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뭉클한 느낌에 잠이 깼다.
그렌은 눈을 뜨고 시선을 내렸다.
야엘이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그녀가 깨어있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깨어있었다.
꼬르륵!
게다가 배가 고팠는지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배 안 고파?”
“어! 일어나셨어요.”
그렌이 입을 열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발광석의 은은한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자기 전에 야엘을 치료할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살 만해졌는지, 아니면 죽음에 임박해서 종족 번식의 본능이라도 깨어났나 보다.
“예쁘네!”
그렌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진심이 터져 나왔다.
야엘은 그의 말을 듣자 기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쪽!
그녀는 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아니 이게 진짜 키스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렌은 야엘의 이 행동 하나로 그녀의 마음을 깨달았다.
“설마 내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지?”
“왜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그, 그러니까. 내가 좋을 리 없잖아.”
“그렌 님은 누구보다 자상하시고 훌륭한 분이세요.”
“내가?”
그녀의 의외의 말에 그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를 바라보는 야엘의 은빛 눈이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저를 노예에서 건져주시고 호위 기사로 만들어 주셨잖아요.”
“그건 나를 보호하려고 한 거야.”
“알아요. 하지만 세상의 그 누구도 노예를 위해서 비싼 마법 계약서까지 쓰지는 않아요.”
“그건 서로 배신하지 않고 약속을 잘 지키게 하려고 했던 거지.”
그녀는 마치 그렌의 마음을 다 안다는 눈빛으로 그윽하게 쳐다봤다.
“물론 그러시겠지요. 그렇지만 계약 조건을 보면 제가 너무 유리해요. 제게 행동의 자유를 주셨고 또 제 몸을 탐하지도 않으셨어요.”
“…….”
“저를 이용하려 들지 않고 일반 기사는 구경도 못할 왕실 기사단의 무구와 장비까지 풀로 챙겨주셨어요.”
“그거야 제대로 된 호위 기사를 만들려고 한 거지.”
그렌은 왜 자꾸 자신이 핑계를 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그녀의 말을 반박하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지금도 절 이렇게 깨끗이 치료해 주셨어요.”
“그래서 날 좋아하는 거야?”
“그런 이유도 있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섬기겠다는 계약 때문이기도 해요.”
“계약?”
야엘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렌도 상반신을 따라 일으켰다.
두 사람은 이제 침낭 위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계약은 신성한 거예요. 그것도 무려 마법 계약서잖아요.”
“그건 그렇지.”
“전 계약을 할 때 문구 그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설마 그것 때문에…….”
“제가 그랬죠?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야엘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그렌의 입술에 댔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는 표현이었다.
“저의 마음과 다크가 똑같이 말하고 있어요. 그렌 님은 좋은 분이라고요.”
진짜 할 말 없게 만드는 말이었다.
자신의 마음과 정령이 그렇게 말했다니…….
그럼 자신은 거기에 대고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렌 님은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나도 야엘이 좋아.”
“정말이죠?”
“응, 왠지 처음 볼 때부터 남 같지가 않았어. 노예라고 해서 마음대로 부리고 싶지도 않았고. 사실 노예를 산 건 야엘이 처음이었어.”
“그것 보세요. 역시 그렌 님은 좋은 분이세요.”
“과연 그럴까?”
그렌은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벌써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트웨인을 시작으로 자신을 적대한 사람과 몬스터를 무수히 죽였다.
그런데도 과연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쪽!
그의 의문은 야엘의 입맞춤 한 방으로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렌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야엘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렌은 야엘이 마음에 들었다.
젊은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데 무슨 조건이 더 필요한가?
그렌은 야엘의 턱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녀는 힘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쉽게 끌려왔다.
발광석에서 나는 은은한 빛이 야엘의 붉은 입술에 어렸다.
그는 탐욕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열리고 달콤한 설육이 수줍게 빠져나왔다.
그렌은 야엘의 혀를 부드럽게 물고 빨았다.
어찌나 달콤한지 마치 사탕을 빨아먹는 것만 같았다.
“으음.”
야엘은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걸 들은 그는 전신에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솟구쳤다.
그렌의 손가락이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더듬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 탱탱한 공 같은 것이 얇은 천 사이로 만져졌다.
순간 참을 수 없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33년 동안 동정으로 살아온 그렌!
직업이 마법사라서 그런지 진짜 영원히 마법사로 남을 뻔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진정한 마법사의 용기가 힘차게 용솟음쳤다.
그는 야엘의 옷을 위로 치켜올렸다.
그녀는 그렌의 의도를 순순히 따라왔다.
두 손을 위로 들고 만세를 외쳤다.
바지는 이미 잘려나간 상태였고, 이제는 상의까지 허공을 날았다.
그의 빠른 손길로 인해 가슴을 가린 천이 순식간에 풀려나갔다.
“아!”
그렌의 감탄사가 공간을 울렸다.
여인의 심처를 가리는, 손바닥보다 작은 얇은 천 하나를 제외하고 야엘은 이 순간 전라에 가까운 야한 모습이 되었다.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확실히 나왔다.
군살 하나 없이 미끈하게 잘 빠진 날씬한 몸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한쪽 다리를 감싸고 있는 붕대뿐이다.
그러나 그렌은 개의치 않고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눈으로 마음껏 감상했다.
아무리 봐도 질릴 것 같지 않은 하얀 나신.
뜨거운 시선이 닿을 때마다 야엘은 흠칫 놀라며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두 개의 소담한 과육이 그렌의 뜨거운 시선에 잡혔다.
바짝 다가온 그의 입술이 열리며 한쪽의 과육을 욕심껏 베어 문다.
짜릿한 쾌감과 함께 몸 한쪽이 뽑혀나가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
야엘은 그의 손길과 입술에 몸을 맡기며 연신 달뜬 신음을 쏟아냈다.
그렌은 그녀의 목을 잡고 침낭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붉은 입술에 키스를 하고 한 손은 과육을 일그러뜨렸다.
남은 한 손은 대리석 같은 두 기둥이 만나는 심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흥!”
살짝 손으로 쓰다듬자 야엘이 몸을 비틀며 야한 신음을 흘렸다.
얇은 천은 금세 푹 젖어 속이 훤히 비쳤다.
그 모습을 보는 그렌의 눈이 점차 충혈됐다.
조금은 거칠게 천 쪼가리를 잡아당겼다.
찌익!
힘없이 찢어진 천 쪼가리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두 손으로 대리석을 잡아 활짝 개방했다.
부끄러움에 자꾸만 이리저리 뒤틀리는 하얀 몸.
그렌은 치명적인 유혹을 견딜 수 없었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만지작거리자 놀란 활어처럼 파득거린다.
그는 자신의 힘이 한쪽으로 빠르게 몰리는 것을 느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그렌은 상의를 벗었다.
야엘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속눈썹을 바르르 떨었다.
미지에 대한 공포일까, 아니면 기대일까?
그렌은 마지막 남은 속옷까지 화끈하게 벗어 던지고 당당하게 그녀 앞에 섰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동그랗게 커졌다.
바보처럼 살짝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롱 소드와 방패를 들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던 터프한 여기사의 모습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간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야엘은 그의 개떡 같은 소리도 찰떡처럼 잘 알아들었다.
그녀의 다리가 살짝 위로 들리며 M 자를 만들어 냈다.
그렌은 야엘의 앞에 앉아 곧바로 밀고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뇌리를 울리는 한마디에 막 폭주하려던 그의 몸에 급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천천히 하자.’
그는 마루의 호통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곤 그동안 수도 없이 생각해 놓았던 첫날밤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은 야엘의 붉고 도톰한 입술을 탐하고 한 손은 그녀의 소담한 과육을 어루만졌다.
다른 한 손은 야엘의 귀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아흑!”
온몸으로 입체적인 자극이 쏟아졌다.
야엘은 전신에 긴장이 풀리고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렌은 끈질기게 그녀를 애태웠다.
이제는 뜨거운 몸을 식혀줘도 되는데 계속 불만 지피고 있다.
“아힝, 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야엘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재촉했다.
그제야 그렌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야엘의 몸은 아주 뜨거웠다.
욕망을 참고 사랑과 정성으로 애무했던 스스로가 조금은 대견스러웠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야엘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어흑!”
“아응!”
부끄럽게도 사내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참을 수 없는 쾌감 터져 나왔다.
정신이 멍할 정도의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후두부를 강타했다.
야엘이 달착지근한 교성을 쏟아내며 미간을 찡그렸다.
야하기 짝이 없는 그 소리만 듣고 있어도 절로 불끈한 마음이 생긴다.
그는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노를 저었다.
‘세상에 이런 쾌감이……. 내가 진짜 바보, 등신이었구나. 그동안 이 좋은 것을 안 하고 오형제에게만 신세 지고 있었다니.’
그렌은 지난 세월이 정말 원통하고 분했다.
반대로 이런 쾌락을 선사해 주는 야엘이 너무도 고마웠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적나라한 남녀상열지사!
아직 경험이 일천한 그에겐 너무나도 큰 자극이었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몸 끝에서 후두부까지 이어진 쾌락의 폭죽이 연신 터져 나왔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개운해졌다.
온몸에서 땀이 나고 정신적인 만족감, 즉 카타르시스가 일어났다.
마치 책에서나 읽어봤던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기분이었다.
그렌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열락을 찾아 끊임없이 노를 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카오스 볼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대지에 쌓인 마나들이 마구 끌려갔다.
그렌은 본능적으로 더 큰 쾌락을 얻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천지교태술까지 펼치기 시작했다.
야엘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크게 교성을 내질렀다.
단전의 오러 홀이 크게 출렁거렸다.
그렌의 첨단을 타고 흘러 들어온 양기가 그녀의 오러를 강렬하게 자극한 것이다.
야엘의 오러 홀에서 오러가 쏟아지듯 흘러나왔다.
그녀의 오러는 그의 몸의 일부를 타고 그렌의 몸 안으로 옮겨졌다.
그는 야엘의 오러를 받아서 자신의 몸 전체로 휘돌렸다.
그런 후 카오스 볼로 보내어 정제를 했다.
야엘의 오러는 카오스 볼에서 크게 한번 덩치를 불리고 다시 그녀의 오러 홀로 돌아갔다.
[마루: 어째 그렌 형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해모수: 자신도 모르게 천지교태술을 쓰고 있어요.] [마루: 세상에! 여자와 사랑을 나누면서 깨달음을 얻다니…….] [해모수: 맨날 나보고 천재라고 하더니 그렌 형이야말로 진짜 천재네요.] [마루: 그러게 말이야. 이런 기사(奇事)는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도 읽어보지 못했어.]황당해하는 마루의 말에 해모수도 혀를 내둘렀다.
사실 해모수는 그렌에게 천지교태술을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냥 그렌 자신이 알아서 배운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해모수 본인보다 훨씬 더 재밌게 잘 써먹고 있었다.
[마루: 헐! 해모수, 너 저거 보이니?] [해모수: 뭐요?] [마루: 야엘의 어둠의 정령 말이야.] [해모수: 다크 말이에요?] [마루: 그래 점점 커지고 있잖아.] [해모수: 진짜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마루: 아무래도 야엘의 오러가 그렌 형의 카오스 홀로 들어가서 혼돈 마법의 영향을 받는 모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