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타닷!
해모수가 허공으로 몸을 쭉 뽑아 올렸다.
‘아이언 스킨!’
동시에 아이언 스킨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청동 팔찌로 음양기가 쑤욱 빨려 들어가며 전신의 피부가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이놈들!”
해모수는 목소리에 오러를 실어 외쳤다.
해적의 뱃전에 떨어짐과 동시에 그는 환도를 뽑아 크게 원을 그렸다.
원에 닿은 것이 모조리 잘리고 부서졌다.
그 대부분은 해적들의 몸뚱이였다.
목이 잘리고 배가 갈라졌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져나갔다.
피와 뇌수, 살점과 내장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금강역사(金剛力士)다!”
“금강신(金剛神)이다.”
해적들은 그의 엄청난 무위와 전신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에 기겁을 했다.
이름만으로 동양의 해적들을 벌벌 떨게 만들 전설의 시작이었다.
금강역사는 부처와 불법을 지키는 수호천신이다.
힘이 장사로 무신(武神)의 이미지가 있다.
문을 지키는 수문신장(守門神將)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강역사라는 소리를 들은 정찰함대의 대원들도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해 총기는 금강역사다.”
“해 총기는 금강신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틀린 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워낙 미신이 횡행하던 시대였다.
약간의 이적만으로도 얼마든지 신처럼 추앙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전투를 벌여야 하는 직업인지라 강한 자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열망은 무척 강했다.
이미 대원들의 마음속에 해모수의 모습은 신처럼 각인되고 있을 것이다.
해모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좌충우돌했다.
환도로 베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어깨로 들이받았다.
그럴 때마다 해적들이 베이고 터지고 박살 나고 무너져 내렸다.
가끔 눈먼 화살이 날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피부조차 뚫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나갔다.
날카로운 곡도에 팔다리를 스치기도 했다.
그래도 금빛으로 빛나는 피부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 놀라운 위엄에 해적들의 사기가 땅으로 곤두박질쳐 졌다.
[마루: 이거 나중에 좀 문제가 생기겠는데요.] [그렌: 그러게 말이야. 혹세무민했다고 역적으로 몰릴까 봐 걱정이다.] [마루: 당장 입단속부터 해야겠어요.] [그렌: 맞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대원들의 사기가 충천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그리 나쁘지는 않네.] [마루: 흐음, 결국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콘셉트를 잘 살려야겠군요.]마루와 그렌이 나름 대책 마련으로 부심할 때!
해모수보다 더한 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왕지현이었다.
“빨리 배를 가까이 붙여라!”
“예.”
해적들이 어찌나 그녀의 말을 잘 듣는지, 누가 보면 왕지현이 해적선의 두목인 줄 알 것이다.
“해 총기!”
“왕 사부!”
두 사람은 바다를 격하고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 벌써부터 반가움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몸이…….”
왕지현은 차마 그의 피부색이 변한 이유를 묻지 못했다.
그제야 자신의 몸을 보게 된 해모수가 급히 아이언 스킨을 풀어버렸다.
마법이 풀리자 금세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사이 해적선은 이미 깔끔하게 무력화되어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해적들은 모두 갑판으로 기어 나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들에게 적은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 고수였다.
물론 해적들이 오합지졸이었던 부분도 좀 영향이 있었다.
그래도 창칼과 화살이 통하지 않는 금강역사를 연상케 하는 해모수의 무력에 더 이상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배를 몰아 저쪽으로 가자.”
“예.”
해모수도 금세 학습되어 해적들을 종처럼 부려가며 배를 이동시켰다.
서서히 세 번째 해적선의 모습이 보였다.
해모수와 왕지현이 끌고 가는 해적선보다 상황이 더욱 처참했다.
배가 부서지진 않았다.
하지만 갑판이 아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크하하하! 산탄포가 아주 끝내줍니다.”
“시험 삼아 유탄도 한번 써봤어요.”
“강노와 연노도 나름 위력이 좋네요.”
여진 삼총사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입에 거품을 물며 떠들어 댔다.
해모수는 성산일호에 올라 그들의 어깨를 한 번씩 두드려 줬다.
“대원들은 해적들을 무장해제시켜라! 이제 노획한 해적선을 끌고 돌아가자!”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은 곧바로 해적선으로 넘어가서 무장해제를 실시했다.
배를 움직일 인원을 제외한 해적들은 모조리 포승줄에 묶어 선창에 가뒀다.
“해 총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홍유와 강조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뭔데?”
“해적선의 선창 안을 살펴보셨습니까?”
“아니.”
“재물과 사람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홍유의 말에 해모수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럼 이놈들이 해적질로 선창을 꽉 채웠는데도 우리를 털겠다고 쫓아왔다는 거야?”
“그런 셈이죠.”
정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하아! 기가 막히네. 재물은 알겠는데 사람들은 또 뭐야?”
“납치된 부녀자와 노예로 팔아먹으려는 젊은이들입니다.”
“흐음.”
“그런데… 전부 고려인입니다.”
“고려의 마을이라도 약탈한 모양이군.”
해모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일단 재물은 고맙게 받아서 잘 써야겠군.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다. 모두 함구하도록 해. 나중에 포상금은 따로 나눠줄 테니까.”
“예, 해 총기.”
“예, 해 총기.”
홍유와 강조의 입가에 큼지막한 미소가 걸렸다.
해모수의 배포가 크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네 척의 배는 선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배를 운항할 선원들의 숫자가 조금 모자라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해적들을 쥐어짜 가며 억지로 끌고 갔다.
[마루: 해모수, 이대로 성산포구로 들어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냐.] [해모수: 왜요?]해모수의 궁금증을 그렌이 풀어줬다.
[그렌: 너도 생각해 봐! 왜구의 관선을 받아서 개조를 한 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해적선을 노획해 오냐. 해적과 내통한다고 의심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호구를 잡힐 수도 있어.] [마루: 원래 군대에 들어가면 적당히 하라는 말이 있어. 너무 튀어 보이는 것도 위험한 일이야. 거기에다 지금 대원들이 금강역사라든지 금강신이라든지 너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고 있잖아.] [해모수: 아! 그것도 좀 위험하겠네요.]다행히 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심려를 금방 알아챘다.
[마루: 노획한 해적선 가져가 봤자 성산위에서 상을 내려줄 거라고 생각해?] [해모수: 아니죠. 아마 자기들의 공로로 바꿔서 위에 보고할 거예요.] [그렌: 맞아. 그럴 거면 차라리 해동연합의 김만덕을 불러서 싹 넘겨버려!] [해모수: 실은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그런데 괜찮겠죠?] [마루: 당연히 괜찮지. 대원들에게 적절히 포상금을 내리면 다들 입을 꼭 다물고 모른 척할 거야. 참! 잊지 말고 어디 가서 함부로 입 놀리지 않도록 입단속도 단단히 시켜라!] [해모수: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결국 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해적선은 먼 바다에 놔두고 성산일호만 성산포구에 들어갔다.
입항하기 전, 대원들을 모아놓고 모두에게 큰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입단속을 시켰다.
그들도 성산백호소가 얼마나 차별을 받는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지 않았던 성산위의 위선자들의 뱃속을 조금도 불려줄 생각이 없었다.
성산포구에 도착한 해모수는 즉시 김만덕을 호출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단의 선원들을 잔뜩 데려왔다.
해모수는 그와 긴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정찰함대의 초소로 돌아왔다.
대신 정찰함대의 대원들은 다시 한번 성산일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했다.
김만덕을 도와 해적선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취사병, 가서 돼지와 닭 좀 잡아와라!”
“예?”
해모수의 말에 취사병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잔치를 할 거니까 고기 좀 먹자고.”
“정찰함대 전체가 말입니까?”
“그럼 너는 안 먹을 거야?”
“헤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당장 가서 배가 터질 만큼 고기를 사오겠습니다.”
“부족한 재정은 내가 채워줄 테니까 돈 아끼지 말고 팍팍 써라! 참! 탁주도 몇 통 받아오고.”
“예, 해 총기.”
취사병들은 군기가 단단히 든 모습으로 각 잡고 군례를 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입가는 미소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왕 사부 나갑시다.”
“예, 해 총기.”
해모수와 왕지현은 초소를 나와 말을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나무 아래에 앉아 내려다보니 성산포구를 비롯하여 막사와 초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저에게 뭐 얘기해 주고 싶은 거 없으세요?”
“뭐 말이오?”
해모수는 대충 짐작이 갔으나 짐짓 모른 체했다.
“휴우우!”
왕지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를 듣는 그의 가슴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어깨를 당당히 폈다.
그녀는 해모수의 태도를 보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알겠사와요. 언제든지 말하고 싶으실 때 해주시와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있다.
그녀는 금세 포기를 하고 우울하게 말했다.
“푸하하하! 장난이오. 지금 말해주겠소. 사실은…….”
해모수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기어코 입을 열었다.
왕지현은 자신이 언제 낙담했느냐는 듯 금세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아! 그러니까 술법사인 의형제에게 배운 비전이었군요.”
그녀는 그제야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풀려 편해진 왕지현과는 달리, 해모수의 말을 듣고 있던 마루와 그렌은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마루: 해모수, 너 때문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렌: 왕지현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해모수: 그녀의 반응을 보세요. 설사 곧이곧대로 얘기한다고 해도 믿기나 하겠어요?] [마루: 하긴 그렇지. 그래도 가능하면 비슷하게라도 말하지 마!] [그렌: 제발 우리 조심하자!]해모수의 변명에도 마루와 그렌의 반응은 꽤나 격렬했다.
그러자 해모수도 태도를 바꿔 사과를 했다.
[해모수: 생각해 보니 제가 좀 경솔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마루: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우리가 미안해지잖아.] [그렌: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지켜질 확률이 올라가는 거야.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말아라!] [해모수: 예에.]셋은 금방 분위기를 바꾸고 서로를 위로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은 하나로 묶인 영혼들이었다.
물론 이렇게 협력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목하게 되면 당장 지옥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세 사람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의형제라는 분은 어디서 만나셨어요?”
“음, 나도 전부 얘기해 주고 싶은데… 그 형님이 떠나시기 전에 자신에 대한 말은 함구하라고 하셔서 더 이상은 말할 수 없소. 용서하시오.”
왕지현은 해모수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이건 함부로 물어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함부로 질문을 했네요.”
“뭐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다만 나도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소.”
“이해라니요. 당치 않아요. 저는 언제나 상공 편이어요. 그러니 편하게 저를 대해주세요.”
“이렇게 말이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모수는 왕지현의 입술을 덮쳤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직 하늘에 해가 떠있는 백주 대낮이었다.
그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어요.”
“말씀해 보시오.”
“지금 상태로는 왜구의 관선을 만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요.”
“오늘 우리가 해적선 셋을 처리하는 것을 보지 않았소?”
“그거야 제대로 된 병선도 아니고 오합지졸에 불과한 한적들이니까 가능했던 거죠.”
마루나 그렌도 왕지현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구의 관선을 만나면 전투를 회피하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정찰함대의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규모를 키우라면 어떻게…….”
해모수의 질문에 그녀는 딱 부러지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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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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