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LA 다저스 스타디움 남쪽 올드 차이나타운.
파이럿 혜성이 폭발하면서 파편이 무성해진 빛나는 하늘.
별똥별 하나가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쾅!
엄청난 폭음이 일고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일대로 퍼져나갔다.
주변의 건물과 빌딩이 마구 흔들리고 벽에 거미줄처럼 쩍쩍 금이 갔다.
유리창이 한꺼번에 터지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흉기가 되어 날아갔다.
폭심에 가까운 주택들은 모두 폭삭 주저앉았다.
아스팔트 차도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찰흙처럼 흉물스럽게 구겨졌다.
지나가던 차량들은 뒤집히거나 벽에 부딪쳐 연기를 풀풀 뿜어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강력한 충격파와 후폭풍에 휘말려 도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는지 감히 집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른 주말이 시작되는 평화로운 금요일 오후!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세계 최초로 파이럿 혜성의 파편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렇게 지구에 대재앙의 서막이 올랐다.
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엥!
삐용, 삐용, 삐용, 삐용…….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와 구급차가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그 뒤로 경찰차 수십 대가 벌 떼처럼 몰려왔다.
“폴리스 라인 구축하고 주변 도로 통제해!”
“부상자를 구할 수 있도록 소방관과 구급 요원을 먼저 안으로 보내!”
LAPD(City of Los Angeles Police Department: 로스앤젤레스 시(市)경찰)의 시몬 경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무전기를 들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고 빨리 길을 터!”
“기자들 접근하지 못하게 무조건 막아!”
“비상사태다!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이 올 때까지만 버텨!”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꺼내 모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별똥이 되어 떨어지자마자 10분도 안 되어 그라운드제로에 도착했다.
상부에서 내려온 비상 재난 매뉴얼에 따라 시몬은 일단 주변 도로부터 재빨리 통제했다.
부하들을 지휘해 폴리스 라인을 만들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고 봉쇄했다.
다행히 LAPD의 모든 경찰관은 며칠 전부터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된 상태!
덕분에 이런 재난 상황에도 매우 빠르고 적절하게 잘 대처하고 있었다.
“으악!”
“아악!”
“사람 살려!”
탕, 탕탕탕, 탕!
그러나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그라운드제로에서 비명이 들리고 총소리가 났다.
놀란 시몬 경사는 즉시 무전기로 상황을 파악했다.
“제임스, 무슨 일이야?”
―알파인 스트리트 동쪽에서 죄수복을 입은 괴한이 달려오더니 소방관과 구급 요원을 공격했습니다.
“무장했나?”
―아닙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사람을 물어뜯고 할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놈 같습니다.
“제압할 수 있겠어?”
―말을 듣지 않으면 사살하겠습니다.
시몬 경사는 부하 경찰관 제임스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지원을 결심했다.
“마크! 포드! 가서 제임스를 지원해!”
―옛써!
―옛써!
마크와 포드는 상관의 명령에 곧장 골목 안쪽으로 뛰어갔다.
둘은 달려가면서 허리춤에서 베레타 92FS 권총을 꺼내 빠르게 탄창을 확인했다.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로스앤젤레스!
대도시의 경찰관답게 이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항상 무장을 하고 있었다.
탕탕, 탕탕탕, 탕탕탕탕!
아니나 다를까?
마크와 포드가 지원을 위해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쪽에서 다시 콩을 볶는 것 같은 요란한 총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부상자를 구하러 들어갔던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목이 뜯기고 팔다리가 찢긴 상처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시몬 경사는 급히 그들의 상처를 살펴봤다.
징그럽긴 하지만 당장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상은 아니었다.
그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임스! 어떻게 된 거야? 괴한은 잡았어?”
―아닙니다. 반항이 심해서 결국 사살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빨갛고 몸이 회색인 게 아주 기분 나쁘게 생겼습니다.
“흑인이었나?”
―그게 아니라 생긴 것 자체가 무슨 괴물 같습니다.
“그래? 일단 시체는 건들지 말고 현장을 보존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마크와 포드는?”
―둘이 도와준 덕분에 쉽게 해결했습니다.
“잘했다. 거기서 꼼짝하지 말고 대기해!”
―옛써!
시몬 경사는 제임스의 보고에 무전기를 내렸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터지는 바람에 골머리가 지근지근했던, 아니 이제 이런 일에는 벌써 이력이 나버린 시몬 경사였다.
그나마 부하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말에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에 불과했다.
“크흑!”
“꺼억!”
“끄윽!”
구급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몬은 뭔가 하고 목을 빼고 쳐다봤다.
그런데 그의 눈에 놀라운 모습이 보였다.
우두둑, 끄득, 까드드득!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던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
이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온몸을 기괴하게 비틀어 댔다.
목이 막 돌아가고 관절이 도저히 휠 수 없는 방향으로 꺾였다.
그 모습은 마치 브레이크댄싱이라도 추는 것처럼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시몬은 찢어질 듯 눈을 부릅떴다.
불길한 예감이 거머리처럼 뒷목에 착 달라붙었다.
주변에 모여있던 동료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도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아니 갑자기 왜 저래?”
“으헥, 뭐야 저거! 혹시…….”
“허억!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거 같아.”
“혹시 조, 좀비가 되고 있는 거 아니야?”
“죽지도 않았는데 무슨 좀비 타령이야!”
워낙 희한한 일이라 이젠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관들까지 몰려와 구경을 했다.
그때 실핏줄이라도 터진 것처럼 눈이 붉어진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꺄아악!”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을 시작으로 이들은 거의 동시에 쏜살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으악! 저리 가!”
“악! 아파. 물지 말라고.”
“이거 뭐야? 미친 거 아니야?”
“경찰들 뭐 하는 거야? 빨리 막아!”
“뭐 하고 있어? 이놈들 뜯어말려!”
사방에서 아우성이었다.
부상당했던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은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이빨로 마구 물고 손톱으로 할퀴었다.
이들을 피하려고 소방관과 구급 요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일부 경찰관들도 그 무리에 휩쓸려 혼란을 부추겼다.
시몬은 순간적으로 벌어진 이 황당한 사태에 일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누군가 도망치면서 그의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바람에 그나마 가출했던 정신이 제때 돌아왔다.
“모두 강제 진압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날뛰던 경찰관들이 그제야 그의 명령에 반응했다.
이들은 서둘러 진압봉을 꺼내 들고는 난동을 부리고 있는 이들을 진압했다.
하지만 아무리 두들겨 패고 찍고 밟아도 전혀 반항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때리는 경찰관들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진압봉이 소용없자 일부는 테이저 건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동작을 늦출 수 있었을 뿐!
근본적으로 난동을 막지는 못했다.
시몬은 날카로운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눈에 사람의 내장을 파먹는 미친 소방대원 하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완전히 돌았군. 어쩔 수 없다. 모두 사살해!”
“네에?”
시몬의 냉정한 명령에 오히려 주위에 있던 경찰들이 놀라서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이상했다. 뭔가 아주 이상했다.
도저히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
자꾸 전에 봤던 좀비 영화가 생각났다.
시몬도 사람을 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게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물고 할퀴는 것까지는 봐준다고 해도, 사람의 장기를 파먹는 짓은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사살해!”
“옛써!”
시몬이 호통을 치자 경찰들이 일제히 총을 빼 들었다.
그들은 사람을 공격하는 이들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총을 쐈다.
탕, 탕탕탕, 탕탕탕탕탕!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총에 맞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데도 난동을 부리는 놈들은 사람을 물고 할퀴고 공격하는 짓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심장에 구멍이 뚫려 뒤가 훤히 보이는데도 잘만 움직였다.
“으악! 이, 이건 좀비야.”
“괴물이다.”
시몬을 비롯한 경찰관들은 대경실색했다.
그때 누군가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머리다. 좀비라면 머리를 쏴야 돼!”
솔직히 시몬은 ‘설마’ 했다.
진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현실 세계에 일어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탕, 탕탕탕, 탕탕탕탕탕!
누군가 그 말을 듣고 진짜 놈들의 머리를 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리가 뚫리자 이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 모습에 남은 경찰들도 그제야 일제히 머리를 겨냥해 총을 쐈다.
다행히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난동은 순식간에 강제 진압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4차선 교차로에는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말았다.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심장이 뜯기고 내장이 밖으로 다 쏟아진 시체들!
바닥은 마치 물감으로 칠이라도 해놓은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피비린내와 고약한 악취가 진동했다.
부상을 당한 소방관과 구급 요원 그리고 경찰들의 신음성이 사방에서 끊이질 않았다.
별똥별이 떨어진 비극적 재난 위에 또 다른 재난 하나가 겹친 셈이다.
이 모습은 놀랍게도 하늘에 떠있는 방송국 헬기들을 통해 낱낱이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되고 말았다.
아니 미국을 넘어 점차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로스앤젤레스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허억! 저게 뭐야?”
“시, 시몬 경사님.”
그때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시몬 경사를 불렀다.
그는 짜증 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What the fuck! 저게 다 뭐야?”
시몬 경사는 입을 딱 벌리며 경악하고 말았다.
아니 그 장소에 있던 모든 경찰관들이 기겁했다.
알파인 스트리트 동쪽으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수백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제야 방금 전 제임스가 언급했던 죄수복을 입은 괴한이 생각났다.
동시에 알파인 스트리트 동쪽으로 쭉 내려가면 뭐가 있는지도 기억났다.
‘망했다. 트윈 타워스 교도소의 죄수들이 탈옥했어. 별똥별이 떨어진 충격에 교도소가 무너진 거야.’
시몬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즉시 경찰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동시에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브라운! 코드 레드다. 즉시 본부에 지원을 요청해!”
“옛써!”
브라운은 경찰차에 있는 무전기를 꺼내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크, 죄수들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모두 무장시키고 저들의 접근을 막아!”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마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샷건을 꺼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다가오는 놈들은 그냥 전부 사살해!”
“옛써!”
시몬의 명령에 경찰관들은 일제히 경찰차의 트렁크를 열고 AR―15 소총과 Ithaca 37 샷건으로 무장했다.
그사이 거대한 오렌지의 물결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런데 죄수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눈이 토끼처럼 빨갛고 얼굴은 창백했다.
몸이 회색처럼 탁했고 핏줄은 희한하게도 다들 검은색이었다.
경찰관들은 가뜩이나 미친놈들의 난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죄수들까지 탈옥해서 설쳐대자 모두 열이 받았다.
“저놈들은 좀비야! 모두 머리를 겨냥해!”
“헉! 진짜?”
“미치겠군. 다들 인정사정 보지 말고 쓸어버려!”
“누구 기관총이나 수류탄 없냐?”
“지랄하지 말고 그냥 다 쏴 죽여!”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입으로 떠들며 욕을 뱉었다.
그러면서도 경찰차 뒤에 서서 다가오는 탈옥수들의 머리를 향해 조준했다.
50미터쯤 다가오자 시몬 경사는 망설이지 않고 사격 명령을 내렸다.
“발사!”
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수십 개의 소총이 동시에 발사됐다.
총구에서 일제히 화염이 쏟아져 나오자 수십 미터의 거리를 격하고 일제히 죄수들의 머리 위로 탄환이 쏟아졌다.
트랙터에 밀리는 볏단처럼 죄수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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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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