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정찰선의 숫자를 늘리고 대원도 더 받아서 정찰함대의 규모를 키워야겠지요.”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성산위에서 허락을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거기까진 미처 몰랐어요.”
왕지현은 순순히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하지만 해모수는 부드럽게 지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사실 나도 오늘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소.”
“역시 그러셨군요.”
“그래서 편법을 쓰기로 결정했지.”
“네에? 편법요?”
왕지현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깜찍했다.
손에 칼을 쥐면 저승사자보다 무서워지는 그녀다.
그런데 이런 귀여운 얼굴도 보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성산위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간 왜구의 습격에 몰살을 당하는 게 더 빠를 것이오. 그래서 아까 김만덕 집사에게 해적선 세 척을 넘기면서 얘기했소.”
“…….”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해모수의 말에 집중했다.
“대형 상선을 개조하고 무장시켜 함대를 만들라고 말이오.”
“함대라니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왕지현은 아직 김만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해모수가 해동연합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굳이 구구절절 속사정까지 전부 까발리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함대가 만들어지면 그들과 협력해서 바다의 해적과 왜구를 토벌해 나갈 것이오.”
“아!”
그녀는 해모수의 말에 그의 포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왕지현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가 무엇을 하든 이미 그녀는 해모수와 함께 평생을 함께할 그의 그림자였던 것이다.
[그렌: 중고 상선과 고려에서 들여온 누선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데……. 앞으로 해동연합이 만들려고 하는 무장상선과는 다른 건가?] [마루: 무장상선과는 별도로 사략 함대를 만들려는 거예요.] [그렌: 사략 함대라면 국가에 공인받은 해적이라는 말이잖아.] [마루: 맞아요. 그러니까 해모수는 성산일호와는 별도로 개인적인 무장 함대를 만들어서 해적과 왜구를 털겠다는 생각인 거죠.] [해모수: 역시 마루 형이네. 그걸 어떻게 알았지?]해모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의 의도를 이렇게 마루가 단번에 파악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루: 이제 너도 점점 머리를 굴리는구나. 좋은 현상이야.] [그렌: 예전에 비하면 이미 한 명의 장정이 다 됐지. 키도 크고 근육도 붙고 무엇보다 왕지현을 만나 진정한 사내가 됐잖아.] [마루: 크크크!] [해모수: 아니 거기서 왜 지현이가 나와요?]해모수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루와 그렌은 재미있다고 킥킥댔다.
해모수와 왕지현은 오늘 일찍 헤어졌다.
저녁에 해적을 소탕한 공로로 대원들과 잔치를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산위나 성산백호소에도 굳이 알리지 않았다.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또한 굳이 해적선을 처분한 재물을 다른 병사에게 공짜로 나눠줄 필요도 없었다.
성산일호가 돌아오자 취사병들은 거하게 고기를 구웠다.
취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넉넉하게 탁주도 돌아갔다.
말일에 포상금을 결산해 주겠다는 해모수의 약속에 다들 신나게 춤을 췄다.
그렇게 첫 항해의 설렘과 첫 해전의 긴장감이 사라져 갔다.
* * *
끼욱끼욱! 철썩!
끼욱끼욱! 철썩!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와 뱃전을 치는 파도 소리!
둘이 묘하게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다.
성산일호를 타고 일대를 누비고 다닌 게 말이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질 않네.”
“흔한 어선 한 척도 지나다니질 않아.”
해모수의 옆에서 홍조와 강유가 주거니 받거니 말을 건넸다.
그도 무료한 표정을 지으며 바다를 쳐다봤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안전하게 돌아다니는 거야. 대원들의 항해 실력도 빠르게 늘고 있고.”
홍조와 강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첫 해전의 긴장감과 해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짜릿한 기분을 다시 맛보고 싶은 것은 둘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는 제사보다 사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긴 했다.
해모수는 고개를 들어 돛대 끝을 살폈다.
흔들리는 돛대 위 견시수 자리에 편하게 앉아 사방을 감시하는 왕지현의 모습이 보였다.
‘상태 창!’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는 ‘트리니티 바이오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오러가 큰 폭으로 늘어나 있었다.
음양의 기운을 오러로 바꾼 것이 크게 한몫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왕지현과의 천지교태였다.
덕분에 신체 능력도 전반적으로 상승해 스탯이 골고루 조금씩 올라가 있었다.
레벨도 5로 올라갔고 보너스 스탯은 네 개가 있었다.
‘일단 우리 셋 모두 근력, 민첩, 체력을 전부 20에 맞추기로 했지. 마루 형은 근력, 난 민첩을 우선적으로 올리고 그렌 아저씨, 아니 그렌 큰형은 지력에 올인하기로 했어. 그렇다면…….’
해모수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근력과 체력에 각각 두 개씩 스탯을 투자했다.
트리니티(Trinity) 바이오 인터페이스 · 싱크로 2퍼센트
이름: 이마루(Off) · 그렌(Off) · 해모수(▲On)
종족: 인간
랭크: 최하급(F)
레벨: 5 / 10퍼센트
스탯: 근력 20(+4), 민첩 21(+4), 체력 20(+4), 지력 12(+9), 오러 110, 음양 100
이제 근력, 민첩, 체력의 기본 스탯이 전부 20을 넘었다.
그로 인해 마루와 그렌은 근력과 체력에서 각각 하나씩 엑스트라 스탯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형들에게 도움만 받던 입장에서, 이제는 약간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이 참 기뻤다.
“어!”
“저거 뭐야?”
그때 여진 삼총사 중 둘이 뱃전으로 다가갔다.
“뭐야?”
해모수가 궁금증을 못 참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차하루가 멀리 작은 배 한 척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저놈들 좀 수상한데요.”
“뭐가 수상해?”
“어선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물고기를 잡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뭘 잡고 있는데?”
“그건 저도 모르죠.”
“뭐야?”
차하루의 무책임한 말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라, 저놈들 도망가는데요!”
“그으래! 흐음, 그럼 잡자. 잡으러 가자.”
바토르가 옆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해모수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총원 전투 배치!”
“총원 전투 배치!”
일단 전투준비부터 했다.
저렇게 작은 어선과 싸울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미리 대비를 했다.
“돛을 올려라!”
“노를 저어라!”
왜구의 관선을 개조한 성산일호!
그동안 이 쾌속선을 운항하느라 알게 모르게 다들 힘들었다.
매일 새벽같이 나와 똑같은 훈련을 하루 종일 반복하자 지겹기도 했다.
개중에는 혹시 애먼 해적선 하나 걸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대원도 있었다.
어찌 보면 이들만 가질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일지도 몰랐다.
“해적선이 육지를 향해 도망칩니다.”
“놓치기 전에 빨리 쫓아가라!”
“더 힘차게 노를 저어라!”
수상한 어선은 어느새 해적선이 되어버렸다.
이 배 안의 누구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면 말고 하는 무책임한 심리도 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해모수가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홍조와 강유는 알아서 배를 잘 몰았다.
나중에 바빠서 배를 못 타게 된다면 홍조를 성산일호의 함장에, 강유를 부함장에 임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둥, 둥, 둥, 둥…….
이제 대원들은 북까지 치며 노를 젓고 있었다.
덕분에 돛과 노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성산일호는 엄청난 속도로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갔다.
결국 수상한 어선은 잡히고 말았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바다에서 따라잡히면 도망칠 곳은 물속뿐이다.
“정선(停船)하라!”
정선은 성산위에서 정찰함대에게 정식으로 부여한 권한의 하나다.
성산위를 중심으로 삼면의 바다를 정찰, 감시, 정선, 순시하는 일!
이들의 의무이자 고유 권한이기도 했다.
선원이 채 열 명이 안 되는 어선.
해모수와 왕지현을 필두로 여진 삼총사와 대원들이 빠르게 옮겨 탔다.
그들은 창칼을 앞세워 어부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았다.
“아이고, 나리! 왜들 이러십니까?”
“저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이들은 어부가 분명했다.
하지만 해모수와 왕지현의 날카로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저희야 당연히 물고기를 잡지 뭣 하고 있었겠습니까?”
대답이 나름 당당하다.
그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어선이란 말이지?”
“예, 맞습니다.”
“그런데 왜 도망갔어?”
“그거야 갑자기 다가오니까 해적인 줄 알고 도망갔죠.”
“돛대에 나부끼는 깃발 안 보였나 보지?”
“죄송합니다. 놀란 마음에 미처 보지를 못했습니다.”
대답이 청산유수였다.
“그럼 선창을 열고 잡은 물고기를 확인해도 괜찮겠네?”
“그, 그럼요.”
대답이 어째 한 박자 늦다.
왕지현이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뒤로 돌아갔다.
“선창을 열어서 확인해 보자.”
“예, 해 총기!”
대원들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고 했다.
“쳐라!”
“이얏!”
순간 어부들이 일제히 해모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엔 어느새 단검이 한 자루씩 들려있었다.
정찰선의 수장을 잡아 인질극이라도 벌일 모양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는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탁, 타다닥, 퍽, 퍼버벅, 빠각!
해모수의 손과 발이 현란하게 허공을 누볐다.
동시에 왕지현이 그들의 뒤를 덮쳤다.
으악, 컥, 케엑. 억, 크악…….
어부들은, 아니 어부로 위장한 놈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마지막 한 놈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해모수는 딱 봐도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에게 쏜살같이 다가갔다.
그리고 빠르게 대가리를 발로 차버렸다.
바다로 뛰어들려고 하던 놈의 몸이 그대로 무너지며 뱃전에 세게 부딪쳤다.
“모조리 포박하라!”
“예!”
대원들은 화가 났는지 놈들을 거칠게 대했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일단 발로 자근자근 밟아버렸다.
거의 반죽음으로 만든 다음 손쉽게 몸을 꽁꽁 묶었다.
“퉁그란! 선창을 확인해!”
“예, 해 총기.”
퉁그란은 바토루와 차하루를 데리고 선창을 샅샅이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퉁그란이 다가왔다.
그는 눈치껏 해모수를 데리고 뱃머리로 갔다.
“뭐야?”
“이놈들 아무래도 염상 같습니다.”
“염상? 그럼 밀염을 하는 놈들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퉁그란의 손에 묵직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열어보니 하얀 소금이었다.
춘추시대 강력한 패자였던 제(齊)나라의 재상 관중이 소금을 정부의 전매품으로 삼은 이후!
대륙을 지배한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소금을 나라에서 전매했다.
이런 정책은 이천 년 이상 깨지지 않았다.
아직 군수물자 운반을 위해 ‘개중제(開中制)’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
군수물자를 운반해 주는 상인에게 소금을 살 수 있는 염인(鹽引), 나중에는 염표(鹽票)로 불리는 증서가 발급될 리 없었다.
그러니 이들은 100퍼센트 몰래 소금을 사고파는 염상이다.
“퉁그란, 너희 셋만 남고 대원들 전부 올려 보내!”
“예, 해 총기.”
퉁그란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즉시 대원들을 모두 성산일호로 돌려보내고 어부로 위장한 밀수꾼들을 감시했다.
“바토르, 이놈 좀 깨워!”
“예.”
여진 삼총사는 이게 좋았다.
명령을 내리면 바로 움직인다.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들어도 다른 사람처럼 귀찮게 묻지 않았다.
정 못 참겠으면 나중에 따로 찾아와 물어본다.
충성심이 깊고 명령에 절대복종하니 예뻐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거기에다 궁기병으로는 최고의 전력이고 상대적으로 전투력도 아주 높았다.
촤아악!
바토르는 기절한 놈의 얼굴에 바닷물을 퍼부었다.
“으으으!”
충격이 심했는지 바로 정신을 차리진 못했다.
하지만 몇 번 바닷물을 끼얹자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어이, 염상!”
기절했던 사내는 해모수가 자신을 부르는 칭호를 듣고는 절망했다.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름이 뭐야?”
“…….”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네가 하는 짓 봐서 살려줄까 했는데…….”
“제발 살려주십시오.”
해모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얼른 대답했다.
“이름, 아니다. 그냥 내가 널 뭐라고 불러야 하지?”
“관우로 불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