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민정도 누군가 동쪽 방면의 차단 문을 열어서 좀비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마루의 의도를 단박에 눈치챘다.
그녀가 자신의 차 문을 열고 블랙박스에서 USB 저장장치를 가져왔다.
한소신이 얼른 받아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했다.
잠시 후, 한소신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찾았어요.”
그의 말에 마루와 민정이 노트북 화면을 향해 동시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니 이 여자는…….”
마루는 머리가 뽀글뽀글한 아줌마의 모습을 대번에 알아봤다.
좀비가 된 자신의 남편을 마루가 처리한 것을 가지고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여자는 철제 방벽 안으로 사다리를 타고 몰래 들어왔다.
차단 문을 활짝 열고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잘린 팔을 던져놓고 나갔다.
그제야 마루는 어떻게 외부의 좀비들이 1차 방벽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어떻게 하죠?”
“이 여자는 죽여야 돼.”
“당연히 응징을 해야지.”
민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루를 쳐다봤다.
그러자 한소신이 대뜸 죽여야 한다고 눈에 힘을 줬다.
우성존도 응징을 언급했다.
마루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한소신에게 말했다.
“엄연히 우리도 하나의 단체야. 1차 방벽 안에 사는 사람들의 대표를 찾아가서 이걸 보여드리고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 달라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마루는 아버지 이대근을 돌려서 말했다.
하지만 한소신은 마루가 누굴 지칭하는지 바로 알았다.
그는 우성존과 함께 대망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안채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이 미친 여자가!”
곧바로 1차 방벽 안에 살고 있는 각 가정의 대표들이 소환됐다.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그러곤 아까보다 더 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거 미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무슨 이런 개또라이 같은 년이 다 있어!”
“당장 우리 동네에서 내쫓읍시다.”
“절대 가만히 두면 안 되겠네.”
이제 조금 있으면 사람들의 생각이 모아질 것이다.
“만약 보복을 결정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결정한 대로 해야지.”
“설마 그 여자를 죽일 거예요?”
“음, 글쎄…….”
민정의 질문에 마루는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은 당장 달려가서 작살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사회의 물이 빠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종말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여전히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었다.
“민정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용서해 줘야 할까?”
“그건 아니죠. 하지만 꼭 죽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나중에 문제가 될지도 모르니까 현명하게 잘 대처해야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소리야? 마을에서 쫓아내?”
“다시는 오빠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할 수 없도록 무력화시켜야지요.”
“무력화라…….”
민정은 꼭 어떻게 하라고 꼭 집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루는 그녀가 대충 어떤 의도로 얘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대망 슈퍼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마루를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결정이 난 모양이네요.”
“응, 이게 우리가 내린 결정이다.”
이대근이 대표로 마루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마루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빠르게 내용을 읽었다.
사람들의 중론은 마루와 민정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차로 마을에서 쫓아내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투 불능에 달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써져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는 하지 않고 전권을 마루에게 넘긴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결정한 그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다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계속 좀비 사냥을 하도록 합시다.”
마루의 결정에 다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1차 방벽을 이용한 좀비 사냥이 시작됐다.
그런데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그렌: 마루야! 차단 문 닫아! 구울이다.]갑작스러운 그렌의 외침에 마루는 힘껏 차단 문을 닫았다.
우지직, 와지끈!
좀비의 머리통이 박살 나고 다른 하나는 허리가 잘려 내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마루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촤앙!
그는 별운검을 뽑고 빠르게 달려갔다.
얼마나 급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다엘 스텝을 밟고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일반 좀비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큰 구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서걱!
마루의 별운검이 가로로 공간을 갈랐다.
구울의 목이 반쯤 잘리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가 바로 달려들었다.
퍼억!
이번에는 구울의 머리통을 세게 걷어찼다.
사커 킥을 정면으로 받은 구울의 머리통이 안쪽으로 푹 꺼졌다.
목은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달랑거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구울의 움푹 파인 머리통이 밖으로 부풀어 올랐다.
목도 누군가 일부러 붙이기라도 하듯 빠르게 달라붙었다.
[마루: 회복력이 엄청나네요.] [그렌: 심장을 찌르든가 단번에 목을 잘라야 해!]그렌의 조언을 들은 마루는 번개같이 구울에게 다가갔다.
놈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구울의 목을 다시 한번 베었다.
하지만 구울은 급히 몸을 옆으로 굴려서 마루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런 후 통통 튀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좀비들이 몰려들었다.
속에서 짜증이 확 일어났다.
당장 구울을 처리해야 하는데 좀비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사정없이 좀비의 목을 쳐냈다.
서걱, 서걱, 서걱…….
허공으로 좀비의 머리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해모수: 저놈이 좀비를 잡아먹으며 몸을 회복시키고 있어요.] [그렌: 구울이 괜히 무서운 게 아니야. 저렇게 사람이나 시체를 잡아먹고 바로 회복하는 게 아주 무섭고 피곤한 거야.]그렌은 당장 파이어볼이라도 쏴서 구울을 단번에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법이 없는 현대에 사는 마루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합!
마루가 가볍게 기합을 지르며 다엘 스텝을 밟았다.
완벽한 다엘 스텝이 아니라 응용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그의 움직임에 가속도를 더해줬다.
마루는 좀비들의 사이를 파고들며 별운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좀비의 목과 팔다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구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좀비의 무리를 빠져나온 마루!
그걸 본 구울이 놀라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구울의 바로 뒤에는 철제 방벽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창을 꼬나 쥐고 서있었다.
‘이놈이!’
마루는 구울이 도망치려는 것을 직감했다.
만약 철제 방벽 위로 올라간다면 반드시 사상자가 생길 것이다.
그는 급한 마음에 전력을 다해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마루의 심정이 전해졌는지 그의 정수리에서 청량한 기운, 즉 포스가 쑤욱 빠져나왔다.
포스는 척추를 타고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두 다리에 스며든 포스는 마루의 의지에 반응하여 엄청난 힘과 가속도를 부여했다.
쾅! 쐐앵!
땅바닥이 크레이터처럼 원형으로 움푹 파였다.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다가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막 위로 뛰어오르려던 구울의 정면에 마루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시간에 브레이크라도 걸린 것처럼,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반대로 그의 머릿속의 사고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갔다.
덕분에 반응속도와 동체 시력이 몇 배나 반짝 증폭됐다.
구울의 시선이 마루를 향했다.
놀란 눈빛의 더러운 눈동자!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은 절로 그의 주먹을 불러들였다.
퍽!
구울의 안면이 그대로 함몰되어 뒤로 터져나갔다.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놈은 서서히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마루의 별운검이 허공을 사정없이 갈랐다.
서걱!
구울의 목이 잘리며 머리통과 몸이 분리됐다.
그러고도 만족을 못 했는지 그는 날카로운 칼날로 구울의 심장을 푹 쑤셔버렸다.
그제야 브레이크가 풀린 듯 원래대로 시간이 돌아갔다.
[그렌: 그만해도 되겠다. 이미 죽었어.] [해모수: 멋진 일격이었어요. 포스도 오러나 마나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네요.] [마루: 급한 김에 나도 모르게 포스를 쓰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구울이 얼마나 강한지 미처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어.] [그렌: 구울은 식인을 하는 요괴야. 죽여도 잘 죽지 않는 언데드지. 아마 강화된 좀비보다는 구울이 조금 더 강할 거야.] [해모수: 강화 좀비라면 저놈을 말하는 건가요?]해모수의 말에 마루가 깜짝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좀비들 중에 색다른 놈이 하나 섞여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좀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생긴 것은 좀비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몸은 달랐다.
근육질에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마루는 뒤로 돌아 철제 방벽을 향해 뛰어갔다.
방벽 위로 올라간 그는 민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곧바로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을 건네줬다.
마루는 다른 좀비는 내버려 두고 강화 좀비만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창으로 어깨를 찌르고 팔의 관절을 부러뜨렸다.
“구워어어어!”
뭐가 그렇게도 억울한지 강화 좀비는 마구 포효했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계속됐다.
눈을 찌르고 목을 반쯤 갈라 반응을 살폈다.
마지막에는 정수리를 찍어 뇌를 후벼 팠다.
털썩!
결국 강화 좀비는 쓰러졌다.
[마루: 확실히 일반 좀비보다 힘이 세고 동작도 빨라요.] [그렌: 하지만 구울처럼 점프도 못하고 회복력도 없어.] [해모수: 강화 좀비나 구울이나 이성이 없는 괴물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에요.]마루와 그렌의 의견을 모아 해모수가 결론지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는 철제 방벽을 살펴봤다.
강화 좀비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구울을 만나면 위험할 수 있었다.
뭔가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했다.
“방금 전 구울이라는 식인 요괴와 강화된 좀비가 들어왔어요.”
마루가 크게 외치자 다들 그의 말에 집중했다.
아직도 방벽 아래에서는 좀비들이 두 팔을 들어 흔들고 있었다.
“이놈이 강화 좀비인데 일반 좀비에 비해서 체격이 크고 근육이 발달해 있어요. 힘이 성인 남자보다 세니까 절대 혼자 맞서지 말고 최소한 둘 이상 붙어야 합니다. 다만 철제 방벽 위로 뛰어오르지는 못하니 그 점을 노려서 공략하면 될 거예요.”
마루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구울은 좀 다릅니다. 아까 보셨다시피 좀비를 뜯어 먹고 몸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점프력을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철제 방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제일 먼저 구울을 척살해야 합니다.”
나름 친하게 지내는 앞집 노총각, 김상옥이 마루에게 질문을 던졌다.
“움직임도 빠르고 점프력도 좋고 금세 회복하는 놈을 무슨 수로 잡습니까?”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마루는 한 손을 들어 좀비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열심히 좀비를 잡아야지요. 레벨 업을 해서 강해져야 강화 좀비든 구울이든 다 때려잡을 게 아닙니까. 그리고 앞으로 이놈들보다 더한 놈들도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아두세요.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는 부지런히 힘을 키워야 합니다.”
반쯤은 마루의 말에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반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서 마루는 한 가지 힌트를 더 주기로 했다.
“아직 원거리 타격 무기에 대한 실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활이나 쇠뇌로 좀비를 잡아도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면 훨씬 안전하게 좀비를 사냥하고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앞으로 저는 구울이 보이는 족족 제거하겠습니다.”
그제야 다들 굳은 얼굴이 좀 펴졌다.
코앞에서 마루가 구울과 강화 좀비를 쳐 죽이는 모습을 봤으니 그의 무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연중 마루가 우두머리라는 생각이 심어지고 있었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마루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힘차게 창을 내리찍었다.
그들의 행동에 좀비들이 아우성을 치며 격하게 반응했다.
“민정아!”
“네, 오빠!”
“혹시 아까처럼 구울이나 강화 좀비 같은 게 보이거든 나한테 꼭 말해줘!”
“알겠어요.”
“잠시 둘러보고 올 테니까 다 끝나면 전화해!”
“예.”
마루는 민정에게 당부를 해놓고 즉시 1차 방벽 밖으로 넘어갔다.
혹시라도 구울이나 강화 좀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빠르게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차 방벽 안에는 좀비뿐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문원동 외곽을 돌며 2차 방벽의 차단 문을 확인했다.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은 잘 닫혀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쪽의 차단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