 중기병이 달려들어온다.
그 충격에 전위에 나가 있던 루스 경기병들은 완전히 와해되고 곧 중위의 보병대가 몽골 중기병에 갈가리 찢어지고 있다.
이제, 주역들이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자랑스러운 루스의 전사들이여!”
완전 무장한 기사들의 선두에서 트베리의 대공,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가 칼을 뽑아 들며 외쳤다.
스릉, 스릉. 수천 개의 칼집에서 칼들이 뽑혀 나오는 소리가 마치 강철로 된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는 듯하다.
“너희는 주님께서 인류를 위하여 보혈(寶血)을 흘리셨듯 루스와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피 흘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우와아아아!”
“너희는 당장이라도 저 이교도 사탄의 군세에 몸을 내던져 적을 도륙하고 그 자신 또한 도륙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습니다!”
하얗고 앳된 얼굴을 붉은 열정으로 물들이며, 블라디미르의 일리야 또한 동료들을 따라 외쳤다.
아버지가 집안 대대로 쓰이던 것이라며 쥐여 주었던, 이 귀중한 칼의 날 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전투에 대한 흥분과 두려움이 내면에서 부딪힌다. 숭고한 희생정신과 비겁자의 생존 본능이 회오리친다.
그러나 인간이 두 발로야만 설 수 있듯, 그 상반된 두 감정들이 전사로서의 일리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단 사실을 안다.
바로 이 균형감이 일리야를 당당한 인간으로, 거룩한 성전에 임하는 한 명의 기사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목숨을 바치고 영광을 얻으라!”
“우와아아아아아아!”
주군의 연설이 끝나자 허파가 터지도록 소리쳐 부르짖으며 일리야는 박차를 가한다. 말의 네 다리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지면을 박찬다.
심장 박동에 말발굽 소리가 겹쳐진다. 속도감에 모든 상념이 지워진다. 그는 지금 이 순간 하나의 점이다. 이교도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며, 곧 그에게 거대한 충격량으로 내리꽂힐 주님의 심판이다.
“저기에 카간이다!”
그렇기에 외침이 들리자마자 망설임 없이 일리야는 말 머리를 돌린다. 속도감을 유지한 채로 저 이교도들의 우두머리에게로 번개처럼….
“…어라?”
왜 말이 나보다 먼저 뛰어나가지?
내가 왜 공중에 떠 있지?
그 질문을 찾아 허공에 뜬 찰나 동안 일리야는 주위를 향해 눈동자를 돌렸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답은 코앞에, 갑작스레 날아들어 그의 가슴께에 박힌 도끼에 있었으니.
일리야는 곧 땅바닥에 처박혔고, 곧 전장의 수많은 발들에 짓밟혀 죽었다.
* * *
“…휴, 젠장.”
“이교도 사탄! 나의 칼을 받아… 컥.”
앞뒤 안 가리고 미친 듯이 달려오던 바보는 투척용 도끼로 처리했다.
하지만 근접하게 다가오는 이들은 굳이 에센 본인이 나설 필요가 없다.
“저 멍청이들을 막아!”
“폐하를 에워싸라!”
카간이라는 이름은, 에센이 굳이 앞장서서 기량을 발휘하지 않아도 괜찮을 이유를 제공해 주었다. 워낙에 귀하신 몸이 되었으니.
그럼에도 그가 앞장서서 전장으로 돌격한 데에는 이유가… 그것도 매우 시답잖은 이유가 있다.
“…폐하, 굳이 30만 명이나 끌고 올 필요가 있었습니… 전방이 비었잖나! 그쪽으로 달려나가!”
지금 그의 옆에서 함께 말달리는 카탄투무르가 이야기하려 했듯, 이렇게 거창할 필요가 없는 정벌이었다. 에센이 노려보자 카탄투무르도 재빨리 고개 돌리고 모른 척 지휘에 열중했지만.
카탄투무르뿐이 아니다. 다들 이번 루스 정벌에는 미적지근한 반응만을 보이며 열의를 갖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한 사라이는 점령했으니, 거기서 이것저것 개선장군들로서 누리다가 슬슬 회군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조선과 소련의 기술력.
그 지도자가 루스인이었으니, 루스 땅을 뒤져 보면 아마 비슷한 게 나오지 않겠는가?
허면 귀부가 쏟아져 나오는 무역 창구가 두 배가 되니 좀 좋은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루스에서 쏟아질 온갖 재화를 기대하던 에센이다.
…헌데 정작 달려오고 나니 이 땅의 귀족들도 그냥 생김새만 조금 다른 유목민들이다.
게다가 아직 15세기 중반. 에센은 몰랐겠지만, 그가 도래했을 때 이 근방은 심각할 정도로 깡촌이었다. 루스가 문화와 경제 모두에서 야만적이라며 경멸받던 시절.
화약 무기라고 들고 오는 것도 조선이나 명에 비하면 한참이나 조잡하고, 냉병기 또한 형편없다. 이런 곳에서 조선 같은 질 좋은 강철을 뽑아낼 리가.
이 빌어먹을 땅에서 건질 것은 고작 모피 외투 몇 벌?
역시 조선만 한 존귀한 우방이 없음을 깨닫고 에센은 다시금 통탄하였다.
“우리가 칭기즈 칸께서 이루지 못하신 위업을 이루려 한다! 우리는 서방으로 간다!”
“우와아아아아!”
그렇게 루스의 실상이 드러나니 남는 명분이라고는 그저 이름뿐인 칭기즈 칸을 내세우는 것뿐.
이 막대한 손해에 대한 한을 담아 인근의 인축을 쓸어버리기에는, 루스인이 이끄는 소련과의 관계가 염려되니….
“포로 따위는 받지 마라! 포로를 받는 자는 처벌할 터이니 닥치는 대로 죽이라!”
“우와아아아아!”
그러니 이 분노는 여기서 모두 풀고 가겠다.
“적들이 후퇴하는 형세를 보니 서쪽 숲에 매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병들을 보내 저쪽으로 화살을 쏴라!”
루스 놈들이 겨우 짜낸 하찮은 속임수도 단속하고….
“사, 살려만 주시면 몸값을….”
“짐은 네놈의 보잘것없는 몸값 따위 필요 없다.”
카간의 깃발을 보고 감히 덤벼들던 새파란 애송이들도 모두 정리하니….
전투는 가볍게 끝났다.
“승리를 경축드리옵니다, 카간 폐하. 주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죽어 간 저 멍청이 슬라브 놈들과 달리 저희는 고객과의 신의와 이윤을 숭상합니다.”
“폐하, 이날의 복된 승리는 영원토록 루스의 역사를 장식할 것입니다! 바로 위대한 차르 에센께서 모스크바 대공국에 적법한 군주를 돌려주신 순간으로 말입니다!”
망할 제네바 용병들은 고용하는 게 관례라고 해서 사들였더니만, 전투 초장에 석궁 몇 발만 쏴 대고는 이기자마자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주치인 울루스 놈들은 대체 왜 이런 속 빈 강정들을 고용하는지….
물론 충격기병 중심의 난전이 이뤄졌으니 곡사로 사격할 수 없는 제네바 석궁병들이 활약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지만, 에센으로서는 알 길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에센을 화나게 만든 건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저자의 이름이… 이반 드미트리예비치 셰먀킨?
저놈도 모스크바 대공국의 작위 주장자라고 해서 꼭두각시로 앉혀 놓을까 싶어 데려왔더니, 보잘것없는 규모의 경기병을 지원하고서 주제도 모르고 공작위에 대한 허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 다들 수고해 주었다. 승전 시에는 비용이 얼마라 하였느냐?”
그러나 굳이 분기를 드러내어 품위를 상하게 하지 않겠다.
돈은 썩어 넘치니 명예도 모르는 용병 놈들에게 푼돈 쥐여 주는 거야 아깝지 않다.
그리고 저 이반이라는 필부도 그 꼴이 심히 사나울 뿐 현지에 앉혀 놓고 목줄을 쥘 권력자는 필요한 법.
아무튼, 아군의 세를 상하게 하지 않고 한번 크게 적의 세력을 살멸하여 두었으니, 이 근방은 몽골의 뒤뜰이나 다름이 없다.
이제 지금까지의 손실을 벌충할 시간이다.
“승자는 패자의 것을 취할 수 있기에 승자인 법이니, 너희는 상승(常勝)하는 카간의 군대로서 너희의 권리를 행사하라.”
즉, 약탈을 허하노라.
스스로 루스 연합군이라 칭하던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은 각자의 성에 틀어박혀 누구에게 과(過)가 있느니, 누가 병력을 아껴 패전을 초래했느니 다툴 뿐 제 것을 지킬 의지도 역량도 없다.
또한 그들의 처지는 승자인 에센이 알 바 아니다.
동서고금으로 이런 식의 농성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었으니, 에센은 거기에 착실히 따랐다.
적절히 가을철에 심어 두었던 밀밭과 호밀밭을 불태우고, 방비가 허술한 소도시들과 마을들을 휩쓸어 준다.
인근의 상인들을 잡아 죽이고 그 내용물을 빼앗는다. 전쟁 중이니 생필품을 비싸게 팔아먹겠다는 도둑놈 심보로 싱글벙글하던 상인들은 몽골 전사들에 의해 알거지가 되었다.
왜 이 먼 북방까지 오느냐고 불평을 쏟아 내던 휘하의 부족장들도, 약탈에 접어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 몫들을 챙겨 가기 바쁘다.
이득을 보는 일이니 제네바 용병들도, 이반의 군세도 성실히 가세한다. 종교와 생활 양식의 차이는 이렇게 따뜻한 동지애로 극복되었다.
그렇게 한두 달 휩쓸고 역적들의 심장부라는 모스크바 주위에서 포위망을 형성해 몇 번 성문을 두드리니….
“…항복하겠습니다, 폐하.”
짠, 칙서를 찢던 버릇없는 루스에게 예의범절이 주입되었다!
…이제야 위치에 맞지 않게 초라한 옷을 걸치고 성문 밖으로 나오는 바실리 2세의 모습에, 에센은 적잖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 또한 루스들의 땅 일대를 깨끗이 쓸어 내면서 기존의 상실감을 경제적으로 치료한 상태였다.
아무튼 이제 유목민식 경제 활동의 시간은 가고, 진중한 외교의 현장이 펼쳐진다.
카간을 위해 임시로 높은 단이 세워지고, 옥좌가 이런저런 모피로 장식된다.
그 자리에 앉은 에센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상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위엄과 기품을 갖추었다.
그리고 카간 폐하께서 그 앞에 엎드린 신하에게 옥음을 내린다.
“네놈의 죄는 반역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어 마땅한 일이다. 아느냐?”
“….”
“주군의 질문에 답하지 않음도 죄다. 답하라.”
“…그 말이 옳사옵니다, 폐하.”
단 위에서 내려다보니, 지금 부들부들 떨며 답하는 저 ‘장님공’이라는 자도 딱하기 그지없다.
그 치세의 시초부터 삼촌과 사촌의 반란으로 갖은 환란을 겪더니, 지금 에센의 옆에 선 이반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사촌에게 눈까지 뽑혔다 하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바실리 2세가 명나라식 예법에 따라 무릎을 꿇고 다섯 번의 절까지 올리나, 옆에 선 이반은 측은지심도 들지 않는지 에센의 옆에서 쉼 없이 떠들어 대었다.
“폐하, 저자의 태도가 여전히 무례하기 그지없습니다. 당장 저자의 작위를 회수하고 정당한 권리자에게 그 권한을 승계시켜야 합니다!”
물론 그 ‘정당한 권리자’란 이반 자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그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다시 바실리 2세의 몸이 요동하였다.
하기사 이반의 조부도 바실리 2세에게 눈이 뽑혔으니 원한이 대를 거쳐 가며 켜켜이 쌓였을 터.
“짐이 그 사정을 자세히 보아하니, 너희의 갈등은 누구 한 사람의 죄과라 할 수 없느니라.
선대의 유음(遺音)에 대한 해석 차에서 골육 간의 다툼이 비롯하였으니 사람의 말이 그 뜻을 다 담지 못함에 한탄할 뿐이다.”
하지만 이반의 말대로 해 줄 생각은 없다.
사전에 합의된 바 없는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이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바실리의 아들 바실리여, 고개를 들라.”
에센의 말에 바실리 2세는 몸을 일으켜 눈을 부릅뜬다. 안구가 있을 자리에는 빈자리와 원수에 대한 증오심만이 차 있을 뿐.
“네가 만약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새롭게 하여 은덕을 잊지 않고 자신을 맡기고 귀순하여 자손의 장구한 계책으로 삼으려 한다면, 장자(長子)를 인질로 바치라.”
바실리 2세의 곁에 서 있던 어린 이반이 그 말에 흠칫 놀란다.
“만일 그대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짐이 인질로 삼은 아들을 세워 대공위를 계승하게 할 것이다.”
바실리 2세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용함이 드러난 지금, 에센의 말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오리라.
첫째로는, 자신의 아들을 인질로 데려간 뒤 영구히 이 땅을 복속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리고 둘째로… 작위를 회수하지 않겠다는 자비로.
“…폐하께서 바라시는 바대로.”
바실리 2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갓 스물이 되었을, 아니 이들의 방식대로 나이를 세자면 아마 19살일 바실리 2세의 아들 또한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였다.
허나 뜻밖의 소식에 당황한 드미트리의 아들 이반은 순순히 명령에 따르지 못하고 다급히 나선다.
“폐, 폐하, 하오나 저희의 약조는….”
“짐은 군주로서 신민들의 협화(協和)를 바라고, 또한 그대와 맺은 약조를 지키려 하니 그 두 뜻을 모두 취하겠다.”
에센은 이반 드미트리예비치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젊은 대공위 주장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 기세를 제압한다.
…곧 이반은 고개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는다. 좋다.
“하여 드미트리의 아들 이반과 바실리의 아들 바실리를 모스크바의 공동 대공으로 삼으니 한 집을 이뤄 화목하게 나라를 다스리라.”
“…감사합니다.”
이제 드미트리의 아들 이반 또한 한발 물러섰다. 입안에 쓴맛이 감돌겠으나 별수 없이 여기에 만족해야 하리라.
‘장님공’ 바실리 2세와 드미트리의 아들 이반.
두 공동 대공이 서로 다투는 사이 루스의 구심점은 약해지고, 둘은 정통성을 위해 에센을 향한 충성 경쟁을 시작하리라.
이이제이의 술책을 강하게 걸어 놓았으니 이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들이 제대로 단결하여 저항할 일은 없다.
게다가 듣기로 바실리 2세는 이 일대에 대한 모스크바의 장악력을 크게 강화한 장본인.
그에 반발한 주위 세력을 끌어모아 난을 일으킨 게 공동 영주가 될 이반의 아버지인 드미트리인 만큼 주위 도시들에 대한 모스크바의 영향력 또한 크게 약화될 게 분명하다.
몽골과 오이라트를 오가며 경쟁시키던 명의 협잡질을 자신의 손으로 하게 되는 날이 오니, 에센으로서는 여간 감회가 새로운 것이 아니리라.
그런데 상황을 정리하고 바실리의 아들 이반과 더불어 카라코룸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 나니… 문득 흉중에 걱정하는 마음이 스며든다.
이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주치인 울루스에서 불측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면 루스를 몽골 제국의 손으로 직접 잡아 놓는 것이 좋다.
허나 어차피 이 머나먼 변방의 총관으로 오고 싶어 하는 이들도 별로 없을 터이고.
또 루스를 적당히 예케 몽골 울루스에 충성시키려면 그들에 대해 조예가 깊은 이가 다루가치들을 이끄는 편이 나을 것인데….
아, 옳지.
조선 섭정이 루스인이었으니, 한번 적당한 후보자를 보내 달라고 하면 되겠구나!
참으로 현묘한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에 에센은 다시 만족스레 말 위에 오른다.
인질이 된 이반 공자를 데리고 그리운 몽골 초원으로, 에센은 보람찬 원정을 마치고 돌아갔으니….
“…전하, 야선이 서역에 총관으로 부임할 이를 천거해 달라고 요청하였사옵니다.”
에센의 결정으로 조선과 소련이 발칵 뒤집혔지만, 그거야 카간 폐하께서 알 바가 아니었다.
* * *
/ 작가의 말
이번 전투의 묘사에 있어서는 1380년 쿨리코보 전투에 대한 기록을 다소 참고하였습니다.
이전 화의 일대일 결투는 ‘마마이 대전투에 관한 이야기(Сказание о Мамаевом побоище)’에 나오는 (아마 허구일 가능성이 높은)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 외에도 루스 연합군의 배치와 전술, 제노바 용병을 고용하고 폴란드-리투아니아와 손잡은 킵차크 칸국의 움직임 같은 전투의 세세한 부분들은 실제 쿨리코보 전투 관련 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집에 남아 있었기에 (1)
1453년, 유럽 세계를 뒤흔든 하나의 충격이 있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함락, 동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비약.
2,000년을 이어 온 오랜 제국의 심장에 마침내 죽음이 선고되었고, 그곳에서 이교도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총대주교에게 로마 제국의 제관을 썼다.
그때의 충격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비극적인 황제의 최후와 그곳에서 죽음을 택한 숭고한 이들의 이야기가 전 유럽에 전설처럼 떠돌 만큼.
그리고 숱한 망명자들이 이탈리아로 도망쳤을 때, 로마가 축적한 위대한 지식이 전해졌으니. 이는 후대에 ‘르네상스’라고 불리울 문화적 조류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변방 중의 변방, 반은 이교도요 나머지 반은 타타르인 루스의 함락?
그깟 놈들 알게 뭔가? 뭐, 모피 사 올 때 마주치는 놈들이 정교회 교도에서 무슬림 교도로 변할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루스인들이 카간의 앞에 무릎을 꿇었느니, 아니면 굴종의 코사크 춤을 췄느니 하는 사소한 사실이 아니라….
‘카간’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