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6
16화
[그렌: 어디 보자. 그 기록이 이쯤 어디에 있는 것을 봤는데…….] [마루: 혹시 파이럿 혜성에 관한 기록을 찾고 있나요?] [그렌: 응, 아! 찾았다. 바로 여기네.]마루의 질문에 답을 하던 그렌이 책을 넘기다가 반색했다.
그는 자신 있게 손가락으로 그림 하나를 가리켰다.
보라색으로 타오르는 혜성!
정면에 해적 깃발에나 볼 수 있는 해골 문양이 선명했다.
마루는 고서에 나와있는 그림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마루: 정말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 똑같이 생겼네요.] [그렌: 이번에는 이 책을 한번 보도록 해. 여기에도 똑같은 그림이 있지.] [마루: 아! 정말이네요.] [그렌: 이 두 책은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어. 각각 다른 대륙에서 동시대에 쓴 기록일 뿐이야. 그런데 기록이 너무 비슷해.] [마루: 정말 놀랍군요.]그렌의 말에 마루는 순수하게 놀라고 말았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렌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렌은 세 권의 고서에서 그림을 찾아 더 보여줬다.
각각의 책 안에는 파이럿 혜성의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
[그렌: 이제 내가 기록을 읽어줄 테니 잘 들어봐.] [마루: 예.]마루는 그렌이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한두 권도 아니고 다섯 권의 고서가 모두 정확하게 당시의 일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고서들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하나였다.
아포칼립스(Apocalypse).
문자적 의미로 세계의 종말, 파멸, 대재앙을 뜻한다.
파이럿 혜성이 레무리아 행성에 나타난 순간!
일어났던 참극은 바로 아포칼립스를 의미했다.
찬란한 마법의 대부흥기를 열어가고 있던 레무리아 행성.
갑자기 나타난 파이럿 혜성은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활짝 열어놓았다.
그러나 당장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위기 속에서도… 결국 레무리아 행성의 인류는 살아남았다.
물론 그 후유증은 엄청났다.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무리아 행성은 인류가 아닌 몬스터가 주인인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인류의 명맥은 보존되었다.
파이럿 혜성은 더 이상 레무리아 행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지구에 살고 있는 80억 인류의 현안이 되어버렸다.
[그렌: 결국 인류는 바퀴벌레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어. 하지만 당시 인구의 10퍼센트 정도만 남게 됐지.] [마루: 천 년 전에 레무리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렌: 아주 많이 살고 있었지. 최소 50억 명은 넘게 살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현재 지구의 인구 80억 명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50억 명도 분명 적지 않은 인구였다.
[마루: 현재 레무리아 행성의 총인구는 얼마나 되죠?] [그렌: 정확한 것은 아무도 몰라. 아마 신만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마탑에서 추측한 바로는 5억에서 6억 사이가 아닐까 보고 있어.] [마루: 천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전의 인구를 회복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그렌: 몬스터 때문이지. 또한, 당시 마법의 대부흥기에 찬란하게 꽃피웠던 마법들이 사장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거야.] [마루: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심각한 마루의 목소리에 그렌은 무슨 말로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렌: 분명하게 말할게. 파이럿 혜성이 도착하기 전에 막지 못한다면 지구는 반드시 망하게 될 거야.] [마루: 아!] [그렌: 너무 냉정하게 말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구 전체에 떨어지게 될 파이럿 혜성의 저주는 좀비나 구울 같은 죽지도 살지도 못한 마물들을 양산하게 될 거야. 그것도 지구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야.] [마루: 결국 지구는 좀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문명을 잃어버리게 되겠군요.]문명을 잃어버린 지구!
마루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자신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도시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당장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다.
수돗물과 도시가스가 막히고 휘발유나 LPG 같은 연료의 공급이 중단된다면?
도시는 그냥 거대한 하나의 무덤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좀비’라니…….
[그렌: 기록을 보면 당시 모든 도시가 멸망했던 것은 아니야.] [마루: 네? 그럼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었나요?] [그렌: 아니. 그런 것은 없었어.]딱 부러지듯 말하는 그렌으로 인해 마루는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렌: 바이브라는 도시가 있었는데… 그 도시의 시장은 파이럿 혜성이 산산조각 나고 유성이 떨어져 내리자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어. 그래서 마법사를 파견해 유성의 잔재를 통째로 불태워 버렸어. 그 덕에 다른 도시들이 멸망할 때, 끝까지 살아남아서 도시를 지켰다는 기록이 있어.] [마루: 결국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라는 소리군요.] [그렌: 맞아. 또 다른 방법은 좀비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해서 확산을 막는 거야.] [마루: 그건 제 힘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없겠네요. 지금도 미국에서는 파이럿 혜성이 저주의 혜성이라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유엔이나 각국의 정부가 효과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그렌: 인터넷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면 되지 않을까?] [마루: 물론 저도 노력은 하겠지만 아마 미친놈 취급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거예요.] [그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루는 생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해. 식량과 식수를 미리 저장하고 연료를 대신할 걸 찾아봐. 또한 좀비들을 상대할 힘도 길러야 해.] [마루: 결국 나도 창칼을 들고 좀비의 대가리를 찔러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렌: 정답이야. 좀비는 머리가 약점이라고 나왔거든.] [마루: 일단 고마워요. 한 달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겠어요.] [그렌: 그래. 나와 해모수도 도와줄게.] [해모수: 맞아요. 저도 도울게요.] [마루: 고맙다. 고마워요.]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확실한 증거를 본 이상 빼박이었다.
이제부턴 악착같이 노력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이 멸망해 가족들이 모두 죽어 좀비로 변하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마루는 그렌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자세하게 당시의 기록들을 확인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하나의 거대한 작전을 세워나갔다.
파이럿 혜성에 대한 증거를 보여준 후!
그렌은 고서를 카트에 담고 이번에는 다른 책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그렌의 말에 마루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생각해 보면 지금 가장 환경이 좋은 것은 자신이었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가에 다 쓰러지게 생긴 초가집.
그곳에 온 가족이 살고 있는 해모수!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마탑의 사서에 불과한 그렌!
현대의 편의 시설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의 방.
이들에 비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의 생활의 편리함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
마루가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을 때!
그렌은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읽었다.
차분히 분석을 하곤 두 개로 나눠서 한쪽에 쌓기 시작했다.
[그렌: 이렇게 하면 되겠다.] [마루: 결정됐어요?] [해모수: 뭘 결정해요?] [그렌: 마루와 해모수가 익힐 만한 연공법을 따로 추려봤어. 도움이 될 만한 마법 인챈트 방법도 알아봤고.] [마루: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해모수: 아! 너무 궁금하다.]그렌은 마루와 해모수가 잔뜩 기대 섞인 목소리로 보채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차분히 하나씩 설명을 시작했다.
[그렌: 일단 마루는 마이티 파워 포스와 포스 연공법을 익히는 것이 좋겠어.] [마루: 마이티 파워 포스와 포스 연공법요?] [그렌: 그래. 마루가 사는 세상은 마나가 거의 없어서 마나 연공법을 배울 수 없어. 해모수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기(氣)라도 풍성하면 오러 연공법이라도 억지로 익혀보게 하겠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네.] [마루: 그런데도 포스 연공법은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에요?] [그렌: 응, 아마 가능할 거야. 비록 기나 마나는 풍부하지 않지만 마루가 사는 세상도 분명히 뭔가 다른 기운으로 채워져 있을 거야. 포스 연공법을 통해 포스를 일으킬 수만 있다면 오러와는 다른 종류의 꽤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거야.]포스가 뭔지 몰랐다.
그러니 뭘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렌 자신도 100퍼센트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마루: 만약에 포스를 일으키지 못하면 어떻게 돼요?] [그렌: 음, 그건 참 불행한 일이 되겠지. 그렇다고 마루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지는 않을 거야. 내가 찾은 포스 연공법은 기본적으로 동공(動功)이거든. 체력을 키워주고 뼈와 근육을 단단히 만들어 주면서 인체의 잠재력을 자극시켜 극대화하는 묘용(妙用)이 있어.] [마루: 일종의 외공(外功)인 모양이군요.] [그렌: 마루가 즐겨 읽는다는 무협지에 나오는 내공과 외공의 개념이라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한 가지 다른 것은 외공이 되는 경우는 포스를 일으키지 못했을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야.] [마루: 대충 이해했어요.]그렌은 마루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 것 같아 보이자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렌: 마루를 위해서 준비한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인챈트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 [마루: 인챈트 마법요?] [그렌: 좀 생소하지? 인챈트 마법은 마법사가 마법을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 대신 인챈트된 마법진이 마법을 발현시키는 거야. 이해했지?] [마루: 정말 그렇게 말하니까 쉽게 이해가 가네요.] [그렌: 피부에 마법진을 새길지 아니면 물건에 인챈트 마법을 걸어 아티팩트를 만들지는 조금 더 연구할 시간이 필요해.] [마루: 어떤 마법진을 인챈트할 예정인데요?] [그렌: 마루가 사는 세상에는 마나석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대용으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같은 보석에다 마법진을 인챈트시켜서 아이언 스킨이나 호신강체술을 걸어볼 생각이야.]그렌이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같은 보석을 언급하자 당장 돈이 걱정됐다.
[마루: 보석은 비싼데.] [그렌: 그럼 싼 보석을 찾아봐야지. 정 안 되면 수정에라도 마법진을 인챈트해 보자.] [마루: 수정도 종류가 아주 많은데요.] [그렌: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고.] [마루: 네, 그런데 아이언 스킨과 호신강체술은 뭐예요?] [그렌: 아이언 스킨은 말 그대로 피부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인챈트 마법이야. 호신강체술은 일종의 주술이나 버프 마법으로 평소보다 몸을 훨씬 더 강하고 빠르게 만들어 주지.] [마루: 그건 정말 매력적이네요.]마루가 마음에 들어 하자 그렌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해모수: 그렌 아저씨! 나는요? 나는 뭐로 준비했어요?] [그렌: 하하하,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이미 다 결정되어 있으니까.] [해모수: 아이참,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해모수는 마루와 그렌의 대화를 듣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마구 졸라댔다.
해모수는 이게 무슨 선물의 일종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렌은 할 수 없이 해모수를 위해 준비한 책을 보여줬다.
[그렌: 해모수를 위해서는 퓨즈(fuse) 오러 연공법이 좋을 것 같아.] [해모수: 퓨즈 오러 연공법요?] [그렌: 그래. 해모수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마루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기본적으로 마나가 많다고는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해. 그렇지만 기가 풍부하니까 안전성이 높고 여러 기운과 융화가 잘되는 이 퓨즈 오러 연공법이 잘 맞을 거야.] [해모수: 그럼 다른 거는요?]마루가 그렌에게 마법 인챈트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해모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렌: 어둠의 숲에서만 살아간다는 전설의 유사 인종인 다크 엘프의 비전을 준비했어. 다엘 소드와 다엘 스텝이야.] [해모수: 다크 엘프?] [그렌: 그럴 줄 알고 내가 몬스터 도감을 가져왔지. 정확히 다크 엘프가 몬스터는 아니지만 이 몬스터 도감에 유사 인종과 수인족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가져온 거야. 여기 이 그림 보이지? 이게 다크 엘프야.]그렌이 몬스터 도감을 펼쳐 유사 인종 목록에 있는 다크 엘프의 그림을 보여주자 해모수는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