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사실 크로노스의 마법서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천재 중의 천재라는 크로노스다.
대마법사인 그가 자신의 마법을 집대성해 놓은 마법서!
이건 천금을 주고도 보겠다는 마법사가 아마 줄을 설 것이다.
그렌은 크로노스의 던전에서 얻은 보물들을 생각하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아공간 반지: 짐마차 100대 이상
바이퍼 소드: 드워프 장인이 바실리스크의 독 이빨로 만든 검, 석화 마법 인챈트
문라이트 룬 메일: 하이 엘프의 미스릴 체인 메일, 투명화 마법 인챈트
이클립스 팔찌: 축복과 정화를 쓸 수 있는 성녀의 팔찌
크로노스의 마법서: 대마법사 크로노스가 집대성한 1서클에서 7서클의 마법
야엘도 바이퍼 소드를 한쪽 허리에 차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끌어안았다.
왠지 앞으로는 술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 그는 뭔가 잊은 것이 생각났는지 마음속으로 조용히 뇌까렸다.
‘상태 창!’
그렌은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이 모두 하나씩 올랐고 마력은 무려 두 배나 올라있었다.
랭크도 최하급(F)에서 하급(E)으로 성장했다.
흰개미 언데드와 기사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레벨이 어느새 50이 되어있었다.
‘흰개미 언데드는 야엘이 대부분 죽였지만 보조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나도 혜택을 봤나 보다. 그리고 폭탄으로 마법사와 기사들을 죽이고 코티아르의 정예병까지 죽였지. 아 참! 스켈레톤 마법사와 스켈레톤 나이트는 물론 스켈레톤도 많이 죽였어.’
그제야 레벨이 폭업한 게 이해가 됐다.
물론 그래 봐야 1레벨이 오를 때 보너스 스탯을 하나씩 준다.
그는 38개의 보너스 스탯을 이용해 근력, 민첩, 체력을 모두 20에 맞췄다.
그래야 엑스트라 스탯이 생겨 마루와 해모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은 보너스 스탯은 모조리 지력에 밀어 넣었다.
상태 창을 보는 그렌의 눈가에 적지 않은 만족감이 솟아났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20.4퍼센트
이름: 이마루(Off) · 그렌(▲On) · 해모수(Off)
종족: 인간
랭크: 하급(E)
레벨: 51 / 11퍼센트
스탯: 근력 20(+2), 민첩 20(+3), 체력 20(+2), 지력 81(+2), 마력 160
“이제 그만 여길 나가자.”
“예, 그런데 어떻게 나가요?”
“네 개의 벽은 토러스 대륙의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거야. 바닥에 그려진 것은 텔레포트 마법진이고. 이미 좌표를 외우고 있으니 언제든 원하면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어.”
물론 5서클에 해당하는 마나를 모아야 가능하다.
“마법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군요.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되죠?”
“당연히 북쪽으로 가야지.”
그렌은 야엘의 손을 잡고 한쪽 벽 앞에 섰다.
“북쪽이면 카시오페라 왕국이겠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카시오페라 왕국의 수도 에티오야. 준비됐으면 떠나자.”
“예, 전 준비됐어요.”
그녀가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 노스 텔레포트!”
그렌은 양피지에 쓰여있는 그대로 시동어를 외쳤다.
두 사람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이며 꺼지듯 사라져 갔다.
정육면체의 공간은 금세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천장에 박혀있는 야명주가 아쉬운 듯 요요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김현수는 장인어른인 이대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원래 좀비로 인해 종말을 맞게 될 거라는 마루와 장인어른의 말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어젯밤 창문 틈으로 직접 좀비를 목격했다.
아침에는 마루가 단단히 결박해 놓은 좀비도 구경했다.
도쿄 병원에서 일어난 좀비 사태도 생방송 뉴스를 통해 봤다.
이제는 어머니가 걱정돼서 도저히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장인어른, 다녀오겠습니다.”
“꼭 사부인을 모시고 오게.”
“조심히 다녀오게.”
이대근과 김영희는 그의 인사에 웃는 낯으로 말했다.
김현수가 일어나자 이서현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서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그냥 여기에 있어. 나 혼자 지하철 타고 후딱 다녀올게.”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아냐. 내 말 들어. 그냥 여기서 좀 쉬고 있어. 그동안 당신 쉴 틈도 없었잖아.”
“알았어요. 그럼 빨리 다녀와요.”
“내가 총알처럼 쌩하니 갔다 올게.”
항상 서현과 같이 다니기를 좋아하는 김현수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그냥 처가에 두고 가고 싶었다.
좀비가 나타난 세상이라 위험하다는 촉이 발동한 건지도 모른다.
마루는 매형이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김현수는 문밖까지 따라 나오는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러고는 힘찬 발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마루는 걸어가는 김현수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마침 그의 눈에 마당 한쪽에 쌓아놓은 좀비 퇴치 키트가 들어왔다.
좀비 퇴치 키트 한 개를 손에 쥐고 그는 쏜살같이 김현수를 향해 달려갔다.
“매형!”
“마루 처남!”
김현수는 마루가 자신을 쫓아오자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
“이거 가져가세요.”
“이게 뭐야? 어! 이건 좀비 퇴치 키트 아냐?”
“맞아요. 좀비 퇴치 키트예요. 서울 도봉산에 운석이 떨어진 거 아시죠?”
“알지.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회기동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그래도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어요. 혹시 모르니 이거 가지고 가세요. 사용하는 방법은 어제 가르쳐 드렸는데… 기억하시죠?”
“물론이지.”
자신이 걱정돼 좀비 퇴치 키트를 가지고 부랴부랴 달려온 처남이다.
김현수는 마루의 행동에 크게 감동했다.
그는 마루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천만에요. 그리고 저 픽업트럭 타고 가세요.”
“아니야. 괜찮아.”
“지하철은 물론이고 아마 버스도 다니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이거라도 타고 다녀오세요.”
마루는 억지로 그의 손에 픽업트럭의 키를 쥐여줬다.
“어지간하면 어디 들르지 마시고 바로 돌아오세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시죠?”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게. 고마워! 마루 처남!”
결국 김현수는 픽업트럭을 몰고 나갔다.
물론 그 전에 꽁꽁 묶인 좀비는 한쪽으로 미리 치워놓았다.
고맙다며 손을 흔들고 가는 그의 어깨가 아까보다는 조금 넓어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서현이 문밖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 나 기다렸어?”
“응, 매형은 잘 갔지?”
“잘 갔어.”
“네가 타고 다니는 픽업트럭을 빌려준 거야?”
“아무래도 지하철이나 버스가 다닐 것 같지 않아서…….”
“마루야, 고맙다.”
“우리 사이에 고맙기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마루가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서현은 웃으며 마루의 팔에 팔짱을 꼈다.
“우리 마루 이제 다 컸네.”
“지금 장난해. 내 나이가 몇 갠데 그딴 소리야?”
“그럼 이제 우리 같이 늙어가는 신센가!”
마루는 누나의 푹신함과 향긋한 체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겨우 네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서현은 언제나 마루에게 든든하고 포근한 누나였다.
“들어가자.”
“아냐. 먼저 들어가. 나는 건넛집에 가서 잠깐 일을 봐야 해.”
마루가 일이 있다고 빼자 서현은 두말없이 그의 팔을 놓아줬다.
건넛집 2층으로 올라가자 라면 냄새가 확 풍겼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우성존과 한소신이 한창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마루 형, 어서 와요.”
“형, 식사했어요?”
“아점 먹었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네.”
“예.”
마루는 김치와 함께 라면을 후루룩거리고 있는 둘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긴 쓸 만하냐?”
“어젯밤 아주 푹 잘 잤어요.”
“이 정도면 천국이죠.”
한소신과 우성존은 꽤 넓은 단독주택 2층을, 그것도 단둘이서 사용하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마루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틀고 뉴스를 보면서 잠시 시간을 때웠다.
라면을 다 먹고 나자 둘은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면서 걸어왔다.
두 사람은 마루가 앉은 소파 양쪽에 자리를 잡더니 동시에 퍼져버렸다.
“너희도 뉴스 봤지?”
“도쿄 말이에요?”
“살벌하던데요. 도쿄 병원이 아주 제대로 털렸어요.”
한소신과 우성존이 몸을 바로 하더니 급격히 흥분했다.
“너희도 이제는 내 말을 믿지?”
“어디 믿다 뿐입니까? 우린 앞으로 형이 시키면 지옥이라도 갈 거예요.”
“진짜?”
“농담이에요. 설마 진짜 지옥으로 가라고 할 생각은 아니죠?”
“에라 이놈아.”
“어쨌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우성존은 마루에게 충성 맹세를 한다며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한소신은 우성존의 태도에 코웃음을 쳤다.
“충성 맹세를 그렇게 장난처럼 하면 어떻게 해? 전 정말 마루 형과 같이 끝까지 가고 싶어요.”
“왜 나랑?”
“오늘 정부가 하는 짓을 보고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어요.”
한소신은 조금도 장난을 치지 않고 진중하게 얘기했다.
“이 세상은 망해먹기 딱 알맞게 생겼어요. 좀비 사태가 아니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망해버릴 세상이 분명해요.”
“너무 염세적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야?”
“저도 제게 그런 면이 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흙수저와 금수저로 나눠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박탈감에 치를 떨며 살아가고 싶진 않아요.”
한소신은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마루는 한소신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세상은 흙수저와 금수저로 분명하게 나눠져 있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간간이 용도 났다던데…….
이제는 그런 상황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이젠 옛말이다.
돈만 있으면 어떤 짓을 해도 다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그냥 쥐 죽은 듯이 노예처럼 살아가야 한다.
아무런 꿈과 희망도 가지지 말고, 그저 소리 소문 없이 편의점에서 알바나 하다가 조용히 죽어야 하는 것이 흙수저의 정해진 삶이다.
실제로 이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가 대한민국에 결코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그물망이 이들을 옥죄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이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아마 그것은 활화산처럼 폭발해 세상을 온통 거센 불길로 태워버릴 것이다.
“그래서 정확히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앞으로 마루 형을 옆에서 잘 보좌할게요. 그리고 기왕이면 저도 한자리 차지해 보고 싶어요.”
“무슨 자리를 차지한다는 거야?”
“하하하, 그런 게 있어요. 원래 난세가 영웅을 부르는 법이거든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영웅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누가 또 형보고 영웅이래요?”
“아냐, 그런 게 있어.”
마루는 한소신에게 차마 해모수가 언급한 ‘영웅은 삼처사첩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줄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올라왔어요? 할 말이 있으면 전화해서 우리보고 내려오라고 하면 될 텐데…….”
“진아 할머니가 뉴스를 보고는 많이 불안하셨던 모양이야. 그래서 진아가 나한테 도움을 청했어.”
“정말요?”
“응, 그래서 뒷집 1층에 방을 빌려주기로 했어.”
“잘됐다.”
“뭐가 잘돼?”
“서진아 정도의 미녀라면 분명히 예쁜 친구들도 많을 거 아녜요? 가까운 곳에서 오빠, 동생 하면서 지내다 보면 언젠가 소개팅이라도 시켜주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잘됐다는 게 고작 진아가 너 소개팅시켜 줄 것 같아서 한 소리냐?”
“네.”
우성존의 당당한 말투에 마루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알고 보니 이놈도 어지간한 4차원 저리 가라 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어찌 됐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물론 같은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서 자주 부딪칠 일은 그다지 없을 것 같지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저희가 잘 돌봐줄게요.”
“알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루는 호언장담을 하는 우성존보다 한소신의 대답이 어쩐지 더 믿음직스러웠다.
“참, 총기를 구할 곳은 알아봤어?”
“물론이죠. 안양 가는 길에 국군 지휘통신사령부, 남태령 올라가는 길에 국군 수송 사령부, 내려가는 길에 90정비대대 그리고 수도 방위 사령부, 국군 기무 사령부, 제1방공여단도 과천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