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이곳에서 쉬고 계시면 곧 식사를 가져오겠습니다.”
“고맙네.”
그렌은 안내해 준 병사들에게 가볍게 감사의 눈인사를 했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군용 막사라서 그런지 시큼털털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공간이 꽤 넓었고 막사의 천도 꽤 튼튼해 보였다.
거실의 용도인지… 가운데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양쪽으로 하나씩, 방처럼 공간이 각각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내가 오른쪽을 쓰지.”
“제가 왼쪽을 쓰겠습니다.”
둘은 간단히 합의를 보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개인 공간에는 간이침대 하나와 작은 책상, 의자 등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입구에는 반투명한 천을 내리게 해놓아서 서로 안쪽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막사라는 곳이 으레 그렇듯,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또한 묘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야엘, 안 되겠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
“예.”
야엘도 냄새를 맡았는지 자신의 코를 잡고 가운데로 나왔다.
원래는 그녀가 빗자루라도 들고 청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실용적인 그렌은 보다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클린, 정화, 클린, 정화…….”
그것은 바로 클린 마법과 정화 마법을 남발하는 것이다.
막사 안은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묘한 악취와 시큼털털한 냄새도 싹 사라졌다.
“기왕 하는 김에 야엘도 갑옷 벗어!”
“예, 감사합니다.”
놀랐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오히려 그녀가 이 말을 반겼다.
“클린, 정화, 클린, 정화…….”
클린과 정화 마법이 마구 남발됐다.
야엘의 갑옷에 묻은 피와 먼지가 씻겨나갔다.
그녀가 입은 옷도 마법으로 뽀송뽀송해졌다.
심지어는 속옷과 가슴을 칭칭 동여맨 젖 가리개 천까지 청결해졌다.
야엘은 속으로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녀의 몸까지 쾌적하게 만든 그렌!
이제는 자신의 몸에 클린과 정화 마법을 사용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는 반신욕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샤워한 후의 시원한 느낌은 맛볼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상태로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윽고 병사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부르나 왕국의 전통 요리를 들고 왔다.
그렌은 야엘과 같이 오붓하게 식사를 했다.
연이은 행군과 전투로 인해 둘은 꽤나 배가 고팠다.
맛있게 식사를 하는 도중, 카스 기사단의 부단장 위르겐이 찾아왔다.
“그렌 마법사님, 가스 기사단의 부단장 위르겐입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그렌과 야엘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자 위르겐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
“이거 죄송합니다. 벌써 식사를 하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에요. 괜찮다면 같이 식사하시죠.”
그래도 같이 싸웠던 전우라서 친절하게 대했다.
하지만 위르겐은 눈치 없는 놈이 아니었다.
“식사는 부하들과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제가 찾아온 것은 이번에 생포하신 코티아르 왕국의 5서클 고위 마법사 레옹의 전리품을 전해드리기 위해섭니다.”
“아! 그거참 반가운 소리군요.”
카스 기사단의 본대와 중앙군을 기습했던 레옹 고위 마법사!
그렌의 호위 기사인 야엘의 활약으로 탈출 직전에 가까스로 생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레옹을 생포한 직후 속옷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과 소지품을 탈탈 털어버렸다.
하지만 이동 중에는 전리품을 분배할 수가 없었다.
잠시 위르겐 부단장에게 맡겨놓아야 했다.
암베르 요새 전투가 끝나고 이제 마나석 광산으로 들어왔으니, 카스 기사단의 단장 크라우스 남작의 허락을 받고 전리품을 전해주러 온 것이다.
카시오페라 왕국의 전리품 획득 규정에 따라 그렌은 레옹 마법사가 지니고 있던 모든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
라엘을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도 이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위르겐은 품속에서 붉은색의 마법 주머니 하나와 서류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내용물을 확인하시고 여기 인수증에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그렌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레옹의 마법 주머니를 열어봤다.
차근차근 마법 주머니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후!
그는 인수증에 멋지게 서명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위르겐 부단장은 서류를 품속에 넣고 그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기사인 자신에게 필요 없는 마법사의 물품이라 크게 탐이 나지는 않았다.
사실 그가 진짜 탐나는 것은 절색의 미모에 엑설런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야엘이었다.
그렇다고 그렌 앞에서 당장 수작을 부릴 수는 없었다.
앞으로 볼 시간이 많으니, 살살 꽤서 카스 기사단에 입단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이것은 야엘의 정체를 모르는 그만의 생각이었다.
그렌의 노예에서 호위가 되어 3년간 봉사하기로 계약한 야엘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위르겐 부단장이 막사를 나섰다.
그러자 야엘이 슬그머니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렌 님,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잘 확인해 보셨어요?”
“응, 쓸 만한 것들이 꽤 들어있어. 왜? 필요한 거 있어?”
“아니에요. 그냥 혹시 빠진 게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요.”
“그래? 그럼 직접 확인해 봐!”
레옹을 처음 털어버린 것이 야엘이다.
그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레옹의 마법 주머니를 그녀에게 넘겼다.
야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마법 주머니 안을 꼼꼼히 살폈다.
5서클의 고위 마법사답게 레옹의 마법 주머니는 용량이 크고 내용도 알찼다.
일단 레옹의 마법 주머니는 짐마차 네 대분의 용량을 가진 중급 마법 주머니였다.
마법 주머니 안에는 오우거 마법 갑옷, 상급 마법 로브, 마력 증폭 장갑, 실드 마법 반지, 힐 마법 반지, 파이어볼 마법 팔찌, 금화 1,800개, 중급 마나석 3개, 중급 마정석 3개, 중급 마나석 가루 다수, 각종 마법 시약 다수, 각종 고급 무기와 방어구 및 장비, 각종 고급 의류, 각종 최상급 레스토랑의 요리 100인분, 코티아르산 명품 포도주 5박스, 물통 등이 들어있었다.
“빠지거나 빈 것은 없는 것 같네요.”
“야엘이 레옹을 생포해 전리품을 챙겨서 전해줬는데… 그걸 대놓고 쓱싹 해먹을 수는 없었겠지.”
그렌은 야엘에게 레옹의 마법 주머니를 받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봤다.
[마루: 완전히 종합 선물 세트네.] [해모수: 대박! 앞으로 몬스터를 잡을 게 아니라 적국의 마법사를 잡아야겠어요.] [그렌: 크흐흐, 이거 정말 꽤 쏠쏠한데…….]레옹의 마법 주머니를 보고 마루와 해모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가장 놀라고 기쁜 것은 당연히 그렌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몬스터 대신 적국의 마법사를 사냥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실 이번 같은 경우는 우연과 행운이 겹친 특별한 기회를 잘 잡았을 뿐이다.
괜히 마법사를 사냥한다고 깝치다가 자폭이라도 한다면 인생 한 방에 골로 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짧고 굵게 사는 것보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
어쩌면 이게 더 마법사다운 삶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렌은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는 무장과 장비를 정비했다.
더 좋은 게 있는데 굳이 전에 쓰던 것을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렌은 지금까지 썼던 주술 지팡이, 메이스, 쇠뇌, 버클러와 가죽 갑옷 세트, 로브를 전부 벗어서 몽땅 마법 주머니에 처박았다.
대신 레옹이 썼던 마력 증폭 장갑, 파이어볼이 인챈트된 마법 팔찌, 실드 마법 반지, 힐 마법 반지에다 오우거 마법 갑옷을 안에 장비하고 상급 마법 로브를 밖으로 걸쳤다.
무장: 마력 장갑(증폭), 마법 반지(실드, 힐), 마법 팔찌(파이어볼), 마법 갑옷(오우거), 마법 로브(상급)
레옹의 마력 증폭 장갑은 다데카솔의 지팡이보다 훨씬 마력 증폭률이 높았다.
그러니 당연히 지팡이보다 사용하기 편한 마력 증폭 장갑을 써야 한다.
마법 팔찌 하나와 마법 반지 두 개에 인챈트되어 있는 마법만 모두 세 개.
시동어만으로 파이어볼, 실드, 힐 마법을 각각 하루에 세 번씩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아티팩트였다.
미르 용병단에서 빌린 웨어울프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갑옷 세트도 이제는 안녕이다.
새로 장비한 것은 오우거 가죽에 각종 마법이 인챈트된 마법 갑옷이었다.
튼튼하고 질기고 가볍고 편하고…….
이거 너무 좋은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로브도 프릴 마탑에서 선물로 받은 것보다 5서클의 고위 마법사인 레옹의 마법 로브가 상급이라 더 좋았다.
그렌은 무장을 전부 새로 바꾸자 왠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기분이었다.
아니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된 마법사라는 느낌도 들었다.
‘상태 창!’
무장을 새로 하는 김에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도 열어봤다.
어느새 레벨이 12로 올라 보너스 스탯이 11개나 쌓여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지력에 몰빵했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4.9퍼센트
이름: 이마루(Off) · 그렌(▲On) · 해모수(Off)
종족: 인간
랭크: 최하급(F)
레벨: 12 / 33퍼센트
스탯: 근력 14(+2), 민첩 14(+3), 체력 13(+2), 지력 46(+2), 마력 75
지력이 35에서 46로 올랐다.
해모수의 민첩이 오른 덕분에 민첩에 엑스트라 스탯이 하나 더 늘어났다.
이제 그의 마법은 수치상으로만 봐도 전보다 위력이 3할이나 강해졌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상태 창을 확인하고 있을 때!
쾅! 화르륵!
콰광, 꽈르릉!
밖에서 연이어 폭음이 터졌다.
그렌은 직감적으로 적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것을 감지했다.
야엘은 즉시 일어나 투구를 쓰고 롱 소드와 방패를 들었다.
막사 밖으로 나오자 그렌도 뒤따라 나왔다.
“뭐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렌의 질문에 야엘은 곧바로 다크에게 부탁했다.
‘다크,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그녀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어둠의 정령!
다크가 그림자 속으로 쑥 빠지듯 들어갔다.
어둠의 정령은 등급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강력한 무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찰이나 감시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일단 입구 쪽으로 가보자.”
“예스, 마이 로드!”
그렌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숙영지에서 밖으로 뛰어가는 자는 많아도 반대로 안으로 침입해 오는 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적의 공격이 아직은 목책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그는 마법사다.
최전방에서 싸우는 존재가 아니었다.
“적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다크가 돌아왔는지 걸어가면서 야엘이 보고를 했다.
“여기 처음에 왔을 때 봤던 동굴 있지?”
“네.”
“그리로 가자.”
“예스, 마이 로드!”
야엘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렌과 야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나석 광산 입구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야엘의 말대로 목책 앞으로 코티아르 왕국군이 새까맣게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맞서 부르나 왕국군과 카시오페라 왕국 중앙군도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들의 뒤로 부르나와 카시오페라의 기사들이 도열하고…….
맨 뒤쪽에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올라가자.”
그렌은 레비테이션 마법을 써서 절벽 위에 뚫린 구멍을 향해 올라갔다.
야엘도 빠르게 절벽을 향해 달려가더니 평지를 밟듯 밟고 위로 올라왔다.
절벽에 뚫린 동혈(洞穴)은 보기보다 넓었다.
안은 그리 깊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는 그렌과 야엘이 어깨를 맞대고 서있을 만했다.
“마법이다.”
누군가 하늘을 보며 크게 외쳤다.
코티아르 왕국의 마법사들이 목책을 향해 파이어볼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부르나 왕국과 카시오페라 왕국의 마법사들도 이에 즉각 반응했다.
휘익, 쾅! 휘이잉, 콰앙! 휘잉, 쾅콰광!
세 왕국의 마법사가 서로 상대를 향해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하자 목책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폭발이 끊이질 않았다.
그로 인해 양측의 병사들은 큰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쏴아아아!
코티아르 왕국 궁병들이 일제사격을 해왔다.
마법사 중 하나가 4서클의 마법인 거스트 오브 윈드를 써서 멋지게 방어했다.
덕분에 화살은 목책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접근하고 있는 코티아르 왕국의 병사들에게 떨어졌다.
으악, 크악, 아악…….
참혹한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코티아르 왕국군의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마루: 이건 완전히 중국의 인해전술이네.] [그렌: 인해전술?]그렌이 묻자 마루는 한반도에 일어났던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줬다.
[그렌: 오오! 그런 끔찍한 전쟁이 다 있었군.] [해모수: 그럼 저 인해전술인가 뭔가 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는 거예요?] [마루: 아니지. 인해전술은 화력이 막강한 군대에게는 통하지 않아.] [해모수: 화력이라면… 역시 마법사 아닌가요?] [마루: 맞아. 양측에 광역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이 있는데 왜 저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마루의 투덜거림에 그렌의 뇌리에서 뭔가 반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