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그렌: 이건 룬어라고 불리는 고대의 문자다. 마법의 언어라고도 불렸지만 이제는 사라져 버린 고대의 유산이지.] [해모수: 룬어요? 그게 도대체 뭐예요?] [그렌: 고대의 마법사들은 드래곤의 용언처럼, 의지를 가지고 이 룬어를 읽는 것만으로 마법을 펼쳤다는 기록이 있어. 마탑의 사서를 하면서 예전에 흥미롭게 한번 읽어봤는데 그게 여기서 도움을 주네.] [마루: 그렌 형, 무슨 뜻인지 해석할 수 있어요?] [그렌: 음, 어디 보자. 트리니티… 기동… 동기화……? …트리니티 시스템 온. 뭐 대충 이 정도인가?] [마루: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렌: 나도 잘 모르겠어. 손가락으로 허공에 떠있는 문자를 한번 눌러봐!]마루는 그렌의 말대로 손을 들어 허공에 떠있는 문자를 콕 찍었다.
반투명한 문자가 스르르 사라지더니 시야 상단에 여러 가지 독특한 아이콘이 떠올랐다.
[마루: 이건 무슨 온라인 게임의 인터페이스 같네요.] [그렌: 내 생각도 비슷해. 일단 맨 오른쪽 끝에 있는 톱니바퀴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보자.] [마루: 예.]마루는 그렌의 말대로 톱니바퀴 모양의 아이콘을 검지로 눌렀다.
반투명한 사각형이 나타나 아래로 툭 떨어져 내렸다.
그 안을 살펴보자 역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렌: 오! 이렇게 되는 거군.] [마루: 뭐야 이거? 정말 내 생각대론가?] [해모수: 이거 정말 흥미진진하네요.]셋은 동시에 탄성을 발했다.
절로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 올랐다.
[그렌: 반투명한 사각형 맨 아래에 있는 화살표를 눌러봐!] [마루: 이거요?]마루가 손가락으로 맨 아래에 있는 화살표를 콕 찍었다.
그러자 또 다른 반투명한 사각형이 나타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렌은 가만히 문자를 하나씩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렌: 음, 이번에도 맨 아래쪽에 있는 화살표를 눌러볼까?] [마루: 좋아요.]마루는 그렌이 시키는 대로 몇 번이나 화살표를 눌렀다.
여기저기 반투명한 사각형이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마루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거기엔 그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자 하나가 존재했다.
‘한글’이었다.
마루는 그렌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한글’ 칸을 콕 찍어 눌렀다.
스르륵!
놀랍게도 반투명한 사각형 안의 모든 문자들이 한순간에 한글로 바뀌었다.
와아! 세종 대왕 만세!
[그렌: 아!] [마루: 아!] [해모수: 우아!]그렌과 해모수 그리고 마루는 동시에 탄성을 터트렸다.
답답한 가슴이 한 방에 시원해졌다.
마루는 독특한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 순간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렌: 이제 이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겠다.] [해모수: 참 잘됐어요.] [마루: 어휴! 진짜 다행이다. 어디 보자. 트리니티 바이오 온(on)! 싱크로(Synchro) 온이라…….]마루는 더 이상 그렌이 시키는 대로 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문자가 한글로 변한 이상, 살펴보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그는 ‘트리니티’라고 불리는 이 기묘한 시스템을 어떻게 쓰는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시야의 상단에 보이는 모든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콕콕 눌러 하나씩 살펴봤다.
각각의 아이콘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굳이 손가락을 쓰지 않고 강하게 속으로 염원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아이콘을 얼마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까지 깨달았다.
마루는 이제 상태 창을 열어 하나하나 내용을 확인했다.
‘상태 창!’
마음속으로 강하게 ‘상태 창’을 외쳤다.
반투명한 상태 창이 거짓말처럼 그의 시야의 왼쪽 상단에 나타났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1퍼센트
이름: 이마루(▲On) · 그렌(Off) · 해모수(Off)
종족: 인간
랭크: 최하급(F)
레벨: 1 / 00퍼센트
스탯: 근력 18(+2), 민첩 16(+2), 체력 19(+2), 지력 16(+3), 포스 5
마루는 순간 눈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의 상태 창을 보는 것만 같았다.
상태 창에는 근력, 민첩, 체력, 지력, 포스가 하나같이 수치화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한눈에 자신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각 스탯의 숫자를 살펴봤다.
옆으로 반투명한 말풍선이 나타나 보충 설명을 해줬다.
덕분에 건강한 성인 남자의 평균 스탯이 10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마루는 자신의 스탯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 근력이 18(+2)이면 결국 20이라는 소린데…….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현재 마루가 가지고 있는 근력 스탯 20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건강한 성인 남자가 가지고 있는 근력의 두 배나 된다.
이 정도 근력이면 어디 가서 힘없다고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힘을 키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지옥 훈련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특수부대 부대원들이라면, 아마 마루의 스탯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게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규격 외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겠는가?
아니 인류의 몇 퍼센트나 될까?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마루는 이미 인류의 최상위권인 0.1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루: 그런데 저 괄호 안의 숫자는 뭘까요?] [그렌: 혹시 우리 셋의 싱크로율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해모수: 싱크로율? 그게 뭐예요?] [그렌: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라는 단어와 ‘싱크로 1퍼센트’라는 단어를 보고 유추해 보면, 우리 셋의 상태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백분율로 나눠놓은 것이 아닐까싶다.] [마루: 그럴 가능성이 높네요. 만약 그렇다면 저 괄호 안의 수치는 그렌 형과 해모수로부터 각각 1씩 받았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요?] [그렌: 음, 그게 사실이라면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되는데…….]생각하기에 따라 자신이 언급한 말은 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그렌은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해모수: 그럼 지력은 왜 +3이 되는 거죠? 다른 것은 전부 +2인데?] [마루: 그렌 형의 지력 수치가 20을 넘긴 게 아닐까! 그래서 해모수에게 +1을 받고 그렌 형으로부터는 +2를 받은 것 같아.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야.] [그렌: 그건 나중에 내가 직접 상태 창을 열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것은 마루가 마인을 죽이고 나자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가 열렸다는 거지. 또한 레벨 1이라는 말은 앞으로 레벨을 더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 돼.] [마루: 그건 랭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좀비를 많이 잡을수록 레벨과 랭크가 오르게 될 거야. 물론 싱크로율도 앞으로 계속 올라가겠지.] [마루: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나보고 좀비를 더 많이 잡아 없애라는 소리가 아닐까요?] [해모수: 엥? 그럼 난 왜구를 더 많이 잡아 죽이라는 뜻인가?] [그렌: 설마, 몬스터를 잡아야 레벨이 오르는 거였어!]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를 쳐다보면서 마루와 그렌, 해모수 셋은 각각 레벨과 랭크를 올릴 방법을 깨달았다.
[마루: 그런데 왜 아직도 바로미터가 반짝거리지?] [해모수: 뭔가 더 줄 게 남아있나 보죠.] [그렌: 혹시 특별한 선물이라도 주려고 그러나?]마루는 그렌의 선물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시야 상단에 아직도 반짝거리는 바로미터.
그는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손가락을 가져가 콕 찍었다.
화악!
눈앞에 하얀 빛이 폭죽처럼 터졌다.
반짝이는 모래처럼 아름답게 비산하는 빛 무리!
허공에 투명한 정육면체의 상자를 만들어 냈다.
[해모수: 우와! 멋지다.] [그렌: 이건 뭐지?]해모수가 깜짝 놀라자 그렌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마구 빛냈다.
마루도 한 아름 기대를 가지고 살펴봤다.
[마루: 설마 인벤토리?]그가 인벤토리라고 생각하자 투명한 정육면체의 상자, 아니 그렇게 보이는 공간이 즉각 반응했다.
마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공간 안으로 별운검을 집어넣었다.
놀랍게도 손에 쥐고 있던 별운검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 공간 안에 별운검이 떡하니 들어가 있었다.
[해모수: 우와! 신기하다.] [그렌: 아공간이다.]마루는 공간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별운검을 꺼냈다.
신기하게도 정말 별운검이 다시 손에 잡혔다.
[마루: 이, 이건 인벤토리가 맞아요.] [그렌: 그런데 아공간이 좀 작은 것 같다.] [마루: 가로, 세로, 높이가 1미터쯤 되네요. 1세제곱미터의 인벤토리라…….] [해모수: 레벨이 오르면 아공간, 아니 인벤… 뭐라는 게 더 커지지 않을까요?] [마루: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 [그렌: 나도 동감이야.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이게 꼭 마루에게만 존재하라는 법도 없지.] [해모수: 호오! 그럼 나한테도 저런 게 생긴다는 말인가요?]해모수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루: 인벤토리가 나한테만 주어지지는 않았을 거야. 그렌 형과 해모수에게도 각각 하나씩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마루의 단정적인 말에 그렌과 해모수가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인벤토리는 그렌보다 해모수에게 큰 효용이 있었다.
마법 주머니를 여러 개 가지고 있고 직업 자체가 마법사인 그렌에게는 인벤토리가 누구도 모르게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이라는 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해모수에게는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해모수: 어! 저게 뭐지?] [마루: 뭐 말이야?]갑작스러운 해모수의 말에 마루가 시선을 돌렸다.
마인은 불에 활활 타오르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재로 변해 사라졌다.
[해모수: 잿더미 안에서 뭔가 반짝이는 걸 봤어요.]마루는 전투화로 잿더미를 툭툭 찼다.
불에 그슬린 지포 라이터가 튀어나왔다.
지포 라이터를 집어 들자 해모수는 그게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해모수: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안을 좀 더 살펴봐요.]마루는 다시 전투화로 잿더미를 헤치며 잘 살펴봤다.
잿더미 속에서 알사탕만 한 검은 돌멩이 하나가 굴러 나왔다.
마루는 혹시 몰라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집었다.
새까만 돌멩이는 마치 검은색으로 빛나는 보석처럼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마루: 이게 뭐지?] [그렌: 그, 그건 마정석이야. 몬스터를 잡으면 머리나 심장에서 간혹 나오곤 했잖아.] [마루: 색깔이 좀 다른데요. 마정석은 붉은색 아니었어요?] [그렌: 내가 잡았던 몬스터에서 나온 마정석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마정석이 맞아. 그것도 순도가 상당히 높은 마정석이 분명해. 보통 이 정도의 마정석은 중대형 이상의 몬스터나 돼야 나오는데…….] [해모수: 흑요석같이 예쁘게 생겼네.] [마루: 그런 것치고는, 아까 그 마인의 전투력은 높지 않았어요.] [그렌: 아직 그건 확신할 수 없어. 별똥별이 되어 땅에 떨어진 충격에 의해 본래의 힘을 온전히 낼 수 없었을 수도 있으니까.] [마루: 정말 그랬다면 내가 아주 운이 좋은 거네요.] [그렌: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음차원의 마나가 상당히 들어있는 것 같으니 일단 가져가고 나중에 연구해 보기로 하자.] [마루: 예.]마루는 마인의 마정석을 손수건으로 잘 닦아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카아오오!
그때 뒤에서 좀비 하나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마루는 슬쩍 옆으로 피하며 다리를 툭 걸었다.
철퍽, 데굴데굴!
좀비는 달려오던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는 빠르게 접근해 일어나려고 하는 좀비의 입안에 별운검을 쑤셔 박았다.
혀를 자르고 들어간 칼날은 뒷목을 가르고 삐쭉 튀어나왔다.
좀비는 즉시 힘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어!”
그런데 복장을 보니 경찰이었다.
혹시나 해서 몸을 살펴보자 한 손에 권총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죽어 좀비가 된 상태인데도 무기를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니…….
뭔가 짠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분과 루팅은 또 다른 문제였다.
마루는 경찰 좀비의 손을 강제로 벌려 권총을 꺼냈다.
S&W M60.
스미스 & 웨슨사(社)의 모델인 60. 38구경 리볼버 권총이다.
대한민국 경찰청 공식 권총으로 다섯 발을 장전할 수 있다.
비록 피가 좀 묻어있고 약실엔 탄피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득템을 했다.
마루는 경찰 좀비의 허리춤을 뒤져 탄입대를 챙겼다.
안에는 열 개의 총알이 들어있었다.
리볼버 권총과 탄입대를 모두 인벤토리에 담자 안쪽 호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혹시 몰라 소리를 죽이고 진동만 키워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