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맞아. 곧 5서클에 오르게 될 거야.”
“5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되시면 어느 왕국이건 자작 대우를 해줘요. 카시오페라 왕국도 예외는 아니니까. 아마 단승 자작은 쉽게 딸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도 제가 감히 이름을 부를 수 있겠어요?”
“그럼 뭐라고 부르고 싶어?”
야엘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야 달링, 허니, 스위트하트라고 부르고 싶죠.”
“하하하! 그럼 그렇게 부르면 되겠네.”
“헤헤, 그건 둘이 있을 때만 가능한 거잖아요.”
“왜 어때서 그래? 난 좋은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하지만 사람들이 있을 때 그렇게 부르는 것은 제가 싫어요.”
나름 정색을 하며 말하자 그렌은 가만히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특별히 부르고 싶은 호칭 있어?”
“하나 있긴 있어요.”
“뭔데?”
“마스터!”
“마스터?”
이게 왜 부르고 싶은 호칭인지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마스터요. 스승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인이란 의미도 있어요. 사실 절 노예로 사신 것도 주인님이시고 또 지금은 제가 호위 기사로 지켜야 할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마스터라고 부르겠다고?”
“예, 안 될까요?”
거절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표정이 너무나 귀여운 야엘이었다.
“안 될 이유야 없지. 야엘 좋은 대로 해!”
“알겠어요. 마스터! 그렌 님은 저의 영원한 마스터예요.”
“하아!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으니…….”
“뭘 어떻게……. 하윽!”
그렌은 야엘을 어떻게 했다.
순간 그녀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어머, 어머 나 어떡해…….”
그러자 야엘도 그를 어떻게 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발동이 걸리자 둘은 욕조를 나와 재빨리 물기를 닦았다.
장소를 옮겨 침대로 서로에게 어떻게 해주기 시작했다.
이날 그렌과 야엘은 특실을 나오지 않았다.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서로를 어떻게 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창문 밖에서 달님이 얼굴을 내밀고 둘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다.
두 사람을 도저히 어떻게 말릴 수 없는 아주 발칙한 날이었다.
* * *
웅웅웅웅…….
카오스 볼이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자두만 한 카오스 볼이 무섭게 마나를 흡수했다.
순간적으로 몸집을 불린 카오스 볼은 어느새 잘 익은 홍시만 해졌다.
잠을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했던 마나 연공!
그것이 이렇게 잭팟을 터트릴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렌: 이야아! 드디어 5서클을 넘겼다.]그렌이 속으로 크게 외쳤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해모수와 마루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해모수: 야호! 5서클이다.] [마루: 예스! 형, 5서클 넘은 거 축하해요!] [그렌: 고맙다. 전부 너희들 덕분이야.]그렌은 해모수와 마루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해모수: 그게 왜 우리 덕분이에요?] [마루: 형이 잘한 거지.] [그렌: 너희가 마나석 광산에서 마나석 캐라고 하지 않았으면 난 아마 그냥 탈출해 버리고 말았을 거야. 그때는 정말 아무 정신이 없었거든. 그러니 너희 덕분이 맞아.]해모수와 그렌은 마나석 광산에서 그렌에게 조언을 해줬던 것이 기억났다.
아무래도 그게 고마워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해모수: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마루: 누구 덕분이건 간에, 중요한 건 형도 이제 5서클 마법을 당당히 쓸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해모수: 그러고 보니 야엘 말이 맞네요. 이제 자작님이 되셨어요. 축하해요!] [마루: 우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야. 어느 왕국이건 5서클의 고위 마법사는 자작 대우를 해주니 명백하게 귀족이 됐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그렌: 해모수! 마루! 고맙다.]그렌은 해모수와 마루의 축하 인사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들뜬 마음을 다스리며 그는 계속해서 마나를 흡수했다.
최상급 마나석은 아직도 여유가 있는지 아낌없이 마나를 뿌려줬다.
하지만 감동이 너무 컸나 보다.
불안한 마나 연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을 맺어야만 했다.
정제된 마나를 카오스 볼에 잘 담은 뒤 가만히 눈을 떴다.
야엘이 기다리고 있다가 재빨리 안겨왔다.
“마스터! 축하해요.”
“어떻게 알았어?”
“그걸 왜 몰라요. 얼마나 마나의 유동이 심했는데요.”
“그으래?”
마나의 유동이 심했다는 말에 갑자기 왕실 마법부의 아드민 남작이 생각났다.
5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된 것을 보고하러 가야 돼서 그런지도 몰랐다.
‘프릴 마탑 지부에도 들르고 왕실 마법부에 가서 자작 작위도 받아와야겠다. 잘하면 이번에 카시오페라 왕국의 왕을 만날 수도 있겠군.’
그렌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매끄러운 야엘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괜히 한쪽으로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야엘은 그렌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자 바로 감을 잡았다.
그도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지자 그걸 신호로 받아들였다.
건강한 둘은 또다시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사랑을 나눴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지금이 바로 딱 그 짝이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젊고 건강한 남녀가 만나 서로 좋다는데…….
한차례 열풍이 불어와 침대를 뜨겁게 달궜다.
격정의 순간이 지나자 둘은 욕실로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밖으로 나오자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파요.”
“나도 출출하다. 뭣 좀 시켜 먹자.”
“이 시간에도 요리를 시켜 먹을 수 있어요?”
“안 될 게 뭐가 있어. 돈만 주면 다 해줄 거야.”
그렌은 되든 안 되는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 그의 생각이 맞았다.
넉넉히 비용을 지불하자 자던 요리사도 깨워서 다양한 요리를 척척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은 옷도 입지 않고 테이블을 가득 채운 요리를 나눠 먹었다.
그렌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만큼 에너지를 소비했고 또 몸에서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었다.
야엘도 마찬가지였다.
뼈만 앙상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날씬한 몸매에서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변해가고 있었다.
특히 먹은 것이 전부 가슴으로만 가는지, 소담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폭발적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렌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했다.
어찌 됐든 둘은 사이좋게 요리 10인분을 나눠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고위 마법사와 엑설런트 상급의 기사라 먹고 바로 자도 소화만 잘 시켰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해서 그런지, 그렌과 야엘은 오랜만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푹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은혜로운 밤이었다.
* * *
새벽이 되자 둘은 재까닥 일어났다.
그렌은 침대에 앉아 바로 명상을 시작했다.
야엘도 의자에 앉아서 오러 연공법을 수련했다.
한동안 둘은 미동도 하지 않고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야엘이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야엘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이번에는 그렌이 일어났다.
“배고프지?”
“헤헤, 조금요.”
“잠깐만 기다려. 금방 씻고 나올게.”
“아니에요. 천천히 하고 나오세요.”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곤 번개같이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오자 야엘이 옷을 입다 말고 깜짝 놀랐다.
“벌써 다 하신 거예요?”
“원래 남자는 빨라.”
“그렇군요.”
둘은 속옷을 갈아입고 새 옷을 꺼내 입었다.
갑옷을 걸치는 것을 시작으로 단단히 무장을 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모자란 것은 없는지 살펴봤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둘은 특실 밖으로 나갔다.
“마법사님, 일어나셨습니까?”
“좋은 아침이야. 아침 식사 좀 하고 싶은데…….”
“주방장은 벌써 나와서 준비 중입니다.”
“잘됐군. 그럼 5인분만 갖다 주게.”
“알겠습니다. 테이블에 앉아계시면 즉시 대령하겠습니다.”
오티스는 놀랄 법도 하건만 전혀 동요치 않았다.
이미 야밤에 10인분을 해치우는 것을 봤는데 그깟 5인분이 대수겠는가!
그렌과 야엘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디부터 갈 생각이세요?”
“프릴 마탑에 들렀다가 왕실 마법부로 가야지.”
“그럼 오늘 작위를 받으실 수 있겠네요.”
“그건 확신할 수 없어. 만약 국왕이 만나보고 싶다고 하면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야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은근히 물어봤다.
“자작이 되시면 영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연줄도 없는 내게 영지를 내릴 리는 없을 테니… 결국은 돈을 주고 작은 장원이라도 사야 하지 않을까?”
“하긴 마법사가 마탑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큰 영지를 가지고 있어봤자 골치만 아프겠군요. 장원도 아담한 걸로 알아보는 게 좋겠네요.”
“맞아. 적당한 크기의 장원을 구하면 한쪽에 마법 연구를 위해 작은 탑을 세울 거야.”
마탑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렌도 일단은 마법사라 자신만의 마법 연구소를 세우고 싶었다.
아니 세상의 모든 마법사들의 꿈이 마탑을 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야엘은 영지가 아닌 장원을 구한다는 말에 조금 실망했다.
그렌과는 달리 야엘은 기사라서 큰 영지를 가지는 게 꿈이었다.
물론 장원이 몇 개가 모이면 영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작이 영지인 것과는 아무래도 천양지차가 될 수밖에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야망을 억지로 짓눌렀다.
대신 그렌의 야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해 돕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아침은 특별히 발다 영지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물로 만든 해산물 모둠구이와 조개 수프, 버터를 바른 마늘빵과 과일 파르페를 준비했습니다.”
“오오!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군.”
“정말 맛있겠어요.”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음식을 보고 야엘이 물개 박수를 쳤다.
그렌도 입에 침이 고이는지 얼른 포크를 들었다.
오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실력 있는 주방장 덕분에 아침 식사는 정말 훌륭했다.
넉넉히 먹었지만 배가 부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공복감을 느끼기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적당히 배를 채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렌과 야엘은 기분 좋게 테이블 위에 팁을 놓고 여관 밖으로 나와 상점가로 향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프릴 마탑 지점이었다.
두 사람은 그리 어렵지 않게 프릴 마탑의 에티오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1층은 온갖 마법 아이템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마법상점.
특별히 볼일이 없었던 그렌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그렌 님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저 기억하십니까? 프라이입니다.”
“그럼요. 기억하고말고요.”
오지랖이 안드로메다급인 2서클 마법사 프라이가 다가와 알은체를 했다.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마법 시약을 사러 오셨나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는 프라이의 친절(이라고 쓰고 오지랖이라고 읽는다)을 정중히 거절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뭔가 많이 아쉬웠던 모양인지 프라이는 그를 계속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 마법사의 눈빛이 굉장히 끈적끈적하네요. 혹시 마스터를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야엘! 닭살 돋게 너까지 왜 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야엘은 여전히 뒤를 힐끗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렌은 손으로 자신의 팔을 마구 문지르며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프라이라는 놈을 자신만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2층에 오르자 1층보다 훨씬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매장이 나타났다.
마침 매장에 프릴 마탑의 에티오 지점장이 나와있었다.
“피라미 님, 안녕하십니까?”
“오! 반갑네. 이름이 그렌이라고 했었지?”
“네, 맞습니다.”
4서클의 중급 마법사 피라미는 그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서클 갱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잊어버리는 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뭔가 볼일이 있어서 온 모양이구먼.”
“예, 그렇습니다.”
“내가 도와줘야 할 일인가 보지?”
피라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실은 서클 갱신을 하러 왔습니다.”
“서클 갱신? 그건 지난번에 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피라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놀라움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