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경찰관들은 팔다리가 떨어져도 꾸역꾸역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확신했다.
“젠장, 진짜 좀비가 맞네.”
“이 멍청한 놈들아! 머리를 쏘라니까!”
이제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었다.
놈들은 사람이 아니다.
좀비가 확실했다.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지우며 경찰관들은 인정사정없이 좀비의 머리를 노렸다.
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일제사격 뒤에 자유 사격으로 돌아선 경찰관들.
텅 빈 탄창을 교환하고 이제는 일격필살로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좀비들은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점차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경찰관들은 서서히 공포에 물들어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라운드제로에서도 사달이 일어났다.
―으악!
―존, 너 왜 이래? 미쳤어?
―아악!
―팀, 정신 차려!
―크악, 이 새끼가 돌았나!
―모두 뒤로 물러서!
탕, 탕탕탕, 탕탕!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몬은 놀라서 급히 제임스를 찾았다.
“제임스, 무슨 일이야?”
―존과 팀이 미쳐서 날뛰고 있습니다.
“혹시 좀비로 변했나?”
―네에? 아! 맞습니다. 마치 좀비처럼 변하더니 달려들었습니다.
“그래서 제압, 아니 사살했나?”
―예, 그렇습니다. 으윽!
“제임스!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저도 팔을 물렸습니다.
“아!”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하고 말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제임스도 곧 죽어서 좀비가 될 것 같았다.
“빌어먹을!”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별똥별로 변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달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인간 같지 않은 놈들을 향해 힘을 다해 총을 쐈다.
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이제 거리는 20미터 남짓.
당장 놈들의 흉측한 얼굴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으악!”
“아악!”
“커억! 살려줘!”
“도와줘!”
오렌지색 파멸의 물결은 어느새 맨 앞줄의 경찰차를 덮었다.
뒤이어 참혹한 비명이 쏟아졌다.
저들 하나하나가 모두 시몬이 아끼던 부하들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총을 쏴재꼈다.
오늘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을 하나라도 더 지옥으로 보내리라!
시몬은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좀비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푸타타타타타! 푸타타타타타!
그때 하늘에서 강력한 프로펠러의 소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보잉 CH―47, 치누크 수송 헬리콥터였다.
그것도 한두 대가 아니라 무려 다섯 대.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도착한 것이다.
“와아! 주말 전사(Weekend warrior)들이 도착했다.”
지원군을 본 경찰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오렌지색 좀비들의 물결도 일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소리에 민감한 것인지, 아니면 전열을 정비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짧은 순간으로 인해 시몬과 나머지 경찰관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허공에서 호버링을 하는 치누크의 핀들 마운트에 장착된 세 개의 기관총!
동시에 지상으로 불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
7.62×51밀리미터 나토탄이 지상으로 쏟아지자 오렌지의 물결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소총에 쓰는 5.56×45밀리미터 나토탄과는 달리, 강한 파괴력과 저지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좀비들은 말 그대로 육편으로 쪼개지고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 끔찍한 모습에 시몬은 억지로 침을 삼켰다.
“뒤쪽이다.”
“뒤에서도 몰려온다.”
시몬은 부하들의 외침에 즉시 몸을 뒤로 돌렸다.
놀랍게도 그 짧은 시간에 제임스, 존, 팀, 마크, 포드 등이 전부 좀비로 변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크윽! 제거해!”
시몬 경사가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이를 악물며 그들을 향해 총을 쐈다.
제임스의 머리가 단박에 터져나갔다.
존과 팀은 사지가 잘리면서도 끝까지 다가왔다.
마크와 포드는 한쪽 다리도 없이 통통 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몬은 가슴 한쪽이 찢어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믿고 따르고 서로 의지했던 부하이자 동료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시몬은 눈물을 머금고 손을 치켜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정확히 한 발 한 발을 그들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다.
시몬의 가슴에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총소리가 멈췄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피와 검은 액체로 뒤덮인 저주받을 마물들의 잔해뿐이었다.
다섯 대의 치누크 헬기가 ‘노스 브로드웨이’와 ‘알파인 스트리트’가 만나는 교차로에 차례로 착륙했다.
헬기의 램프 도어가 열리자 주 방위군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바이오해저드! 바이오해저드!”
병사들은 하나같이 ‘바이오해저드’를 외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이오해저드는 유전자 조작 등에 의해서 유해한 유전자를 갖게 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인간이나 그 밖의 생물에 해를 끼치는 생물재해(生物災害)를 말한다.
“수고 많으십니다.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대령 마이클입니다.”
시몬 경사는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어서 오십시오. LAPD 시몬 경사입니다.”
마이클 대령은 칼같이 다려진 군복이 멋들어지게 잘 어울리는 건장한 체격의 백인 중년 남자였다.
시몬 경사도 나름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이클과 악수를 하는 순간 그의 자신감은 바닥을 기어야 했다.
“지금부터 저희가 현장을 인계받도록 하겠습니다.”
“예,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마이클 대령!
시몬 경사는 두말할 것 없이 현장 관리 및 감독 권한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아쉬운 마음보다 오히려 후련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좀 살 것 같았다.
“시몬 경사님, 저건 뭡니까?”
마이클 대령은 별똥별이 떨어진 그라운드제로보다 소방관과 구급 요원, 경찰관과 탈옥한 죄수들이 무더기로 다져진 참혹한 결과물에 더 관심을 보였다.
“휴우! 진짜 나도 잘 모르겠소.”
시몬 경사는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방금 전까지 일어난 기괴한 일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얘기해 줬다.
마이클은 시몬의 말을 듣고는 대경실색했다.
“그러니까 아까 교도소를 탈옥한 죄수들이 사람이 아니라 좀비였단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진 그라운드제로에서부터 좀비가 만들어졌고요?”
“예, 그렇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어쩐지 기관총에 맞아 팔다리가 다 떨어진 놈들이 도망치지도 않고 계속 몰려오는 게 이상하더니만.”
마이클은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며 좀비들의 시체, 아니 잔해를 확인했다.
“혹시 이곳에 도착했을 때 숙주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아! 병원체 호스트 말입니까?”
“예.”
“못 봤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곳에서 대기해 주세요.”
“그렇게 하죠.”
마이클 대령은 자신의 귀에 꽂은 이어피스를 손가락으로 누르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어디론가 보고했다.
아까부터 경찰차의 무전기에서는 끊임없이 총소리가 들렸다.
아니 귀를 잘 기울여 보면,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몬 경사와 남은 경찰관들이 아직 이렇게 무사하게 살아있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저주의 시작점인 그라운드제로에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주 방위군의 등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늦었다.
물론 그들은 최대한 빨리 온다고 노력했겠지만.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작된 피와 죽음의 행진을 막는 것엔 실패했다.
죽음의 파편에서 일어난 저주는 이미 차이나타운을 벗어나 로스앤젤레스 시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보고를 끝냈는지 아니면 더 할 말이 남았는지 마이클 대령이 시몬에게 다가왔다.
“시몬 경사님, 혹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좀비 종말론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예, 저도 얘기는 들어봤습니다.”
“그 좀비 종말론에 나오는 핵심 스토리가 바로 지금 일어난 현상과 똑같습니다.”
“참 신기하네요. 어디 예언가라도 나왔나 보군요.”
마이클 대령의 말에 시몬 경사는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진짜 예언가가 있었다면 아마 이런 비극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설사 예언가가 경고를 했어도 누구 하나 들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이천 년 전에도… 아니 그 훨씬 전에도 무수하게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해저드 경보를 내렸으니 우린 당장 현장을 벗어날 수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이곳에 곧 카운터 바이오해저드 팀이 올 겁니다. 그들로부터 안전하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도 현장을 떠날 수 없습니다.”
“만약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나가지 않는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주 방위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통제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무조건 사살할 겁니다. 시몬 경사는 즉시 이런 사실을 부하들에게 알려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하하하! 우습군요. 카운터 바이오해저드 팀은 우리보다 저쪽이 더 시급할 것 같습니다. 아니 내 생각에는 카운터 바이오해저드 팀은 절대 이리로 올 수 없습니다.”
시몬이 총소리가 들려오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을 가리켰다.
마이클 대령은 순간 당황했다.
하는 짓을 보니 귀에 꽂고 있는 이어피스를 통해 계속 정보를 듣고 있는 모양이다.
“마이클 대령도 나처럼 부하들을 어이없게 잃지 않으려거든 당장 헬기를 타고 여기를 벗어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차라리 어디 옥상 같은 곳으로 올라가서 기다립시다.”
“으음.”
마이클 대령은 고민했다.
시몬 경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참혹했다.
이미 로스앤젤레스 전역이 점점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무리 명령이라지만 이대로 여기서 죽치고 있다간 애먼 부하들만 잃을 것 같았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사방에서 저주받은 마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몬은 피식 웃으면서 샷건과 소총의 탄창에 총알을 채워 넣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는데, 어째 마이클이 하는 행동을 보니 자신도 얼마 후에 먼저 간 부하들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이클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죽으면 누가 가족을 지킬지 그게 걱정이었다.
약간의 짬이 나자 시몬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은 이혼한 아내와 하나뿐인 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뚜루루루!
―Hello!
시몬 경사의 입가에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로스앤젤레스 올드 차이나타운에 떨어진 별똥별!
그 충격으로 150여 명이 즉사하고 450여 명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죽음의 파편에서 시작된 저주는 무서운 속도로 사상자를 양산해 내고 있었다.
시기상조(時機尙早)!
사상자를 집계하기에 아직은 너무도 이른 시간임이 분명했다.
* * *
―긴급 방송입니다. 지구에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던 파이럿 혜성이 원인 모를 이유로 인해 폭발했습니다. 혜성은 산산조각 났고 그로 인해 지구 곳곳에 수백 개의 파편 조각이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초로 별똥별이 떨어진 곳은 우리나라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라고 합니다. 정확한 장소는 올드 차이나타운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뉴스에서 긴급 방송이 뜨자 이대근은 리모컨을 들어 TV의 볼륨을 올렸다.
사람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모두 LED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점점 밤이 깊어가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네 주민들은 집에 있는 캠핑용 조립식 의자를 가지고 나와 친한 동네 이웃들과 자리를 함께해 더욱 숫자가 불어나 있었다.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별똥별이 되어 지구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 현재, 별똥별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 곳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브라질 상파울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이집트 카이로, 인도 뉴델리, 중국 충칭과 상하이, 일본 도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등 수백 군데에 달합니다. 이 중 최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 시 최고의 번화가 남경동로(난징동루, 南京东路)에 나가있는 최정확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정확 기자, 나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