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관우? 푸하하하!”
무성(武聖)이자 재물신(財物神)의 타이틀을 가진 관우는 민간에서는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떠받들렸다.
그런데 일개 염상이 자신의 이름을 관우라고 하니 해모수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내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너 배포가 참 크구나.”
“원하는 게 뭡니까?”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줄 수는 있고?”
“대가는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아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금세 파악한 모양이다.
“이놈을 풀어줘라!”
해모수의 말에 차하루가 다가와 밧줄을 단검으로 잘랐다.
몸을 일으킨 관우는 해모수를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풀어주면 내게 뭘 해줄 수 있느냐?”
“저만 풀어주지 말고 제 부하들도 같이 풀어주십시오.”
나름 의리가 있는 놈이었다.
“좋아. 다시 말하지. 너와 네 부하들을 풀어주면 넌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
“재물이 필요하시면 정기적으로 상납하겠습니다.”
눈치가 빨라서 그런지 바로 원하는 바를 알아먹었다.
“공(功)이 없으면 이(利)를 탐하지 않는 법이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겠느냐?”
“예.”
어차피 관우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해모수는 원하는 바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밀염에 한 발 걸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영역은 건들지 않겠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도움을 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서로 지불해야 한다.”
“그 대상이 총기가 아니라 다른 상인이란 말입니까?”
“그렇다. 너는 그와 거래하면 된다. 나는 그 상인에게서 대가를 받을 것이다.”
“으음.”
관우는 해모수가 보기보다 만만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또한 당장 자신의 상행(밀염)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좋습니다. 제 밥그릇만 건들지 않으신다면 당연히 협조해야죠.”
“그건 내가 약조하마. 대신 배반을 하게 되면 죽어도 원망은 하지 말거라.”
“물론입니다.”
해모수는 관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관우가 벌떡 일어나 공손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도 그냥은 못 보내주겠구나. 보는 눈이 많아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다들 거하게 한잔할 정도로 성의 표시는 하고 가겠습니다.”
“날짜와 장소를 잊지 말거라. 그리고 상대도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니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당연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푸훗! 그쪽이 아니라 네가 걱정돼서 그래.”
“…….”
마지막 말에 관우는 입을 꼭 닫았다.
관우는 눈치껏 남모르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정말 딱 성의 표시만 했군.”
해모수는 돈주머니를 한번 소리 나게 던졌다 받으며 말했다.
‘이제 선은 닿았으니 나머지 일은 김만덕 집사가 알아서 하겠지.’
해모수와 왕지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산일호로 옮겨 탔다.
여진 삼총사까지 올라오자 그들은 미련 없이 배를 움직였다.
홀로 남아 부하들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는 관우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 * *
스팟!
허공에 빛이 반짝이며 일남 일녀가 나타났다.
그들은 고개를 연신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디죠?”
“어디긴 어디야. 카시오페라 왕국의 수도인 에티오지.”
여자의 물음에 남자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곳이 수도 에티오의 어디쯤 되느냐는 말이에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여인의 말에 사내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아 참! 그렇지.”
“왜? 여기가 어딘지 생각났어?”
“에티오 안에 이렇게 울창한 숲은 한 곳밖에 없잖아요.”
“아! 이제 알겠다. 여긴 왕의 숲이로구나.”
그렌은 야엘의 힌트를 듣자마자 마침내 여기가 어딘지 생각해 냈다.
왕의 숲!
카시오페라 왕국의 수도인 에티오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숲을 말한다.
말 그대로 소유자가 왕이라서 왕이 사냥대회를 열거나 왕실의 행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야엘의 손을 잡고 급하게 움직였다.
괜히 걸리면 좋을 일이 없을 듯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빨리 왕의 숲을 빠져나가자.”
“예, 그러는 게 좋겠어요.”
두 사람은 빠르지만 은밀하게 왕의 숲을 빠져나갔다.
다행히 숲의 한쪽에 공원이 이어지고 옆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덕분에 그렌과 야엘은 아주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는 척 연기를 하며 빠져나왔다.
야엘은 공원으로 들어오자마자 즉시 투구의 가리개를 내려 얼굴을 가렸다.
“일단 전에 묵었던 곳으로 가자.”
“아! 그 별빛이 머무는 언덕이란 여관요?”
“그래. 거기 가서 먼저 마르코스를 만나보는 것이 좋겠어.”
“거기 주인 이름이 오티스라고 했었죠.”
둘은 걸어가면서 하나둘씩 기억을 떠올렸다.
틴틴산에는 세 왕국, 아니 이제 모리스 왕국까지 합쳐서 네 왕국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카시오페라 왕국의 수도 에티오는 전란의 징후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소문이 나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왕실과 귀족들만 아는 비밀로 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그렌 님, 마르코스가 왜 틴틴산에 있지 않고 수도로 돌아왔냐고 물으면 그땐 뭐라고 대답하실 거예요?”
“아직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어.”
“솔직하게 마나석 광산이 무너지면서 탈출했다고 할까요?”
“그게 좋겠다. 그런데 거기서 탈출하는 시간과 에티오에 들어온 시간이 맞지 않잖아. 그렇다고 텔레포트를 타고 왔다고 말해줄 수도 없고.”
“그것도 문제네요.”
“그냥 비상 탈출용으로 사둔 텔레포트 마법 스크롤을 썼다고 할까?”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모든 게 아귀가 딱 맞아떨어져요.”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텔레포트 마법 스크롤이 좀 비싸긴 하다.
하지만 마법사가 비상용으로 하나 사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기 별빛이 머무는 언덕이 보여요.”
야엘의 말대로 시선을 돌리자 낯익은 여관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 오티스를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오티스는 그렌을 보더니 깍듯이 인사했다.
“나 기억하겠는가?”
“예, 그렇습니다. 마법사님.”
“마르코스는 아직 여기 머물고 있는가?”
“마르코스는 어제 미르 용병단을 끌고 의뢰를 떠났습니다.”
“아!”
안타깝게도 한발 늦은 것 같았다.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틴틴산으로 간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군.”
“혹시 길이 엇갈린 겁니까?”
“음, 그렇게 됐네.”
오티스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며칠 묵고 가려고 하네. 특실로 주게.”
“특실은 두 개, 아니 하나…만 있어도 되겠군요.”
오티스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대충 둘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2층에 특실 하나를 내줬다.
그렌은 열쇠를 받아 특실로 올라갔다.
야엘은 아무 말도 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특실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중앙에 큰 침대 하나, 창가엔 소파 세트!
안쪽에 욕실 겸 화장실이 있고 창가에 베란다가 있었다.
“지난번에 묵었던 특실과 별로 다를 게 없군.”
“그래도 이쪽의 경관이 더 나아요.”
“뭐 야엘이 좋다면야…….”
그렌의 말에 야엘이 투구를 벗으면서 싱긋 웃었다.
“오늘은 제대로 씻고 싶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모두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싶었다.
마나석 광산에서 크로노스 던전으로 가는 도중 전혀 씻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쌓인 상태라 반신욕이라도 해서 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욕조에 물 받아놓을게요. 먼저 씻으세요.”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야엘이 먼저 씻어.”
“히잉. 그럼 우리 같이 씻을까요?”
야엘이 수줍게 물어왔다.
‘개이득!’
그렌의 머릿속에 마루의 여동생이 가끔 쓰던 단어가 떠올랐다.
“크흠, 공평하게 같이 씻는 것도 좋겠지.”
“예.”
그녀는 작게 대답을 하고는 욕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야엘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렌도 무장을 해제했다.
마법 로브를 벗고 문라이트 룬 메일도 벗었다.
오우거 마법 갑옷을 풀고 마력 장갑도 벗었다.
면으로 된 상의와 하의를 벗고 속옷도 다 벗어 던졌다.
하지만 이클립스 팔찌와 아공간 반지, 마법 팔찌와 마법 반지는 풀지 않았다.
그렌이 욕실로 들어가자 야엘도 옷을 전부 벗고 뒤따라 들어왔다.
그의 몸은 꾸준한 수련의 결과로 근육이 보기 좋게 덮여있었다.
복부에는 왕 자가 선명한… 명품 복근이 만들어져 있었다.
야엘의 몸매도 장난이 아니었다.
늘씬하고 균형 잡힌 보디에 근육이 붙어 건강미가 넘쳐흘렀다.
게다가 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확실히 나온 굴곡진 S 자 몸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 앉으세요. 제가 씻겨드릴게요.”
탄력 있는 소담한 가슴을 살짝 가리며 야엘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렌은 그녀가 가리키는 목욕용 나무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야엘은 서툰 손짓으로 그의 전신을 정성껏 씻어주었다.
미지근한 물로 몸을 헹구고 나자 그렌이 바통 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부끄러웠는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할 수 없이 입맛만 다시고 그는 욕조로 들어갔다.
“으어! 시원하다!”
어디서 배웠는지 그렌은 아재처럼 한마디를 하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눈을 살짝 감자 야엘이 씻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미녀가 목욕하는 소리라 했던가!
호기심에 살짝 눈을 뜨고 쳐다봤다.
구석구석 씻는 그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니 괜히 발끈한 생각이 들었다.
당장 의뢰도 없고 급하게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는 일단 마음을 느긋하게 먹었다.
백옥 같은 미녀의 나신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반신욕을 즐겼다.
전신을 꼼꼼하게 잘 씻은 야엘이 마침내 욕조로 다가왔다.
그렌이 대놓고 쳐다보자 그녀는 얼굴을 발갛게 붉혔다.
야엘은 조심스럽게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이리 와!”
그가 두 팔을 벌리자 야엘도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거절할 생각이 1도 없었다.
이미 그렌에게 마음을 홀라당 줘버린 상태였다.
오히려 이런 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한없이 부드럽고 매끈하고 말랑거리는 피부가 전신으로 느껴졌다.
앞뒤로 탄력이 넘치는 몸이 무게감을 실어왔다.
벌써부터 고개를 쳐들고 환영을 하는 녀석으로 인해 살짝 무안해졌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섬섬옥수가 인사를 하자 좋다고 눈물을 흘렸다.
야엘은 그렌의 위로 올라가 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도 그녀의 탄력 있는 몸을 끌어안고 매끈한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찰랑거리는 욕조의 뜨거운 물이 전신의 긴장을 살살 풀어주었다.
“그렌 님의 품에 안겨있으니 너무 행복해요.”
“나도 야엘과 이러고 있으니까 무지 좋아.”
두 사람은 서로의 말에 감동하고 또 기뻐했다.
그때 문뜩 그렌이 그녀의 얼굴을 잡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호칭을 통일하도록 하자.”
“호칭요?”
“그래. 언제까지 나를 그렌 님이라고 부를 거야?”
“그럼 뭐라고 불러요?”
야엘의 큰 눈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그는 순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했다.
야엘은 기다렸다는 듯 격정적으로 호응해 왔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입술을 정신없이 탐닉했다.
하지만 아직은 둘 다 반신욕을 더 즐기고 싶었다.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앉자 둘의 입술은 저절로 떨어졌다.
“그냥 그렌이라고 불러!”
“에이, 그건 아니죠. 곧 남작, 아니 자작님이 되실 분인데…….”
“내가?”
그렌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살짝 충격을 먹었다.
마법사가 자작이 되려면 5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돼야 한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미 5서클에 가까운 마나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니 5서클을 넘는 마나를 가지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이미 4서클을 넘기셨으니 남작의 작위는 따놓은 당상이에요. 아마 5서클도 그리 머지않으실 거예요. 맞죠?”
그는 야엘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정말 5서클에 해당하는 마나를 모으는 게 오늘내일하고 있었다.
그만큼 최상급 마나석이 주는 메리트가 컸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