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Trinity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나머지 한 손도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매끈한 복부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 대리석 기둥 사이로 쑥 들어가 버렸다.
작은 손길에 그만 격정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아흑!”
눈을 감고 잔뜩 인상을 쓰며 교성을 흘리는 민정의 달아오른 얼굴!
그것은 시각적으로 마루에게 너무 강한 자극이었다.
어찌할 줄 모르는 욕망에 몸을 살짝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마루는 필사의 인내심으로 참고 또 참았다.
대신 자신의 호기심과 그녀의 야릇한 반응을 마음껏 채우고 즐겼다.
만지고 쓰다듬고 누르고 튕기고…….
한참 동안 참을 수 없는 희롱을 당한 끝에… 결국 민정은 가볍게 절정으로 올라가 버렸다.
“아흐으읍!”
두 다리가 쭉 펴지고 몸이 활처럼 휘었다.
감은 눈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전신이 당긴 시위처럼 팽팽해졌다가 한참 만에 풀리며 축 늘어졌다.
“하악하악…….”
민정은 가만히 눈을 떴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몽롱한 눈빛으로 마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고 자극적인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윽고 마루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매끈한 대리석 기둥을 활짝 열고 자신의 몸을 실었다.
묵직한 무게감에 민정은 오히려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마루는 그녀의 입에 키스를 퍼부었다.
한동안 진하고 농염한 프렌치 키스가 이어졌다.
그의 두 손은 쉬지 않고 그녀의 전신을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민정의 본능적인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긴장했던 몸도 풀리고 근육도 이완됐다.
대신 그녀의 몸이 점점 달아올랐다.
서서히 달뜬 신음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민정의 눈에 언뜻 두려움이 스쳐갔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다가올 통증에 대비했다.
“아윽!”
그녀는 묘한 쾌감과 고통 속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마루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단번에 밀어붙였다.
민정은 거칠게 호흡을 하더니 이내 얼굴을 폈다.
듣던 것보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피트니스 트레이너답게 거칠고 험한 운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
덕분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도 곧 잘 참고 견뎌냈다.
그 때문이었는지 민정은 상대적으로 첫 경험의 아픔을 덜 느끼며 순조롭게 한 고개를 넘어갈 수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의 아픔이 지나가면 기쁨이 찾아온다.
민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루가 두 팔로 침대를 단단히 짚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몸의 첨단에서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몰려왔다.
낯선 침입자가 싫다는 듯 동굴은 진저리를 쳤다.
“허억!”
마루는 뒷골이 쩌릿하게 밀려오는 쾌감의 파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런 종류의 쾌락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여자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속궁합이 정말 잘 맞아서 이런 건지는 잘 모르지만…….
그는 민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 순간이 너무도 좋았다.
도대체 전에 자신이 느꼈던 것은 뭐였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서로 좋아하면 이게 이렇게도 좋을 수 있는 거구나.’
마루는 진짜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느낌은 사실 민정도 마찬가지였다.
전신을 단번에 꿰뚫어 버릴 듯 쩌릿한 쾌락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연신 달뜬 교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몸은 점점 거세어져 가는 열락의 파도에 맞춰 정신없이 흔들렸다.
민정은 소리를 내는 게 많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미칠 것 같은 쾌락으로 인해 더 이상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오히려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잡고 더욱 바짝 매달렸다.
점차 노 젓는 속도가 빨라졌다.
동시에 파도를 헤치고 가는 배는 더욱 높은 파고에 마구 흔들렸다.
두 사람의 몸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들은 몸부림을 치듯 땀에 젖은 서로의 몸에 열심히 부딪쳤다.
그럴수록 뇌리에서 터지는 쾌락의 향연은 빠르게 고조되어 갔다.
야릇한 교성과 거친 숨소리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마루와 민정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열심히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점점 짧아지는 교성과 호흡 소리가 어느 순간 극에 달했다.
“악!”
“흡!”
짧은 교성과 헛바람을 들이켜는 소리를 끝으로… 두 사람은 동시에 화려하게 폭발했다.
그 반동으로 가뿐하게 절정에 오른 민정은 도무지 내려올 줄을 몰랐다.
내려갈 만하면 밀려 올라가고… 끊어질 만하면 다시 이어지는 열락의 파노라마!
그녀는 멀티플 오르가슴의 폭풍에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기분이었다.
“허억허억허억…….”
마루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지친 사람처럼 그녀의 푹신한 몸 위에 축 늘어졌다.
민정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몸을 두 팔과 두 다리로 꼭 감싸주었다.
큰 파도는 이제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작은 파도가 계속해서 은은하게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마루는 그녀의 상태를 짐작해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희를 길게 느낄 수 있도록… 가만히 그녀의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몸을 얼싸안고 있었다.
마침내 끝이 났는지, 민정의 팔다리가 스르륵 풀렸다.
마루가 옆으로 쓰러지듯 몸을 눕히자 반대로 민정이 그의 품속으로 기대왔다.
그녀는 마루의 품이 좋은지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었다.
“민정아!”
“네?”
“사랑해!”
“아!”
이번에는 마루도 당당히 고백할 수 있었다.
민정은 그의 말에 울컥했다.
그녀의 눈이 순간 뿌옇게 변해갔다.
한 방울의 맑은 이슬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민정은 마루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다짐을 하듯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 나도 사랑해요.”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민정은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는 이때를 위해 그동안 자신의 몸을 정성껏 씻고 기다렸다.
마루가 매형과 사장어른을 구출하고 돌아오자… 그녀는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에 가득한 그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민정은 자연스럽게 다가온 이 기회를 굳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마루의 여자 친구다.
언제고 서로 사랑을 확인한다면 그가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바치고 싶었다.
그리고 민정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
자신이 상상하던 그런 첫날밤은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행복한 날이었다.
순간 서진아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살짝 머리를 흔들어 버리는 것으로 말끔히 털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마루가 앞으로 뭘 한다고 해도 그녀는 믿을 수 있었다.
마루와 민정은 천천히 단잠에 빠져들었다.
마치 배부른 수사자와 암사자가 낮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에는 만족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꿈에도 몰랐다.
아래층에 머물고 있는 서진아가 현관문 앞에 서있다는 것을 말이다.
두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진아의 커다란 봉목에서 투명한 이슬이 줄기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노을로 붉게 물들어 갔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처럼 세상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눈에는 상처 입은 순정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검붉은 달무리처럼 변해가는 대기권의 붉은 링과 함께… 너무도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는 저녁하늘이었다.
* * *
1387년 요동반도 남동쪽 장산군도.
촤아아악, 촤아아악!
육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타고 파도 위를 나는 듯이 달려가는 범선 한 척!
얼핏 보면 왜구의 관선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두 개의 돛대에서 펄럭이는 삼각돛과 함수 쪽으로 쭉 뻗은 장대에 달린 역삼각형의 삼각돛을 보면 전혀 다른 종류의 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면 좌측에 고려의 수군이 나타났습니다.”
정찰선의 견시수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해모수는 지그시 눈에 힘을 주고 먼 바다를 쳐다봤다.
요동반도에 바짝 붙어있는 석성도와 대왕가도 사이!
누전선 세 척이 삼각 대형을 이룬 채 다가오고 있었다.
누선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고려 수군의 신형 전선!
생각보다 크고 단단해 보였다.
“저걸 들여온다는 말인가?”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광록도(廣鹿島)와 대장산도(大長山島)에 이어 지금은 소장산도(小長山島)를 지나고 있었다.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오른쪽에 장자도(獐子島)가 보였다.
그 너머 전면 우측 먼 바다에 해양도(海洋島)가 눈에 들어왔다.
해모수는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해양도 앞에서 우현 전타!”
“해양도 앞, 우현 전타!”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홍유가 소리쳤다.
대원들도 잇따라 복창했다.
강조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자 해모수가 슬쩍 쳐다봤다.
“고려 수군을 일부러 피하시는 겁니까?”
“굳이 부딪쳐 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어서 그래.”
“그렇군요.”
성산일호가 빠르게 우측으로 돌기 시작했다.
해모수는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배의 기울기에 따라 그의 몸도 똑같이 기울었다.
“장산군도에 해적들이 들끓는다고 하더니… 고려 수군의 전선이 막 다니네.”
“그거야 자기네 땅에 해적들이 숨어들어 해적 소굴을 만들었으니 내쫓으려고 그런 거죠.”
“자기네 땅이라니? 장산군도가 고려의 섬이었어?”
“그럼 아닙니까?”
강조의 당연하다는 반응에 그는 멍하니 눈만 깜빡거렸다.
마침 옆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향긋한 체향이 풍기자 해모수는 뒤를 쳐다봤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왕지현이 우뚝 서있었다.
“왕 사부라면 확실히 알고 있겠군요.”
“장산군도가 누구의 땅이냐는 질문이라면 굳이 같은 대답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려의 땅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해모수는 슬쩍 주위를 살폈다.
다들 그가 왜 저런 당연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다.
[해모수: 마루 형! 이거 얘기가 틀리잖아.] [그렌: 마루가 틀릴 때가 다 있네.] [마루: 아, 아니 그게… 인터넷에서 보니까 명나라 초기의 국경 지도에 요동반도는 물론이고 장산군도까지 전부 명나라 땅이라고 표기되어 있더라고.]확실히 이건 마루의 실수였다.
고려가 1357년에서 1370년까지 동녕부를 원정한 1차 요동 정벌 이후!
요동은 아직 명나라의 땅이 아니었다.
나하추, 에센부카, 유익 등 다른 요동 군벌들도 존재했고, 고려도 영토 수복이란 대명제를 포기하지 않은 채 한 발 걸치고 있었다.
물론 나하추는 이미 풍승과 남옥이 이끄는 20만 대군에 의해 근거지인 금산을 점령당해 항복해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2차 요동 정벌을 촉발시키고 끝내 위화도 회군으로 연결되어 왕조가 바뀌게 되는, 명나라의 동녕부 반환과 철령위 설치 통보는 내년인 1388년에 일어난다.