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해모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이런 문제에는 젬병이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마루!
위대한 마법의 추종자이자 마법사인 그렌!
솔직히 해모수는 둘이 하는 말의 반의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해모수: 매형에게 퉁그란을 보내서 재촉해 볼게요.]결국 그는 타협안을 제출했다.
그제야 마루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둘 일도 아니었다.
해모수가 제대로 준비하고 나가지 않으면 진짜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바다에서 왜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일인 것이다.
“해 총기!”
해모수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낚시를 구경하고 있던 바토르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일어났다.
“뭔데?”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
바토르의 말에 퉁그란이 낚싯대를 놓고 다가왔다.
그러자 지루한 낚시에 물려있던 차하루까지 합세했다.
“뭐가 있다는 말이야?”
“흐응. 정말 뭐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눈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자들의 말이다.
해모수도 눈에 힘을 집중하고 먼 바다를 쳐다봤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퓨즈 오러 연공법을 수련하고 있는 그였다.
의지가 발현하자 자연히 몸에서 오러가 솟구쳐 눈으로 흘러들었다.
해모수의 눈은 마치 저격수의 망원경처럼 먼 바다의 상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당겨버렸다.
“조난자다.”
“해 총기, 뭐가 보입니까?”
“우리보다 눈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난 아직도 가물가물한데…….”
해모수의 말에 여진 삼총사는 두서없이 떠들어 댔다.
“선장! 저쪽으로 배를 움직여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풍채 좋은 사십 대의 선장은 그의 말에 두말없이 배를 움직였다.
선장은 해동연합으로부터 이미 두둑이 선금을 받았다.
그리고 어려 보이지만 오십 명을 통솔하는 군의 장교인 총기의 말이었다.
선장에게 해모수의 말은 이미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선수를 북쪽으로 튼 배는 천천히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촤아악, 촤아악…….
배가 파도를 가르며 나가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갑판을 훑고 지나갔다.
“보인다.”
“사람이다.”
“진짜 조난자가 있었네.”
가까이 다가갈수록 명확해졌다.
난파된 배의 잔해가 보이고 그중 하나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거 괜히 다 죽은 시신 하나 건지는 거 아냐?”
“그래도 구해야지. 혹시 알아? 살아있는지…….”
“누군지 모르지만 어지간히 운이 좋네. 우리가 이리 나올 것을 어떻게 알고 왔지?”
여진 삼총사가 시끄럽게 옆에서 떠들어 댔다.
하지만 해모수는 말없이 행동을 보였다.
옷을 벗고는 대뜸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풍덩!
놀란 선장이 급히 밧줄을 가져왔다.
그사이 해모수는 돌고래처럼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나갔다.
난파선의 잔해를 헤치고 나아가자 다 부서진 통나무를 잡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몸에 손을 대자 벌써 죽은 듯 차가웠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목을 잡자 미약하게나마 맥이 느껴졌다.
“살았다. 아직 살아있어.”
해모수가 크게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밧줄이 날아왔다.
한 손으로 얼른 낚아채니 곧 밧줄이 팽팽해졌다.
그는 통나무를 잡고 있는 조난자를 꼭 잡았다.
영차, 영차…….
여진 삼총사를 포함한 십여 명의 병사들이 밧줄을 당겼다.
그 힘에 해모수와 조난자 그리고 다 썩은 통나무까지 빠르게 배를 향해 끌려갔다.
배에 부딪치기 직전!
해모수는 두 다리를 들어 배의 옆면에 가져갔다.
궁!
묵직한 소리가 나며 튼튼한 허벅지가 충격을 흡수하여 배 바로 옆에 멈췄다.
해모수는 아직도 의식이 없는 조난자를 통나무에서 떼어냈다.
왼손으로 밧줄을 꼬아 잡고 오른팔로 몸을 꽉 끌어안았다.
뭉클!
해모수는 한 손 가득한 탄력과 나긋나긋한 느낌에 흠칫했다.
‘여자!’
하지만 당장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조난자는 입술과 뺨이 파랗고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언제 삼도천을 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급한 상태인 것이다.
“끌어 올려!”
해모수가 소리치자 위에서 즉시 밧줄을 당겼다.
순간적으로 양쪽 팔에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양팔에 힘을 주며 잘 버텨냈다.
갑판 위로 올라오자 호기심이 가득한 수십 쌍의 눈동자가 일제히 한곳으로 모였다.
해모수는 애써 무시하며 선장을 바라보고 다급히 말했다.
“사람을 치료할 곳이 필요합니다. 선창이라도 좋습니다.”
“에이 선창이라니요. 선장실을 내드리겠습니다.”
마음씨 좋은 선장은 당치 않은 소리라며 기꺼이 선장실을 내줬다.
해모수는 구조한 사람, 아니 여자를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직접 안고 움직였다.
눈치 빠른 차하루가 즉시 따라오는 병사들을 만류했다.
퉁그란과 바토르도 차하루의 눈짓에 즉시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챘다.
“너희들 어디를 따라가겠다는 거야? 당장 돌아가!”
“낚시나 하고 있어라! 나중에 누가 제일 많이 잡았는지 확인할 거야.”
그들은 병사들에게 낚시나 하고 있으라며 손을 홱홱 저었다.
그런 후, 잽싸게 해모수를 쫓아 선장실로 들어왔다.
해모수는 여진 삼총사에게 빠르게 지시를 했다.
“퉁그란, 선장을 데리고 나가.”
“바토르, 마실 물 좀 가져와!”
“차하루, 문을 잠글 테니까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아!”
여진 삼총사는 그의 명령에 고개를 까딱하고는 즉시 움직였다.
퉁그란은 선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밖으로 끌어냈다.
바토르는 챙겨온 해모수의 의복과 무장을 의자에 올려두고 물병을 가져다 놓았다.
차하루는 선장실 문을 닫고는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해모수는 여자를 중앙에 있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선장실의 문을 잠그고 돌아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해모수: 어휴! 마루 형! 이제 어떡하지?] [마루: 입술과 뺨 등이 파랗게 변한 것을 보니 청색증이야. 일단 젖은 옷을 다 벗기고 담요로 덮은 후에 체온을 올려야 해!]마루의 말에 해모수는 즉시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옷이 살에 붙어 잘 벗겨지지 않았다.
그는 급한 마음에 옷을 북북 찢어버렸다.
젖 가리개 대용인지, 가슴을 칭칭 동여맨 천이 보였다.
일일이 돌려서 풀 시간이 없었다.
가슴 사이로 천을 들고는 비표를 가져와 쭉 그어버렸다.
그러자 누워있는데도 불구하고 옆으로 처지지 않는, 예쁘고 소담하고 탄력 있는 가슴이 탱 하고 흔들렸다.
해모수는 급히 시선을 내리고 물에 젖은 속곳을 벗겼다.
건강미가 넘치는 전라의 여인의 몸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모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마루: 이제 조심해서 침상으로 옮기고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담요를 덮고 체온을 올려!]해모수 : [예.]
해모수는 마루의 지시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마른 수건으로 여자의 머리를 꼼꼼히 감쌌다.
덕분에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여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계란형 얼굴에 긴 속눈썹,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그냥 슬쩍 보기만 해도 대단한 미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공주님 안기로 여자의 몸을 들어 침상 위에 눕혔다.
마른 담요를 가져와 잘 덮어주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마루: 맥을 짚어봐!]하지만 마루의 처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모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몸은 차갑고 전보다 맥이 훨씬 미약해져 있었다.
[마루: 확실히 중증의 저체온증이야. 이미 죽었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모르겠군.] [해모수: 마루 형, 그럼 어떻게 해요?] [마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해모수: 그게 뭔데요? 빨리 말해줘요.]마루의 심각한 말투에 해모수는 안달이 났다.
[마루: 네 몸을 포개서 체온을 올려줘!] [해모수: 네에?]해모수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만행을 언급하는 마루의 말에 경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렌까지 나서서 거들었다.
[그렌: 해모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겠는데… 일단 죽어가는 사람부터 구해야 하지 않을까? 목숨보다 중한 게 어디 있어? 예의나 도리는 나중에 살려놓고 찾으라고.] [마루: 시간 없어. 죽이려면 그냥 내버려 두고 살리려면 빨리 담요 덮고 같이 누워! 아니 몸을 포개!]해모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여자를 안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생면부지의 처녀를 안을 수는 없었다.
이건 잘못하면 청백지신을 더럽힌 죄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인의 순결이 중요해도 역시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었다.
해모수는 빠르게 마음을 정하고 침상 위로 올라갔다.
“앗 차거!”
여자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갠 순간!
차가운 한기가 온몸으로 전해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을 잃고 있는 미녀의 몸을 안아 떨리기…는 개뿔!
얼음덩이를 안은 것처럼 차가워 살이 엘 듯이 아파왔다.
[해모수: 사람의 몸이 어떻게 이렇게 차갑죠? 시체라도 이렇게 차갑지는 않겠어요. 정말 무지하게 차갑네요.] [마루: 퓨즈 오러 연공법을 써봐!] [그렌: 그래! 그게 좋겠다. 오러를 끌어 올려서 몸으로 열을 발산하는 거야.]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뜻을 품자 잠자고 있던 오러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전신의 오러가 무섭게 들끓기 시작했다.
얼음물에 들어간 것처럼 차가워진 그의 몸에 서서히 온기가 돌았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순 없었다.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중증의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해모수는 의지를 불태우며 더욱 강하게 오러를 운용했다.
뜨거운 오러가 온몸을 빠르게 순환했다.
온기는 곧 열기로 변해갔다.
따뜻하다 못해 이제는 아예 뜨거워진 열기!
얼음장처럼 차갑던 여자의 몸을 서서히 녹이기 시작했다.
[해모수: 몸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요.] [마루: 이제 뒤집어서 등을 마사지해 줘!] [그렌: 그냥 네가 침상에 눕고 여자를 위로 올리는 게 좋겠다.]마루의 조치에 그렌이 더 좋은 방법을 첨가했다.
해모수는 그렌의 말대로 침상에 눕고 그녀를 자신의 몸 위로 끌어 올렸다.
두 손으로 열심히 그녀의 등과 엉덩이를 마사지했다.
차가운 몸에 차츰 온기가 돌아왔다.
청색증으로 인해 파랗게 변한 입술과 뺨에도 점차 홍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모수는 그런 가운데 어떻게든 여자를 살려보려고 열심히 오러를 돌리며 두 손으로 부지런히 마사지를 했다.
차갑다 못해 딱딱해져 가던 몸에 온기가 돌자 점점 보들보들해졌다.
아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바라보니 참 미인이었다.
게다가 전신으로 그녀의 몸을 느끼며 두 손으로 부드러워진 등과 엉덩이를 주무르다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으음.”
그때 여자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해모수는 즉시 몸을 일으켜 여자를 침상에 똑바로 눕혔다.
물통을 가져와 입술 사이로 살살 물을 흘려 넣어주었다.
그러나 아직 정신이 없는지 옆으로 물이 줄줄 다 샜다.
할 수 없이 그는 물통의 물을 마시고 입안에 머금었다.
여자의 턱을 잡고 살짝 벌린 후 입을 맞추곤 물을 입안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꿀꺽거리더니 조금씩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입안의 물을 다 넣자 다시 물통의 물을 머금고 그녀의 입에 넣어줬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점점 물을 받아 마시는 속도가 빨라졌다.
나중에는 힘이 강해져 물만 아니라 그의 혀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아무리 본능적인 행동이라곤 하지만 기분이 야릇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해모수는 머금고 있던 물이 다 떨어지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여자는 어미의 젖을 빠는 아이처럼 여전히 입맛을 다셨다.
더 이상 물을 주지 않고 그는 이제 여자의 전신을 꼼꼼하게 마사지했다.
추궁과혈의 수법으로 열심히 주무르자 몸의 기혈이 풀리는지 몸에 홍조가 돌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
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회자색 눈동자를 연상케 하는 신비한 눈빛!
해모수는 깜짝 놀라 흠칫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이 온전치 않은지 그녀의 눈은 여전히 흐릿했다.
몽롱하던 눈빛이 점점 또렷해지며 차츰 눈에 초점이 맞춰졌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의 눈동자가 이윽고 해모수를 쳐다봤다.
“정신이 드세요?”
해모수의 말에 그녀는 다시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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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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