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낚시를 하는 건지, 사랑을 나누는 건지… 확실히 목적이 불분명했다.
그러나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해도 두 사람은 즐거웠다.
언젠가 먼 훗날, 웃고 떠들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낚시는 실패한 것 같아요. 여기 물고기는 생각보다 영악하네요.”
“미안. 내가 낚시는 처음 해봐서 잘 안 되네.”
“괜찮아요. 저도 낚시 별로 안 좋아해요.”
그렌이 머리를 긁적이자 야엘은 곧바로 낚시를 포기해 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코티아르산 최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와 명품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둘은 산책도 하고 정찰도 할 겸 호숫가를 거닐었다.
그들은 옷을 입지 않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편하게 돌아다녔다.
이곳에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다는 확신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물을 좋아하는 야엘과 자주 수영을 하게 되다 보니 자연히 옷을 입고 벗는 행동 자체가 귀찮아진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끄러움은 금세 사라지고 이제는 자유로움과 익숙함만 남았다.
촤아악, 촤아악!
어느새 수영을 배웠는지 그렌은 제법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다녔다.
[그렌: 어때?] [마루: 확실히 빨리 배우시네요.] [해모수: 내 덕인 줄 알아요.] [그렌: 고맙다. 해모수 네 덕분이다.] [마루: 그게 아니라 우리 셋이 동시에 집중을 해서 빠른 거예요.]야엘이 딴짓을 하고 있을 때!
그렌은 마루와 해모수로부터 열심히 수영을 배웠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해모수는 말할 것도 없고 마루도 제법 수영을 잘했다.
덕분에 그렌도 마루와 해모수의 도움을 받아 자유형을 금세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수영하는 폼 하나는 해모수보다 뛰어났다.
수영 강사를 하는 후배에게 술을 사주고 체계적으로 배웠던 마루의 공로였다.
그녀에게 뭔가 처음과는 좀 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에서 쓰는 마법을 연구 중이라는 핑계로 슬쩍 넘어갔다.
해와 달이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아니 그렌과 야엘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아예 구별을 할 수 없었다.
호숫가를 거닐며 정찰을 하고 부지런히 출구를 찾아다녔다.
배가 고프면 요리를 먹고 졸리면 같이 껴안고 잠을 잤다.
눈이 맞으면 사랑을 나눴고 심심하면 물에 들어가 수영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명상과 수련만은 절대 빼먹지 않고 꾸준히 했다.
물론 야엘의 람소드와 최상급 오러 연공법 강의도 절대 빼먹지 않았다.
그렌을 통한 마루와 해모수의 질문에도 그녀는 친절하게 최선의 대답을 해줬다.
좀 어두운 곳이기는 했지만 지하 호수의 생활은 여러모로 서로에게 유익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참에 인벤토리와 마법 주머니들도 정리를 좀 해야겠다.’
트웨인의 마법 주머니를 시작으로…….
카시오페라 왕국의 왕실 마법부 제2창고에서 빌린 파랑 마법 주머니.
코티아르 왕국의 5서클 고위 마법사인 레옹의 붉은색 마법 주머니.
거기에다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 시스템으로부터 1세제곱미터짜리 인벤토리까지 얻었다.
물품을 제대로 분류해서 정리해 놓지 않아 물건들이 난잡하게 섞여있었다.
그렌은 혹시라도 야엘과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생각해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트레인의 마법 주머니와 파랑 마법 주머니 그리고 레옹의 마법 주머니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꺼내 땅에 늘어놓았다.
먼저 짐마차 한 대분의 트레인의 마법 주머니는 야엘에게 선물했다.
풀 플레이트 아머와 무기, 장비와 옷 등을 매번 넣고 빼주는 것도 일이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마법 주머니 하나를 주는 게 실용적이었다.
야엘은 트레인의 마법 주머니를 받자 너무 기뻐했다.
그리고 이름도 찝찝한 트레인의 마법 주머니를 앞으로는 야엘의 마법 주머니로 부르기로 했다.
파랑 마법 주머니는 어차피 빌린 것이라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각종 폭탄과 기름 등을 원래대로 그대로 담기로 했다.
대신 짐마차 네 대분의 중급 마법 주머니인 레옹의 마법 주머니에 대부분의 물건을 정리해 넣었다.
물론 인벤토리에는 최상급 마나석과 고대 마법서 등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만 넣어놓기로 했다.
인벤토리(1세제곱미터): 최상급 마나석 3개, 상급 마나석 12개, 고대 마법서, 고서(古書, 해석용), 4서클 기본 마법서(사본), 하급 마법서(1~3서클), 각종 마법 서적(인챈트 마법 포함), 각종 연공법과 무술, 무기술과 스킬 등의 복사본, 금화 1,800개…….
레옹의 붉은색 마법 주머니(짐마차 4대): 중급·하급·최하급 마나석 자루, 중급·하급·최하급 마나석 가루, 각종 포션과 해독제, 각종 마법 시약 및 마법 재료, 중급 마정석 3개, 각종 고급 무기와 방어구 및 장비와 소모품, 주술 지팡이, 각종 고급 의류, 각종 최고급 레스토랑의 요리 100인분, 사모나산 최고급 포도주, 최고급 4인용 천막, 물통…….
파랑 마법 주머니(왕실 마법부 2창고): 폭탄, 수류탄, 클레이모어, 부비 트랩, 소이탄, 백린탄, 황린탄, 기름, 식용유…….
야엘 마법 주머니(트웨인): 돈주머니, 각종 포션과 해독제, 오리털 침낭, 고급 군복, 코티아르산 명품 포도주, 갓 구운 최고급 빵, 향신료가 들어간 최고급 육포, 로프, 물병…….
인벤토리와 모든 마법 주머니를 정리하자 그렌은 속이 다 시원해졌다.
야엘도 이제 더 이상 부끄럽게 속옷을 꺼내달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어 좋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마법 주머니를 살펴보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쪽에는 출구가 없는 것 같아.”
“호수 건너편으로 넘어가 볼까요?”
“그게 좋겠어.”
호숫가를 샅샅이 살피던 둘은 결국 호수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수영을 해서 갈까요?”
“아니. 날아가는 게 좋겠어.”
그렌은 호수가 안전하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영으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보다, 레비테이션 마법으로 몸을 띄우고 윈드 마법으로 밀어서 건너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이렇게 하면 마나도 많이 잡아먹고 더블 캐스팅까지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렌은 아직 5서클의 마법인 플라이를 쓸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만 입었다.
그렌은 마력 증폭 장갑 하나만 꼈다.
야엘도 한 손에 발광석을 쥐고 짧은 단검 하나로 무장했다.
그가 허리를 굽히자 그녀는 냉큼 그렌의 등에 올라탔다.
야엘이 업히자 그는 즉시 마법을 시전했다.
“레비테이션! 윈드!”
허공에 붕 뜬 두 사람의 몸에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처음에는 무거워서 그런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가속도가 붙으며 빠르게 호수를 가로질렀다.
그렌은 집중력을 발휘해 무난히 더블 캐스팅을 유지했다.
야엘도 정신을 집중해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
다행히 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호수를 건널 수 있었다.
저벅저벅…….
호수를 건넌 두 사람은 일단 주변을 살펴봤다.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마법을 세 번이나 중첩했다.
그러자 세 개의 빛 무리가 떠올라 주변을 대낮처럼 밝혔다.
“역시 인적이 없네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해. 다크를 보내보자.”
그렌의 말에 야엘은 어둠의 정령 다크를 한쪽으로 보내 정찰을 시켰다.
확실히 지하 호수가 어두워서 그런지 다크의 움직임이 무척 날랬다.
“우리도 저쪽으로 가보자.”
“네.”
다크를 보내놓고 그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만약 이번에도 출구를 찾지 못하면 최악의 수를 써야 한다.
그것은 호수의 물이 빠져나가는 지하 수로를 이용한 탈출이다.
하지만 지하 수로는 너무 위험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5서클의 마나를 모아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동굴을 탈출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빠를 것 같았다.
“다크가 돌아왔어요. 반대편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으음.”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아직 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한참을 걷자 허무하게도 결국 아무것도 없는 벽이 나타났다.
호숫가 어느 쪽도 출구는 없는 것이다.
[마루: 그렌 형, 뭔가 방법이 잘못된 것 같아요.] [그렌: 그게 무슨 뜻이지?] [마루: 다크에게 정찰을 보낼 때 출구를 찾으라고 했잖아요.] [그렌: 그렇지.] [마루: 출구를 찾으라고 하는 것보다 공기가 들어오는 입구를 찾으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렌: 아!]그렌은 그제야 마루가 하는 말의 뜻을 이해했다.
그는 즉시 야엘에게 자신의 생각, 아니 마루의 조언을 전했다.
“다크에게 지금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이 공기가 어디로부터 들어오는지 찾아달라고 해봐!”
“아 참! 그렇군요.”
야엘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그녀는 그렌을 놀랍다는 듯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마루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야엘이 다크를 불러 다시 새롭게 지시를 했다.
그사이 두 사람은 터벅터벅 호숫가를 거닐었다.
“…….”
“…….”
밥도 먹고 물놀이도 즐겼다.
사랑도 실컷 나눴고 잠도 푹 잤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둘은 살짝 고민이 됐다.
“명상을 해야겠다.”
“저도 수련을 해야겠어요.”
둘은 습관적으로 하던 일을 시작했다.
호숫가에 앉아 그렌은 명상에 잠겼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야엘은 롱 소드를 들고 몸을 풀었다.
그렇게 서로 할 일을 하고 있을 때!
다크가 기쁜 소식을 전했다.
“뭐 진짜?”
야엘이 놀라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렌도 명상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야엘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그녀는 여전히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탐스러운 두 개의 과육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치명적인 모습에 그렌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하지만 급히 정신을 붙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렌 님, 찾았어요. 다크가 찾았어요.”
“공기가 출입하는 통로를 찾았다는 말이지?”
“네, 맞아요.”
“잘됐군. 그럼 어서 가보자.”
그렌이 서두르자 야엘이 그의 팔을 잡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모르니까 이번에는 옷을 입고 가요.”
“그럴까?”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을 마음껏 볼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자는 야엘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옷을 챙겨 입고 각각 롱 소드와 마력 증폭 장갑으로 무장했다.
야엘이 발광석을 드는 것은 이제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오토매틱이었다.
다크의 인도를 따라 호숫가를 걷다 밋밋한 벽 앞에 섰다.
“저 위라고 하네요.”
“으음.”
고개를 들어보니 수십 미터 위에 작은 구멍 하나가 뚫려있는 게 보였다.
“저 위로 올라가면 통로가 있다고 그래?”
“예,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래요.”
다크가 그렇다면 그럴 것이다.
그렌은 아무 말 없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야엘이 무슨 뜻인지 알아먹고 그의 품에 폭 안겨 들었다.
“레비테이션!”
부유 마법을 걸자 두 사람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둘의 몸무게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마나를 투입했다.
그러자 그들의 몸이 위로 쭉쭉 솟구쳐 올랐다.
수십 미터를 올라가자 정말 널찍한 동혈이 보였다.
동혈 안으로 두 사람의 몸이 들어가자 그렌은 즉시 마법을 해제했다.
대신 환하게 불을 밝혔다.
“라이트!”
동혈이 크지 않아 라이트는 하나만 띄웠다.
그것만으로도 둘이 걸어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길이 좀 이상하다.”
“그렇죠. 바닥이 하얀 게 무슨 뼈 같기도 하고, 개미굴 같기도 하네요.”
“설마 진짜 개미굴은 아니겠지.”
“개미굴이라면 개미가 얼마나 크다는 말이에요?”
야엘은 자신이 말해놓고서 괜히 놀랐다.
그렌도 말을 하면서 왠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무장이 필요해!”
“제대로 무장을 하고 가요.”
그들은 거의 동시에 같은 뜻의 말을 했다.
그렌은 마법 주머니를 열었다.
오우거 마법 갑옷을 시작으로 마력 장갑, 마법 반지, 마법 팔찌를 차례로 장비했다.
겉에는 마법 로브까지 걸쳤다.
야엘도 마법 주머니를 열어 풀 플레이트 아머를 꺼내 장착했다.
한쪽 팔에 방패를 들고 롱 소드를 찼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서야 그들은 좀 안심이 됐다.
천천히 동혈을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십 미터를 들어가자 통로가 좌우로 나뉘었다.
왼쪽 길을 택해 이십여 미터쯤 갔다.
이번에는 통로가 위아래로 둘로 갈라졌다.
백 미터를 채 지나기 전에, 통로는 어느새 수십 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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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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