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전부 군대잖아.”
“그래서 과천 경찰서와 지구대, 예비군 지역대와 동대 등도 모두 알아봤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총기를 구하러 가는 건 시기상조예요.”
“그렇지. 아직은 극도로 혼란한 상태가 아니니까.”
“맞아요. 하지만 며칠 안에 그런 상황이 도래할지도 몰라요.”
한소신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소음기도 같이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쉽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그럼 소음기는 과천 공업사 박 사장님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겠군.”
“공업사라면 정밀공작기계가 있을 테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좀비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렌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어젯밤 좀비를 처리하면서 직접 확인까지 했다.
마루는 권총이든 소총이든 기관총이든 반드시 소음기를 달아 조금이라도 소음을 줄이고 싶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박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충분한 수량을 부탁하기로 했다.
“어떤 총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군대의 무기고와 탄약고를 확보한다면 중화기까지 구할 수 있어요.”
“당장 군부대부터 노리는 것은 어려울 거야. 기껏해야 과천 경찰서가 최선이 아닐까?”
“예비군이 보유한 총은 M1 카빈 반자동소총과 M16A1이 대부분이고 K―2 소총이 조금 있어요. 경찰서에 보관된 총기도 구식 리볼버 권총과 골동품 수준인 M1 카빈 반자동소총, K1A 기관단총 약간이 전부예요. 기관총으로는 M60E2가 있어요.”
“수류탄은?”
“꽤 넉넉한 편이에요.”
좀비를 상대하기에는 사실 총보다 소음이 작은 냉병기가 좋다.
물론 냉병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전문가에게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접전의 부담으로 원거리 타격 무기인 총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결정적으로 총은 소음이 너무 커서 좀비를 대량으로 불러 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좀비가 창궐한다고 꼭 좀비만 상대하라는 법은 없다.
종말의 세상에서는 좀비보다, 어쩌면 같은 인간이 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마루는 최악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총기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마루의 핸드폰이 마구 진동하기 시작했다.
확인을 해보니 민정이었다.
“여보세요?”
―오빠, 지금 어디예요?
“건넛집 2층에 있는데 왜 그래?”
―지금 밖에 좀비들이 나타났어요.
“잠깐만.”
마루는 급히 창가로 가서 커튼을 젖혔다.
“이런!”
밖을 살펴본 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놀랍게도 1차 방벽 안에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나 됐다.
“이건 뭐지? 왜 방벽 안에 좀비가 있는 거지?”
“누가 차단 문을 열어놓은 게 아닐까?”
창문을 바라본 한소신과 우성존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마루는 그들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무기를 챙겨 들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제야 두 사람도 허겁지겁 조립해 놓은 창을 들고 현관을 나섰다.
마루는 건넛집 2층 현관 입구에서 내려와 1층으로 나가지 않았다.
도중에 담을 타고 돌아서 철제 방벽 위로 올라갔다.
크아아아!
캬아오오!
좀비들이 마루를 발견하고는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다행히 철제 방벽은 아주 튼튼했다.
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좀비들의 몸짓은 아주 격렬했다.
마루는 방벽 위를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혹시 차단 문이 열려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해모수: 좀비가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그렌: 1차 방벽 안으로 벌써 수십 마리가 들어왔어.] [해모수: 방벽을 향해 좀비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어요. 갑자기 좀비들이 왜 이렇게 늘어났지?] [그렌: 혹시 좀비 웨이브가 시작된 거 아냐?] [마루: 어휴! 갈수록 태산이네.]다른 삼면의 차단 문은 잘 닫혀있었다.
그런데 동쪽의 차단 문만 어쩐 일인지 활짝 열려있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재빠르게 방벽 위를 달려갔다.
가속도가 붙자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떨어져 내리며 한쪽 다리를 쭉 내뻗었다.
뻑!
우당탕, 쿵, 탕!
차단 문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좀비 하나가 등이 반으로 접히며 나동그라졌다.
마루는 그사이 차단 문을 닫고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 모습을 본 좀비들이 빠른 속도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마루는 벌써 담벼락을 타고 위로 기어 올라갔다.
[해모수: 일단 큰 위기는 넘겼네요.] [그렌: 무슨 소리야? 아직 위기는 시작되지도 않았어. 철제 방벽 너머를 좀 살펴봐!]마루와 해모수가 반사적으로 1차 방벽 너머를 확인했다.
골목에 좀비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자체적으로 양산된 좀비가 아니라 외부에서 몰려온 좀비가 확실했다.
[마루: 문원동으로 들어오는 길이 열렸어요. 누군가 2차 방벽을 열어둔 게 확실하네요.] [해모수: 동일인이 1차 방벽을 연 것이 아닐까요?] [그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외부로 출입하는 동네 주민이 한두 명이 아니야. 분명히 나갔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2차 방벽의 차단 문이 열렸을 거야.] [해모수: 그럼 1차 방벽은요?] [그렌: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건 좀 고의성이 있어.] [마루: 누군가 의도적으로 열었다는 말이네요.]마루도 그렌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걸리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렌: 1차 방벽을 열어놓은 범인은 나중에 찾고, 일단 방벽 안에 들어온 좀비부터 처리해!] [해모수: 마루 형, 혼자 다 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이 기회에 가족과 이웃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세요.] [그렌: 해모수 말이 맞아. 좀비가 창궐하는 게 마루 때문도 아닌데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지 마.]마루는 해모수와 그렌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였다.
그는 철제 방벽 위에 우뚝 서서 크게 외쳤다.
“누군가 동쪽 차단 문을 열어놨습니다. 그래서 좀비들이 안으로 들어왔어요. 당장 대문이 잘 잠겨있는지 확인하시고 현관문도 잠그세요.”
쩌렁쩌렁한 마루의 목소리에 대망 슈퍼 안채에 있는 가족들을 비롯해 1차 방벽 안의 이웃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마루네 가족들과 근처의 이웃들은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단속을 잘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문이 굳게 닫혀있는지 현관문도 잘 잠갔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좀비 퇴치 키트를 꺼내서 조립하세요. 남자들은 창을 들고 철제 방벽 위로 올라오세요. 활이나 쇠뇌가 있으면 좀비의 머리를 노리고 쏘세요.”
이어지는 마루의 목소리에 이웃들은 일제히 좀비 퇴치 키트를 꺼내 창을 조립했다.
하지만 활이나 쇠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없었다.
오직 미리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한 마루네 가족만이 개량궁, 컴파운드 보우, 리커브 보우, 쇠뇌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루 형!”
“저희가 왔어요.”
한소신과 우성존이 제일 먼저 창을 들고 철제 방벽 위로 올라왔다.
“마루야!”
“형!”
뒤이어 아버지 이대근과 형인 태인 그리고 동생 재용이 올라왔다.
마루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도 엿보였다.
“마루 오빠!”
뒷집 2층 현관이 열리고 민정이 나왔다.
그녀는 겁도 없이 철제 방벽 위를 성큼성큼 걸어서 다가왔다.
한 손을 치켜들자 마루도 웃으면서 손을 들고 마주쳤다.
“마루야!”
“오빠!”
대망 슈퍼 안채 2층 창문이 드르륵 열렸다.
어머니 김영희와 막내 여동생 윤아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안채로 갔는지 진아와 그녀의 할머니도 있었다.
여자들은 활과 쇠뇌를 들고 한번 쏴볼 거라고 낑낑대고 있었다.
뒤늦게 이웃들도 조립식 창을 하나씩 꼬나 쥐고 합세했다.
그러나 철제 방벽 위를 올라온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가구에 한 명 이상은 찾기 힘들었다.
아직은 그저 생색만 내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 가구에서 나온 성인 남자는 열다섯 명이나 됐다.
[해모수: 철제 방벽 위로 나온 사람은 전부 스물두 명이에요.] [그렌: 그중에서 여자는 유일하게 김민정뿐이군.] [해모수: 거기에다 1차 방벽 안에 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죠.]마루는 말없이 그들과 한차례씩 눈을 마주쳤다.
철제 방벽 아래에서는 좀비들이 으르렁거리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어떻게든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마시고 살을 뜯어 먹고 싶어 철제 방벽을 긁어댔다.
다들 입을 꼭 다물고 밀려오는 근원적인 공포와 싸우기 시작했다.
이건 나이와 성별, 인종과 피부를 초월한 문제였다.
이제는 철제 방벽 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적지 않은 좀비들이 모여들었다.
점점 고조되는 공포 속에서도 창을 쥔 사내들은 이를 악물며 견뎌내고 있었다.
마치 마루의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들은 모두 그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방벽 안으로 들어온 좀비부터 처리하겠습니다.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보고 따라 하세요.”
마루는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창의 중간과 끝부분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리찍었다.
좀비 한 마리의 정수리가 뚫리며 옆으로 픽 쓰러졌다.
“정확하고 빠르게 내리찍었다가 빼야 합니다. 만약에 좀비에게 창이 잡히면 미련을 두지 말고 바로 버리세요. 괜히 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딸려 내려가는 수가 있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천천히 시범을 보였다.
다들 이해를 했는지 조심스럽게 마루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아래에서 시뻘겋게 눈을 뜨고 노려보는 좀비들을 향해 창을 내려찍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야 한다.
흔들리는 좀비의 대가리를 꿰뚫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아이씨! 더럽게 안 맞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배불뚝이 아저씨가 버럭 화를 냈다.
마루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무서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이 낫다.
“혼자서 하지 마시고 2인 1조로 움직이세요. 손목 조심하시고 좀비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철제 방벽은 튼튼했고 그 위에만 있으면 좀비들은 결코 공격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
다들 열심히 창질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소득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나타났다.
하나둘씩 좀비가 쓰러졌다.
놀라운 것은 민정이었다.
그녀는 깔끔한 동작으로 창을 내려찍으며 좀비의 대가리를 꿰뚫었다.
[해모수: 이야! 김민정이 보기와는 다르네요.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더니 창도 잘 쓰네요.] [그렌: 어지간한 사내보다 낫다. 현재까지 좀비를 제일 많이 잡은 건 그녀야.] [마루: 민정이가 원래 과천 종합 격투기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로 일했잖아요. 그래서 몸 쓰는 법이 뛰어난 편이죠.]해모수와 그렌이 민정을 칭찬하자 마루는 괜히 가슴이 뿌듯해졌다.
핑, 턱!
쌔앵, 퍽!
간간이 2층 창문에서 아래로 화살과 볼트가 쏘아졌다.
대부분 좀비를 맞히지 못하고 땅바닥에 꽂히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조금씩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영희 여사는 몇 번 해보다가 아예 포기했는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역시 어린 진아와 젊은 윤아가 경쟁이라도 하듯 활과 쇠뇌를 열심히 쏘았다.
가끔 눈먼 화살과 볼트가 좀비를 맞히기도 했다.
하지만 좀비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교대하세요. 물도 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마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들 중 반 이상이 뒤로 물러섰다.
아주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근데 좀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체력 소모가 컸다.
그래도 창을 든 사내들은 모두 좀비를 한 마리 이상씩 잡았다.
이것도 실전 경험이라고, 확실히 전보다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하긴 현대사회에서 초식 남자들이 좀비를 사냥해 봤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긴 했다.
그사이 마루는 북쪽에 있는 철제 방벽으로 이동했다.
좀비가 지나치게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자마자 아래쪽으로 빠르게 창을 내려찍었다.
퍽, 털썩! 빡, 풀썩! 빠각, 털썩…….
원샷 원킬!
한번 내려찍으면 반드시 좀비 한 마리가 쓰러졌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마루의 기계적인 창질은 가히 예술이다.
덕분에 거의 1초에 좀비 한 마리씩 무너져 내렸다.
이 모습을 본 이웃 주민들은 그의 힘과 정확도 그리고 창술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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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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