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고폭탄과 수류탄!
코티아르 왕국의 벨 기사단과 정예병들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이어진 소이탄에 의해 뜨거운 화염이 치솟았다.
일대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거기에다 후폭풍까지 일어나자 화마가 신나게 주변을 쓸어버렸다.
얼마나 폭발의 위력이 컸는지 그 많던 스켈레톤들까지 거의 쓸려나갔을 정도였다.
“우와! 죽을 뻔했네.”
“밀폐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후폭풍이 장난 아니네요.”
그렌과 야엘은 귀를 만지며 폭발의 위력에 기겁했다.
하지만 멀찍이 동굴 벽 뒤에 숨어있어서 놀란 것 빼고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덕분에 작전의 첫 단계는 멋지게 성공했다.
“다크는?”
“헤헤, 성공했어요.”
“그으래?”
야엘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다크가 가져온 물건들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지도와 열쇠 그리고 마법 주머니!
아주 알뜰하게 챙겨왔다.
불에 살짝 그슬렸는지 지도에서는 탄내가 났다.
열쇠는 뭐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아주 멀쩡했다.
강화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마법 주머니도 상태가 좋아 보였다.
그렌은 지도와 열쇠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라함의 마법 주머니도 품속 깊이 넣고 뒤로 물러났다.
“조용히 튀자.”
“네.”
그들은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재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그렌과 야엘의 뒤로 안토니오 자작의 분노의 함성이 귀청을 울렸다.
그라함 마법사는 폭탄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즉사했다.
폭발의 위력과 뜨겁게 달궈진 수류탄 속의 작은 쇠구슬들이 그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목표가 안토니오 자작과 그라함 마법사였기 때문에 병사들보다는 기사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있는 안토니오 자작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거 저쪽 땅속에 심어!”
“예.”
그렌은 그냥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가는 길에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을 간간이 설치했다.
야엘도 몇 번 해보더니 이제는 아주 능숙해졌다.
파랑 마법 주머니를 가득 채웠던 각종 폭탄은 이제 반의반도 남지 않았다.
남아있던 각종 폭탄은 이번에 아주 제대로 써먹고 있었다.
반나절을 올라왔던 동굴 길!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갈 때는 함정을 해체하면서 몬스터까지 물리치며 나아갔다.
그러나 올 때는 아무런 방해도 없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어! 저쪽에도 병사가 있어요.”
“폭발 소리를 듣고 던전 입구에 있던 병력이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군.”
야엘의 말에 그렌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냥은 갈 수 없고 선물을 안겨주고 뜨자.”
“좋아요.”
카시오페라 왕국과 코티아르 왕국은 거의 원수지간이다.
그러니 그렌에게도 코티아르 왕국은 적국이다.
마나석 광산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야엘에게도 원수가 됐다.
둘은 다가오는 적들을 위해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을 아낌없이 동굴 바닥에 촘촘히 깔았다.
“더 없어요?”
“응,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은 이제 다 썼어.”
끝내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이 남아나질 않았다.
파랑 마법 주머니를 열어보니 고폭탄과 수류탄 그리고 소이탄만 조금 남아있었다.
입맛을 다시는 야엘의 팔을 잡고 그는 속삭였다.
“그냥 가자. 더 이상 지체하면 위험해.”
“예스, 마이 로드!”
그렌과 야엘은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쾅, 콰앙!
우르릉, 쿠르릉!
멀리서 클레이모어와 부비 트랩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드리기만 해도 터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터지게끔 기폭 장치를 조절해 놨다.
마음속으로 안토니오 자작이 꼭 걸리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꽝, 꽈앙, 꽝꽝!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나고 동굴이 진동하는 게 느껴졌다.
그렌과 야엘은 소리와 진동을 배경음악 삼아 부지런히 달려갔다.
어느덧 그들은 처음 이 동굴로 들어왔던 광장 앞에 도착했다.
“다크에게 우리의 흔적을 지우라고 해줘!”
“알겠어요.”
그렌은 말과 함께 두 손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야엘이 자동으로 안겨왔다.
“레비테이션, 윈드!”
하도 많이 써먹었더니 이제는 두 마법이 아주 능숙해졌다.
두 사람의 몸은 허공에 둥실 떠오르더니 이내 빠르게 절벽 위로 올라갔다.
곧 개구멍 같은 작은 동혈이 보였다.
그렌과 야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동혈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손과 무릎이 다 닳도록 열심히 움직였다.
그 덕에 금방 개구멍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몸을 펴고 손등으로 허리를 두드렸다.
그녀가 얼른 다가와 그의 허리를 정성껏 주물러 줬다.
예쁜 짓을 하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상을 줬다.
눈치 빠른 그녀가 도톰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렌은 그녀에게 진하게 키스를 선사했다.
마나석 광산에 파묻힐 뻔한 원수도 대충 갚았고, 원하던 지도와 열쇠도 챙겼다.
이제는 결실을 맺고 보상을 챙길 시간이다.
다시 한번 그녀가 그렌의 품에 안겼다.
“레비테이션, 윈드!”
그는 부유 마법과 윈드를 동시에 써서 빠르게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
“저기 있네요.”
바닥에 도착하자 야엘이 쪼르르 앞으로 달려갔다.
그렌은 느긋하게 걸어서 시계 모양의 문양 앞에 섰다.
지도를 꺼내 살펴봤다.
흰개미 굴을 지나와서 그런지 목적지를 쉽게 특정할 수 있었다.
“여기가 맞네.”
이번에는 열쇠를 꺼냈다.
고풍스럽긴 했으나 특별할 게 없는 열쇠였다.
문제는 어디에다 꽂느냐였다.
“문양을 살펴보자.”
“여기 아니에요?”
야엘이 눈을 빛내며 한 곳을 가리켰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중앙에 동그라미가 중첩된 그림이 보였다.
열쇠를 돌려서 끝을 보자 확실히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렌은 시계 문양이 그려진 벽을 손으로 쓰다듬어 봤다.
매끈한 것이 그 어떤 마법적인 요소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 무장하고 들어가자.”
“예스, 마이 로드!”
야엘의 기사 놀이는 여전했다.
나름 꽤 진지해서 그렌은 그녀를 감히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야엘은 레드 아머를 벗고 풀 플레이트 아머를 꺼내 장착했다.
그도 오우거 마법 갑옷을 시작으로 각종 아티팩트를 장비했다.
둘은 서로 꼼꼼히 무장을 챙겨주며 긴장감을 높여갔다.
“시작한다. 옆에 바짝 붙어있어.”
“예스, 마이 로드!”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렌은 열쇠를 시계의 정중앙에 가져다 댔다.
순간 시계 모양의 문양에서 하얀 빛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화악!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되며 두 사람을 다른 공간으로 단번에 옮겨버린 것이다.
그들이 사라지자 벽에 새겨졌던 시계 문양이 서서히 흐릿해져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양은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
이제 그 누구도 이곳에 대마법사 크로노스가 남긴 표식이 있을 거라고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흰개미 굴 광장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공간!
서서히 침묵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 * *
정육면체의 공간!
사방엔 온갖 특이한 문양과 도형으로 어우러진 마법진이 가득하다.
천장은 기묘한 형태로 야명주가 촘촘히 박혀있고, 영롱한 빛이 공간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바닥에도 원형의 마법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음각되어 있는 상태!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긴다.
넓이와 폭 그리고 높이가 똑같은 이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중앙에 제단을 제외하고 가구가 하나도 없어 꽤 넓게 보였다.
화아악!
바닥의 원형의 마법진!
그중 한 곳에서 환한 빛이 위로 솟구친다.
동시에 흐릿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빛이 점점 사라지자 일남일녀의 뚜렷한 모습이 드러났다.
“여긴?”
“뭐였죠?”
그렌과 야엘은 동시에 놀란 목소리를 냈다.
둘은 사방을 정신없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이내 중앙의 제단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이게 크로노스의 유산인 모양이군.”
“방금 우리 텔레포트당한 것 맞죠?”
크로노스의 유산보다 강제로 텔레포트를 당한 것이 더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렌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진정시켰다.
“진정해! 대마법사 크로노스가 남긴 유산이야. 들어왔으니 당연히 나갈 길도 만들어 놨을 거야.”
“알겠어요.”
그제야 야엘은 벌렁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렌이 시선을 돌리자 그녀도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제단 위에는 반지와 팔찌, 소드와 체인 메일, 책 한 권과 양피지 두 장이 놓여있었다.
딱 보기에도 잘 만들어진 게 아티팩트라는 느낌이 났다.
그는 일단 첫 번째 양피지를 들고 읽어봤다.
나 크로노스의 유산을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토러스 대륙의 여섯 개의 산에 각각 숨겨놓은 나머지 유산들도 잘 찾아보기 바란다. 참고로 유산을 얻을 수 있는 지도는 대륙 사방의 끝, 하늘과 땅 끝에 숨겨놓았다. 벽 사면에 토러스 대륙의 동서남북으로 갈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해 뒀으니 시동어와 좌표를 이용해 유용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그대의 앞길에 행운이 이어지기를…….
―대마법사 크로노스
양피지는 대마법사 크로노스의 편지였다.
미사여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담백한 문체.
하지만 뭔가 자신감이 넘치는 것만 같은 필체였다.
“시동어와 좌표까지 있으니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어.”
“다행이에요.”
야엘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석 광산이 무너지면서 폐소공포증 같은 것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렌은 그녀를 품에 꼭 안아줬다.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자 야엘의 몸이 꼼지락거렸다.
고개를 내려 보니 훨씬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떨어졌다.
두 번째 양피지를 들었다.
읽어보니 제단 위에 놓인 아티팩트의 설명서였다.
먼저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는 아공간 반지였다.
무려 짐마차 100대 이상의 거대 용량을 자랑하는 어마 무시한 놈이었다.
손에 끼자 당장 주인 인식이 시작됐다.
이제는 도둑이 훔쳐가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렌이 원하기만 하면 반지는 곧바로 리턴되어 돌아온다.
그렌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드를 살펴봤다.
롱 소드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진 소드의 이름은 ‘바이퍼’였다.
드워프 장인이 바실리스크의 독 이빨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예술품에 가까웠다.
블레이드 자체에 독성이 강했고 석화 마법까지 인챈트되어 있는 마법검이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야엘에게 검집째 넘겨버렸다.
“선물이야.”
“네에? 이거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응. 마법사인 나보다 기사인 야엘이 쓰는 게 훨씬 낫겠지.”
“고맙습니다.”
기사라면 누구나 좋은 검에 욕심을 낸다.
야엘도 기사라서 그런지 바이퍼 소드를 보자 보석을 바라보는 여인처럼 눈을 빛냈다.
그렌은 그녀에게 바이퍼 소드의 사용법을 알려준 후, 팔찌를 살펴봤다.
성녀의 축복과 정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신력이 담겨있다는 팔찌의 이름은 이클립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팔에 이클립스를 찼다.
다음은 은빛으로 반투명하게 빛나는 체인 메일!
‘문라이트 룬 메일’이란 이름의 아티팩트였다.
그렌은 두 손으로 체인 메일을 들었다.
놀랍게도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하이 엘프가 미스릴로 만들었다는 설명이 기억났다.
그래서 미스릴 금속으로 만들었나 했더니 미스릴을 실처럼 꼬아 만들었다.
문라이트 룬 메일에는 투명화 마법까지 인챈트되어 있었다.
그는 당장 로브를 벗고 오우거 마법 갑옷 위에 문라이트 룬 메일을 걸쳤다.
워낙 가벼워서 체인 메일을 걸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시 로브를 입은 그렌은 책을 펼쳐봤다.
차분히 읽어가던 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크, 크로노스의 마법서다.”
“네에? 그거 엄청 중요한 거 아니에요?”
야엘이 덩달아 크게 놀랐다.
“맞아. 크로노스가 자신의 마법을 집대성해서 만든 1서클에서 7서클까지의 마법이야.”
“그렌 님, 축하해요.”
“고마워! 야엘.”
그렌은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기뻤다.
그녀도 진심을 담아 그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그렌은 고대 마법서를 해석해서 얻은 비전 중 하나인 혼돈 마법을 배웠다.
고대 마법서 안에도 여러 가지 마법이 있다.
그렇다고 서클 마법을 아예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클 마법으로 혼돈 마법을 펼칠 수는 없지만 반대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마법 수식만 조금 고치거나 응용하면 얼마든지 크로노스가 집대성해 놓은 1서클에서 7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