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자신의 몸에 실드를 중첩시키고 아군의 마법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적군의 마법사가 아무리 5서클의 고위 마법사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이쪽에도 라울이라는 걸출한 5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렌은 시선을 다시 야엘에게로 돌렸다.
그녀는 폭발적인 속도로 적군의 원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적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창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야엘은 전부 무시하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본 카스 기사단도 뭔가를 느꼈는지 거칠게 원진을 압박했다.
덕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작은 틈새가 열렸다.
야엘은 롱 소드를 앞으로 내밀며 달려들었다.
오로지 급소만 보호하며 신기에 가까운 스텝으로 겹겹이 쌓인 원진 속을 가로질렀다.
차차창, 창창!
펑, 퍼퍼펑, 펑펑!
크아악, 으악, 커헉, 아악…….
뼈와 살이 갈리고 피가 튀었다.
강력한 힘과 힘의 대결로 조금이라도 약한 쪽이 순식간에 뭉개지고 으스러졌다.
원진 안에서 즉각 무너진 곳을 채우려고 나섰다.
하지만 공중에 난무하는 마법 공격에 스쳐 폭사하고 말았다.
지상과 공중에서 정신없이 치고받는 가운데…….
그렌은 오로지 적의 마법사의 움직임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실드, 실드…….”
야엘의 몸에 걸었던 무너진 실드를 복구하고 새롭게 실드를 중첩했다.
이윽고 그녀는 마지막 원진 앞에 도착했다.
코티아르의 기사들이 그녀를 향해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검에 붉은 오러가 요요롭게 빛나고 있었다.
야엘도 더 이상 오러를 아끼지 않고 풀로 개방했다.
그녀의 롱 소드에 진한 주홍색의 오러가 떠올랐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야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갑자기 바닥으로 몸을 내던졌다.
배를 땅바닥에 붙이고 뱀처럼 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깊숙이 슬라이딩을 했다.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그녀를 본 적군의 마법사!
놀라서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그는 급하게 땅바닥에 떨어진 스크롤을 줍기 위해 몸을 숙였다.
스크롤은 탈출을 위해 미리 준비된 텔레포트 마법 스크롤이 틀림없었다.
결과는 즉시 드러났다.
마지막 순간 오러를 아끼지 않고 폭발적으로 터트린 야엘의 승리였다.
그녀의 움직임이 상대보다 반 박자 더 빨랐던 것이다.
“멈춰라!”
야엘이 내지른 단 한 마디의 말에 지옥 같은 혈전이 끝났다.
코티아르의 기사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코티아르의 정예병도 일제히 고개를 안쪽으로 돌리더니 절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아예 무릎을 꿇고 병기를 집어 던지는 급속한 태세 전환을 선보였다.
5서클의 무시무시한 인페르노 광역 마법을 쏘았던 자국의 위대한 고위 마법사!
그의 목에 여기사의 롱 소드가 주홍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며 살포시 걸쳐져 있었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저항하는 놈은 모조리 죽인다.”
굳이 카스 기사단 부단장인 위르겐이 선언하지 않아도 상황은 종료됐다.
그렇게 애를 쓰며 보호하려던 고위 마법사는 이미 사로잡혔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코티아르의 기사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는 망설였다.
저항할 것인가? 항복할 것인가?
하지만 주변이 온통 적군으로 둘러싸인 곳을 뚫고 탈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결국 그들은 무기를 버리며 투항했다.
코티아르의 기사들이 저항을 포기하자 병사들도 일제히 병기를 내던졌다.
“와아아!”
“이겼다.”
“승리했다.”
“적의 마법사를 잡았다.”
“적을 물리쳤다.”
우렁찬 함성이 협곡 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장내는 순식간에 정리됐다.
적의 고위 마법사는 모든 마법 무구와 아이템을 야엘에게 빼앗기고 마력 수갑을 찼다.
코티아르의 기사들!
아니 코티아르 왕국의 3대 왕국 기사단 중 하나인 코난 기사단 소속 기사 열 명도 즉시 무장이 해제되고 포승줄에 묶였다.
코티아르의 정예병도 예외 없이 무장이 해제된 채 줄에 묶여 굴비처럼 딸려 내려갔다.
“그렌 경,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활약이었습니다.”
“놀랍습니다. 여자 호위가 어찌 이런 엄청난 실력을…….”
부단장 위르겐을 시작으로 카스 기사단의 기사들이 일제히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뒤이어 라울을 비롯한 마법사들도 그렌에게 다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멋진 쇼크 웨이브 마법이었습니다.”
“그렌 경, 아까는 진짜 아찔했습니다.”
“어떻게 쇼크 웨이브 마법을 쓸 생각을 다 했습니까?”
“그렌 경! 최고였습니다.”
그렌은 지원군에 합류하고 하루 만에 영웅이 되어버렸다.
적군의 고위 마법사가 날린 회심의 광역 마법 인페르노!
그 무시무시한 마법을 깨고 카스 기사단 본대와 중앙군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하하, 이렇게 겸손하다니……. 그건 누가 봐도 그렌 경의 마법과 미녀 호위 기사의 합작품일세! 마법 수정구를 통해 내 직접 본국에 이 사실을 전하겠네.”
라울은 같은 서클의 적군 고위 마법사가 날린 인페르노를 막지 못했단 사실을 억지로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과장되게 행동했다.
그렌의 공적을 칭찬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할 정도였다.
덕분에 다른 마법사들의 보이지 않는 부러움과 질시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카스 기사단의 기사들은 그렌보다 야엘의 활약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직접 눈으로 그 어마 무시한 인페르노 마법이 깨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신 야엘이 미꾸라지처럼 단단한 원진을 뚫고 들어가 적의 고위 마법사를 순식간에 생포한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고 야엘이 크게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렌의 호위를 이유로 기사들의 칭찬과 호의 어린 말에 일절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순간 아예 투구를 아래로 내려 얼굴을 감춰버렸다.
그 모습에 기사들은 프로페셔널한 호위 기사라고 더한 칭찬을 쏟아냈다.
물론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의 미모도 기사들의 환호를 유발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어쨌든 카스 기사단 본대와 중앙군 정예병은 적의 기습을 분쇄하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그들은 부르나 왕국의 암베르 요새에 도착됐다.
* * *
우주!
인류가 가진 그 마지막 활동 영역의 한계.
셀 수 없이 많은 비밀과 미스터리를 간직한 칠흑 같은 어둠의 공간!
가늠할 수 없는 그 광활한 영역에 존재하는 수많은 은하와 성단은 마치 검은 융단에 뿌려진 보석처럼 오늘도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진한 보라색으로 빛나는 혜성(彗星, comet)!
그 특유의 긴 꼬리를 끌며 우주 공간을 빠르게 가로지른다.
불가사의한 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저 작은 천체의 이름이 ‘파이럿’이라고 했던가?
혜성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전쟁, 기근, 역병과 같은 재난과 재앙의 전조로 여겨진 천체였다.
천재지변(天災地變)을 포함한 그 어떤 자연현상도, 긴 꼬리를 드리우며 나타나는 혜성만큼 인간에게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그 어떤 혜성도 파이럿 혜성처럼 지구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진 않았다.
밤하늘 한쪽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파이럿 혜성!
이 불길한 천체로 인해 지구촌 80억 인류는 지금 공포에 물들어 가고 있다.
* * *
콜로라도스프링스 시 샤이엔산 기지.
“스페이스 Z 팰컨 헤비,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국제 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핵미사일 23번 조립이 끝나 발사 대기 중입니다.”
“톈궁 3호 우주정거장에서 파이럿 혜성으로 핵미사일 22번을 발사했습니다.”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 요시노부 발사장에서 H―IIB가 발사됐습니다.”
“기아나 우주 센터에서 아리안 5 로켓을 발사합니다.”
우주 사령부의 지휘 센터.
지구와 우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각종 보고들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휘 센터 후방에 위치한 컨트롤 타워.
지휘 센터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우주 사령부의 수뇌들!
시시각각 전해오는 소식에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들과 나란히 동석하고 있는 이들.
우주 사령부 사령관 리처드 대장.
전(前) 미국 공군 우주 사령부(NORAD), 현(現) 우주 사령부 부사령관 더글라스.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 사령관 로빈슨 대장.
우주 국가 안전 보장국 국장 스미스.
군사위성 통신 지휘부 부장 폴.
중앙 우주 작전 센터 제임스.
미 공군 우주 전투 연구소 소장 그리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 로버트.
NSA 국장 폴.
CIA 국장 햄스터.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맥도널드.
국무장관 폼페이.
미국, 아니 세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기라성 같은 핵심 고위 관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도 굳어져 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군요. 23번 발사!”
“국제 우주정거장 핵미사일 23번 발사합니다.”
우주군 사령관 리처드의 명령이 떨어졌다.
담당 오퍼레이터가 복창을 하더니 붉은 버튼 하나를 꾹 눌렀다.
우주군은 다 좋은데 이게 답답하다.
다들 우주군 하면 SF 영화에서나 나오는 우주 전함을 상상하는데…….
팩트는 그저 모니터상에 뜨는 선과 점 그리고 출력되는 데이터의 향연일 뿐이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게 화면 좀 띄워봐!”
“예, 1번 모니터에 국제 우주정거장의 카메라를 연결하겠습니다.”
다행히 우주 사령부가 들어선 이곳은 샤이엔산 기지다.
과거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가 있던 곳이라, 국제 우주정거장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현재 우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나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면에 보이는 초대형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우주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는 핵미사일의 뒷부분이 보인다.
겉모습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과 모양과 흡사하다.
다른 게 있다면 추진체가 짧아 생각보다 더 짜리몽땅하다는 점이다.
“잘돼야 할 텐데…….”
리처드 사령관은 꼭 성공하기를 빌며 이제는 습관처럼 작게 중얼거린다.
“톈궁 3호에서 영상을 보내왔습니다.”
“모니터에 띄워!”
“2번 모니터에 화면을 연결합니다.”
전면의 왼쪽에 있는 초대형 모니터의 화면이 바뀐다.
중국이 자랑하는 최신형 우주정거장 톈궁 3호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카피의 대가답게 모양이 꼭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을 빼다 박았다.
사실 모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허접하긴 해도 우주정거장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잠시 후, 톈궁 3호에 부착되어 있던 투박한 모양의 핵미사일이 우주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노란 불꽃을 피우며 발사되는 모습이 왠지 기운을 북돋는다.
“이번이 몇 번째지?”
“그동안 중국이 발사한 핵미사일은 세 개로 저것이 마지막입니다.”
“이젠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로군. 아쉬운 대로 저 핵미사일이 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본인의 희망 사항이자 온 인류의 염원을 담아, 조금이라도 파이럿 혜성에 타격을 줘서 궤도가 틀어졌으면 하고 그는 간절히 바랐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이스라엘 등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한 범지구적인 노력은 대단했다.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이 사태에 적극 협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아직도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해 안타까운 시간, 아니 피 같은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20번으로부터 데이터 링크가 들어옵니다.”
날카로운 눈매의 오퍼레이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주 국가 안전 보장국 국장 스미스에게 향했다.
스미스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오퍼레이터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연결해!”
“메인 홀로그램을 작동합니다.”
오퍼레이터는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빠르게 키보드를 쳐댔다.
돌연 허공에 거대한 홀로그램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이번에 신축하면서 농구장보다 커진 우주군 지휘 센터!
그 거대한 공간이 마치 우주에라도 빠진 듯 꽉 차올랐다.
“으음, 이건 언제 봐도 신기하군.”
“AREA 51에서 외계인을 고문해서 얻은 기술이라더니…….”
맥도널드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과 폼페이 국무장관은 말로만 듣던 홀로그램을 직접 눈으로 보자 적지 않게 놀라야 했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오버 테크놀로지!
확실히 초대형 모니터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