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반갑습니다. 저는 이마루입니다. 과천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술의 대가이신가 봅니다.”
“뭐 그럭저럭 무기를 좀 씁니다.”
“무협지를 찢고 나오신 남자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네에?”
“아직도 세상에 이런 고수가 있다니…….”
셋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마루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영 불편해서 얼른 화제를 돌렸다.
“일단 탄창부터 채우시죠. 탄약 다 떨어진 것 같은데…….”
“아차!”
그제야 그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셋은 죽은 전우들의 시체에서 탄창과 탄약을 챙겼다.
전투 배낭도 끌어모아 한쪽에 높이 쌓기 시작했다.
부대 마크를 보니 짙은 녹색의 방패 안에 삼각형, 삼각형 안에 검이 그려져 있었다.
수도 방위 사령부의 부대 마크였다.
마루는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그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다들 어디 가고 셋만 남았습니까?”
“서울을 지키러 떠났습니다. 저희는 과천 경찰서로 지원 나왔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습니다.”
“서울은 어떻습니까?”
“개판 오 분 전이지요.”
“네에?”
마루가 놀라자 김정렬 일병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 말은 좀비로 인해서 난리가 났다는 말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기갑사단과 기계화보병 사단이 투입됐다고 하던데요.”
“저희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좀비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긴 파이럿 혜성의 파편이 수도권 여러 지역에 떨어졌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쉽게 진압하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초동 대처도 미숙했고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속 여길 지키실 겁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이렇게 죽어버렸으니…….”
군대는 상명하복이다.
위에서 명령을 내려줄 사람이 전부 죽어버렸으니… 밑의 졸병들은 그냥 공중에 붕 떠버린 상태였다.
이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부대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귀대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과천 경찰서를 지원하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럼 일단 이곳에 계셔야겠군요.”
“아마 그렇게 되겠죠.”
“그럼 좀 더 안전한 장소를 찾으세요. 아니면 이곳을 그런 장소로 만드시든지.”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김정렬을 비롯한 셋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혹시 어디로 가십니까?”
“집으로 갑니다. 문원동에 살고 있으니까 만약 갈 데 없으면 오세요.”
“차라리 전화번호를 좀 가르쳐 주시죠.”
“그러죠 뭐.”
마루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다.
그래도 다들 스마트폰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지 얼른 꺼내서 그의 전화번호를 열심히 찍었다.
“참고로 제가 사는 문원동은 과천대로를 건너서 동쪽에 있습니다. 오셔서 제 이름을 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참! 좀비 중에 강화 좀비와 구울이란 놈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강화 좀비와 구울요?”
“강화 좀비는 아주 힘이 세고 구울은 상처가 나도 좀비를 잡아먹고 금방 회복을 합니다. 그러니 보시면 무조건 먼저 머리를 쏴 죽이세요.”
그들은 마루의 말에 꽤나 놀랐다.
“완전히 판타지 소설이네요.”
“현실이 판타지 소설보다 더하다 더해.”
“이게 실화냐?”
셋은 나름 가출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마루는 그런 이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며 다가오는 좀비들의 머리통을 전부 깨부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눈에 보이는 좀비들도 족족 잡아 없앴다.
혹시라도 수방사 삼총사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선행을 베푼 착한 마루였다.
1층으로 내려와 현관을 나섰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좀비가 걸리는 대로 전부 처치했다.
과천 경찰서 정문 앞으로 나가려다 수십 마리의 좀비가 보이자, 그는 즉시 민원 봉사실 건물로 방향을 틀고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도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오르다 보니 이제는 도시가스 파이프를 보면 사다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익숙해졌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옥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새술막길을 타고 위쪽으로 가다 아까 올라왔던 건물이 보이자 즉시 뛰어내렸다.
마루는 도로를 가로지른 후 건물 벽 앞에 섰다.
다시 도시가스 파이프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다음부터는 오던 길로 똑같이 옥상에서 옥상을 타고 넘어갔다.
매형과 사장어른이 숨어있는 빌딩 옥상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타고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1층을 지나는데 현관문 옆에 유리창이 깨져있는 것이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뒷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놀란 마루는 다급히 계단을 뛰어 지하실로 달려갔다.
“어!”
어째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일이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매형과 사장어른이 숨어있던 지하실 창고의 철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는 전력으로 달려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얏!”
“이놈!”
매형과 사장어른이 좀비 한 마리를 잡고 열심히 씨름을 하고 있었다.
마루는 곧장 다가가 창으로 좀비의 뒤통수를 찔러버렸다.
좀비가 실 끊어진 연처럼 땅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매형!”
“마루 처남!”
“으윽!”
마루가 김현수를 부르자 그가 신사임과 같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거예요?”
김현수는 마루의 물음에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어머니 신사임을 쳐다봤다.
그녀도 역시 말을 못 하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신사임은 화장실에 다녀오다 이렇게 됐다는 얘기를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다쳤어요?”
“좀비가 어머니의 손가락을 물었어.”
“매형은요?”
“나도 허벅지를 좀 긁힌 것 같아.”
“좀비가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처남이 돌아오기 바로 전이야.”
절대 철문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도 기어코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마루는 그들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대신 전투 배낭에서 구급함부터 꺼냈다.
대검을 물로 잘 씻고 전투 배낭 안에 있던 수건으로 깨끗이 닦았다.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대검의 날을 불로 달궈 소독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손가락을 잘라야 해요.”
“뭐라고?”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사장어른은 곧 좀비로 변할 거예요. 매형도 허벅지의 살을 당장 도려내지 않으면 좀비가 될 겁니다.”
마루는 냉정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딱 벌렸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결정하세요.”
“어떡해요? 어머니!”
김현수와 신사임은 마루가 자꾸 보채자 입술을 꼭 깨물었다.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좀비가 되겠지. 좀비가 되는 것보다는 손가락 없이 사는 게 백번 낫다.”
“그럼 저도 살을 도려내야겠어요.”
신사임이 독하게 마음을 먹자 김현수도 용기를 냈다.
마루는 지체 없이 다가와 신사임의 왼손을 잡았다.
포스가 일렁이는 눈동자가 그녀의 왼손을 세밀하게 스캔하듯 살폈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물렸군요. 다른 곳은 괜찮은 것 같아요.”
“불행 중 다행이군.”
마루는 신사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녀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순식간에 깨끗하게 잘려서 떨어졌다.
“크아악!”
신사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흘렸다.
“어머니!”
김현수가 어머니를 부르며 신사임에게 다가왔다.
마루는 손날로 김현수의 뒷목을 가볍게 후려쳤다.
탁!
“윽!”
김현수는 그대로 기절해 꼬꾸라졌다.
마루는 쓰러지는 김현수의 몸을 잡아 바닥에 눕혔다.
대검을 들어 그의 바지 한쪽을 길게 찢었다.
허벅지의 상처를 살펴보던 그는 대검을 다시 물로 씻고 수건으로 닦았다.
그런 후 라이터 불로 대검을 소독했다.
마루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냉정하게 김현수의 허벅지에 대검을 푹 꽂았다.
그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동그랗게 살을 파냈다.
피가 솟구치며 살덩어리가 뚝 떨어져 나왔다.
마루는 그제야 대검을 내려놓고 탈지면과 붕대를 꺼냈다.
포비돈·아이오딘, 일명 빨간약이라고 불리는 용액을 솜에다 묻혔다.
“사장어른! 소독을 해야 합니다.”
“으으.”
신사임은 손가락이 잘린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용케 그의 말을 알아듣고 손을 내밀었다.
마루는 신사임의 잘린 손가락 단면 주위를 깨끗이 닦아냈다.
그러고는 깨끗한 붕대로 상처를 단단히 잘 감쌌다.
“여기 진통제 드세요.”
마루는 진통제를 꺼내 생수 통과 함께 드렸다.
진통제를 먹고 나서야 신사임의 신음 소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어 김현수에게 다가가 솜뭉치로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닦아냈다.
그런 후 두툼하게 붕대를 대고 최대한 압박을 해서 잘 감았다.
여기까지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급치료였다.
나머지는 병원으로 데려가든지… 아니면 집에 가서 동네에 살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를 찾아 돌보게 하는 것이었다.
[해모수: 상처가 작지 않은데 어떡해요?] [마루: 당장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야.] [해모수: 힐이나 큐어 마법진을 문신처럼 몸에 새겨야 하나요?] [그렌: 흐음, 할 수 없군. 마인의 마정석을 써봐야겠다.] [마루: 그걸 쓰면 힐이나 큐어 마법을 쓸 수 있어요?] [그렌: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거야.] [해모수: 일단 빨리 집으로 데려가세요.] [그렌: 그게 좋겠다. 가는 동안 나도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볼게.] [마루: 형, 부탁해요.]당장 힐이나 큐어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이 정도 상처는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사람들이 그걸 본다면 다들 기적이라고 말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마나가 희박한 곳에서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치유 마법을 쓴다는 것은, 마법진을 문신처럼 몸에 새긴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음이 급해지자 마루의 행동이 빨라졌다.
그는 기절한 김현수를 나무 의자에 앉혔다.
엉덩이에는 방석을, 등에는 쿠션을 댔다.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그리 많이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마루는 청테이프로 김현수의 몸을 의자에 꽁꽁 동여맸다.
달릴 때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목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대를 대고 잘 묶었다.
그런 후 커다란 쿠션을 김현수의 몸에 대고는 신사임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올라가지 않으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탁!
마루는 신사임의 뒷목을 살짝 쳐서 기절시켰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김현수의 몸에 어머니 신사임을 포개고 줄로 묶고 테이프로 잘 감았다.
피 묻은 옷은 찢어버리고 몸에 밀가루를 잔뜩 뿌려 냄새를 없앴다.
그런 후 광목천을 가져와 두 사람의 몸을 칭칭 감쌌다.
의자와 함께 순식간에 둘은 거대한 고치처럼 변했다.
마루는 의자의 뒤로 가서 줄을 어깨에 걸고는 벌떡 일어났다.
130킬로그램이 넘어가는 무게에도 그는 그리 무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높은 근력 스탯으로 인해 힘이 천하장사가 되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지하실을 나와 1층으로 올라왔다.
유리창이 깨진 현관문 옆에서 조심스럽게 바깥을 살폈다.
간만에 해모수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마루는 한결 편한 얼굴이 되어 건물을 빠져나왔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골목길에서 그를 발견한 좀비들이 몰려왔다.
마루는 통영로로 나와 소방 삼거리를 향해 달려갔다.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그는 소방 삼거리를 가로지르며 중앙로 아래쪽을 향해 수류탄을 투척했다.
꽝!
주변의 좀비들이 일제히 폭발원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렬한 폭음이 들림과 동시에 그는 벌써 중앙로를 건너 과천 중앙 교회 건물과 국민 건강보험 공단 과천지사 건물 사이로 빠져나갔다.
나무 사이와 그늘로만 빠르게 달리는 그의 신형은 한 줄기 바람과도 같았다.
별양상가1로를 지나 별양상가2로를 가로질렀다.
과천 주공 4단지 아파트에 들어서자 나무가 많아서 한결 수월하게 움직였다.
별양로를 지나 래미안슈르 아파트를 우회했다.
주택가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달려가자 쫓아오던 좀비들이 어느새 몽땅 떨어져 나갔다.
별양동 경로당을 옆으로 스치고 지나가자 바로 과천대로가 나타났다.
“아!”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때보다 좀비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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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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